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울 주의 )
![[EXO/경수] 강남 사는 도부자 : 그들이 살아온 세상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4122715/c21e706f748ba00168b5bf90ad8f964d.jpg)
경수는 전화를 받고 잔뜩 일그러진 표정으로 사무실을 뛰쳐나간 종인의 자리만 멍하게 바라보았다.
무언가,
일이 생겼음에 틀림없다.
강남 사는 도부자
: 그들이 살아온 세상
경수는 부자다.
대학 시절부터 IT업계의 혜성이라고 불리우는 경수의 아버지는 창사부터 수많은 기업들의 억 대 투자를 받아 휘청거리는 타회사들과는 다르게 탄탄대로를 깔며 지금의 리터소프트를 만들었다. 연간 10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리터소프트는 이름만 들어도 알 정도의 대기업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을 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 곳곳에도 진출해있는 국내 대형 소프트웨어 회사로 그 규모는 점점 더 커지고있다. 이런 기업의 독보적인 후계자가 바로 경수였다.
많은 사람들의 축복 속에서 일명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경수는 형보다 더 아버지를 닮은 영특한 머리로 집안의 희망으로 칭송받으며 자라왔다. 그런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경수의 어머니는 강남 8학군에 경수를 밀어넣었고 경수는 자신의 꿈을 생각 할 새도 없이 주어진 목표를 향해 달려가야만 했다.
' 우리 경수는 장차 리터소프트 대표가 될 사람이니까 할 수 있지? '
' 리터소프트는 앞으로 더 클거야, 경수는 그렇게 만들 수 있어 '
' 경수는 할 수 있어 '
' 경수는 해야만해 '
어려서부터 들어왔던 말이었다. 학업 스트레스에 쩔어 코피를 흘리고 있을 때도 이겨내야한다, 할 수 있다, 덜컥 겁이 나서 뒷걸음 치는 경수를 꽉 붙들고도 피하지말고 맞서야한다, 너는 할 수 있다. 아뇨, 저는 할 수 없어요를 백 날 마음 속으로 외쳐봤자 아무도 알아주는 사람이 없었다. 경수는 할 수 있다 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용기를 얻기는 커녕 나락으로 빠지는 기분이었다. 지옥이 있다면 분명 지금 이 곳일테지
그렇다고 부모님이 나쁜 분인 건 아니였다. 경수가 아프면 걱정을 해주시기도 원하는 게 있으면 꼭 손에 쥐어주시기도 했다. 다만 그 분들에게 부족한 건 자식을 하나의 분리된 존재로 보질 않는 다는 것과 주변의 시선에 꿋꿋이 버티는 자세가 없다는 것이었다.
' 너는 내 자식이니까 '
' 주변에서 그렇게 우리 아들 공부 잘한다고 칭찬하더라 그러니까 성적 조금 떨어진거 올릴 수 있지? '
나름대로 생각이 깊은 경수가 그런 부모님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였다. 다만 견디기 힘들 뿐이었다. 학구열의 산실인 강남 8학군에서 쓰러지기 직전까지 공부해서 다른아이들을 밟고 전교권에 들면 그 흔한 잘했다는 칭찬이라도 받을 줄 알았다. 하지만 돌아오는 말은
' 역시 이 정도는 해야지, 다음에는 더 좋은 성적 기대할게 '
경수의 노력은 너무나도 당연시되었다. 그래서 다른아이들이 부모님에게 부리는 짜증,투정 또한 경수에게는 암묵적으로 금기되다 시피했다. 솔직히 말하면 힘들었다. 다른 아이들은 부모님이 따뜻한 분이 아니라도 모두 친구라는 존재와 함께 즐기고 경쟁하고 감정을 공유하고 분명 어느 한 곳이라도 털어놓을 곳은 있었다. 하지만 경수에게는 그런 작은 공간마저 허락되지 않았다.
낯선 친구라는 존재와 힘들다 못해 감정없이 보내는 나날들, 그렇게 경수는 틀에 자신을 가두고 입을 닫아버렸다.
너무 어릴 적부터 외롭게 살아가는 방법을 배운 경수였다.
12년동안의 결실을 한순간에 평가하는 때인 입시가 다가왔다. 무언의 압박이 심해질수록 경수는 혼자만의 틀 안에서 일부러 주변에 무관심해지려고 노력했고 그 모습을 알아주는 사람은 몇 없는 친구 중 하나인 종대가 있었다. 한 번은 종대가 경수에게 그렇게 말했다.
' 혼자 너무 마음 고생하지 마, 적절히 털어 놓는 것도 필요해 경수야 "
경수는 그 말에 그저 쓴 미소만 지어줄 수 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한 번도 자신의 마음을 누군가에 내비쳐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한 번이라도 해봐야 할 수 있을텐데, 그저 혼자 속으로 삭히는게 너무나도 익숙해져 버리고 만 것이다.
엘리트 코스라는 코스는 다 밟고 미친듯이 노력한 경수에게 돌아간 것은 우리나라 모든 학생의 선망의 대상이자 부모님이 그토록 바라셨던 S대 컴퓨터 공학과 합격통지서였다. 경수는 순간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허탈감을 지울 수 없었다. 그렇게 힘들게 했는데 미친듯이 했는데, 결국에는 이런 것 때문에 10년이 넘는 시간을 외롭게 보내왔다니, 합격 통지서를 부모님께 보여드리고 홀로 방에 들어간 경수는 확 터져나오는 울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절대 행복해서가 아니였다.
대학을 다니면서도 지옥의 연속이었다. 리터소프트의 규모가 커지면서 늘어난 기업간의 사교 모임, 리터소프트 후계자 자리를 포기하고 자신의 꿈을 찾으러 나간 형 대신 모든 자리를 경수가 채워야만 했다. 사람들은 경수를 인간 대 인간으로 보지않았다. 그저 사업적인 용도, 돈, 가치에만 눈을 반짝였다. 그런 생판 보는 사람들에게 거짓 웃음을 짓고있노라 하면 자괴감을 떨쳐낼 수 없었다.
자괴감은 경수의 벽을 더 단단히 했다.
다른 기업 아들들이 모두 공익 판정을 받고 혹은 뒷돈으로 면제 판정을 받아 2년을 벌었을 때 경수는 정정당당히 입대를 했다. 부모님은 그런 경수의 의견을 존중했다. 사실 군대는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었다. 조직화된 생활, 굳이 생각을 하지 않아도 하나하나 정해진 모든 일과는 육체적으로 고통스러워도 조금이나마 정신을 달래주었으니까
제대 후 머지 않아 대학 졸업이 가까워지고 졸업 앨범에는 친구 없는 경수의 독사진만이 걸려있었다. 4년을 아웃사이더로 보낸 경수에게는 당연한 것이었다. 경수는 차근차근 처음부터 졸업 앨범을 살펴보다가 이내 고등학교 졸업 앨범처럼 똑같이 태워버리고 말았다. 아는 사람이라고는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빨갛게 타오르는 불길이 비친 경수의 눈동자에는 추억하고 싶은 학창 시절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경수는 평범함을 꿈꾸었다.
종인이는 평범했다.
회사원 아버지, 가정주부 어머니, 4살 차이나는 남동생 그리고 자신, 뭐라고 더 설명 할 것도 없이 딱 평범함 그 자체였다. 하지만 평범하게 사는게 가장 어렵다고 어린 종인의 삶은 조금씩 부서지기 시작했다.
시작은 동생의 죽음이었다. 등교하던 동생이 뺑소니를 당한 것이었다. 범인은 동생을 치고난 후 바로 달아났지만 다행히 주변에 비치된 CCTV로 금새 꼬리가 잡혔다. 종인은 중환자 실에서 산소호흡기로 생명을 연명하던 동생 앞에 찾아온 범인의 얼굴과 병원비를 다 대줄테니 합의하자는 말을 잊을 수가 없었다. 부모님은 그런 범인의 뺨을 치고 마구 때리며 욕을 했지만 그런다고 동생이 나아질리가 없었다. 그 와중에 종인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르는 신에게 비는 것 뿐
하지만 신은 없다. 종인의 기도는 동생이 세 달간 겨우 붙잡았던 숨줄을 끊어버렸고 범인에게는 5년간 교도소 수감이라는 가벼운 형벌로 돌아갔다. 매일같이 가던 동생의 병실문을 여니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실신하신 어머니와 창가에서 조용히 눈물만 흘리던 아버지, 그리고 얼굴에 새하얀 천을 덮고있는 동생이 눈에 들어찼다.
사람을 잃는다는 것을 깨달은 종인의 나이, 열 넷이었다.
동생의 죽음은 너무나도 큰 후유증을 안겨주었다.
아버지는 금방 떨쳐버릴 것 같았던 동생의 죽음에 허우적 대 매일매일을 술로 보내시다 직장에서 해고 당하셨고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의 뒤치닥거리를 하다 생계유지가 힘든 나머지 식당 일을 다니게 되셨다.
활기차고 따뜻했던 집 안에는 어느 새부터 서늘한 공기만이 가라앉았다.
열 여섯 겨울방학, 뼈가 시릴정도로 추운 날이었다. 방에서 열심히 공부하던 종인이 일을 나가신 어머니 대신 전화를 받았을 때 비극은 한 번 더 닥쳐왔다. 아버지가 익사체로 발견되었다는 것이었다. 술을 마시고 밖에 나가신 아버지가 오랫동안 돌아오지않아 실종신고를 하고 삼일이 지난 날이었다.
원인은 투신 자살, 아버지가 술을 마시면서 항상 하시던 말씀이 있었다. 이 못난 애비가, 이 못난 애비가, 처음 들을 때만해도 아버지 잘못이 아니에요. 라는 말로 위로했지만 그게 계속되자 지친 나머지 그저 아무 말 없이 바라볼 수 밖에 없었는데, 그 상처가 너무 곪고 곪아 터져버린 탓일까, 그렇게 마지막 말도 못들은 채 아버지까지 잃었다.
종인은 가난했다.
고등학교에 다녀야만 했다. 하지만 새 교복은 아버지의 사망보험금 조차 빚으로 수중에 남아있지 않게 된 형편에 너무 큰 부담이었다. 그때 발견한건 다른 아이들은 받자마자 필요없다며 구겨버리던 기초 생활 수급자 아이들을 위한 가정통신문, 다시 고개를 들어 보게된 가정통신문을 버리는 아이들의 모습에 지난 날의 종인의 모습이 겹쳐보였다. 종인은 조용히 가정통신문을 접어 가방에 넣고 친구들이 반을 다 빠져나갈 때까지 자리를 뜨지못했다.
사람들이 말한다. 가난은 부끄러운게 아니라고 수치스러운게 아니라고
어린 종인에게 가난은 수치였다.
친구들이 나이키,아디다스 운동화를 신고 축구를 하러가자며 자신을 조를 때, 다리를 다쳤다고, 오늘은 컨디션이 안좋다며 홀로 교실에 남아 책을 봐야할 때 느껴지던 수치심
친구들이 피씨방 가서 게임 한 판만 하자고 땡깡을 부릴 때, 피씨방에 갈 돈도 없어 등록하지도 않은 학원에 가야한다며 핑계를 대고 집으로 향할 때 느껴지던 수치심
돈은 사람에게 수치심을 준다. 한밤 중 야자가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새벽같이 일을 나갔다가 돌아와 작은 숨소리조차 내지않고 주무시는 어머니의 왜소한 뒷모습을 보고있자하면 그렇게 비참할 수가 없었다. 하루는 주무시는 어머니 곁에 앉아 궂은 일에 거칠어진 손을 차마 잠에서 깨실까 어루만지지 못하고 그저 바라만 보고있는데 숨이 멎을 듯 목이 메여 도저히 공부를 할 수 없었던 적이 있었다. 종인은 자신이 마지막 희망이란 걸 알고있었기 때문이었다.
종인에게 좋은 대학만 가면 모든게 다 해결 된다는 선생님의 말씀은 세상의 전부였다. 학년이 바뀔 때마다 매번 선생님들에게 물어보았다. 정말, 정말 다 되는거지요? 대답은 모두 그래, 좋은 대학만 가거라, 좋은 대학은 종인에게 꿈이었다. 친구들은 그런 종인에게 말했다.
' 꿈 깨, 우리 학교에서 무슨 SKY야, 인서울만 해도 잘한거지 '
종인은 꿈을 이루고싶었다. 꼭 꿈을 이루어서 이 지옥을 벗어나리라, 꿈 깨라는 주변의 부정적인 시선에도 꿋꿋이 버티며 하루하루를 이를 악물었다. 가끔 본래의 평범한 삶으로 돌아간 상상을 했을 때에는 너무나도 길게 남아있는 여운에 일상생활이 힘들 때도 있었지만 참아냈다. 친구들이 가족끼리 외식하러 나간다며 자랑을 할 때 그저 좋겠다며 하하 웃어줄 뿐 정작 자신은 어머니와 같이 밥을 먹은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나는 현실의 괴리감도 참아냈다.
모든 걸 참아낸 고등학교 겨울 방학, 꿈 깨라던 주변의 말을 비웃듯 종인은 당당히 Y대 컴퓨터 과학과 합격 통지서를 받았다. 그동안 노력해왔던 것에 대해 보상을 받는 기분이었다. 기쁜 마음에 뒤늦게 합격 통지서를 보신 어머니와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이제 고생은 끝났다며 제창했지만 비극은 그렇게 쉽게 종인의 발목을 놓아주지 않았다.
종인은 대학교에 들어가서도 똑같이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을 쳤다. 과 탑을 달리며 수많은 장학금을 타도 부족했다. 스물 한 살,한창 친구들은 연애도 하고 꽃이 만발할 시기인 봄, 고되었던 인생 탓에 어머니는 당뇨와 심근경색으로 병상에 누워계실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가정환경 때문에 공익판정을 받고 밤낮 가릴 새 없이 일을 하고 틈틈이 과외까지 뛰며 장기를 파는 것 말고는 다 할 정도로 종인은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았다. 병원비는 어리다면 어리다고 할 수 있는 종인에게는 너무 버거웠다.
하루하루를 힘들게 보내던 중 종인은 문뜩 자신에게 목표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목표는 좋은 대학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좋은 대학을 다니는 현재, 또다른 목표가 있어야했다. 그렇게 눈에 들어온 하나의 목표, 리터소프트였다. 알만한 대기업들은 당장 어학연수도 힘든 종인에게는 무리였다. 하지만 대기업 계열사 수준의 리터소프트라면 어쩌면 지금보다 삶을 훨씬 더 낫게 해줄지도 모른다는 알 수 없는 확신감이 들었다. 리터소프트는 종인에게 꿈이 되었다.
종인이도 평범함을 꿈꾸었다.
목표가 생기면 분명 실현시켜버리고야 말았던 종인이었다. 국내 최대 소프트웨어 기업인 리터소프트 정규 사원으로 입사 한 것만 해도 만족했다. 엘레베이터를 기다리며 앞으로 자주 보게 될 얼굴들에게 밝게 인사를 건내는데 입사 첫 날, 신입들 입사 기념 치고는 회사 전체 분위기가 붕 떠있었다. 무슨 일일까, 조용히 상사들이 하는 말을 귀동냥 해보니 사장님 아들이라는 단어나 언뜻언뜻 들려왔다.
사장님 아들이라니, 딱 그 말을 듣고 종인은 아무도 모르게 실소를 터뜨렸다. 사장님 아들이면 얼마나 고운 몸일까, 얼마나 귀하게 컸을까, 험한 꼴 다 당하면서 이 자리까지 온 자신과는 비교도 안되겠지
그리고 사무실로 들어서자 딱 마주할 수 있었다. 같은 팀에 배정받은 귀하게 커왔음을 외모로 인증하는 듯 깔끔하게 생긴 또래의 남자 사원 하나, 소문의 사장님 아들이었다.
![[EXO/경수] 강남 사는 도부자 : 그들이 살아온 세상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01060/00ea53d76f30120f02981ce54ae04814.jpg)
' 서로 인사해, 우리 팀이 새프로젝트 때문에 인력 보충이 많이 필요하다 했더니 두 명이나 보내주셨네 "
자신을 김대리라고 소개한 여자 상사는 억지로 사장님 아들과 마주보게 했다. 마주한 첫인상은 한마디로 재수없었다. 하마터면 욕까지 나올 뻔했다. 짜증나게 바로 붙어있는 옆자리에다 하얗고 뺀질뺀질하게 생긴 낯짝은 종인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데 충분했다. 이 새끼는 분명 모든 엘리트 코스를 밟으면서 이 자리까지 올라왔겠지, 그에 비하면 청춘을 온갖 노동에 쏟아부은 자신이 초라해지기 짝이 없었다. 그렇게 힘들게 살아왔는데 결국 올라온 자리는 똑같았다.
하루가 지날 때마다 거세게 몸을 휘감아오는 열등감에 미쳐버릴 것 같았다. 아무 이유없이 회사를 다녀와 거실에 가만히 앉아있으면 우울해지기도 했다. 모두가 사장님 아들, 경수 때문이었다. 정말 힘들었는데, 매일을 죽을 것 처럼 살아왔는데... 만약 자신이 사장님 아들이었다면 하는 생각과 함께 고개를 들자마자 보이는 4명이었을 때 찍었던 가족 사진은 종인을 괴롭혔다.
대화가 없어도 서로 어떤 사람이다 라는 것정도 파악해갈 때 쯤 가면을 쓰고 사람을 대하던 종인은 궁금해졌다. 같은 나이, 같은 직급 등 공통점은 많으니 자신이 어쩌면 귀하신 사장님 아들의 상대가 되지 않을까? 이 사람이 누리고 있는 것들 중 하나 정도는 빼앗을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경수가 시시콜콜한 실수로 상사들에게 한 소리를 듣는 모습에 확신을 가졌다. 한 번 해보자
본래 유들유들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종인이 메뉴얼대로만 딱딱하게 행동하는 경수에비해 상사들과 친해지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그저 먼저 다가가 스스럼없이 대화를 하고 신입다운 질문을 하고 야근을 자청하며 신임을 쌓아갔다. 결과는 성공적으로 그들이 머릿 속에 김종인이라는 이름 석자를 새겨넣었고 사장은 자신의 아들이 입사한 날 직접 사무실까지 내려와 본인은 일체 아들의 업무에 관여를 하지 않겠다고 단언하신 바가 있었다. 때문에 사장님 아들이란 존재는 희미해져갔고 종인은 어느새 신입의 중심에 서있을 수 있게 되었다.
' 어째 종인 씨가 일을 훨 잘하는 것 같아, 사장님 누구에 비해 ... "
' 네? '
종인이 개발 1팀에 수정할 문서가 있어 바쁘게 엘레베이터 앞으로 가는데 바로 옆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던 민대리가 먼저 조용히 말을 걸어왔다. 민대리는 경수가 입사할 때부터 그를 탐탁치 않게 여겨하는 많은 사람들 중 한 명이었다.
' 아니 그렇잖아, 종인 씨는 하나를 알려주면 열을 하는데, 그 인간은 하나만 알려주면 딱 하나만 하니..이거 원.. 도움이 안 돼,'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 민대리는 종인의 뒷편을 바라보다가 할 말이 더 있었는 듯 아쉬운 표정으로 입을 닫고 다시 사무실로 들어가버렸다. 그리고 민대리가 사라져버린 사무실 입구엔 떨어뜨린 문서를 줍고 있는 경수가 보였다.
![[EXO/경수] 강남 사는 도부자 : 그들이 살아온 세상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4122715/5ed2820fae0a791dbd6adc764b3ddcd0.png)
' 개발 1팀에 보낼 문서에 빠트린 부분이 있어서, '
작게 떨리는 손으로 파일을 건내는 경수는 들이밀다시피 종인의 손에 쥐어주고 발걸음을 돌렸다. 종인은 그제서야 제대로 보게 된 것이었다. 공허함에 가득 차있는 경수의 얼굴을, 그러고보니 매일같이 민대리에게 혼날 때도 시정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라는 말을 하면서도 얼굴에는 공허함이 차있었고 다른 팀 신입들은 동기인 자신에게 투정을 부릴 때에도 대체 어디가서 분을 풀어놓는 건지 모를 정도로 입을 닫고만 있었다.
문뜩 종인은 자신이 편법을 써서 경수를 뒷구석으로 밀어넣은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안쓰러움과 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곧 실없는 웃음을 지어내며 경수가 떠난 자리만 날카롭게 째렸다.
누가 누굴 동정해, 여기서 제일 불쌍한 사람은 나인데
그렇게 서로에게 무관심 한 채로 어느새 1년의 끝인 4분기까지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 어느새부터인가 경수의 표정이 미세하게 달라졌다. 대놓고 티는 안나지만 조금 더 표정이 다양해졌다는 거? 종인이 그런 경수를 보고 순간 든 느낌은 위기감이었다. 자신이 힘들게 올라온 이 자리를 빼앗길 것만 같았다. 심지어 대놓고 경수가 한숨을 쉴 때에도 신경이 쓰였다. 평소에 워낙 자기 감정을 드러내지 않던 사람의 작은 변화는 나비효과로 커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키보드만 두들기던 종인은 손을 멈추고 숨을 깊게들이 쉬었다. 파티션 옆으로 흘깃 본 경수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마른 세수를 하고 고민에 빠져있을 때가 기회였다.
![[EXO/경수] 강남 사는 도부자 : 그들이 살아온 세상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4122715/157717f8ce0d6dc97ee0b46a1c6396a9.jpg)
" 도경수 씨, 요즘 일도 못하고 저번에 과장님한테 완전 깨지고, 무슨 일 있어? "
상대방을 탐색 할 아주 좋은 기회
" 그냥 일이 안 풀려서 그렇습니다 "
예상했듯이 경수는 종인에게 무뚝뚝하게 철벽을 치고 밀어냈다. 하지만 주변으로부터 서글서글한 성격만큼은 인정받아왔던 종인에게 포기란 없었다.
" 잠깐만요 도경수 씨! "
" 우리 좀 친해지자구요. 다른 부서 신입들은 같이 밥도 먹고 그러는데 우리만 이래요, 아무리 경쟁 사회라지만 회사 동기가 이러는 건 너무 섭섭하잖아요 "
섭섭? 물론 빈 말이었다. 경쟁 사회에 동기가 어디있어, 종인은 자신의 말에 웃음이 터질 뻔했다. 같잖게, 눈치가 빠른 종인이 경수가 어떤 연유로 달라진 건지는 굳이 오랜 시간 붙어있지 않아도 금방 알 수 있었다. 단순히 여자, 여자 그 하나만으로 사람이 바뀌어버렸다. 경수의 철옹성같은 철벽에 금이 간 것이다. 그 고귀하신 사장님 아드님이 로맨스라니, 거기에 여자 때문에 절절 매는 꼴이 우습기 짝이 없었다.
" 뭐가 문제입니까?
" 그럼 친하게 지내요 우리 "
종인이 내민 손을 잡은 그렇게 대단해 보였던 경수가 한순간에 같은 사람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원래 이런 사람이었던가 싶을 정도로 경수의 태도는 변해갔다.대놓고 티는 내지않지만 표정에서부터 자신의 기분을 숨기지 못했다.
" 사실, 오늘 ○○씨 카페에 오는 날입니다. "
감정없는 기계같던 사람이 바보같이 웃기도 하며 어쩔 때는 질투심에 못이겨 불안해하기도 했다. 그렇게 영원 할 것만 같던 경수에대한 멸시가 녹아갔다. 오히려 돕고싶은 마음에 커져갔다. 자신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남에게 안보여주던 인간다운 면모를 자신게에만 보여주는 경수를 돕고 싶었다. 결국은 경수도 똑같은 사람이란 걸 알았기에, 그 동안의 욕심은 지난 날 고생에 대한 애꿎은 심술이란 걸 알았기에
고등학교 때 친구들만 해도 이 나이 먹도록 철없이 구는 녀석들은 차고넘쳤다. 하지만 경수는 달랐다. 사장님 아들이라고 업무에 대해 태만한 모습을 보이지도 않았고 그런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민대리가 말해준 하나만 알려주면 딱 하나만 한다. 아마 그건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경수의 끈기였을지도 모르겠다. 또한 다른 동기들처럼 매일 투덜거리지도 않고 묵묵히 말을 들어주는가 하면 싫다,싫다 하면서도 다 들어주는 인간다운 면모에서 종인은 은근한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 경수는 종인에게 동기의 의미보다 친구의 의미가 짙어졌다.
경수를 따라다니며 알게된 세훈과 찬열은 어릴 적 죽었던 동생과 나이와 꼭 맞아떨어져 아마 그 아이가 컸으면 이만했겠지 하며 함께 있으면서 과거를 더듬기에도 좋았고 아무 생각 없이 있다보면 매일 숨 돌릴 새없이 고민하고 생각하며 살아오던 인생에 휴식 공간이 생긴 것만 같았다.
그렇게 다시 평범해지는 듯 했다.
어느 날 새벽이었다. 조용한 한밤 중에 갑자기 어머니께서 가슴의 통증을 호소하셨다. 하얗게 질린 얼굴과 곧 넘어갈 듯한 숨, 잠에서 깬 종인은 너무 놀라 눈물 조차 흘리지 못하고 119를 불렀다. 아직 사회초년생이라 부족한 경제 형편에 어머니의 병을 제대로 치료 할 약물 치료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정밀 검사 후 의사가 입원실로 이송되는 어머니의 뒤를 따라가려던 종인의 어깨를 붙잡았다.
" 아직 수술을 할 정도는 아니지만 또다시 쇼크가 오는 경우가 있어서 꾸준히 약물 치료를 병행하면서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
세상이 무너지는 듯 했다. 안정을 찾은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이런...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아 뚜욱 뚝 눈물을 흘리는 종인을 위로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종인에게도 마지막 희망은 어머니였다. 희망이 사라져버렸다. 세상에 홀로 남겨졌다.
그 날 종인은 회사에 나오지 못했다.
![[EXO/경수] 강남 사는 도부자 : 그들이 살아온 세상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01060/31c737ebc22c6dbae4545af1ba01e3a6.jpg)
언젠가부터 종인의 태도가 변해갔다. 그렇게 활발하고 싹싹하던 사람이 갑자기 축 늘어지고 무기력하고 까칠해져버린 것이었다. 시시때때로 회사에 결근하는 경우도 잦아졌으며 대화 또한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경수는 그런 종인의 눈치만 보다가 내성적인 성격탓과 두려움에 먼저 말을 걸지못하고 주변을 빙빙 돌기만하기를 며칠, 점심시간이 끝나고 다시 지루한 업무에 들어가려는 차에 사무실을 시끄럽게 울리는 전화 벨소리가 들렸다.
상사들은 매너없이 누구 전화냐며 짜증을 냈고 옆에 앉은 종인이 전화를 받자 불만을 토로했던 목소리는 잠잠해졌다. 그리고 연신 낮게 네,네, 만 반복하던 종인이 벌떡 일어서더니 아무 말 없이 사무실을 뛰쳐나가버렸다.
경수는 전화를 받고 잔뜩 일그러진 표정으로 사무실을 뛰쳐나간 종인의 자리만 멍하게 바라보았다.
무언가,
일이 생겼음에 틀림없다.
짖궂게도 어두컴컴한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 마냥 비가 퍼붓고 경수가 종인이 탄 택시를 따라 쫓아 온 곳은 다름아닌 대학 병원이었다. 대충 주변에 주차를 해놓고 급하게 우산을 쓰고 내렸지만 이내 택시에서 재빠르게 내린 종인의 모습은 찾아 볼 수가 없었다. 갈 길을 잃고 방황하던 경수는 먼저 병원 로비로 달려들어가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 종인이 갈만한 곳을 찾았다. 그리고 눈에 띈 곳은 응급실이었다.
응급실에 들어가 여러 환자들이 앓는 소리를 헤치고 종인을 찾았지만 여전히 그 모습은 보이지않았다. 이렇게 된 이상 병원 전체를 뛰어다니며 찾을 수 밖에 없었다. 힘든게 문제가 아니였다.
일반 입원병동부터 차근차근 다 돌아볼 심산으로 느릿느릿 내려오는 엘레베이터를 못참고 감기때문에 헐떡거리는 숨으로 비상 계단을 뛰어올라가 문을 여는데 저 멀리 보이는 수술실 위에 붙어있는 안내판에 수술중이라는 글씨가 빛났다. 그리고 그 아래 홀로 꼭 모아잡은 두 손에 이마를 기대 앉아있는 종인이 보였다.
같이 회사를 다니면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밥을 먹으면서도 약한 모습은 절대 보여주지않았던 종인이었다. 그런데, 울고 있었다. 낮게 흐느끼는 소리가 메아리처럼 병원 복도를 울렸다. 조용히 걸어가 경수가 종인의 옆에 서있었을 때 뭐라고 위로 해주기도 전에 종인이 먼저 입을 열었다.
" 가, 도경수 씨 "
" ... "
" 지금 도경수 씨 얼굴보면 더 화날거같아 "
경수는 그 말에 한발짝 뒤로 물러나 비에 젖은 우산을 벽에 기대어 놓았다. 말 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뜻이었다.
" 사람 말이 우스워? 가라고 했잖아!!! 가라고!!!!! "
이내 독기 서린 눈으로 일어나 경수를 내려다보던 종인은 흘러내리는 눈물에 독기를 지워버리고 또다시 의자에 힘없이 앉았다. 경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가만히 종인이 진정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 뿐, 자리에 앉아 어린 아이처럼 엉엉 울던 종인이 고개를 숙여 벅찬 숨을 삼키며 말을 하기 시작했다.
" 도경수 씨, 나 그렇게 좋은 사람 아니야 "
" ... "
" 도경수 씨한테 먼저 다가간 것도 좋은 의도 아니였어, 그러니까 나같은 거에 잘난 사장님 아들이 굳이 동정 줄 필요 없어 "
" ... "
" 도경수 씨한테도 좋을 거 없고 나한테도 동정은 사치니까 ... "
경수는 종인의 옆에 앉아 한동안 말이 없다가 울음에 움찔거리는 종인의 등을 토닥토닥 숨소리에 맞춰 두드려주며 말했다.
" 김종인 씨는 좋은 친구예요 "
" ... "
" 저를 도와준 김종인 씨는 진심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주는 건 동정이 아니라 위로에요. "
" ... "
" 이렇게 좋은 친구인데, 좋은 친구는 저한테 사치일까요 "
그 말이 끝나자마자 종인은 오열했다. 살면서 능력으로, 업무면으로, 성격으로 인정받은 적은 많았지만 사람 대 사람으로 인정해준 사람은 경수가 처음이었다. 아무리 힘들어서 힘들다는 말을 백날 해도 듣는 사람 아무도 진심으로 자신을 위로해주지 않았었다.
서로의 삶은 똑같이 고달팠기에 서로를 더 잘, 그리고 깊게 이해 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종인은 지난 날 경수를 괄시하던 자신에, 자신을 좋은 친구라고 말해주는 경수에 울음을 멈출 수 없었다.
" 너무... 너무 힘들었어... 무너지는 건 순식간이더라 "
종인은 이야기를 꺼냈다. 어느 누구에게도 들려주지 못했던 자신의 이야기를 말이다.
몇 십분에 걸친 종인의 이야기를 묵묵히 듣던 경수는 이야기가 끝나고 나서도 숙연한 분위기를 감출 수 없었다. 꺼내기 힘들었을 이야기 일텐데, 고개를 돌려 두어번 기침을 콜록콜록하고 옆에 놓아두었던 우산을 종인에게 건내주었다.
" 맨날 도움만 받았는데, 이제 제가 도움이 될 때네요 "
종인이 우산을 받아드는 것 까지 지켜보고나서야 경수는 의자 바로 맞은편에 있는 엘레베이터 버튼을 꾹 눌렀다. 아까와 다르게 엘레베이터는 순식간에 올라왔다. 경수는 엘레베이터 문이 열리고 몸을 실으려고 할 때 가만히 경수의 뒷모습을 보고있던 종인에게 말했다.
" 제 도움 부담스러워하지 말고 받아줬으면 좋겠어요. 좋은 친구에게 받았던 도움치고는 약소하니까 "
종인은 경수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엘레베이터에 탄 경수가 꾸벅 목례하는 모습을 붉어진 눈가로 마중해줄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힘들었던 하루 경수는 종인에게 위로가 되어주었다.
![[EXO/경수] 강남 사는 도부자 : 그들이 살아온 세상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01060/2f2cfb3d26544d8f07b163811897463b.jpg)
병원 원무과에서 나온 경수는 유리문 뒤로 보이는 아직 그치지 않은 비에 한숨을 쉬었다. 우중충한 오늘 하루를 대변해주는 것 같다고해야할까, 차까지 가려면 조금 걸리는데,
그대로 비를 맞으며 차까지 걸어가는 경수의 머리가,옷이 젖어들어갔다.이제 어디로 향해야 하는 걸까, 마음같아서는 그녀에게 향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런 꼴로 어떻게... 회사로 다시 돌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경수는 다시 저릿해져오는 머리에 미간을 찌푸리고 차에 올라탔다.
오늘만,
오늘만 쉬자
집으로 돌아간 경수는 씻을 정신도 없이 곧바로 침대에 쓰러져 누웠다.
한겨울, 이쁜 함박눈 대신 장대비가 오는 날
경수는 지독한 열병을 앓았다.
*
사담
하이 여러분 리히터예요!
오늘은 지젼 우울하져...^.... ( 할 말을 잃음 ) 원래 분위기가 이렇게 우울하게 설정된 게 맞슴미다..ㅎ..
강남 사는 도부자 등장인물 개개인의 개성있고 톡톡튀는 모습을 지금까지 봐오셨다면 어느정도 그 인물들의 뒷면, 깊은 곳까지 독자분들이 알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담겨있는 편입니다. 또한 친구가 없는 경수에게 진정한 친구가 생기고 서로가 친해지는 계기가 되는 편으로 앞으로 보다 돈독한 경수와 종인의 모습 보실 수 있으실 겁니다;ㅂ;
너무 우중충해서 정말 이해가 안되네염 하는 부분이 있다면 댓글로 물어보셔도 좋습니다!
무튼 그동안 밝고 보는 내내 웃음이 나오다가 갑자기 우중충해져서 위화감이 드시는 독자분들이 꽤 계실거라고 예상됩니다만..^.^ 다음 편부터는 다시 톡톡튀고! 밝고! 웃음이 넘치는 강남 사는 도부자 11화로 찾아오겠습니다!! 아이 프로미스 유!!!!!!!!!!!!!!!
독자 여러분 싸라해요!!!!! 라뷰라뷰!!!!!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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