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사는 도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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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고 바랐던 사람이 그대라고 난 믿어요.
주말, 오랜만에 박찬열과 이모에게 카페를 맡기고 집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가끔 쉬는 날이 생겨도 맨날 일하다보면 노는 법도 까먹는다니까... 누워서 잘까 빈둥빈둥거리다가 의미없이 TV도 몇번 돌려보고 몸에 이불을 둥둥 싸매보기도 하고, 매일같이 복작거리면서 보내다보니 쉬는 것도 힘들다.
무기력하게 방 안에 틀어박혀 있는데 잔뜩 꽃단장한 엄마가 벌컥 방문을 열고 들이닥쳤다.
" 엄마 친구들이랑 영화보러간다 "
" 잘 보고 와, 내가 사준 스카프했네. 그걸로 아줌마들한테 딸자랑 좀 하고 "
" 안그래도 그럴려고했어. 누구 딸이 이렇게 안목이 있대, 근데 너는 안나가? "
내가 어딜 나가... 친구들은 다 어디 놀러간다고 하지 아니면 애인이랑 여행가지,
" 남자친구가 생겼으면 같이 놀러다니고 해~ 기지배가 시간만 나면 콕 틀어박혀 있어서는.. 무튼 인사는 잊지 않았겠지? "
" 남자친구 아니..!! ... 됐어... "
엄마는 흐응~ 기지배 하고 도로 방을 나가버렸고 나는 입을 삐죽이며 닫힌 방문만 노려보았다. 남자친구....
' 둘 다 그러다가 썸만 타고 끝나는 수가 있어, 경수형이 썸남? 남자친구? 그 사이 애매한, 아무 것도 아니잖아 '
' 내가 아무리 연애세포가 죽었다지만 너하고 경수형은 보면 어울리고 좋긴한데 답답해 '
알아, 나도 안다고. 나는 솔직히 기다리려고 했어. 도경수 씨랑 있으면 설레고 좋은데 더이상 무언가 진전이 없는 느낌. 나도 느낀다고.
아무리 스킨쉽이 늘었다고 하지만 그 사이 무언가 텅 빈 느낌은 지울 수가 없다. 남자친구라는 타이틀 하나만으로 그걸 채우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내가 너무 욕심이 많은걸까
하지만 그런 내 마음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도경수 씨에게서 톡이 왔다.
아차, 깜빡하고 오늘 카페에 안나간다는 사실을 알려주지 못했나보다. 도경수 씨 헛걸음 했나봐, 미안해서 어떡해
한창 ^^ 쓸 때는 언제고 :) 를 알고나니 그게 마음에 들었나보다. 이모티콘을 쓰라고 말한 이후 간간히 보이는 이모티콘이 도경수 씨를 닮아 귀엽다.
근데 아직 12시도 안됐는데 웬 점심...
점심 이야기를 하니 또 점심이 걱정된다. 엄마도 나가고 아빠는 다른 아저씨들이랑 등산가고 나 혼자 뭐 해먹지, 카페였으면 아무거나 사먹거나 해먹을텐데
도경수 씨 이럴려고 연락한 거구나, 피실피실 실없는 웃음이 새어나왔다. 그래 카페까지 나때문에 헛걸음 한 것 같고 마침 점심 먹을 거리도 없는데
금방 확인의 의미인 1이 사라지고 이어지는 답장이 없더니 도경수 씨에게서 전화가 왔다. 톡 확인하고 좋아라하면서 전화 거는 모습이 상상되는 건 나뿐..? 내 목소리를 기다릴 도경수 씨를 위해 얼른 전화를 받았다.
" 도경수 씨? "
「 집이죠? 」
" 네 집이긴 한데 언제 어디로 나갈까요? "
「 갈게요, 조금만 기다려요 」
뚝- ... 나는 한동안 전화가 끊어진 핸드폰만 보고 정신줄을 잡지 못했다. 온다니...? 고개를 갸웃거리며 상황파악을 하다가 괴성을 지르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이불이 내 발목을 잡았지만 지금 신경쓸 건 그게 아니다.
카페에 나갈 때는 아무래도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일이다 보니 보통 풀메이크업은 아니더라도 예의 범주에 드는 화장 정도는 하고 나갔는데 지금 내 상태는 세수도 안해서 기름진 얼굴에 후줄근한 잠옷 차림... 이 상태로 도경수 씨를 만나면 정말 이대로 쫑나버릴 지도 모른다.
쿠당탕탕 집 안을 울리며 화장실로 뛰어들어갔다. 조신하게 앉아서 파우더 칠 할 시간도 없이 그저 사람 얼굴만 하는게 내 목표. 제발 오늘 도로가 막혔으면 좋겠다. 아주 그냥 꽉!
후다닥 대충 화장을 하고 바쁘게 방 안으로 들어가니 저기 던져둔 휴대폰에 부재중 전화 한 통이 찍혀있다.
[ ♡♡♡♡♡우리경수씨♡♡♡♡♡]
혹시 ㅂ..벌써 도착.. 어쩌지 내가 전화 걸어볼까 발을 가만히 있지도 못하고 오두방정을 떠는데 다시 도경수 씨에게서 전화가 왔다.
" ㄴ..네!!! 도경수 씨! 지금 나가요!! "
「 아, 지금 길이 조금 막혀서요. 10분만 기다려주시면 안될까요? 」
" 1..10분이요? 아휴~ 네~ 당연하죠~ 조심히 오세요~ "
내 기도가 반만 먹혀들어갔나... 그래도 10분이 어디야 10분, 그 안에 모든 걸 해결한다!
사람이 긴박한 상황에 다다르면 초인적인 힘들 발휘한다고 나는 전투적으로 옷장을 열어 옷을 골라냈다.
이건 전에 입었던거 이건 너무 입기 힘들고 이건 왠지 입고 싶지않고... 나는 맨날 옷을 사는데 왜 입을 옷이 없는가. 3분 동안 두뇌 풀가동을 한 뒤에야 겨우 편하게 돌아다닐 수 있지만 너무 허술해보이지 않는 스키니 하나를 골랐다. 이제 겨우 스키니. 울고 싶다.
제한 시간은 10분이라는 사실에 다시 정신을 차리고 옷을 전부다 들어냈다. 정리는 나중에 해도 돼, 그래. 우선은 빨리 나가자!!!
" 여기에요!! "
헐레벌떡 길가로 나가니 활짝 얼굴에 가득 미소를 머금은 도경수 씨가 차에 기대 손을 흔들며 나를 맞아주었다.
" 미안해요! 나오는데 가스불 확인을 안해서 "
물론 구라다. 사실 뒤늦게 옷 다 입고 가방에 이것저것 챙겨넣느라 조금 늦었다. 도경수 씨는 으음~ 아니에요. 하며 차 문을 열어주었다. 그 전에!!! 저번에 옷을 얇게 입고나온 전적이 있어 의심의 눈초리로 도경수 씨의 옷 소매자락을 한 번 만져본 뒤에야 차에 올라탔다.
오늘은 조금 두껍게 입었네, 한동안 감기에 된 통 당해서 그런가
" 가고 싶은 곳 있어요? "
운전석에 앉아 룸미러를 이리저리 만지던 도경수 씨가 물었다.
" 저는 딱히 없는데... "
그러고선 한동안 입을 우물거리는 나의 대답을 기다리는 그
비록 지금은 실연의 상처를 얻고 회복하는 안나에게서 예전에 남자친구와 함께 이쁜 길을 걷다보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그 이후 남자친구가 생기면 꼭 함께 어딘가를 무작정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는데 ...
" 혹시 도경수 씨 점심 먹고 다른 약속있어요? "
" 아뇨. 저 오늘 시간 텅텅 비어요. 말만 해요 "
딱 좋네~ 그럼 썸남도 아니고 남자친구도 아니고 그 사이 애매한, 도경수 씨! 우리
" 그럼 북촌한옥마을 어때요? "
옛날에 자기 전 누워서 핸드폰으로 없는 남자친구를 그리며 가고 싶은 곳으로 찝어놨던 곳. 이렇게라도 갈 수 있을까요?
도경수 씨는 흔쾌히 그래요! 하며 액셀을 밟았다.
조용한 차 안 나는 흘깃흘깃 도경수 씨를 훔쳐보고 도경수 씨도 또르르 그 큰 두 눈을 굴리며 나를 훔쳐보고 그러다가 가끔 눈이 마주치면 빵 터지기도 하고 이렇게나 같이 있으면 설레고 즐거운데, 그래도 언뜻언뜻 드는 불안감은 지울 수 없었다.
비싼 건 안된다는 꼬장에 가볍게 점심을 먹고 출발한 북촌 탐방, 다행히 낮 중에는 온도가 올라가 돌아다니기 적절한 상태였다. 덕분에 주머니에 손 넣을 일 없이 이렇게 도경수 씨랑 손도 잡고 돌아다니고
" 생각보다 오르막길이 많네요 "
" 힘들어요? 잠깐 쉴까요? "
도경수 씨는 내 거친 숨에 놀라며 손을 잡지 않은 다른 한 손으로 내 손등을 다독여주었다.
운동이라고는 숨쉬기 운동밖에 안한 나로서 오르막길을 연속으로 오른다는 것은 철인 삼종경기를 시도하는 것과 같지만 여기서 멈출 수는 없으리!
" 괜찮아요. 이제 내리막길 나오겠죠 "
내리막길은 나오지 않았다. 한참 걷다가 다리에 박힌 알이 부화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또 괜찮다고 해놔서 쉴 수도 없는 노릇. 살짝 숨을 돌릴 틈을 만들기 위해 이리저리 둘러보다 이쁘게 지어진 집 하나가 눈에 띄었다.
" 우와~ 도경수 씨 나 사진 한 장만 찍어줄래요? "
사실 일찍부터 휴대폰 꺼내서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너무 우와우와 거리면서 찍으면 나를 서울 촌년으로 볼까봐 못그랬던 건 비밀...무튼 사진을 찍어달라며 폰을 찾기위해 가방을 뒤적거리니 먼저 제 폰을 꺼내드는 도경수 씨
" 제가 찍어서 나중에 보내줄게요 "
" 그럴래요? 그러면 이쁘게 찍어주세요 "
누군가의 집이지도 모를 담벼락 아래 서서 이쁜 척을 하며 브이를 해보이니 도경수 씨도 똑같이 이쁘게 웃으며 연신 찰칵찰칵 셔터를 눌렀다. 멈추지 않는 셔터 소리에 억지로 올린 입꼬리가 마비 되는게 느껴져 브이를 했던 손을 거두고 그의 곁으로 다시 걸어가니
" 너무 이뻐요 "
란다. 정확히 무엇을 보고 이쁘다고 하는 건지는 말하지 않았지만 왠지 알 것 같아 얼굴에 훅 열기가 끼쳐왔다. 이대로 다시 걸음을 옮기려는 도경수 씨를 보니 아쉬운 느낌이 들어 그와 맞잡은 손을 꼭 붙들었다.
" 도경수 씨도 같이 찍을래요? "
" 저도요?... 저는 사진 잘 안찍어서... "
잘 안찍는게 어디있어요. 나는 어물쩡거리는 도경수 씨의 손에서 폰을 뺏고는 지나가는 아주머니 한 분을 불러세웠다. 다행히도 아주머니께서는 쿨하게 찍어주겠다며 내 부탁을 들어주셨고 나는 그대로 도경수 씨와 함께 아까 전 내가 사진을 찍었던 담벼락 밑에 나란히 섰다.
사진을 찍던 아주머니께서는 이내 불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손짓을 하며 말했다.
" 둘이 싸웠어? 손만 잡지말고 팔짱도 좀 껴봐~ "
... 흘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도경수 씨를 쳐다보니 그도 똑같이 당황스러운 얼굴이다.
" 얼른~ "
아주머니의 재촉에 허둥지둥 도경수 씨의 팔에 착 팔짱을 끼니 그제야 아주머니께서 만족스러워하시며 사진을 찍어주셨다. 찰칵찰칵
" 참 잘어울리네~ 이쁘네 이뻐 "
프로정신이 투철하신 아주머니는 내게 폰을 건내주시며 두어번 어깨를 툭툭 쳐주셨다. 참 잘어울린다니 이 말이 뭐라고 왜 이렇게 쑥스러운지, 나는 그저 감사합니다~ 하며 아주머니께 인사를 드렸고 도경수 씨도 나를 따라 가볍게 목례를 했다.
담벼락 아래서 사진을 확인하기 위해 도경수 씨와 이마를 맞대고 폰에 시선을 집중했다.
사진 속 도경수 씨와 나는 따뜻한 햇살 속 활짝 핀 웃음꽃이 꼭 닮아있었다.
" 참 잘어울리네요 "
" 네? "
" 아주머니께서 그러셨잖아요. 참 잘어울린다고, 맞는 말 같아요 "
나는 그 말에 내심 공감을 하면서도 일부러 무슨~ 이라며 팔꿈치로 도경수 씨를 살짝 찔렀다. 한 번 사진을 찍기 시작한 도경수 씨는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한 번 여기 서봐요!, 사진 찍을까요? 라며 졸라댔고 나는 기꺼이 사진 모델을 자청했다.
그렇게 한 장, 두 장 사진이 쌓여가고 잔뜩 늘어난 사진에 갤러리를 살펴보던 나는 문뜩 도경수 씨의 독사진만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 도경수 씨 "
오자고 한 건 나인데 오히려 자기가 더 신나하며 어디서 사진을 찍을까 잡았던 손을 잠깐 때고 저 멀리서 이리저리 둘러보던 그를 불렀다. 그리고 뒤돌아 본 순간에 찰칵
순간이었지만 도경수 씨의 신나하는 표정이 너무나도 잘 담겨있는 사진에 그만 웃음이 터졌다. 그는 뭐에요~ 하며 다시 쪼르르 내게 달려와서 자신의 사진을 확인했다.
" 제 사진, 둘이 같이 찍은 사진 다 있는데 도경수 씨 독사진만 없어서요 "
" 제 사진 있으면 뭐해요.. "
" 저한테 보내줄거라면서요. 제 사진도 있으면 당연히 도경수 씨 사진도 있어야죠 "
도경수 씨는 못당한다라는 듯이 절레절레 머리를 흔들며 웃었다. 나는 이 참에 더 찍어놔야겠다싶어 곧바로 렌즈를 들이밀고 코 앞에서 그를 찍기 시작하니 슬금슬금 뒷걸음을 친다.
" 어디가요~ 사진 찍어야죠! "
" 괜찮아요~ "
내가 안괜찮다니까!! 나는 재빨리 뒤로 도망치는 도경수 씨를 따라 북촌 한복판에서 귀여운 추격전을 벌인 끝에 겨우 그를 붙잡았다.그렇게 싫지만은 않은 듯이 입이 찢어져라 웃으며 렌즈를 피하는 모습이 너무 웃겨 몇번은 셔터를 누르지 못하고 헛손질을 할 때도 있었다.
" 한 번만~ 한 번만 이쁘게 찍어줘요~ "
" 저 찍어봤자라니까... "
자꾸 그러면 .. 이런 말까지 안하려고했는데
" 그럼 저도 이제 안찍을거에요 "
" ... 그럼 딱 한 번만.. "
역시나 이제 안찍어준다는 말에 도경수 씨는 쭈뼛쭈뼛 말간 햇살이 내리쬐는 곳에 서서 어색하게 브이를 했다.
로봇이세요...?
" 도경수 씨 좀 더 자연스럽게!! "
사진을 찍어주셨던 프로정신이 투철하신 아주머니의 심정이 이해가 되었다.
" ㅇ..어떻게요? "
" 아까 제가 그렇게 찍었어요? 자연스럽게 활짝 웃어봐요~ "
도경수 씨는 내 말에 머리를 긁적거리더니 브이를 얼굴 옆에 딱 붙이고는 하얀 이가 다드러나도록 활짝 웃어보였다. 딱 내가 바라던 모습
" 좋아요! 누구 남자길래 이렇게 잘생겼지? "
사진을 찍는데 멋모르고 집에서 엄마가 맨날 나보고 누구 딸이길래 이러지~ 라고 하던 말버릇이 그대로 튀어나와버렸다. 말을 뱉고나서야 엎어진 물을 다시 쓸어담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조심스럽게 손으로 입을 가렸다.
하지만 이미 그 말을 들어버린 도경수 씨는 짖궂게 웃으면서 내가 건내는 폰을 받아들며 말했다.
" 그러게요. 누구 남자길래 "
아휴 진짜! 먼저 말을 한 건 나지만 그거가지고 장난치는 도경수 씨를 살짝 힘을 주어 때렸다. 그만 웃어요!!!!!
쪽팔린 나머지 손을 잡을 생각도 안하고 먼저 빨빨거리며 길을 내려가니 뒤늦게 그가 어딜가냐며 나를 쫒아와 손을 잡아왔다. 언제 이렇게 손 잡는 것까지 익숙해진건지.
잡은 손을 흔들거리며 걷다보니 출출해진 배에 호떡을 사이좋게 하나씩 물고 어느새 사람이 복작거리는 삼청동 거리까지 내려오게되었다. 내가 아무리 카페 알바지만 여기 카페 거리에서 맡는 커피 냄새는 또 다른 것 같다.
" 대박 귀여워! "
바쁘게 움직이던 내 눈동자를 사로잡은 노점에 일렬로 늘어서있는 인형들, 덕심이 불타오른 나는 쪼르르 달려가 그 중 가장 이쁜 곰인형 하나를 주물럭거렸다. ㅜㅜ 짱귀엽...
애처롭게 인형을 만지는 나를 쳐다보던 도경수 씨가 말했다.
" 사줄까요? "
..이러니까 내가 완전 바라고 한 말 같잖... 또 그 말을 언제 줏어들은건지 노점 주인 아주머니께서 벌떡일어나 가격을 말씀해주신다. 핸드메이드라니 고급원단이라니 하지만 이 양손바닥만한 인형이 2만원은 좀.. 물론 만드실 때 많이 힘들었겠지만 저한테는 좀 부담...
" 어... 아직 돌아볼 때는 많으니까, 나중에 올게요!! "
대놓고 너무 비싸네요. 저한테 부담되네요. 라고 딱 끊어서 말하지 못하는 성격이라 그냥저냥 둘러대며 도경수 씨를 이끌고 걸음을 옮겼다.
" 도경수 씨, 저는 그냥 도경수 씨가 옆에 있는 것만으로 좋으니까 아무것도 안사줘도돼요 "
양손으로 그의 손을 꼭 붙잡고 말했다. 전봇대들이 사줄게하면 콜콜콜!! 을 외치며 기어코 받아내고 나중에 대신 내가 뭘 해주면 되겠지만 도경수 씨한테서 받는 거는 왠지 일방적인 느낌도 들고 솔직히 부담스러운 마음이 적지 않다.
도경수 씨는 조곤조곤히 한 내 말에 작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 알았어요. 미안해요 "
딱히 미안해 할 것도 없는데... 괜히 도경수 씨의 기를 죽인 건 아닌가 싶어 다시 웃으며 잡은 손을 흔들었다.
" 가요 우리! "
아아... 아름다운 이 곳... 여기는 여러가지 내 마음을 홀리는 요소들이 많았다. 인형부터 먹을거리.. 거기다가 이렇게 이쁜 악세사리까지!!!!! 옛날에는 쥐똥만큼도 관심이 없던 악세사리였는데 요즘은 반지 하나, 머리띠 디테일 하나까지 왜 그렇게 이뻐보이는지
나는 잽싸게 펼쳐져있는 악세사리 노점에 다가가 머리띠 하나를 집어들었다. 막상 사고나면 별로 쓰지도 않지만 보기만해도 뿌듯해지는게 악세사리의 묘미랄까...
마음껏 착용해보라는 주인 언니의 말에 거울을 보며 자신만만하게 머리띠를 썼지만 역시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되는 거 아니라고 그냥 머리띠 쓴 나였다. 주인 언니는 너무 잘어울린다며 속이 뻔히 보이는 거짓말을 했고 나는 거짓말 하지마세요!!! 이러며 머리띠를 벗어버릴 수도 없어 도경수 씨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 어때요? "
내가 먼저 말을 하기 전까지 아무 말 않고 미소만 짓던 도경수 씨는 그제야 입을 열었다.
" 너무 이뻐요. 누구 여자길래 "
아 진짜!!!!!!! 아련히 떠오르는 아까의 말실수는 아마 두고두고 도경수 씨가 써먹을 듯 하다. 인상을 찌푸리며 머리에 쓴 머리띠를 확 벗어버리는데 내 손을 막으며 달래 듯이 말하는 그
" 아니 진짜 이뻐요. 다시 써볼래요? "
...진심인 것 같기도하고... 이쁘다는 한 마디에 넘어간 나는 좋다며 도로 머리띠를 썼다. 양 옆에서 자꾸 이쁘다 이쁘다 해주니까 이 머리띠가 내 운명인 것 같기도 하고..!!
" 이거 얼마에요? "
" 5000원이에요. 너무 잘어울리세요~ "
ㅎㅎ... 이제 보니까 잘 어울리는 것 같네, 가격도 괜찮고. 거울로 머리띠를 살펴보던 나는 가방을 뒤적거려 지갑을 꺼내 계산했다.
" 두 분 아직 커플링 없는 것 같은데, 이 쪽 링은 어떠세요? 은이라서 알러지도 없고 괜찮아요 "
계산을 하던 언니는 돈을 건내는 내 손을 보더니 옆에 이쁘게 꽂혀져있는 링을 영업하기 시작했다. 커플링이라니... 오늘 진짜 별 소리를 다 듣네.. 하지만 몸은 생각과 다르게 홀린 듯이 링 하나를 만지작 거렸다. 화려하게 큐빅이 놓여진 다른 반지보다는 투박하지만 수수한 반지,
내가 대체 지금 뭘하고 있는 거지,이내 정신을 차린 나는 하하 웃고는 다른 곳도 둘러보고 온다며 자리를 피했다. 아무 말 없는 도경수 씨 때문에 더 민망해진다.
잠깐 분위기 좋아보이는 카페에서 쉬었다가 다리 아픈 줄도 모르고 서로의 손에만 의지해 걸어다니기도 한참, 겨울이라 저녁 먹을 때가 되자 해가 금방 떨어졌다. 주말인지라 가로등이 켜진 거리에 커플들은 더 늘어났고 우리는 그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섞여들어갔다.
슬슬 집에 갈 시간에 이른 것 같아 도경수 씨 차가 있는 도서관 주차장으로 향하는데
" 어 눈 온다 "
콧잔등에 톡 하고 떨어지는 시원한 느낌에 걸음을 멈추고 까만 하늘을 올려다보니 새하얀 눈들이 하늘하늘 내려온다. 얼마 전까지만해도 눈이 너무 싫었는데. 내리고 나면 까맣게 변하고 신발 더럽혀서. 근데 이렇게 보니까 또 이쁘기도 하다.
한참 그렇게 서서 가로등 불빛에 살랑살랑 떨어지는 눈을 구경했다.
도경수 씨는 나를 따라서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 이쁘네요 "
오늘 하루종일 이쁘다는 소리를 입에 달고다니는 도경수 씨, 그의 눈에는 세상이 그저 이쁘게만 보이나보다. 오늘은 나도 동감
" 네, 정말 이쁘네요 "
그는 어느새 나란히 있던 발을 옮겨 나와 마주보았다.
" 참 잘어울린데요 "
" ... "
" 우리가 참 잘어울린데요 "
도경수 씨는 한 손을 들어 내 머리 위에 어느 덧 조금 쌓인 눈을 털어내주며 말했다.
" 저는 이제 우리가 당당히 어울린다는 소리도 듣고 "
그리고 내 왼쪽 손을 들어 네번째 손가락을 꼭 잡는 그
" 당당히 커플링도 했으면 좋겠어요 "
조용히 얼굴을 가까이 하더니 내 이마에 자신을 맞대고서는 우리 둘 사이 작은 공간으로 주머니에서 무언가 꺼내 보여준다.
작은 상자 안에서 잔잔히 빛나고 있는 반지 하나, 아까 내가 만지작거렸던 반지다. 다른 한 손으로 소중히 내 볼을 감싸는 도경수 씨는 애틋하게 엄지손가락으로 내 볼을 살살 쓰다듬었다.
" 이렇게 이쁜 여자가 도경수 여자 였으면 좋겠어요 "
*
' 도경수 씨 언제까지 그렇게 있을래? 그렇게 우물쭈물 하다가 누가 채간다니까? '
나하고 그녀가 안는 모습까지 목격한 김종인 씨가 그 다음 날 나를 붙잡고 투덜거렸던게 자꾸 마음에 밟힌다. 이렇게 꽁기한 오늘 그녀를 보고 힘을 차리려고 했는데 신나게 들어간 카페에는 또 찬열군이 카운터를 지키고 서있었다.
내가 그렇게 말하고 자기도 카운터를 안보겠다고 했건만
공격적인 표정으로 카운터 앞에 서자 찬열군은 내 얼굴을 보자 재빨리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 오늘 걔 안와요... "
안온다니.. 무슨 일 생긴건가..
그런 내 표정을 알아차린 찬열군은 뒤에 손님있다며 길다란 손으로 나를 옆으로 살짝 끌더니 마저 말을 해주었다.
" 쉬는 날이에요. 이번 주에 5일 꽉 채웠거든요. 아마 지금 집에서 잉여처럼 놀고 있을 걸요 "
주문을 받으면서도 말해줄 건 다 말해주는 찬열군에게 지난 날 카운터 한 번 봤다고 뭐라고 한 것이 다시 미안해졌다. 그 때 그냥 주문 할 걸 그랬나...
" ... 고마워요 찬열군 "
내 말에 찬열군은 스믈스믈 입꼬리를 올리며 잘가라는 인사를 해주었다.
나는 급하게 다시 차에 올라타 그녀에게 톡을 했다. 오늘 얼굴 보려고 일찍 일어나서 카페까지 왔는데
혹여나 저녁까지 확인을 안할까 했지만 금방 숫자 1이 사라졌다.
맞아... 그녀도 쉴 시간이 필요했지, 나는 너무 내 생각만 한 것 같아 머쓱해지는데 또 이렇게 집에 들어가 서재에 틀어박혀있기에도 아쉬웠다.
쓰면 더 부드러워 보일 거라고 했던 이모티콘까지 총동원해서 톡 하나를 보냈다. 점심은 중요해요. 꼭 먹어야 하는데 지금은 안먹었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이어지는 톡, 아직 점심을 먹지않은 그녀에게 온갖 염원을 다 담에 톡을 보내니 역시 내 마음을 알아준 답장이 도착했다.
ㅎㅎ... 나는 더이상 타자를 두드릴 시간도 없이 바로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 도경수 씨? "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그녀의 목소리가 귓가에 간질거렸다.
" 집이죠? "
「 네 집이긴 한데 언제 어디로 나갈까요? 」
" 갈게요, 조금만 기다려요 "
언제 어디로 나올 시간이 어디있어요. 그냥 제가 데리러가면 되는 건데. 연결이 끊어진 핸드폰을 가볍게 조수석 의자에 던져놓고 핸들을 돌렸다.
차만 안밀렸으면 더 빨리 도착 할 수 있었던 건데 궁시렁궁시렁, 차에서 내려 그녀에게 전화를 다시 할까 말까 하는 경수는 계속 궁시렁거렸다. 혹여나 전화를 걸었을 때 늦는다는 10분보다 왜 더 늦었냐고 화내면 어떡하지 고민하던 찰나 저 멀리서 헐레벌떡 뛰어나오는 그녀가 보였다.
" 여기에요!! "
" 미안해요! 나오는데 가스불 확인을 안해서 "
뛰어나오느라 헉헉 대는 그녀는 조심성이 있는 여자였다. 아무렴 가스불은 꼭 확인해야죠!
그녀를 보자마자 얼굴에 화색이 도는 경수는 빨리 차 문을 열어보였지만 그녀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저번처럼 옷자락을 한 번 꼬집어보고나서야 차에 올라탔다. 두껍게 입고 온 이유, 감기때문에 고생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그래요 약속이니까, 약속만큼은 꼭 지켜왔던 경수에겐 다음부터 두껍게 입고다니라는 그녀와 한 약속만큼 중요한 것이 따로 없었다.
" 가고 싶은 곳 있어요? "
뛰따라 차에타선 운전석에서도 굳이 고개를 돌리지않아도 그녀가 잘보이게끔 룸미러를 만지던 경수가 물었다.
" 저는 딱히 없는데... "
아 됐다. 룸미러를 통해 그녀가 입을 우물거리는 모습이 다 보인다. 뚫어져라 보고있으니 이내 아, 하며 입을 여는 그녀
" 혹시 도경수 씨 점심 먹고 다른 약속있어요? "
" 아뇨. 저 오늘 시간 텅텅 비어요. 말만 해요 "
사실 집에 들어가서 이번 프로젝트 기획안 마저 검토해야되는데 들어가서 밤새서 하면 되고 공부는 지금까지 열심히 해왔으니까 오늘의 여유는 거기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내 말에 그녀는 짝 하고 박수를 한 번 치더니 말했다.
" 그럼 북촌한옥마을 어때요? "
가본 곳이라고는 전부 비즈니스에만 관련되어 있는 곳이나 순간 북촌한옥마을이 어디지 하고 고민하던 경수는 곧 종로쪽이라는 것을 기억해냈다. 종로라면 기업체들이 몰려있는 곳이기도하고 더더욱 일적인 부분만 떠올릴 수 밖에 없는 곳인데 그런 곳에서 뭘 할 수나 있을까 했지만 그래도 그녀의 부탁이니까 흔쾌히 수락하며 액셀을 밟았다.
그런 걱정을 깨부셔버리기라도 하듯 그녀가 이끌고 온 이 곳은 너무 이뻤다. 서울에서도 이렇게 숨이 트이는 공간이 있었나 싶을 정도, 맨날 종로하면 거래처 사장들, 다른 기업체들과 만나서 일만 하기 여념없었는데.
추위도 잠시 햇살에 살짝 따뜻해진 바람이 부드럽게 머리를 넘겨주고 오랜만에 느껴보는 상쾌한 기분에 활짝 웃으며 이 곳까지 나를 안내해준 그녀를 보니
" 생각보다 오르막길이 많네요 "
.. 힘든 것 같다.
" 힘들어요? 잠깐 쉴까요? "
하긴 여기가 오르막길이 많긴 많았다. 너무 상태도 안 보고 무작정 걸어서 그런가 그녀의 숨을 차분히 가라앉히기 위해 가만히 서서 손등을 토닥여주니 그녀는 길게 숨을 내뿜고는 괜찮다며 먼저 한발짝 내딛었다. 정말 괜찮은거 맞아요?
내리막길이 나올거라고 했지만 끝없는 오르막길에 나도 살짝 지쳐갈 때 쯔음 그녀가 이리저리 살펴보곤 말했다.
" 우와~ 도경수 씨 나 사진 한 장만 찍어줄래요? "
사진이요? 생전 사진이라고는 찍혀만 봤지 몇번 찍어본 적도 없는 경수에게는 비교적 난감한 부탁이었다. 하지만 어쩌랴 이렇게 이쁘게 웃고있는 그녀의 모습은 나또한 어딘가에 담아두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 제가 찍어서 나중에 보내줄게요 "
" 그럴래요? 그러면 이쁘게 찍어주세요 "
찍으면 usb에도 옮겨놓고 보안쳐놔야지, 컴공과에다가 기획부에 몸담고 있는 경수다운 생각이었다.
돌담벼락 아래 손으로 브이자를 그리며 이쁘게 웃는 그녀를 쉴 새없이 찍었다. 최대한 많이, 지금 이 행복한 시간을 많이 담아두고 싶었다. 찰칵찰칵찰칵 그녀가 브이를 내릴 때 겨우 셔터를 누르던 손을 멈출 수 있었다.
" 너무 이뻐요 "
핸드폰 카메라라서 아름다움을 모두 담아내지는 못했지만요. 뿌듯하게 찍힌 사진을 살펴보는데 손을 잡은 그녀가 꾹 하고 힘을 주며 나를 잡았다.
" 도경수 씨도 같이 찍을래요? "
...
" 저도요?... 저는 사진 잘 안찍어서... "
아마 온 집안을 뒤져서 내 사진을 찾아도 작은 앨범 하나도 못 채울 것이다. 졸업 앨범도, 어렸을 적 친목회라며 원하지 않은 곳 다 따라가 무표정한 얼굴만 잔뜩 찍혀있는 사진들은 전부 다 태워버렸으니까. 그런 나에게 사진은 낯설고도 또 낯설기 짝이 없었다.
괜찮다고 말하려는데 그녀가 재빨리 지나가시는 아주머니 한 분을 불러세운다. 정말 괜찮은데...
" 둘이 싸웠어? 손만 잡지말고 팔짱도 좀 껴봐~ "
그렇게 대학교 졸업 사진 이후로 처음 찍어보는 사진. 오랜만에 찍으려니까 웃음이 자꾸 어색하게 나온다. 후, 긴장돼. 이게 뭐라고 이렇게 긴장되는지 지금 아무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 얼른~ "
아주머니께서 손을 휘적거리며 재촉하셨지만 뭘 얼른 하라는 건ㅈ... 그녀가 잡았던 손을 때고 꼭 내 팔을 감쌌다. 말로만 듣던 팔짱...? 뜬금없이 너무 놀라 하핫 실없는 웃음이 터져버린 딱 그 때 아주머니께서는 셔터를 누르셨다.
" 참 잘어울리네~ 이쁘네 이뻐 "
사진을 찍어주신 뒤 바람처럼 사라져버린 아주머니께 작게 목례를 하고 꼭 붙어서서 사진을 확인했다. 돌담 아래 여느 커플들처럼 붙어서 활짝 웃는 우리의 모습을 보니 괜히 가슴 한 구석이 찡해져온다. 내가 바라던 이상향과 너무 닮아 있어서.
" 참 잘어울리네요 "
" 네? "
" 아주머니께서 그러셨잖아요. 참 잘어울린다고, 맞는 말 같아요 "
안그런가요? 동의를 구하는 듯한 눈빛을 그녀에게 보내니 새침떼기처럼 무슨~ 이라면서도 긍정의 고개짓을 한다. 사진 찍는다는게 그리고 찍힌다는게 이렇게 좋은 일인 줄 몰랐어요. 오늘 여러가지 배우네요.
한 번 사진 찍는 것에 맛이 들린 나는 풍경사진을 찍다가도 그녀의 머리카락이 바람에 휘날리는 모습, 우와 거리며 집을 보고 감탄해하는 모습을 그득그득 갤러리에 담았다. 그녀 또한 기꺼이 이런 저런 포즈를 취해주었고
음 또, 어디가 사진 찍기 좋을까. 하며 핸드폰을 그녀에게 넘겨주고 고개를 쭉빼서 이리저리 살펴보는데 뒤에서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 도경수 씨 "
뒤 돈 순간 찰칵, 갑작스럽게 이렇게 찍힐 줄 몰랐는데, 사진을 찍은 그녀는 하하 하며 소리 내 웃었고 나는 당황스러워 대체 어떻길래 그러나 싶어 쪼르르 달려가 사진을 확인했다.
" 제 사진, 둘이 같이 찍은 사진 다 있는데 도경수 씨 독사진만 없어서요 "
" 제 사진 있으면 뭐해요.. "
제가 제 사진 가지고 있으면 무슨 의미에요. 더 이쁜 사진 담기에도 부족한데
" 저한테 보내줄거라면서요. 제 사진도 있으면 당연히 도경수 씨 사진도 있어야죠 "
... 그러니까 또 할 말이 없다.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입을 꾹 다물고 있자 그녀는 입이 찢어져라 웃으며 휴대폰 렌즈를 내 얼굴 가까이 가져다 댄다. 앗 안돼!!
" 어디가요~ 사진 찍어야죠! "
" 괜찮아요~ "
더이상 안되겠다 싶어 냅따 달렸지만 금새 그녀에게 따라 잡히고 말았다. 빼도박도 못하게 꼭 잡혀가지고 찍지 말라며 얼굴을 막 돌리는데도 찰칵찰칵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안돼요~
" 한 번만~ 한 번만 이쁘게 찍어줘요~ "
" 저 찍어봤자라니까... "
더 이쁜 사진 담아야한다니까요
" 그럼 저도 이제 안찍을거에요 "
미간을 찌푸리며 폰을 내 품에 밀어넣는 그녀...어... 그건 안되는데...
" ... 그럼 딱 한 번만.. "
다시 폰을 그녀의 손에 꼭 쥐어주며 말했다.
독사진은 정말 너무 오랜만이라.. .쭈뼛쭈뼛 서서 브이를 하니 웃는건지 인상을 쓰는 건지 모를 표정으로 말했다.
" 도경수 씨 좀 더 자연스럽게!! "
" ㅇ..어떻게요? "
이게 최대한 자연스러운건데...
" 아까 제가 그렇게 찍었어요? 자연스럽게 활짝 웃어봐요~ "
아까..? 음...
이렇게 맞나요?
그녀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셔터를 눌렀다. 그리고는
" 좋아요! 누구 남자길래 이렇게 잘생겼지? "
...?
제가 잘못들었나요? 누구 남자길래? 그 누구를 이미 정해놓고 말하는 거 맞죠? 본인이 말해놓고 놀라서 손으로 입을 가리는 그녀에게 슬금슬금 다가갔다.
" 그러게요. 누구 남자길래 "
개구지게 웃으며 말하니 그녀가 그만 놀리라며 내 어깨를 때리고는 도도도 저 멀리 달려가버린다. 아까는 내가 쫓기는 신세였는데 이제는 내가 쫓아가야되네,
어디가요!!!
손을 잡고 걷다보니 출출하다며 호떡을 먹자는 그녀의 제안에 호떡을 하나씩 나눠쥐었다. 중학교 때 호기심에 한 번 사먹어보고 그 이후로 처음 먹어보는 호떡은 그때보다 더 달고 맛있었다. 아니 아마 이렇게 같이 먹으니까 더 그런 것일 수도 있다. 호호 거리며 입에서 뜨거운 김은 빼내는 그녀를 보다가 나도 한 입 먹고는 똑같이 뜨거운 김을 뱉고,
서로 웃기다며 키득키득 웃다가 문뜩 정신을 차려보니 사람들이 많은 거리 한복판에 내려와 있었다. 손을 잡고 다니는 커플들, 팔짱을 끼고 꼭 붙어다니는 커플들이 꼭 우리같다.
" 대박 귀여워! "
한참 분위기에 취해있을 때 그녀가 저기 있는 노점으로 뛰어간다. 대체 뭐가 그렇게 귀엽길래 하며 뒤따라 흘끔 옆에서 훔쳐보니 자기를 꼭 닮은 귀여운 곰인형이다.
" 사줄까요? "
그렇게 귀여우면 사야죠. 가지고 싶다면 사야죠. 저는 다 사줄 수 있어요. 하지만 그녀는 내 말에 인형을 만지던 것을 멈추고 다시 내 손을 잡았다.
" 어... 아직 돌아볼 때는 많으니까, 나중에 올게요!! "
그리고 바쁘게 걸음을 옮겨 노점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녀는 양손으로 내 손을 꼭 잡고 말했다.
" 도경수 씨, 저는 그냥 도경수 씨가 옆에 있는 것만으로 좋으니까 아무것도 안사줘도돼요 "
... 사주고 싶었는데... 그녀의 마음이 이해가 안되는 건 아니다. 저도 옆에 이렇게 붙어 있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다 가진 것 같고 너무 좋아요. 그래서 다 해주고 싶고 다 사주고 싶은건데 혹시 내 마음이 부담스러운 건가요?
" 알았어요. 미안해요 "
하지만 말을 꺼내지 못하고 그저 고개만 끄덕거릴 수 밖에 없었다.
" 어때요? "
안사줘도 된다는 이야기 이 후로 꾸역꾸역 사줄까요 라는 말이 입 밖으로 안나오도록 입을 다물고 있는데 이내 악세사리 노점에서 머리띠 하나를 써보던 그녀가 이쁘게 웃으며 내게 물었다. 아.. 이건 진짜 사주고 싶은데...
" 너무 이뻐요. 누구 여자길래 "
나도 모르게 나온 누구 여자길래, 그녀가 싫어한다는 건 알고있지만 절로 이 말이 튀어나왔다. 역시나 예상대로 그녀는 입술을 비죽이며 머리띠를 벗어버리려고 했고 나는 그런 손을 막으며 말했다.
" 아니 진짜 이뻐요. 다시 써볼래요? "
이거 진짜 제가 사주면 안될까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아랫입술만 꾹 깨무는데 그녀는 결심에 찬 표정을 지었다.
" 이거 얼마에요? "
" 5000원이에요. 너무 잘어울리세요~ "
누군데 뭔들 안어울리겠어요. 나는 옆에서 그녀가 쓴 머리띠를 살살 만졌다. 이런 머리띠 좋아하는구나 언제 하루에 하나씩 하라고 색별로 사다줄까
" 두 분 아직 커플링 없는 것 같은데, 이 쪽 링은 어떠세요? 은이라서 알러지도 없고 괜찮아요 "
돈을 받던 주인은 그녀 한 번, 나를 한 번 보더니 링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 커플링? 커플링이 혹시 내가 지금 생각하는 그.. 사귀는 사람들끼리 한다는 그... 회사에서 민대리님이 김대리님이랑 맞춘거라며 탕비실에서 떠들던 그... 우리가 커플링을..?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하고 그녀의 눈치를 보니 그녀의 손은 이미 정렬되어있는 여러 반지 중 하나를 만지작 거렸다. 다른 화려한 반지보다도 수수하면서도 눈꽃처럼 은은하게 빛나는 반지 또한 그녀를 닮아 있었다.
곧 다른 곳도 둘러보고 온다며 자리를 옮겼지만 내 뇌리에는 그 반지가 콕 박혀 떠나질 않았다.
잠깐 쉬자며 들어간 카페에서 가만히 앉아 있다가도 자꾸만 반지가 사뭇 떠올랐다. 핫초코를 마시며 갤러리에 찍힌 수많은 사진을 구경하는 그녀를 바라보다가 핸드폰을 잡은 그녀의 넷째손가락이 신경 쓰이고 아까 조심스럽게 반지를 만지던 그녀가 신경쓰였다.
" 저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
조용히 입술을 물어뜯던 나는 더이상 안되겠다 싶어 자리에 일어났다. 더이상은 미룰 수가 없다.
다행히 그 노점이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있어서 뛰어갔다오면 금방이려니 싶어 폰에 콕 박혀있는 그녀의 시선을 살펴보다가 후다닥 카페 밖으로 뛰어나갔다.
아직 그 반지가 남아있길!
" 어, 또 오셨네요? 여자분은요? "
내 얼굴을 보자마자 반갑게 맞아주는 노점 주인
나는 인사를 받을 틈도 없이 화려하게 빛나는 반지들 사이 수수한 아름다움을 지닌 반지를 찾기 시작했다. 여기 어디 이 쯤에 있었는데....
" 혹시 이거 찾으세요? "
하며 반지 상자 하나를 뽑아 내민다.
" 네.. 이거 맞아요 "
드디어 찾았다.
그녀가 이 반지를 조심스럽게 쓰다듬듯 나도 반지를 받아들자마자 엄지로 조심히 반지를 쓸었다.
" 그 반지 원사이즈인데 아까 여자 분 손보니까 맞을 것 같더라구요. 한 번 껴보실래요? "
그리고 조심스럽게 넷째손가락에 들어간 반지는 마치 처음부터 나를 위해 만들어진 것처럼 꼭 맞아떨어졌다.
" 반지가 주인들을 찾았네요 "
손을 쥐었다 폈다하며 반지를 이리저리 비춰보니 큐빅이 박히고 여러 금장을 한 다른 반지보다도 빛난다. 아 이쁘다.
" 이거 주세요 "
더 고민 할 필요도 없이 바로 지갑을 꺼냈다. 부담스러워하는 그녀의 마음은 알지만 이제부터라도 내 호의를 어느정도 당연하게 여겨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리고 더 가까워질 우리를 바라는 마음으로.
언제 반지를 보여줄까 망설이다보니 어느새 해가 떨어져 어둠이 하늘을 덮쳤다. 저 멀리서부터 하나씩 가로등이 켜지고 거리에는 사람이 더 늘어났다. 우리와 같은 모습을 한 사람들
아무래도 겨울이다보니 더 추워지기 전에 집에 들어가야 할 것 같아 차로 향하는데 잘 걷던 그녀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다.
" 어 눈 온다 "
가로등에 반짝이는 눈망울로 하늘을 올려다보는 그녀
" 이쁘네요 "
원래 눈 싫어했는데, 내릴 때는 좋은데 내리고 나면 길도 미끄러워지고 차가 달리기에도 안좋으니까. 그런데 또 이렇게 같이 보니까 이쁘네요.
" 네, 정말 이쁘네요 "
그녀가 오늘 처음으로 내 말에 동감을 해주었다.
...
착 가라앉은 분위기 속, 슬슬 반지를 전해주어야 할 때가 다가온 것 같다.
" 참 잘어울린데요 "
" ... "
" 우리가 참 잘어울린데요 "
머리 위에 작게 쌓인 눈, 이제보니 그녀는 눈과도 닮아 있었다. 톡 건들면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 같고
" 저는 이제 우리가 당당히 어울린다는 소리도 듣고 "
이 순간이 꼭 꿈만 같아 포근하고
" 당당히 커플링도 했으면 좋겠어요 "
그래서 너무 소중하고
" 이렇게 이쁜 여자가 도경수 여자 였으면 좋겠어요 "
유일하게 나를 소년 도경수로 만들어주니까.
이 한 겨울밤의 꿈이 영원하길
*
사담
하이 여러분 리히터예요!!!!
역시 상견례전에 사귀기는 해야겠죠..?ㅋㅋㅋㅋㅋㅋㅋ 여러분들이 그렇게 행쇼해라!!!!!!!행쇼하라거!!!!!!를 외쳐주셨는데 이제야 행쇼하네요 와!! 짝짝ㅉ갖깢ㄱ!!!
근데 여러분 혹시 아시나요?
중간에 나온 저 북촌한옥마을 사진 제가 찍은거라눙,,!!^^ 제가 진짜 저런 곳 걸어다는걸 너무 좋아해요 저도 나중에 남친생기면 꽇ㄱ 갈거에요 그리고 영원히 가지 못하겠죠ㅠㅠㅠㅠㅠㅠ 근데 여러분들 방학 잘 보내고 계신가봐옄ㅋㅋㅋㅋ 아닠ㅋㅋㅋ 방학하니까 정주행하시는 분들이 퍽ㅋ발ㅋ 저야 좋죠ㅠㅠㅠ 어휴ㅠㅠㅠ 너무 감사해요ㅠㅠㅠ 뒤늦게라도 이렇게 봐주시구ㅠㅠㅠㅠ휴ㅠㅠㅠㅠㅠ 그러니 우리 도부자 끝날 때까지 함께 해주시기로 약! 쏰!!!!!!!!!!
그리고 여기서 시간도 좀 여유있겠다 지금 한 번 푸는건데 사실 강남 사는 도부자에서 경수는 초엘리트, 뙇뙇 박력남!!!!!!! 박력 폭풍!!!!!!!!! 단호박!!!!!!!!! 상남자!!!!!!로 설정됬는데 걍 제가 찌질한 남자 좋아하고 짤줍을 하다보니 경수가 틈틈이 호구같은 면도 많더라구요 그래서 지금 여러분들께서 귀여워 해주시는 도부자 캐릭터가 나온거란 사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머지 강남 사는 도부자 비하인드는 차차 풀도록 하겠습니다ㅋㅋㅋㅋㅋㅋ
여러분들 라뷰라뷰 사랑해염'ㅂ' 강남 사는 도부자 봐주시는 독자님들 모두모두 살랑해요!! 싸랑싸랑!!!!!!!!!!!!
저번에는 제가 정신이 없다보니 암호닉을 안썼는데 어휴... 정말... 아직도 생각만하면 심장이 아찔해지네여 덕분에 자야지 하고 누웠다니 괴성지르면서 일어났져..
그래서 오늘은 안까먹고 씁니다!!!!!두둥!!!!!!!!! 여러분 암호닉 신청은 계속 받으려구 합니다 걍 맘껏신청해주세요 'ㅂ'
[암호닉]
너구리걸님/면하트님/우비님/망고님/카페알바생님/아메리카노님/정수정수연님/바닐라라떼님/굔듀님/뽑뽀님/됴됴륵님/종순이님/몽구님/복숭아님/핫초코님/첸스님
모나리자님/쀼님/2평님/맴매맹님/꽯뚧쐛뢟님/이웃집여자님/제인님/베이비파우더님/데후니님/안녕님/안열님/랭거스님/6002님/사랑둥이님/부릉부릉님/전봇대님/딸기님
설렘사님/소녀님/제이너님/경수하트워더님/민속만두님/시카고걸님/모카님/찬효세한님/마름달님/세시님/로운님/스누피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