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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냥 전체글ll조회 1422l

종인의 일방적인 협박에 못이겨 경수가 종인의 심부름을 한지 어언 한달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빵과 우유 혹은 커피등을 사가는것 외에도 이상하게 종인은 경수를 옆에 두는것을 좋아했다.

별 거지같은 놈을 다 보네.

경수는 종인의 옆에 얌전히 껌딱지처럼 붙어있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경수형. 나 메론빵좀 사다주면 안돼요?"

"어? 나도나도. 나는 초코빵으로."


종인의 명령 부탁에 매점으로 내려가는 경수의 뒤로 태민과 종인의 다른 친구인 성종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소심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뒤돌려는 순간 불퉁한 김종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니가 쟤네 심부름을 왜해? 넌 내 전용 빵셔틀이야 딴 새끼거까지 니가 챙기지마"

"아 왜애! 가는 김에 좀 부탁한건데!"

"닥쳐 이성종. 야 도경수 내것만 사와라"


듣기 싫다는 듯이 훠이훠이 손을 내젓는 종인의 눈이 경수에게 와 꽃혔다.

그래도 한달이나 저 눈을 마주했다고 이젠 작은 어께가 화들짝 놀라지도 않는다. 

도도도 소리가 나는것같이 종종걸음으로 계단을 내려가는 경수의 뒤로 종인의 시선이 떨어질줄을 모른다.

그 뒷모습이 사라지자 종인은 다시 아무일도 없다는 듯이 고개를 돌렸다.


"너는 진짜 치사하게 왜그르냐? 아니 그냥 부탁하는것도 안돼냐"

"쟨 내꺼야 함부로 굴리지마"

"어조가 묘한데? 너 도선배한테 관심있냐?"

"경종한테 관심은 무슨. 아 저리 꺼져."


귀찮은 듯이 책상위로 나른하게 엎드리는 종인의 위로 따스한 햇살이 비춰졌다.



빵을 사다바치고 다시 교실로 돌아온 경수는 선생님의 호출에 교무실에 와 앉아있었다. 

경수의 담임인 이진기는 평소처럼 온유하게 입가에 미소를 걸치고 경수의 앞에서 두꺼운 서류들을 이리저리 뒤적이고있었다.


"음...아 여깄다. 경수 너 작년에 교환학생 신청했었지?"

"어, 네."

"미국으로 한달?"

"네 너무 길게 다녀오는것도 좀 그래서요..."

"그래그래. 그거 경수가 뽑혀서 가게되었거든. 다음 주 월요일날 출국해서 다음달 마지막 주 금요일날 돌아오는 걸로."

"정말요? 지원하는 사람이 많아서 못갈줄 알았는데..."

"아,몇명이 지원 취소하고 다른 애들은 중국으로 가게 되었어. 여기 부모님 사인 받아서 내일까지 가져오면 돼."

"감사합니다 선생님"


꾸벅 인사를 하고 뒤돌아선 경수는 해맑은 미소를 지어보이는 진기를 뒤로하고 교무실을 빠져나왔다.

경수는 진기의 앞에서 쉽사리 긴장의 끈을 놓을수 없었다.

지난 한달간 종인의 무리들 옆에서 주워들은 이야기로는 제 순해보이는 담임선생은 사자. 맹수의 왕 사자다.

이걸 어떻게 알았냐고? 이태민이 바로 이진기 선생 아들이거든. 

천방지축 날라리 이태민을 휘어잡을수 있는 유일한 사람.

누가봐도 꼬집혀서 벌개진 볼을 감싸고 씩씩대며 교실 문을 뻥차고 들어온 태민이 아아아아악!!!! 이진기!!!!!! 아버지 진짜 미워!!!!! 하는걸 옆에서 지켜봤기 때문에 

저 착한 얼굴뒤에 얼마나 무서운 맹수가 숨어있을지 조금 두려운 경수였다. 


아무튼 진기에게서 받은 서류를 품에 소중히 안고 교실로 올라온 경수는 누가 볼새라 그 서류들을 가방 안쪽 깊숙한 곳에 잘 숨겼다.

만약 김종인이 이 사실을 안다면 가지말라 지랄을 떨며 패악을 부릴것이 뻔하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곳에 꼭꼭 잘 넣어두었다.

하굣길에 만난 종인은 다행히 아무것도 모르는 눈치였기에 경수는 남몰래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루하루를 종인에게 들킬까 괜시리 마음 졸이며 경수는 백현과 찬열, 종대에게 다시보자는 짧은 작별인사를 했다.


"우이 경듀~ 미국물 먹고 이상해져서 오는거 아니야아?"

"맞아맞아 우이 경듀~ 나중에 다시 와서 우리 앞에서 잘난척하면 죽여버릴꺼야"

"알았어 이 진상들아. 아 너네 입조심하는거 잊지말고. 알았냐?"

"알겠다느응 걱정하지말라능"


끝까지 깐족거리는 백현과 종대를 보며 경수는 찬열의 큰 손을 꾸욱 움켜잡았다.

내가 그나마 믿을건 니 새끼밖에 없어 박찬열.


경수가 미국으로 가기 전 날 종인이 경수를 불러냈다.

설마 내가 가는걸 들켰나? 그러면 안되는데. 

바들바들 떨며 종인이 부른 주소로 가자 나오는 것은 작은 바였다. 

학생이 이런데 들어가도 되나 싶었지만 종인의 이름을 대자 아무도 경수를 제지하는 사람이 없었다.

종인은 세훈과 다른 아이들과 함께 술을 마시고 있었다.

경수가 룸안에 들어서자 불쾌한 낄낄거림이 들려왔다. 노골적인 시선과 조롱에 움츠러든 경수는 손을 까딱거리는 종인의 곁으로 주춤거리며 다가갔다.

종인에게선 술냄새가 났다. 피식거리며 웃는걸 보니 이미 조금 취한게 틀림없었다. 


"도경수 왔어? 여기 앉아."

"왜 불렀어..."

"아이 재미없게 굴지말고 앉으라면 앉아."


거의 완력으로 경수의 팔을 억세게 끌어당겨 앉힌 종인은 피식거리며 말을 이었다.


"내가 여깄는 새끼들이랑 내기를 해서말이야."

"?"

"내 페로몬에 니가 정신을 차릴까 못차릴까."

"...뭐?"

"나는 네가 정신 못차리고 나한테 박아달라고 빌빌거린다에 걸었거든? 그러니까 정신줄 단디 잡지말고 나한테 앵겨봐"


그 말을 하며 웃는 종인은 나사가 풀린것마냥 경수의 어께를 꽈악 끌어안았다.

급작스런 상황에 눈을 동그랗게 뜬 경수에게 종인의 페로몬이 강하게 풍겨져 나왔다.

적나라하게 섹스어필의 뜻이 담긴 페로몬에 경수의 호흡이 가빠졌다.

이게 뭐야. 이게 뭐야. 내가 왜 여기서 이런 일을 당해야해? 

종인이 페로몬의 강도를 더 올렸고 경수의 하얀 피부가 붉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이러지마 이러지마. 살려줘. 입술을 꼬옥 깨물던 경수는 눈물이 차오르는것을 느끼며 더듬더듬 손을 뻗었다.

손에 잡힌 것을 그대로 종인에게 뿌림과 동시에 경수에게만 뿜어져 나오던 페로몬이 사라졌다.

종인을 흠뻑 적신 물이 마치 두 사람이 처음 만난 날과 같아 기분이 묘했다.

룸안은 정적에 휩싸였고 경수의 가쁜 호흡소리만 들려왔다.

경수는 바닥만 보고있는 종인에게 할딱거리며 말했다.


"너는...하아...진짜 끝, 까지...하아...개새끼야."


입술을 다시한번 꾸욱 깨문 경수는 방안을 가로질러 바 밖으로 뛰쳐나갔다.

내가 저 새끼랑 엮이는게 아니였어. 정말 정말 아니였어.

차오르는 눈물을 닦으며 경수의 발걸음은 빨라져만 갔다. 

종래엔 힘차게 달음박질을 하며 집에 도착한 경수는 왔냐는 어머니의 말에 대답도 않은 채 도도도 방으로 뛰어 올라가 침대에 폭 하고 드러누웠다.

배게에 얼굴을 묻은 경수는 자꾸만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코를 훌쩍였다.

아직도 온 몸을 스멀스멀 기어다니는것같은 종인의 페로몬에 경수가 파르르 몸을 떨었다.

불쾌해 불쾌해. 닭살이 돋은 팔을 쓸어내리며 경수는 인상을 썼다.

내일이면 한달 동안은 종인의 얼굴을 보지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경수는 겨우겨우 마음을 가라앉히고 이불을 돌돌 둘러싸고 잠에 들었다. 

커다란 경수의 눈에 매달린 속눈썹에 아직 닦이지 않은 눈물 한방울이 대롱대롱 달려있었다.

살짝 열어논 창문 틈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경수의 머리카락을 간질였다. 


아침일찍 엄마 아빠와 함께 공항에 도착한 경수는 두분을 한번씩 꼬옥 껴안아드리는걸로 인사를 마친후 비행기를 타러 들어갔다.

묘하게 콩당거리는 가슴에 경수가 한번 크게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잘할수 있겠지. 정신차리자 도경수."


자신의 하얀 볼을 한번 짝 하고 내리친 경수는 그렇게 한국을 떠났다.

 

종인이 경수의 부재를 안것은 자신의 문자와 전화를 다 씹는 경수에 개빡친 종인이 기어이 경수네 반 문을 쾅 발로 차 열고 들어갔을때

경수네 반 반장이 바들바들 떨며 경수가 미국으로 떠났다고 말해주었을때 였다. 

뭐? 한국에 없어? 미국? 교환학생? 


"이게 뭔 개소리야."


누구하나 죽일 태세로 씩씩거리며 서있던 종인에게 막 반에 들어온 찬열과 백현이 말을 걸었다.


"경수 없는데?"

"경수 미국가는거 말 안해줬나?"


얄밉게 어께를 으쓱이는 둘에 종인은 으르렁 거리며 자신의 반으로 돌아왔다.

왜 이렇게 짜증이 나지.

전날 술에 취해서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도 자세히 기억이 안나는 종인은 그 곳에 있던 세훈에게 모든 일을 전해들었다.

그러게 내가 작작 쳐 마시랬잖아 이 병신아. 

혀를 쯧쯧 차면서 세훈이 해준 말은 가관이었다.

아니 내가 그렇게 병신같은 짓거리를 했다고? 내가?

몇번이나 다시 되물어도 바뀌는 것은 없었다. 

에라이 씨발! 숙취로 지끈거리는 머리를 쥐여잡고 경수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들려오는것은 차가운 여자의 음성이었다.

아침에 기분도 안좋은데 경수까지 전화를 받지 않으니 기분이 땅끝까지 추락한 종인이었다. 

뻥하고 의자를 걷어찬 종인은 양호실로 내려가 푹신한 침대에 몸을 뉘였다.


"오디가 아포소 온고야?"

"머리요."

"그래 구롬. 쉬오"


종인의 이마를 짚던 양호선생 이씽은 침울해보이는 종인에 고개를 갸웃했지만 저때의 소년 소녀들은 다 고민이 있는거라며 타오가 해줬던 얘기를 기억하곤 그저 커튼을 쳐주었다. 

청춘이구나. 

이씽은 그저 차를 음미하며 독서를 즐길 뿐이었다. 


깜깜한 양호실에 누워있던 종인은 서서히 기억나는 지난날의 과오에 이불킥을 날려대고있는 중이었다.

그렇게 페로몬을 뿌려대고 괴롭혀댔다니. 


"아이 씨이발...망했어..."


그때 자신에게서 도망친 경수가 차라리 다행이었다.

정말로 더 있다간 진짜 거기서 섹스를 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으니까. 

아니 근데 왜 나한테 미국간다고 말을 안했지?

생각해보니 은근 기분이 나쁘다.

종인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머리를 쥐어뜯었다.


급작스레 말도 없이 사라진 토끼때문에 흑표범의 머리 속은 난리가 났다.

종인은 인식하지 못했지만 경수는 알게 모르게 이미 종인의 많은 부분들을 차지하고 있었다.

속으로 우는 소릴 내며 종인은 양호실에서 어느새 서서히 잠에 빠져들어갔다. 

경수가 없는. 나름대로 평화로운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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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다시 안오셔서ㅠㅠㅠㅠ 안쓰시는 줄 알았는데ㅠㅠㅠ 오셨군요ㅠㅠㅠ
9년 전
독자2
2222ㅠㅠㅠ안오실줄알았는데ㅠㅠㅠㅠㅠㅠㅠㅠ오셨어요ㅠㅠㅠㅠ어휴ㅠㅠㅠ감사햐옆ㅍ퓨ㅠㅠㅠㅠ얼마나 보고싶었는데려ㅠ퓨ㅠㅠㅠ
9년 전
김냥
네....저도 쓸까말까 했는데 한번 시작한건 끝을 봐야하는지랔ㅋㅋㅋㅋㅋ하지만 루민과 클첸은 분량이 사라져요 사라져요 사라져요 사라져요
9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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