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비도오고 감수성 터져서 아련아련한 글을 쓰고싶었으나
필력부족으로 패망..
똥손주의 미안해요 징어들.. 양심이 찔려서 포인트는 쪼끔만...
| 오후의 티타임 |
소풍가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만큼 좋았던 날씨는 오후가 되자 거짓말처럼 나빠졌다. 어느새 하늘을 가득채운 먹구름에서는 한방울, 두방울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창문을 툭툭치는 빗방을들을 잠시바라보던 나는 부엌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달그락 거리는 그릇소리. 작은 쟁반에 찻주전자와 찻잔, 그리고 네가 좋아하던 홍차를 꺼낸다. Avenir. 프랑스어로 된 생소한 이름의 차는 너도 좋아하게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웃으며 선물한것이다. 커피와는 다른 밋밋한듯한 맛에 즐겨먹진 않았지만 이런날에는 꼭 손길이 간다. 쟁반을 들고 창가의 테이블로 걸어간 너는 쟁반을 내려 놓으면서 의자에 앉는다. 투명한 유리주전자에 찻잎을 털어넣자 물속을 부유하며 물을 붉게물들이는 찻잎들이 보인다. 3분. 3분을 우려야 제일 맛있어.라며 말하던 니목소리가 귓가에 울리는듯 하다. 쪼르륵-하는 소리와 함께 네가 찻잔에 차를 따른다. 은은하게 퍼지는 차의 향. 손에 전해지는 차의 온기에 나는 의자에 몸을 파묻듯 기댄다. 입안에 머금은 차의 맛은 달콤했고 밖의 빗소리는 평화로웠다. 나른해진 기분에 나는 눈을 감는다.
" 맛있어? "
바로 앞에서 들려오는 니목소리에 살짝 눈을 뜬 나는 이내 다시눈을 감으며 살짝 고개를 끄덕인다. 달콤하고, 씁쓸해.라고 중얼거리는 내 목소리에 너는 낮게 웃는다. 창문을 치는 빗소리와 너의 웃음소리 그리고 달콤한 차는 나를 행복하게 한다.
" 너도 한잔 줄까? "
고개를 끄덕이는 니모습에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찻잔을 하나더 꺼내와 네앞에도 차를 따른다. 맛잇네.하며 차를 마시는 네모습에 나는 미소를 짓는다. 한모금, 두모금 말없이 창밖을 바라보며 차를 마시던 너는 나에게 말을 건넸다.
" 비가..많이오네. " " 그러게..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거같아. 비가 정말 싫어. 내 머리좀봐. 곱슬이 심해졌어. 짜증나 정말."
비가오면 심해지는 곱슬탓에 입이 튀어나와 퉁퉁거리는 내 대답을 들으며 그래.넌 비 싫어했었지 하며 웃는 니모습에 나도 따라 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넌 비 좋아했었지. 비를 좋아하는 너와 비를 싫어하는 나. 이것말고도 우린 서로 다른점이 정말 많았다. 그럼에도 우리가 사랑한 이유는, 그 많던 다른점들 때문이었다. 나와는 다른 너를 알아가는것이 즐겁고 행복했다. 홍차를 좋아하는 너, 커피를 좋아하는 나. 겨울을 좋아하는 너, 여름을 좋아하는 나. 서로 다른 우리 였지만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우리는 조금씩 닮아 갔다. 너는 입에도 안대던 커피를 조금씩 마시게 되었고, 나는 춥다고 싫어했던 겨울에 따뜻한 네손을 잡고 걷는것을 좋아하게 되었다.
" 머리 빗어줄까?"
너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너의 손끝이 내머리커락을 헤집으며 빗어주는 느낌이 참 좋다. 너에게 기대어 너의 손길을 느낀다. 머리를 만지는 네 손길에 나는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 내가 비를 좋아하는 이유는... 였어. " 머리위에서 너의 목소리가 들리지만 나를 덮친 졸음에 뭐라고 말하는지 알수가 없었다. 뭐라고 했어? 라고 다시묻자 그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두번은 말안해. 라며 웃었다. 약올리는 듯한 그의 모습에 눈썹을 살짝 찡그렸지만 이내 그의 가슴에 기대 잠이들었다. 일어나 하는 너의 목소리가 들렸다. 잠이 깼을때 너는 없었다.너의 찻잔도 없었다. 니가 없다는 현실이 갑작스레 나에게 닥쳣다. 너의 온기도, 향기도, 너를 떠올리는 그 어느것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내가 잠이든 동안 주전자의 차는 너무 우려져 떫어져 있었고 찻잔의 따뜻한 차는 이미 차게 식어져 있었다. 눈물이 흐른다. 비가 내린다. 창문을 치는 빗소리가 네 발소리 같다.
" 내가 비를 좋아하는 이유는 비가와야 니 머리를 빗어줄수 있잖아. 넌 곱슬이 심해진다고 항상 울상이었지만 나는 니 곱슬도, 울상인 얼굴도 전부다 좋았어. 그래서 니가 비를 싫어한다는걸 알면서도 내심 비가와주길 바랬지. 내가 비를 좋아하는건, 너때문이 였어. "
그땐 잠이 들어서 듣지 못했었던 말이 내머리속을 울린다. 마치 옆에서 말하는것처럼, 니목소리가 내귓가에 들린다. 눈물이 흘러넘친다.
"음..그리고 있잖아.Avenir. 의 의미는.. 미래야. 이차를 마실때면 함께하는 우리를 떠올릴수 있었거든. 우리사이엔 너와 나를 닮은 작은 아이가 있고 우리는 그아의 손을 잡고 행복하게 웃고있어. 이런 미래를 꿈꾸고 있었어. ..또.. 만약에.. 이건 생각도 하기싫지만..음..내가 너를 떠나게 되더라도 너의 미래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넌 나의 미래야 OO야"
눈물이 흐를수록 니가 나에게 했던말들이 자꾸만 생각난다. 설움이 받친 나는 엉엉 하는 소리를 내며 서럽게 울기시작한다. 너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린다. 힘겹게 병과 싸우며 말라가던 니 모습들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아프면서도 나를 보면 웃으려고 노력하던 니모습이 보인다. 숨이꺼져가는 순간에도 넌 나를 보며 웃었다. 나는 니손을 꽉 잡았다. 손을 놓지않으면 너를 잡을수 있을것 같아서. 안될것을 알면서도 부질없이 잡았다. 하지만 너는.. 결국 날 떠났다. 이세상을, 나를, 떠났다. 파도처럼 덮치는 너의 기억에 허우적 대며 울던 나는 눈물을 닦았다. 서럽고 크게 울리던 내 울음소리는 잦아들고 울던 눈밑은 붉어졌다.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찻잔을 정리했다. 비가 오면 심해지는 곱슬과 비가오면 더 생각나는 너 때문에 나는 비내리는 날이 더싫어 졌었다.
" 행복해야되. 정말..행복해야되.."
힘겹게 숨을 헐떡이며 내손을 잡던 니가 생각난다.쟁반을 들고 부엌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미 식어버린 찻물을 버리고 다시 뜨거운물과 찻잎, 찻잔을 들고 다시 의자에 앉았다. 은은하게 퍼치는 차의 향이 너를 떠올리게 한다. 니가 떠난지 3년. 난 아직도 너에게서 벗어나지 못했나봐. 나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비가오면 생각나는 너때문에 많이도 울었다. 내가 걱정이되서 너는 꿈에서 마저 나에게 울지말라했다. 오랜만에 찾아온 꿈에서 너는 울지말라는 당부와 함께 너 때문에 비를 좋아했다고 말했다. 이젠, 너를 조금이나마 잊어도 되는걸까. 그래도..되는걸까. 어느새 찻잔이 비워졌다. 잦아드는 빗소리에 너는 미소를 지었다. 이젠 비오는날에도 덜 울수있을것 같다. 네생각이 나도 눈물보다는 미소를 지을수 있을것 같다. 나는 이제..너를 내마음에 묻었다. 어느새 비는 그치고 짙게 깔려있던 먹구름 사이로 햇빛이 나기 시작했다. 비가 오면 니가 오는것같아 슬퍼졌던 나는 다시 웃었다. 잘가 경수야. 정말, 잘가경수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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