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잠이 많은 탓에 늘상 옷 갈아입고 세수만 겨우 한 채로 집을 뛰쳐나와 아슬아슬하게 1분을 남겨놓고 교실에 세이브하는 게 일상인 내가 어쩐 일로 일찍 눈을 떠 평소라면 한참 자고있을 시간에 학교를 갔던 날이 있었다. 학교로 가는 버스에 올라타니 버스 안이 왠일인지 사람도 별로 없이 한적했다. 어디에 앉을까, 버스를 한 번 둘러보다 맨 뒷자리 바로 앞자리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계신 선생님이 보였다. 이 시간에 출근을 하시는구나, 피곤하신가 주무시네, 주무시고 계신데 인사를 해야할까? 비어있는 옆자리에 앉아도 될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결국 가운데 복도를 사이에 둔 옆자리에 앉아 창문에 머리를 콩콩 박으며 열정적으로 졸고계신 선생님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급하게 나오셨는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뻗쳐있는 뒷머리, 한껏 엉킨 그대로 귀에 꽂혀있는 하얀 색 이어폰, 지퍼가 완전히 닫히지않아 수업자료로 추정되는 흰 종이가 삐죽 튀어나온 백팩, 이어폰이 꽂힌 핸드폰을 쥐고있는 나만큼이나 하얗고 길쭉한 손가락. 전부 하나하나 눈에 담는 사이 내려야 하는 정류장은 어느 새 가까워져있었는데 선생님은 잠에 취해 도통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않았다. 선생님을 깨워야 할까 고민하다 결국 모른 척 할 수 없어 자리에서 일어나 선생님께 다가갔다. 한참을 머뭇대다 이러다 학교 앞에서 못 내릴 것 같아서 선생님의 어깨를 흔들어 깨웠다. "선생님, 내려야 돼요." 잠에서 깬 선생님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다 이내 내 말에 정신이 들었는지 '어? 어, 어어... 그래...'하며 비틀비틀 자리에서 일어났다. 버스에서 내린 선생님은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하고는 내게 '운이가 안 깨워줬으면 못 내릴뻔 했네, 고마워.'라고 하셨다. 학교 언덕을 올라가는 내내 아직 잠에서 완전히 깨어나지 못하셨는지 반쯤 눈을 감은 채로 걸어가던 선생님은 대뜸 나의 뒷통수를 쓰다듬으시며 "그러고보니 운이 오늘은 아슬아슬하게 세이브 아니네. 일찍 오니까 이렇게 선생님이랑 여유롭게 걸어올 수 있고 얼마나 좋아. 앞으로도 일찍 나와서 선생님이랑 같이 등교하자." 라고 하시기에 괜히 부끄러운 마음이 '선생님 버스에서 자면 깨워줄 사람이 필요하신 거죠?'라고 농담을 건내자 선생님은 들킨거냐며 하하 웃으셨다. 아직 익숙하지않아 어색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또 한 편으로는 벅차게도 느껴진 선생님과 나란히 등교하는 시간이 썩 나쁘지만은 않게 느껴져 그 날 이후로 나는 선생님과 함께 등교하려 늘 그 시간대에 학교에 가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그 날처럼 일찍 집을 나서면 종종 선생님과 같은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초반엔 버스에서 늘 졸고 계시던 선생님은 내가 그 버스에 타는 날이 많아지자 나중엔 내가 버스에 타면 기다렸다는 듯 인사를 건내셨고 내가 조금 늦어 선생님이 탄 버스에 타지못하고 바로 다음 버스를 탄다거나 선생님이 조금 늦어 다음 버스를 탔을 때에는 학교 앞 버스정류장에서 서로를 기다리는 게 일상이 되기도 했다. 처음엔 일찍 일어났다며 칭찬해주는 선생님이 좋아서 흘리듯 던진 같이 등교하자는 농담을 지키고 싶어졌었다. 나답지않게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괜히 잘 보이고싶어 티도 안나는 단장을 하며 생난리를 치는 게 너무 힘들었지만 집 앞에서부터 교실까지 선생님과 단 둘이 만나는 시간이 내겐 정말 행복한 시간이였다. 내가 아침에 일어나면 집에는 늘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눈뜨고 처음 만나는 사람이 선생님인게 하루의 시작을 기분좋게 시작하는 기분이였고 상담 외에는 둘이 대화할 시간이 없었을 선생님과 얘기도 많이 하고 선생님과 나누는 게 많아지고 또 그만큼 친해지고 하다보니까 나는 늘 학교 가는 시간이 기다려졌다.
올해 마지막! |
2014년이 얼마 안 남았네 벌써 12월 31일이라니...! 이제 곧 1월 1일이라니...! 올해 마무리 잘 하고 새해 복 많이 받아! 2014년 이런저런 사건사고가 많았는데 2015년에는하는 일 모두 잘 풀리는 해가 되길 바랄게 사랑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