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를 돌려보니 아무도 없었다. 나를 피한 건지, 내가 잘못 들은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 아이의 목소리를 오랜만에 들어본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아니, 행복했다는 표현이 맞을 지도 모르겠다.
2014년 8월 23일 날씨 맑음
오늘도 그 아이를 닮은 사람을 봤다.
나도 모르게 그 사람을 따라가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지?"
그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하루에도 수없이 그 아이를 찾고 싶고 보고 싶어진다.
차라리 주위 친구들처럼 학교 선배 혹은 친한남자인 친구를 좋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짝사랑이더라도 좋아하는 사람을 볼 때 만큼은 누구보다 행복할테니까.
2014년 9월 2일 날씨 흐림
차라리 마지막 꿈을 꿨던 그 때, 그 아이가 날 보러 온다는 말만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처럼 힘들진 않았을 것이다.
그냥 지나가는 꿈. 그저 꿈일 뿐 내 기억 속에서 시간과 함께 흐려질 것이다.
그런데 이상했다.
그 꿈을 꾼 뒤 그 아이는 흐려지지 않고 내 기억 속에서 더욱 더 선명해졌다.
내가 잊으려고 하면 할 수록 그 아이는 내게 흔적을 남기고 있다.
집에 와서 전에 써둔 일기장을 천천히 읽어 보았다. 그 아이를 본 것 같다는 일, 그 아이가 너무 보고 싶다는 이야기... ...
어느새 내 일기장도 그 아이로 가득 채워지고 있었다.
어느날, 친구에게 그 아이에 대해 말을 해본 적이 있다.
물론 꿈에서 본 남자라고 말하지는 않았다.
분명 날 이상하게 볼 게 뻔하니까.
그저 내가 찾고 있는 답을 알고 싶었다.
내가 찾고 싶어하는 그 답이 정답이 아니라면 빨리 아니라고 말해주길 바랐다.
시간이 더 흐르기 전에 내 스스로 그를 놓아주고 싶었다.
"그래서 그 아이는 언제 만났는데?"
"독서실에 갔다가 새벽 1시쯤에 우리 집으로 가고 있었어. 하필 매일 같이 가던 애가 그 날 아프다고 집에 일찍 가서 혼자 가고 있는데 너무 무서운 거야."
"무서웠는데? 그 다음은?
"무서우니까 혼자 노래 흥얼거리면서 빨리 아파트 문을 열고 들어갔지."
"누가 뒤에서 따라왔어?"
"확실하진 않았는데 그런 느낌이 들었어."
"헐 그래서 어떻게 됐어?"
"너 알지? 나 엘레베이터 못 타는 거..."
"알지! 너 때문에 다리 아파서 죽겠다. 이렇게 착한 친구가 어딨냐? 매일 같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해주고."
"그래서 내가 너 많이 좋아하잖아~"
"아, 징그러워. 빨리 다음 내용이나 말해라."
"음... 그 때가 새벽이니까 어두워서 계단으로 올라가는 게 더 무서웠어. 그래서 혼자 엘베에 탔어."
"헐 네가 엘베를 타다니. 어지간히 무서웠나 보다. 근데 뭐야 끝이야? 그 아이는?"
"잘 들어봐. 엘베를 타고 문을 닫으려는데 내 또래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타는 거야."
"오오 그 아이?"
"응. 내가 아파트로 이사 온 지 3년이 다 되어 가는데 처음 보는 아이였어. 그래서 이사를 왔나 보다 하고 우리 집 층을 누르려는데."
"누르려는데?"
"그 아이가 쭈뼛거리면서 말하더라."
"뭐라고?"
"너 엘베 못 타지 않아? 아닌가..."
"헐 너 엘베 못타는 거 창피해서 잘 말 안 하잖아."
"응. 그러니까 나도 그게 신기하더라. 근데 그 땐 이상하다는 생각이 안 들었어. 그냥 고마웠어."
"그래서 같이 타고 올라갔어?"
"아니, 그 아이가 나 보고 힘들면 내리라고 하더니 우리 집 층까지 같이 올라가줬어."
"와 이거 썸 아니야? 요즘따라 내 거인 듯 내 거 아닌 내 거 같은 너어어어~"
"썸이었을까..."
"아, 그 다음은? 그게 끝이야? 이름은 뭔데? 학교는 어디래?"
"이름은 나도 몰라. 물어본 적이 없었거든. 그냥 내가 무섭다고 느껴질 때마다 나타났어. 짠! 하고."
"번호는 알아? 연락했을 거 아니야"
"그러게. 생각해보니까 그 아이는 나를 많이 알고 있었는데 나는 그 아이에 대해 잘 몰랐던 것 같다."
"그럼 그 아이랑 너는 어떻게 된 거야? 지금 만나러 가면 되잖아."
"아...멀리 이사갔어! 그래서 보고 싶다는 뭐 이런 얘기지 하하."
"야, 이사 갔으면 잊어라. 장거리 연애는 피곤해요. 이 언니가 다 경험해봤지 않냐~"
"그렇지? 얘기 들어줘서 고마워. 근데 이제 종치겠다. 학교 끝나고 마저 얘기하자."
"알았어. 이따가 이어서 얘기해줘야 된다? 꼭이다!"
점심시간이 끝이 나고 수업 시간이 되었다. 어차피 수학은 포기한지 오래였기에 교과서를 펼치고 그 위에 그 아이와 함께 했던 추억을 다시 한 번 생각했다.
함께 영화관에 가서 팝콘을 집다가 손이 닿았던 일,
손이 시렵다고 하자 내 손을 잡아줬던 일,
같이 놀이동산에 갔던 일....
나만 기억하고 있는 이 추억들이 마음 아팠다.
어...? 그런데 놀이동산에 갔던 일...?
갑자기 잊고 있던 기억들이 떠올랐다.
꿈 속에서 그는 나와 토끼머리띠를 커플로 하고 여느 커플들처럼 데이트를 했다.
그러다가 내가 목이 마르다고 하자 어느 순간 사라진 그 아이는
멀리서 초코 아이스크림을 양 손에 들고 걸어왔다.
나는 손을 뻗어 아이스크림을 집으려는데, 그 아이의 손이 미끄러지는 바람에 내 원피스에 떨기고 말았다.
갈색으로 얼룩이 진 내 원피스를 보며 그 아이는 자꾸 미안하다며 어쩔 줄 몰라했다.
나는 그런 그 아이를 보며 괜찮다고 웃어보였다.
그러자 그도 웃는 나를 보고 안심하며 더 환하게 웃었다.
"다행이다~"
여기까지는 그저 기분이 좋았던 꿈이었다.
그런데 그 꿈을 꾼 주말,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옷장을 정리하다가 꿈에 나온 원피스가 눈에 띄었다.
실제로는 나가서 한 번도 입은 적이 없었기에 꺼내서 그 꿈을 회상하는데
초코 아이스크림이 묻어있었다.
우연이라고 넘기고 싶었지만, 우연이 아닌 것 같았다.
아주 어쩌면 그 아이를 만났던 건 전부 꿈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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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왔어요! 기다려주시는 분이 한 분이라도 계시다면 저는 행복합니다!!!
ㅠㅠㅠㅠㅠㅠ댓글은 정말 큰 힘이 됩니다...함께 행복해져요 해피 해피~~
그리고 첫번째 암호닉을 신청해주신 [단미]님 감사합니다~~~정말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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