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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하키병 소재로 써봤어요


하나하키병: 짝사랑을 하면 꽃을 토하는 병

설정에 따라 다르지만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꽃을 토하며 죽는다

일반적으로 토한 꽃을 매개체로 감염되곤 함.









[VIXX/정택운] 꽃을 토하는 정택운과 너 | 인스티즈













 "사랑 받고 싶어. 그런데 말해버리면 사랑받지 못할 거 같아 무서워."


 이상한 꿈을 꿨다. 정말 이상한 꿈이었다. 꿈은 꿈이었을 뿐이었기에 그리 오래 기억에 남아있진 않았다.







 언제부터였더라. 정택운은 학교에 오지 않았다. 화요일이었나? 아, 수요일이었다. 1교시부터 체육인 날이었다. 시험도 끝나고 체육 선생님은 공 하나 던져주고 아이들에게 자유시간을 줬다. 사내아이들은 공 하나를 굴리며 제멋대로 뛰어다녔고 여자애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재잘거렸다. 나도 그 재잘거리는 아이 중 하나였다. 정택운이 학교에 오지 않은 걸 알게 된 건 넓은 운동장을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가만히 보던 와중이었다. 언제나 선두에 뛰어다니던 정택운이 없었다. 나는 기분이 이상했다. 정택운과 무언가 특별한 관계가 있어서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글쎄, 무언가 요상한 기분이 들었다. 싸하게 등줄기를 스쳐 내려가는 그런 종류의 것이었는데, 글쎄, 그걸 기분이라고 불러야 할지는 잘 모르겠다. 알 수 없는 무언가였다. 불길한 예감 따위로 말하기에는 어울리지 않고 글쎄, 감이라고 해야할까? 정택운이 왜 학교에 오지 않았는지가 궁금하기 보다는 정택운이 없다는 사실 하나에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그 순간 그 이유는 그다지 궁금하지도 않았던 것 같다. 아니, 거기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않았다는 게 옳을 것 같다. 나는 내가 무슨 기분인지 형용할 수 없었다.



 정신을 빼고 걷는 것 같았다. 넘어질 뻔 한 것을 지나가던 다른 친구가 붙잡아줬다. 반사적으로 고맙다고 말했지만 상대가 누구인지 확인할 기력도 나지 않았다. 나는 기분이 이상했다. 기분이 이상한 이유를 알지 못해서 더욱 이상한 기분이었다. 착잡하고 서글펐으며 어딘가 먹먹했다. 정택운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기억나지 않는 누군가의 호의가 무색하게도 나는 다시 한 번 넘어졌다. 이번에는 운 좋게 누군가 붙잡아주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계단에서 굴렀다. 참 멍청하게도.



 더욱 우스운 것은 넘어지는 찰나에 내가 혹여 이것이 도망친 벌은 아닐까? 따위의 생각을 했다는 거다.




 ***




 "가끔 무서울 때가 있어."


 뜬구름 잡는 소리에 나는 의문스런 표정으로 정택운을 바라봤다. 입을 오므리고 있던 정택운은 나와 시선이 닿자 이내 가벼이 소리 내어 웃었다. 어쩐지 나도 웃음이 났다. 처음 봤을 때는 맨날 뚱한 표정으로 창밖만 보고 있더니만 요즈음 들어 웃는 날이 많아졌다. 그런 정택운을 보고 있노라면 이상하게도 네가 웃는 게 꼭 나의 공인 것 같은 엉뚱한 기분이 들었다. 네가 말을 이을 줄 알고 가만히 보고 있었는데 너는 영 말을 이어갈 생각이 없어보였다. 결국 내가 물었다.


 "뭐가?

 "……방금 표정 되게 바보 같았다?"


 너의 말에 어쩐지 나는 조금 어처구니 없는 기분이 된다.


 "저기요, 택운아."

 "응."

 "그럴 거야?"


 정택운은 눈을 휘며 웃는다. 네 그런 표정만 보고 있노라면 너와 서먹하던 시절이 상상도 되지 않았다. 이상한 기분이었다.




 ***




 알코올 솜을 까진 무릎 위에 문댔다. 나는 소독약 냄새가 참 좋았다. 이런 나에게 정택운은 알 수 없는 취향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웃을 때의 정택운은 광대가 드러나며 꽤 바보 같은 표정이 되곤 했다. 내가 종종 그것을 놀리면 어울리지 않게 소심한 구석이 있는 정택운은 괜스레 신경쓰며 웃을 때 고개를 숙여 정수리를 보이거나 웃지 않고 눈치만 보거나 따위의 행동을 했다. 나는 그것을 그리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그래선 괜히 짖궂은 장난을 치곤 했다. 내 눈앞으로 드러난 너의 정수리를 손가락으로 꾹꾹 누르거나 눈만 굴리는 네 앞에서 일부러 바보 같은 표정을 지어보이거나 등등. 이유도 없이 삐진 척을 하면서 당황해서 쩔쩔매는 모습을 보며 웃기도 했다. 생각해보면 나는 참 착한 아이는 아니다.



 그랬는데도 왜 너는 날 좋아한다 했을까? 

 그렇게 아파하며 꽃을 토하는 주제에 어떻게 나를 좋아할 수 있을까?



 정택운은 병이 있다고 했다. 우습게도 정택운은 내게 자신의 병을 그냥 꽃을 토하는 병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나는 그게 거짓말이란 걸 알았다. 허여멀건 얼굴을 하고 내게 걱정하지 말라 우겼다. 나는 네 눈빛에서 애정을, 사랑을, 그에 따른 갈망을 읽었다. 너는 눈 내리던 날 내게 말했다.



 "……너를 좋아한다고 생각해."



 나는 종종 정택운과 사랑을 나누는 상상을 했다. 정택운과 팔짱을 끼고 정택운은 자연스럽게 내 허리에 손을 얹고 길을 걷고 서로를 끌어 안고 사랑을 확인하며 입을 맞추는 그런 상상을 하곤 했다. 그랬던 주제에 나는 정택운을 보며 말문이 막혔다. 네가 나를 좋아한다 말하는 이 상황이 어딘가 자연스럽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하늘에선 계속 하얀 눈이 내렸다. 소름이 돋을만큼 달콤한 공간이었다. 어디 영화에서나 볼만한 그런 모습이었다. 고운 눈을 가진 정택운은 나를 바라보며 약간은 수줍게 웃는다.



 나는 왜인지 나의 오랜 말버릇을 내뱉는다.



 "글쎄……."



 정택운은 놀랐다. 어울리지도 않게 사냥꾼을 만난 사슴 같은 표정을 하곤 나를 봤다. 여전히 눈이 내린다. 정택운의 어깨 위로, 머리 위로 하얀 눈이 조금씩 쌓였다. 바람이 불었다. 정택운은 몸을 크게 흔들었다. 나는 순간 바보 같이 네가 눈이라도 털려 하는 걸까? 생각했다. 정택운은 입을 틀어 막았다. 기침했다. 코끝에 짙은 단 향이 닿았다. 여전히 정택운은 입을 틀어막고 괴로워했다. 네 몸이 크게 휘청인 순간 네 입을 틀어막던 손이 힘을 잃었고 바닥으로 무언가 우수수 떨어졌다. 너는 너를 바라보던 날 눈에 한가득 담고 그대로 몸을 돌려 달렸다. 그러니까 너는 그대로 도망친 것이다.



 나는 네가 서있던 자리에 다가가 쭈그리고 앉았다. 하얀 꽃잎의 꽃 몇 송이가 눈밭을 꾸몄다. 향이 고왔다. 너를 꼭 닮은 향이었다. 나는 너를 떠올렸다. 나는 꽃을 한 송이 주워 가방 속에 있던 수첩 사이에 끼웠다. 정택운을 닮은 꽃이었다. 무상하게 내리는 하얀 눈이 네가 흘린 꽃을 집어 삼켰다. 이상하게 서글픈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날 밤, 나는 너의 병에 대해 알게 되었다. 네게 사랑을 주고 싶었다. 그런데 그런 생각을 할 때면 이상하게도 과연 내가 네게 사랑을 줄 수 있을지 모르겠는 기분이 되었다. 내가 과연 너를 사랑할 수 있을까? 늘 의문스러웠다.



 나는 밤새 뒤척였다. 정택운의 모습이 자꾸만 떠올랐다. 



 물론 나도 알고 있다. 도망친 건 나다.




 ***




 며칠 후, 잊고 있던 수첩에서 썩은 꽃이 떨어졌다.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대표 사진
독자1
썩은 꽃이라면... 택운이는 죽은건가...ㅠㅠㅠㅠ
11년 전
대표 사진
독자2
요런 글 너무 좋아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다음편도 기대할게여ㅠㅠㅠㅠ
11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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