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는 정글이다. 뚜렷한 약육강식이 뿌리깊게 자리잡은 일상 속에서 먹이사슬 정상의 강자들은 약자 위에 군림하며 하찮은 것들의 숨통을 조여왔고, 그로인해 약자들의 존재는 점점 흐릿해졌다. 나 역시 내 뒤를 쫓고있는 늑대 무리를 피해 도망친지 4일 째. 저놈들은 지치지도 않는지 연신 코를 킁킁거리며 내 채취를 따라 날 기가막히게 찾아냈고, 나는 죽기살기로 달리고 또 달렸다. 다행히, 어릴 때 부터 이런 상황이 잦았던지라 도망가고 숨는거엔 도가 텄지만 문제는 땀이다. 이마에서부터 흐르는 땀을 닦아 내고 팔에 코를 갖다대니 아니나다를까. 땀으로 인해 내 채취가 더 진하게 풍겨왔다. 아씨, 이럼 안되는데. 이거 완전 나-
“ 나 여기있어요! 하고 광고하는 꼴이네. 그렇지 토순아? ”
“ ...! ”
순간이었다. 등 뒤에서 들려오는 남자 목소리에 놀라, 쫓기고 있던 것도 잊은 채 비명을 내지르니 이내 남자의 손이 내 입을 막아온다. 어어, 쉿. 착하지. 다른 한 손으로는 나를 진정시키려는듯 등을 토닥이는데… 너 같으면 진정이 되겠냐고! 게다가 숨도 막혀 손으로 인해 봉인된 입술을 움직여 옹알옹알 거리니 그제서야 손을 떼고 얼굴을 맞춰온다. 왜에. 숨 막혔어? 물어오는 목소리가 퍽 태연했다. 대답도 안하고 놀라서 나온 눈물을 그렁그렁 맺은채 남자를 째려보자 그제서야 아!하며 무언가 깨달았다는 듯이-
![[EXO/도경수] 용왕전 01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010514/0a6557d9186e6088bd27ffe8d98f67fb.gif)
“ 안녕, 난 용궁에서 온 별주부. ”
자기소개를 하고는 억지로 내 손을 잡고 위아래로 흔든다. 그 손길에 흔들려 휘청거리다 급히 손을 빼고 낯선 이에 대한 경계를 하자, 자기는 육지 동물은 비려서 안잡아먹는 단다. 용궁. 분명 옛 친구한테 들은 기억이 있다. 바다 깊숙히 헤엄쳐 가보면 으리으리한 궁이 나오는데, 그 곳엔 바다의 모든 것을 통치하는 용왕님과 대신들이 계시다고. 또한 바다에서는 산호색 수정구슬을 통해 육지를 들여다 볼 수 있는데, 용왕님이 현재 육지에서 벌어지는 살생에 대해 걱정이 많으시다고 했다. 아마, 그 용왕님이 최근에 병에 걸렸다지? 아무튼, 하루가 멀다하고 육지로 나와 쫑알거리던 옛 친구 종대와 같은 출신인거 같아 경계를 풀고 어색한 인사를 건냈다.
“ 넌 토순이 맞지? 그동안 너 찾아다니느라 무지하게 힘들었어. ”
“ 저를 왜…? ”
“ 쬐깐한게, 어? 왜 그렇게 빠른데? 쬐깐해서 더 빠르나? ”
나 때문에 고생한게 생각난다며 잠시 인상을 찌푸리는 별주부씨도 꽤나 작은편이였지만, 굳이 입 밖으로 내뱉어서 뭐하나 싶어 입을 꾸욱 다물었다.
“ 근데, 너 쫓기고 있던 중 아니였어? ”
“ 아, 헐… ”
“ 너 채취 엄청 강하게 나는데? 물론 나도 덕분에 찾은거지만. ”
아니나 다를까, 별주부씨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멀리서부터 늑대들의 울부짖음이 들려왔다. 씨발, 별주부씨랑 얘기하느라 도망갈 타이밍을 놓쳤다. 지금 도망칠까? 아니야, 토끼가 빠르면 늑대보다 빠르겠어? 잡히는건 시간문제다. 그럼, 나무위에 올라갈까? 으, 씨발 나 고소공포 있는데. 갖가지 생각이 머릿속에 공존했다. 점점 새파랗게 질려가는 나와 다르게 별주부씨는 태연하게 너 잡으러 오나 보다. 라는 시덥잖은 말을 꺼내 내 공포심에 불을 붙이며 여유를 부렸다. 뭐야? 바닷속에 살아서 늑대의 무서움을 모르나?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파리에게도 흐에엑!!하며 기겁하는 종대가 떠올라 고개를 저었다.
“ 별주부씨, 우리 도망가야해요. ”
“ 왜? 쟤네 무서워? ”
“ 그걸 말이라고! 이빨은 이~렇게 크고요, 발톱도 이~~렇게 커요! ”
“ 그게 뭐가 무섭다고. 우리 용왕이 더 무서울껄? ”
혹시나, 몰라서 여유부리나싶어 팔을 들어 과장을 섞어가며 설명해주니 도리어 코웃음을 친다. 넌 간도 쬐깐한가보다, 라는 말과 함께.
“ 쟤네가 너 털 끝 하나라도 건드리면… ”
“ …건드리면? ”
“ 용왕이… ”
“ 용왕님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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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아아아아아앙!!!!!! ”
귀여운 얼굴과 몸짓과는 대조적인 우렁찬 소리에, 잔뜩 긴장하고 있던 난 그대로 비명을 지르며 정신을 놓았다. 서서히 아득해져가는 시야 사이로, 마치 의도했다는 듯이 별주부씨가 “ 미안, 토순아. 코 자고 일어나. ” 라며 날 편히 눕혀주는 걸 끝으로 세상이 깜깜해졌다. 씨바ㄹ...별주부 너 죽일거ㅇ.....내 분노에 찬 다짐과 함께.
* * * *
“ 아, 혀엉! 그렇다고 애를 기절시키면 어떡해? ”
“ 그럼 토순이가 보는 앞에서 용왕의 힘을 쓰라고? 더 까무라칠껄? ”
“ 이씽. 아무튼 형은 용왕님께 죽었다! ”
“ 헹, 배려해줘도 지랄이야. ”
들려오는 익숙한 하이톤의 목소리에 저 멀리 떠났던 정신이 돌아오는 기분이였다. 감겨있던 눈을 힘겹게 뜨고 띵-하게 밀려오는 두통에 절로 앓는 소리를 내니 쿠당탕당- 요란한 소리와 함께 이마에 얹어지는 손 하나. 아, 다행히 느껴지는 감촉을 보니 나 죽지는 않았구나. 살았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천장으로 향해있던 시선을 돌렸다. 그제서야 보이는 풍경. 어쩐지 참으로 낯설었다. 벽에는 장식품인지 미역같은게 나풀나풀 거렸고 그 옆으로는 불가사리 모양과 조개껍데기가 덕지덕지 붙어있었으며 창문으로는 물고기 떼가… 물고기 떼…물고기 떼…?…씨발?
![[EXO/도경수] 용왕전 01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010517/f48c49ee4051d0b988b0f9c5cc2202d6.jpg)
“ 토끼야, 정신이 들어? 머리 아파? 아니 다른 아픈 곳은 없구? 걱정해써어! ”
“ 종대…? 너 종대니…? ”
“ 웅! 나야, 종대! 몸은 괜찮아? ”
아니, 내 몸이 중요한게 아니야 종대야…. 아무래도 내가 꿈을 꾸는거 같아…. 그렇지? 내 생각이 맞다면 여긴 바닷속 같은데ㅎ.. 육지동물인 내가 바닷속에 있을리가 없잖아? 근데 나 왜 방금 물고기 떼를 본거같지? 그대로 또 정신을 놓아버릴 것만 같아서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나오는 대로 막 내뱉었다. 사실, 내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건 종대도 마찬가지인지 난감한 미소를 지으며 어…그러니까…만 연발했고, 별주부씨는 우리 둘을 보며 혀를 끌끌 찼다.
“ 내가 너 구해준거야. ”
“ …이게요? ”
“ 이게? 기껏 용궁까지 무거운거 업어서 데리고 왔더니 이게? ”
용궁. 현실로 와닿는 두글자에 실성한듯 웃음이 새나왔다. 와, 육지 토끼가 용궁도 다 와보네 씨발, 하하. 별주부씨가 그런 날 보며 토순이가 미쳤나보다 라며 검지를 들어 관자놀이에 빙빙 돌렸지만 그런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지금 이 상황 자체가 멘붕이니까. 전혀 상상하지도 못했다. 종대에게 용궁 이야기를 몇 번 들었을 때 한번쯤 가고싶다 라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진짜로 올 줄은 몰랐다. 생각이 복잡해져 머리를 싸매며 생각에 잠겨있는데, 종대가 단순하게 생각하란다.
“ 토끼야 여긴 안전해. 아무도 너에게 함부로 하지 못할거야. ”
“ 그게 문제가 아니라… 육지 동물이 바닷속에 오는게 가능해? ”
“ 원래는 안되는데, 그.. 너만. 너니까 가능해. ”
…나니까 가능하다고? 도통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는 종대에게 무슨 말이냐고 되물어보기도 전에 별주부씨가 내게 무언가를 건낸다. 얼떨결에 두 팔을 벌려 받아드니 딱 봐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소재의 천이 살결에 스치는데, 느낌이 퍽이나 부드러웠다. 그대로 안고 펼치보니 생전 보지도 못한 반짝거리고 하늘하늘한 옷이였다. 설마, 나보고 이걸 입으라는 건가?
“ 이걸 왜 줘요? ”
“ 입으라고. ”
“ 그러니까 왜… ”
“ 용궁의 주인에게 허락을 받아야 할 거 아냐. ”
별주부씨는 쬐깐한 토순이가 말도 많다며 투덜대고는, 내 옆에서 여전히 난감한 표정을 짓고있던 종대에게 나가자며 툭툭 친다. 종대는 어어- 라는 바보같은 소리와 함께 후다닥 방을 나갔고, 별주부씨는 방을 여유롭게 나가며,
“ 참고로 용왕은 예쁜걸 좋아해. 뭐, 용왕한테 넌 하이패스지만. ”
그렇다고 네가 예쁘다는 건 아니야.
저 씨발…. 굳이 뒷 말은 안해도 될텐데, 짓궂게 킥킥 웃으며 닫히는 문 사이로 종대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형!!!!토끼한테 그러지 말라고오!!!!!!
* * * *
종대에게 듣던대로 용궁은 으리으리했다. 번쩍번쩍 화려하게 꾸며놓은 복도를 가로질러 용왕님에게 가는 길, 가는 내내 종대는 늘 그렇듯 쉴새없이 조잘거렸다. 우리 용궁 짱이지? 용궁 중에서도 우리 남해 용궁이 제일 아름답다고 소문나 있어! 그리고 용왕님도 짱이야. 아, 맞다! 네가 지금 바닷속에서도 숨쉴 수 있는 것도 다 우리 용왕님 덕분이야. 진짜 짱이지? 그놈의 짱을 연발하며 내게 동의를 구해오는 종대를 보고 영혼없이 고개를 주억거려줬다. 그래, 좋긴 좋네….
“ 근데 종대야, 용왕님은 바다를 다스리니까 분명 연륜이 많으시겠지? ”
“ 응? ”
“ 흰머리도 많으시고, 수염도 가슴까지 내려오고! ”
…이를테면, 할아버지? 내가 상상해 본 바와 같다면 인자한 할아버지가 연상되어 종대에게 그대로를 말하니, 별주부씨와 종대의 웃음이 터져나왔다. 아예 몸을 젖혀가며 배를 잡고 웃는 둘을보며 물음표를 잔뜩 달고 쳐다봤으나, 깔깔거리며,
“ 용왕이 들었으면 통곡을 했겠네. ”
“ 토끼야, 우리 용왕님 젊어. ”
그 누구도 웃는 이유에 대해서 알려주지 않았다. 하지만, 몇분 후. 용왕님이 계신 곳에 들어가서야 그 둘이 왜그렇게 웃었는지… 어쩐지 알 것 같다.
![[EXO/도경수] 용왕전 01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010520/37850a802737be1d8e375d6a89033fb7.jpg)
“ …옥, 옥토끼야… ”
“ …? ”
“ 보고싶었어…. ”
본격 섹스피스톨즈 세계관에 별주부전 끼얹기ㅎ_ㅎ 글에서도 나왔지만 다시한번 정리하자면, 용왕 - 경수 옥토끼 - 여주 별주부 - 민석 갈치 - 종대 찾아보니까 별주부전 등장인물은 도미의원, 문어장군, 꽃게대신 등등등 근 10명정도 되던데 용왕,옥토끼,별주부 외에는 기존 별주부전과 다른 바닷속 친구들을 하는게 나을거같아서 종대는 시흥 은갈치였으니 갈치ㅎ_ㅎ 봐주셔서 감사합니다.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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