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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여울 전체글ll조회 1501l 1

 

 분량이 짧으니까, 외전격이니까 포인트는 적게~

+) 아, 교복연애 시리즈를 굳이 읽으시지 않으셔도 이해하실 수 있으실거에요. 번외라고 해도 이어지는 내용이기보다는 대체된 내용이나 넣으려고 했던 내용의 일부분이기 때문에 이야기를 이해하시거나 보시는데에는 별 다른 지장이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샤이니/온유] 교복연애 시리즈에 들어갈 예정이었던 장면들 2 | 인스티즈

 

 

 

 

    교복연애 시리즈에 들어갈 예정이었던 장면들

                                                                                                   w. 별여울

 

  #3. 한적한 저녁 시간, 독서실 1번 방

 사실 조금 졸렸다. 학교 보충이 없는 날이라 큰 마음먹고 저녁 뒤에 곧바로 찾게 된 독서실인데. 날이 날인지 만큼 몸이 유난히 노곤한 것 같았다. 아, 이러면 곤란한데. 자꾸만 가물가물 감기는 눈꺼풀과 함께 고개가 꾸벅꾸벅 작은 움직임을 보였다. 흔들의자에 앉은 것도 아닌데 꼭 얕게 움직이는 몸이 그런 착각을 심어준다. 졸리다... 자꾸만 위아래로 흔들리는 몸에 밀려있던 잠기운이 더 몰려오는 것 같아 난감해졌다. 샤프를 쥔 손의 힘이 점차 풀려나감을 느끼는데도 힘을 줄 수가 없었다. 마음 한 구석에는 한 십분만 자면 어떨까 싶다가도 오늘 내로 풀어야 할 문제집의 양이 한 장 남았다는 걸 떠올리고는 의지를 다지게 된다. 진짜 이걸 어떻게 하지. 난감해진 얼굴로 조금 책상 가까이로 몸을 웅크렸다. 나도 모르게 몸이 흔들리고 있었으니 주변 분들께 방해가 됐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어떻게 하지. 이거 풀어야 되는데... 쉬운건데. 이거.. 아.. 졸려.. 그 순간 만큼은 눈꺼풀이 그렇게 무거울 수가 없었다. 차라리 여름이면 냉방이라도 해주니 나을텐데. 추후에 부쳐질 봄을 기대하며 잠을 보충하고 있을 동물들이 하나씩 머리 위를 떠다닌다.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평소에는 아무리 떠올려도 잠이 오질 않던 것들인데, 오늘따라 잠이 온 몸을 화끈거리게 데우는 것 같았다. 점차 악화되가는 상황에 어찌해야 할지 몰라 울상 가득한 얼굴로 샤프를 쥐어잡으려 노력했다. 아, 근데 힘도 제대로 안 들어가... 진짜 너무 피곤한가보다. 요 몇일 간 잠도 제대로 취하지 못했으니 어쩌면 당연한 상황일지도 몰랐다. 으음. 의도와는 다르게 점차 책상에 고개를 파묻으며 웅크려지는 몸에 인상을 찌푸렸다. 그런데, 그러는 와중에도 점점 눈이 감긴다.

시야 위로 까맣게 어둠이 내려앉고, 침대에 몸을 뉘운 듯한 시원함이 몸을 감쌌다. 온 몸 구석구석에 쌓여있던 피로감이 차차 깎여나가는 것 같다. 어... 이러다 진짜 자면 어떻게 하지. 어렴풋이 한쪽 눈을 뜬 채로 찡그려진 시야 사이의 샤프를 바라보았다. 배경으로 비춰지는 복잡한 기호들이 흐물흐물 춤을 춘다.

 

 

 

  #4. 한적한 저녁 시간, 독서실 1번 방

 비어있는 자리를 향해 다가가다 옆에 엎어져 있는 인영에 놀라 슬쩍 시선을 흘겼다. 독서실에 와서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누워있는 모습을 보니 딱 유형이 잡힌다. 공부는 하겠다고 의지만 불태우면서 휴대폰하고 메신저로 시간 다 보내는 여자애들. 딱 그 모습이다. 보통 그 맘 때 애들처럼 옷이 휘황찬란하지는 못했지만 단정한 가디건을 걸친 둥그랗고 가느다란 어깨가 안쪽으로 웅크려져 있었다. 왜 하필 내 옆자리인가 싶다가도 코만 골지 않으면 신경 쓸 일이 없을 것 같아 안심이 되기도 한다. 슬쩍 고개를 들어 반대편 벽에 걸려진 시계를 바라다봤다. 오후 일곱시 반. 독서실에 오기는 조금 늦은 시각인가 싶기도 했지만 오늘만큼은 열심히 하겠다는 듯 책에 코를 박은 채 빼곡히 자리를 채우고 있는 사람들의 뒷모습에 고개를 절래절래 내저었다. 여자의 옆자리에 꽂혀져 있는 영수증을 떼어내고 내 것을 집어넣은 뒤, 의자를 빼내어 자리에 앉았다. 진도는 저번에 다 빼놓았으니 저번에 헷갈려했던 타 과목을 보면 될 것 같았다. 욕심은 부리지 말아야지.

이어폰을 꽂아넣은 채로 (배터리가 없어서 노래도 나오지 않더라) 개념을 차차 훑어내렸다. 분명 열댓번은 한참 넘게 읽었는데 이상하게 이해하기가 어렵다. 이번에 어렵게 나올려나. 얼마 전에 시험이 별로 남지 않았다며 학생들을 득달하시던 선생님을 떠올렸다. 그 때는 정말 별 생각이 없었는데 막상 이렇게 되버리니 눈 앞이 아득하다. 수능은 한참 남았지만.. 그래도, 수시로 들어가려면 진작에 잘 챙겨둬야겠지. 늘 입버릇처럼 수시와 정시에 대한 차이점과 각 입시관련 정보를 늘어놓는 김종현을 떠올렸다. 그렇게 연설해놓고서는 언제나 혼자 주눅 들어서 먼저 들어가본다고 가버린다. 오늘 독서실 온다고 그러더니.. 고개를 돌려 필통 위에 올려둔 휴대폰 액정을 슬쩍 바라보았다.

아직까지 연락이 없는 걸 보아선 올 생각이 없나보다.

 

 

 

  #5. 한적한 저녁 시간, 독서실 1번 방

 얼마나 잔거지. 조금씩 밝아지는 시야에 작게 숨을 들이마시며 고개를 들었다. 분명 불편한 자세로 잤는데 이상하게 몸이 더 상쾌해진 느낌이다. 뻐근했던 어깨가 기름칠이라도 한 듯 매끄러워진 것을 느끼며 엎어져있던 몸을 등받이에 의지해 움직인다. 뻑뻑하던 눈도 말끔해졌고, 잠기운도 완전히 날아간 것 같다. 얼마나 피곤했으면 그 정도로 졸렸을까.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이라고 말하기에는 상상하기 싫었던- 전의 상황을 떠올리다 이내 잠을 잤다는 사실을 자각하고선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진짜 얼마나 잔거지? 몇 시간 지났나? 밀려오는 당혹감과 불안함에 놀라 시계를 향해 고개를 돌리는데 예상치 못했던 사람과 눈이 마주친다.

 

" ... "

" ... "

 

독서실이라 차마 뱉지는 못하고 작게 입모양으로 아, 하고 탄식을 뱉었다. 나에게서 조금 멀지 않은 곳에 떨어져 있던 이진기도 나를 본 것이 의외라는 듯 두 눈을 꿈벅거렸다. 그리고 그 아래 책상에서 무언가 꼼지락꼼지락거리더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왁스칠을 해서 올린 머리가 이진기의 눈썹뼈 중간까지 닿는 얼굴이 평소와 달리 피곤해보인다. 흔들림없이 나와 마주한 네 개의 눈동자가 빤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모른 척 할까? 아니면 그냥 인사라도 할까..? 방금 전의 당혹감과는 다른 색의 감정이 흘러들어오기 시작했다. 위험신호를 보내는 싸이렌 소리에 눈을 꿈벅였다.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그냥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데 나와 이진기 사이에 선 김종현이 헤, 하고 웃는다.

 

" 이야, 이 정도면 운명이네. "

 

하고 속삭이는 목소리가 이쪽까지 들린 것 같았다.

 

 

 

   #6. 한적한 저녁 시간, 도서관 4층 복도

 김종현 때문에 강제로 밀려나왔다. 아니, 공부해야 된다고 작게 소리쳐도 녀석은 괜찮다며 손을 설래설래 내저어보이고는 나와 아이를 바깥으로 밀어버렸다. 작은 움직임으로 반항이라도 하던 나에 비해 아이는 얼떨떨한 듯 그대로 밀려나가고 있었다. 당황스러움이 가득 섞인 얼굴로 나와 김종현을 번갈아보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있었다. 안색을 보니 여기서 아는 사람을 만날 리가 없다고 생각했었나보다. 하긴, 나도 그렇고 김종현도 그렇고 (사실 김종현은 울며 겨자먹기로 나를 따라 이 멀리까지 오는 거지만) 남보기 무서워서 일부러 옆의 옆 동네까지 오고는 했었으니까. 근데 설마 여기에 얘가 오는 줄은 몰랐네. 지금까지 한 번도 못 만났던 것 같은데. 오는 버스 방향도 같았을텐데.. 왜 한번도 만난 적이 없지? 지난 시간 동안 어떻게 왔는지를 떠올리다 문득 뒤에서 턱, 하고 닫히는 문에 놀라 고개를 돌렸다. 너네는 밖에 나가서 바람 좀 쐐라. 나는 필통 정리해야되서 바빠. 도로 열린 문 틈 사이로 빼꼼히 고개만 내민 김종현이 얄밉게 제 할 말만 하고선 문을 닫아버렸다. 이게 뭐, 아니. 아이몹지 못한 당황스러운 얼굴로 손을 집어넣으려는데 얼마나 단단하게 문고리를 쥐어잡고 있는지 손잡이가 돌아가지도 않는다. 아, 진짜 김종현! 미친 거 아니야?

옆에 아이가 있어서 차마 험한 말도 못하고 손잡이만 돌려댔다. 마음 같아서는 소리라도 지를 텐데 상황이 상황인지라 하기에도 상황이 좋질 못하다. 아오. 작게 숨을 들이마시며 문득 고개를 돌리는데 조금 멀지 않은 곳에 떨어져 선 아이가 어색한 자세로 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손잡이를 쥐고 있던 손의 힘을 느슨하게 풀며 고개를 돌렸다. 때 답지 않게 한산하기만 한 복도가 낯설게만 느껴졌다. 천천히 문에 등을 기댄 채로 숨을 몰아쉬며 머리를 작게 훑어올렸다. 그 때 천천히 숨을 고르면서 생각했는데. 너무 추한 꼴을 보인 것 같아서 조금 민망했다. 으. 머쓱하게 목덜미를 쓸어내리며 미지근한 온도의 손바닥을 문질러댔다.

조금 펑퍼짐에 보이는 옷 위로 걸쳐진 단정한 검은색 가디건이 딱 그 아이를 닮아있었다. 새하얗게 드러난 목덜미를 바라보다 서툴게 시선을 돌리며 아이의 손자락으로 옮기는데, 어. 찰나에 벌어진 일이 너무 당황스러웠는지, 조그마한 아이의 손에 때가 탄 샤프가 들려있었다.

 

 

 

   #7. 한적한 저녁 시간, 도서관 4층 복도

  이진기는 대신 사과하겠다며 지하의 편의점으로 나를 데려가 캔커피를 손에 쥐어주었다. 김종현이 나와 이진기를 끌고 나와서 잠이 막 깬 참이었지만 후에 졸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고개를 절래절래 내저으며 받아들었다. 고마워. 하고 나지막하게 감사 인사를 전하니 창 밖으로 무심한 시선을 던지던 이진기가 서툴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럴 필요없는데. 말과 행동이 따로 노는 것 같아서 이진기가 신기하게 느껴졌다. 전자레인지 안에 나란히 선 채 빙글빙글 돌아가는 캔커피를 바라보았다. 누렇고 붉다란 조명 아래서 위잉- 소리를 내는 전자기기 속의 캔 두개가 몽글몽글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몇초 남지 않은 숫자와 내부의 모습을 번갈아 응시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조용한 실내 카페에 울리던 전자기기 소리 위로 익숙한 목소리 하나와 굵다란 중년 남성의 목소리가 겹쳐진다.

 

" 얼마에요? "

" 두 개 합쳐서 삼천 사백원. "

" 아, 네. "

 

처음에는 그 소리가 무슨 소리인지 몰라서 가만히 눈만 꿈벅였는데 뒤늦게서야 그 사태를 파악하고선 고개를 돌렸다. 조금 멀리 떨어져있는 카운터를 향해 빠르게 걸어가 이진기의 옆에 섰다. 막 뒷주머니를 뒤적이는 모습에 놀라 입술을 달싹였다. 어떻게 하지. 사주는건가? 설마설마 하기는 했는데 진짜 사줄 줄은 몰랐다. 이러면 내가 너무 미안해지는데.. 시간 뺏은 것도 나인데 왠지 돈까지 쓰게 만드는 것 같아서 미안해졌다. 익숙하게 지갑을 꺼내서 계산하길래 소리내어 내가 계산하겠다고 했더니 이진기도 당황한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다 괜찮다며 무작정 자기 지폐를 내밀었다. 어. 손을 내밀어서 막으려고 하니 가볍게 다른 손으로 내 손목을 쥐어잡은 뒤 바깥으로 뺀 이진기가 이 정도는 괜찮다며 작게 웃었다. 여자 애 앞에서 웃는 거 처음본다.. 순간 머리 속이 새하얘져서 멍청하니 서서 이진기만 올려다봤다. 손에 들려있는 오천원 짜리 지폐가 바람결에 하늘거리며 손바닥을 간지럽힌다. 그래서 그랬는지, 그 때 내 가슴도 묘하게 간질간질. 찰나에 닿았던 손목 위로 불길이 치솟는 것 같았다. 그렇게 내가 정신을 못차리고 있는 사이 계산을 끝낸 이진기는 전자레인지에 들어있던 캔커피 두 개를 꺼내 하나를 내게 내밀었다. 먹어. 왠지 더 빚을 진 것 같아서 미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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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하.. 끙...끙ㅜㅜㅜㅜㅜㅠ너무 설ㅈ렌다ㅜㅜㅜㅜㅜ
9년 전
독자2
너무 설렌다ㅜㅜㅜㅜㅜㅜㅜㅜㅜㅠ
8년 전
독자3
와...진기 웃는거 상상했는데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진기야ㅠㅠㅠㅠ
8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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