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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카메라는 나를 향한다. 내가 입은 재킷이며 내가 뿌린 향수, 그 모든 것에 대중들은 열광한다.   

 

 

 

하지만 그 속에 진짜 나는 없다. 나의 패션이 아닌 스타일리스트 언니가 만들어준 것이며, 나의 향기가 아닌 그저 인공적인 냄새일 뿐인데. 

 

 

 

나를 힘들게 하는 순간은 딱 두 가지다. 첫 번째, 조명이 켜지기 전 어두컴컴한 무대 위 나만의 순간. 하지만 노래가 끝난 후 텅빈 숙소에서 혼자 앉아 있을 때의 공허함과 두려움은 전신을 휘감는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내 삶은 그런 일상의 연속이다. 

 

 

 

행복하지만 공허하다. 

 

 

 

  

 

여느 때와 다음 없이 대기실 구석 쇼파에 앉아 있다. 멤버 언니들과는 어색해진지 오래다. 함께 그룹을 준비할 때는 이렇게 될 줄 몰랐는데. 나랑도 놀아달라는 쓸쓸한 눈으로 언니들을 쳐다보지만, 맞다 나 별로 안 친하지…. 사이가 안 좋지는 않지만 딱히 좋지도 않은 사이라고 해야하나.

 

 

 

"언니들 같이 앉아서 쉬어요!" 

 

 

 

정적. 

 

 

 

"저 좀 쉴게요." 

 

 

 

정! 적! 

 

 

 

...외로운 마음에 다시 고개를 숙이고 폰을 켰다. 안 그래도 게임할 생각이었다. 전혀 서럽지 않아 네버!  

 


 

똑똑. 


 

 

"선배님들 인사드리러 왔습니다!" 

 

 

 

처음 듣는 목소리. 남자 애들 몇 명 같이 들리지만 우울한 기분에 대답도 하지 않고 고개만 푹 숙인다. 쳐다도 안 보면 자기들이 아는 체 해주겠지. 같이 걸어나가 인사하기에는 멤버 언니들도 나를 다른 멤버인 마냥 취급하니까. 막내의 설움이다. 


 

 

 

열심히 점프 슬라이딩 점프 슬라이딩! 쿠키도 내 마음을 아는지 오늘따라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데, 자꾸 신경쓰인다. 아무리 대기실 구석 쇼파가 존재감이 없다고 해도 이건 아니잖아!  

 

 

 

"새 앨범입니다. 저희 엑소 잘 봐주세요!“ 

 

 

 

먼저 저 좀 봐주세요…. 

 

 

 

차마 구석에서 '여어~(찡긋)' 하고 아는 체 할 배짱은 없는데, 내 주특기인 쓸 데 없는 호기심이 또 발동했다. . 끝까지 나에게는 인사 한 마디 안하는 그들이 괘씸하기도 했고, 얼굴이나 한번 보자 싶은 마음이었다. '눈으로만' 힐끔보기로 한 나는 런! 런! 달리고 있는 쿠키는 잠시 정지시키고 엄청난 고뇌를 시작한다. 


 

후.. ㅇㄴ진짜 소심한데 볼까말까..? 지금 나가려는것같은데 지금 보면 아무도 모르겟지? 휴 그래 내가 선배야 후배 한번 힐끔거리는게 이렇게고민할문제야? 셋세고 눈만 딱 올리면 모를거야 지금 아무도 안보고있으니까11!! 1초만보고 눈깔자 하나 둘 셋~  

 

 

 

 

 

아, 


 

눈이 마주친다…. 

 

 

 

 * 

 

 

 

대충 미친듯이 무대를 마치고 아주 자연스럽게 언니들과는 다른 밴에 올라탔다. 이번에 새로 들어온 이온 음료 CF 때문이다. 학업에 지친 학생에게 하얀 원피스를 입은 내가 캔 음료를 나눠 주며 응원을 전하는 내용! 청순한 컨셉으로 갈 것 같다. 아, 상대역이 있다고는 했는데 전해 듣지는 못했다. 

 

 

 

"오빠, 촬영장까지 많이 걸려요?" 

 

 

 

"1시간 정도? 피곤한 것 같은데 도착하면 깨울테니까 좀 자." 

 

 

 

"땡큐~ 그럼 부탁할게요." 

 

 

 

무대 화장은 대충 닦아냈고, 세부적인 스타일링은 촬영 전에 한댔으니 30분 정도는 자도 되겠지…  

 

 

 

비몽사몽 눈을 뜨자 벌써 도착이다. 거의 반 수면 상태로 임시 대기실에 있다보니 이제 촬영 들어간다는 알림. 하얀 원피스를 입은 내 모습이 오늘따라 괜찮아 보인다. 거울 앞에서 빙그르르 돌며 포즈를 취해보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무도 못 봤으려나?  


 

광고 할 음료수가 담긴 예쁜 바구니를 양 손에 들고 운동장에 나갔다. 다행히 늦지는 않았는지 모두들 막바지 준비 중이다. 그 때, 감독님의 호출이 왔다.
 

 

 

 

"아무래도 광고다 보니 편하게 찍으면 될거야. 저 남자애 보이나? 촬영 들어가면 쟤는 벤치 앞에 앉아 있을거고, 3초 정도 뒤에 걸어가면 돼. 아, 어디 연습생이라던데… 혹시 같은 소속사?"  

 

 

 

저기 서 있는 저 남자애 말하는건가? 교복은 또 오랜만에 본다. 학창시절에도 교복보다는 무대 의상을 더 오래 입은지라 씁쓸하기도 하다. 물론 음악 프로에 온 남학생 무리들은 많았지만, 그런 걸 제외하고 말이다. 그런데 연습생이라고? 아무리 보아도 우리 소속사는 아닌데. 그래도 연습생인데 이런 광고도 나오는걸 보니 꽤 큰 곳 소속인가 보다.

 

 

 

"아… 다른 소속 같아요." 

 

 

 

"흠, 혹시 아는 사이면 더 자연스러울까봐 물어본건데 상관은 없지 뭐. 하여튼 딱 3초만 세. 다가가서 음료수만 주고 나면 나머지는 이 대사대로 갈거야. 덕분에 매출도  급상승했고, 워낙 프로니까 걱정은 안 해. 잘 해봅시다~" 


 

본격적으로 첫 촬영이 시작되고, 감독님의 말대로 벤치에 그 남고생이 앉아 있다. 자세히 보니 천막 틈으로 보이던 교복남이 얘였구나. 촬영 구경 온 학생인가 싶었는데… 


 

"자, 촬영 들어갑니다. 스타트!" 


 

하나. 


 


 

풋풋한 얼굴과 달리 눈빛은 공허한 듯 날카로워 보인다. 


 

둘. 


 

표정과 상반되게 멀뚱멀뚱 앉아 있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다. 첫 광고 촬영일텐데, 왠지 낯익은 느낌. 


 

셋. 


 

곧바로 미소를 지으며 한 걸음 다가가기 시작했다. 


 


 

촬영이 끝나고 이온 음료 한 캔을 얻어왔다. 서둘러 사복으로 갈아 입고 음료를 꼭 쥔 채 주차장으로 가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내 어깨를 쿡쿡 찌른다. 매니저 오빠인가? 뭐 이렇게 세게 찔러! 


 

"아, 가고 있는데 왜 찔러요!!" 


 


 

뒤를 돌아보자, 내 투덜거림에 당황했는지 급히 손을 떼는 남자가 보인다. 헐, 매니저 오빠가 아나었다. 교복 남고생? 광고만 같이 찍었지 말 한마디도 안 나눈 사이인데 내가 방금 뭘 한거야. 일단 인사라도, 


 

"죄…송합니다." 


 

"어? 안, 괜찮아!" 


 

??? 이게 아닌데. '안녕+괜찮아=안 괜찮아'라니. 난 머리가 있는데 왜 쓰지를 못하니…. 


 

"아니 그러니까 내 말은, 안녕 난 괜찮아…" 


 


 

"…." 


 

"그 뜻이었어. 허허허…허허." 


 

"저 누나 알아요." 


 

"…으엑?" 


 

ㅁㅊ 으엑이라니. 뜬금 없는 발언에 당황한 내 입이 이상한 소리를 냈다. 이제 보니 입이 문제구나…. 괜히 머리 탓했네. 차라리 귀엽게 '웅?' 정도라면 몰라도 '으엑?'이라니,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다. 근데 저 밑도 끝도 없는 이상한 소리는 뭘까. 내 자랑은 아니지만, 요즘들어 더더욱 여기를 틀어도 저기를 틀어도 불쑥 불쑥 튀어 나오는게 내 얼굴이 다.  


 

날 아는게 당연한거 아닌가?  


 


 

정적을 깨고 남고생이 한 마디 한다. 엄지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내가요." 


 

"…." 


 

이번엔 나를 가리키며 한 마디. 


 

"누나를," 


 

"…." 


 


 

자신의 머리를 톡톡 두드리며 말을 끝낸다. 


 

"안다고요." 


 

하느님, 왜 저에게 이런 시련을. 내가 말을 이해 못한게 아니잖아! 손짓까지 더해가며 자신의 말을 설명하더니 '말이 어려웠나?'하고 중얼거리는 아이도 참 답이 없다.  


 

"아… 그렇구나!" 


 

"…." 


 


 

더 긴 대답을 원하는거니? 이런 어색한 대화는 처음이다 진짜. 분명 내 말은 끝났는데도 무언가를 기다리는 얼굴로 나를 빤히 쳐다보기만 한다. 뭘 바라… 아, 혹시? 


 

"…음료수, 먹고 싶은 거야?" 


 

"…?" 


 


 

눈동자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딱 걸렸어! 어쩐지, 음료수를 먹고 싶었으면 말이라도 하지. 연습생이라면 내가 연예계 선배인건데, 이런 몇 백원짜리 음료수 하나 못 줄까. 벙찐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그에게는 미안하지만 어쨌든 나는 최소 10분 뒤에는 차에 탑승해야 한다. 남고생의 손에 음료수를 쥐어주며 말했다. 


 

"시원할 때 마셔. 빨리 이동해야 해서 급하게 가는거니까, 다음에 만나면 또 사 줄게." 


 

나도 연습생 시절에 선배님들 보면 되게 긴장했었지. 그래도 잘 보이려 따로 인사까지 온 것 아니겠는가. 막상 선배님을 마주하면 떨려서 이상한 말만 내뱉던 내 신인 시절을 생각하니 방금의 상황이 이해가 됐다. 옛날 내 모습과 오버랩되는 것 같아 더욱 측은한 마음이 든다. 


 

"열심히 해~" 


 


 

궁디팡팡까지는 나도 예의가 있지. 그 대신 팔을 올려 머리를 헝클어 주는데, 갑자기 머리 위의 내 손을 감싸 쥐는 너. 악력 장난 아니다…. 깜짝 놀라 바라봤다. 


 

"김종인이요." 


 

김종인? 붙들린 손에 팔이 올라간 채로 가만히 올려다 보자, 찌푸린 눈으로 여전히 나를 보고 있다. 


 

"오디션 보는 날 오토바이 사고 났었던…." 


 

오토바이 사고라면, 설마? 


 


 

"혹시…핫 팩?" 


 

살풋 웃음짓더니 그제서야 팔을 내려 놓는다. 


 

"기억하는구나, 역시." 


 

잡고 있던 내 손목은 여전히 꼭 쥔 채. 


 


 


 


 


 


 


 


 


 


 


 


 


 


 


 

안녕하세요 배부른자까입니다 처음보는 필명이라 당황하셨나요^6^(코팜) 

저도 많이 당황스럽습니다 떨려여 두근두근 아참 분량은 갈수록 수정될거에요. 

질문 의견및감상평 암호닉 전부다 감사히 받아먹고 성실히 답변하겟습니다 


 

이야기 괜찮나요...드르르ㅡㄹ브 많이 사랑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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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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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종인이!!!다음 내용 궁금궁금 흥미진진 다음편도 잘 부탁드려요 신알신하고갈게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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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부른자까
첫 독자분 감사합니다! 지금 보니까 분량도 퀄리티도 똥..이네요 그래도 미숙한 작품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댓글 하나도 큰 힘이 돼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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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아니에요!엄청 잘 쓰셨어요 혹시 암호닉 받으시면[헹구리]로해주세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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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부른자까
냠냠 헹구리님 댓글만으로도 배불러요 감사히 받겠스빈다 사랑해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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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헐 멤버들이랑 왜 안친해요... ?은따같은건가.....ㅠㅠㅠ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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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부른자까
그런 개념으로 봐주시면 될 것 같아요. 소심한 주인공의 성격도 한 몫 하네요..ㅠㅠ 댓글 감사드립니다 ♥ 큰 힘이 돼요
10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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