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든든한 나의 빛 백현아 사랑해
(로망스)
(배경음악과 함께 들어주세요!)
백현아, 하고 부르면 날 돌아보며 웃는 맑간 얼굴이 좋아 별다른 목적 없이 너의 이름을 한참이고 되뇌이곤 했다.
그럴 때면 대답 없이 웃으며 손을 꽉 잡아오던 네 행동은, 아직까지 내 안 깊숙이 남은 채 불시에 떠올라 며칠이고 나를 끙끙 앓게 하기에 충분했다.
비를 지독히도 싫어하는 나를 배려라도 하듯 비 오는 날이면 항상 실내에서만 약속을 잡던 너를, 무서운 것을 잘 보지도 못하면서 매번 무서운 영화만을 고집하는 나에게
묵묵히 한쪽 팔을 내어주던 너를, 힘들다 지친다 칭얼거리면 그 넓은 품에 나를 가득 안고 등을 가만히 토닥여주던 너를,
이미 떠나고 없는 너를, 나는 여전히 사랑한다.
* * *
그 즈음에 해결해야 할 과제가 유독 많았다.
크고 작은 과제들에 치여 힘들어하는 나를 보듬어주다 도무지 풀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백현이는 마실 거라도 사오겠다며 공원 건너편 편의점으로 건너갔다.
나는 가만히 그 애의 살랑이는 까만 머리카락을 바라보고 있었고 그런 백현이를 보지 못한 커다란 트럭은,
"…백현아!!!!"
그 애의 날개를 꺾어버렸다.
하늘로 날아가 버릴 듯, 나를 떠나버릴 듯 높이 떠올랐다 떨어진 백현이의 주변으로 번져나간 새빨간 물웅덩이는 내 사고 회로를 정지시켰고 그에게로 다가가는 그 짧은 거리 동안 몇 번이나 휘청여야 했으며 이윽고 도착해 마주한 그 애의 두 눈은, 내가 보기 싫다는 듯 그 예쁜 눈을 감춘 채 꼭 닫혀있었다.
나의 빛, 백현이가 세상을 떠났다.
-나는 너를-
처음 몇 주는 제대로 된 생활을 하기 힘들었다. 손에 잡히는 걸 무작정 던지고, 울고, 소리 지르다 지쳐 잠드는 무의미한 일상의 반복이었다.
내 방 안은 그 물건을 볼 때마다 저가 떠올랐으면 좋겠다며 백현이가 하나 둘 쥐여주었던 선물들로 가득 차있었고 그 의도는 성공적이었다.
눈을 뜨면 보이는 너의 흔적들에, 잇달아 떠오르는 추락하던 너의 모습에 차라리 잠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편이 낫겠다 생각되어 낮이든 밤이든 나는 항상 수면제를 달고 살았고 위험한 상황까지 갔었다.
빠르고 강력한 효과를 기대하며 삼킨 알약 한 주먹이 나를 죽음의 절벽 끄트머리까지 내몰았고 지나치게 조용한 내 방을 의심하다 스치는 하나의 생각에 문을 벌컥 열어젖힌 엄마 덕분에 급히 병원에서 위세척을 마치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하루가 꼬박 지나고서야 겨우 깨어난 내 손을 잡고 엉엉 우는 엄마에게는 미안했지만, 깨어나서 몽롱한 정신 가운데 가장 처음 든 생각은 '아쉽다,'였다.
나는 아마 무의식중에 너를 따라가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날 꿈에는 네가 나왔다.
사고가 난 날 이후로 단 한 번도 내 꿈에 나오지 않던 너는 그 날 꿈에서 말없이 울기만 했다.
너의 죽음 이후로 내가 흘린 눈물보다 훨씬 많은 눈물을 흘릴 생각인 듯 웃는 모습이 예쁘다 생각했던 그 얼굴은 눈물로 얼룩진 채 꼬리가 쳐져 순하게만 보이던 눈에 물기를 잔뜩 머금고 하염없이 눈물만 흘려댔다.
밀려오는 먹먹한 감정에 너의 눈물을 닦아주려 손을 들었지만 무엇인가가 나를 짓누르듯 가만히 앉아 너의 얼굴을 마주한 그 자세로 어떤 움직임도 취할 수 없었다.
답답했다. 너를 앞에 두고 이리도 너를 울리는 나 자신이, 이깟 꿈이 무엇이라고 너의 눈물 하나 닦아주지 못하는 내가.
꿈에서 깨었을 땐 더이상 너의 얼굴을 볼 수 없다는 생각에 그저 엉엉 울어댔다.
사람 붐비는 낯선 지역에서 엄마 손을 놓아버린 어린아이처럼 그 자리에 주저앉아 얼굴을 가린 채 그렇게.
그렇게 너의 가족보다 망가진 내 소식을 전해 들은 너의 어머니는 나를 찾아와 한참을 우셨다.
백현이가 마지막으로 너 같은 사람을 만나 다행이라고, 우리 아들이 참 행복했을 거라고.
이제 내가 행복해질 차례라고, 그만 너를 놓아주라고.
그 말에 조용히 고개를 숙여 입술을 꾹 다물어 눈물을 참았다.
네가 나 때문에 죽었다고, 내가 어떻게 너를 떠나보내냐고, 감히 어떻게 그러냐는 말을 차마 입 밖에 꺼낼 수가 없었다.
어머니가 가시고 난 후 엄마에게 마지막으로 백현이를 보러 다녀오겠다 말을 했다.
엄마는 현관 앞에서 내 옷자락을 한참이나 정리해주며 머뭇거렸다.
"이상한 짓 안 해. 금방 돌아올 거야."
"……."
"내가 안 놓아주면 우리 백현이, 위에서 더 울 거 같아서."
"……"
"다녀올게요."
마지막으로 엄마를 꼭 안아주고 문을 나섰다.
몇 달만에 제대로 마주한 햇빛에 잠깐 눈을 찌푸리다 이내 발걸음을 옮겨 네가 있는 곳으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너와 마지막으로 함께한 날은 가을이면서도 눈이라도 내릴 듯 춥기만 해서, 감기라도 걸릴세라 네가 목도리도 둘러주고 그랬는데, 지금은 벌써 더워지고 있어, 백현아.
더위도 잘 타는 애가 위에서는 잘 지낼런지, 혹시나 덥다고 축 늘어져서 땀만 삐질삐질 흘려대다 못 참고 문이란 문은 모두 열어둔 채 뻗어버리진 않을까.
차창에 머리를 기대고 있자니 살랑 불어오는 바람 때문인지 밀려오는 졸음에 아직 도착까지는 한참이나 남은 시간을 확인하고 슬며시 눈을 감았다.
-나는 너를-
백현이가 나를 마주한 채 억울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네가 왜 와. 벌써, 왜,…"
"백현아."
"……."
"보고싶었어."
"……."
"손 안 잡아줄 거야?"
졌다는 듯 살짝 웃어 보이다 이내 다시 한숨을 내쉰 백현이가 손을 내밀었다.
가자.
다시 마주하게 된 그 맑간 얼굴은 예전처럼 미소를 고 있지는 않았지만 지금 내 손을 잡고 날 이끄는 사람이 다름 아닌 백현이라는 것에 그런 것쯤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포근한 날씨가 우리 주변을 가득 메웠다. 아, 이정도라면 내가 걱정할 필요가 없었겠구나.
네가 없던 동안 많이 힘들었노라고, 이제 다시는 나를 떠나면 안 된다는 칭얼거림에 몸을 돌려 내 두 눈을 마주한 백현이가 커다란 손으로 앞머리를 마구 헝클였다.
내가 좋아하던 네 버릇.
"못 가. 네가 따라와버려서."
"…그래서 싫어?"
"싫어."
"……."
"싫은데 좋아."
슬쩍 입꼬리를 끌어올리더니 다시 손을 마주 잡고 앞장서서 걸어가는 백현이의 까만 머리통을 보고있자니 떠오르는 그 날의 악몽에 맞물린 손에 힘을 주어 꽉 틀어쥐었다.
다시는 너를 먼저 보내지 않겠노라 다짐하며.
-나는 너를-
여자의 고집으로 비워져있던 납골당 안 백현의 옆자리에는 어느새 작고 하얀 유골함 하나가 놓여 있었다.
사고였다. 커브길을 잘못 돌아 높은 절벽에서 그대로 떨어진 버스는 수많은 사상자를 낳았고 여자도 그들 중 하나였다.
나란히 놓인 두 개의 유골함 앞 똑같은 사진 두 장에 찍힌 해사하게 웃고 있는 남녀는, 둘 다 제 명을 채우지 못하고 올라갔음에도 아마 제 짝을 만나 행복하게 웃고 있으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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