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높이 쳐든 발끝, 두 손은 부드럽게 너울거린다.
발가락은 온 몸을 지탱하느라 만신창이지만 손끝너머 관객을 바라보는 우아한 그 표정에 변함이 없다.
그녀가 보는 시선너머 관객석에는 아무도 들어와 앉지 않았다.
지루하게 바라보는 시선도 없고, 발을 의자 위로 올려놓는 무례한 자도 없다.
흩날리는 것은 찬사 아닌 먼지.
그 누구도 보지않는 왈츠. 그 누구를 위하지도 않는 왈츠.
푸에떼, 그리고 빠 드 부레 삐께.
보이지 않는 관객을 향해 인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나는 춤추고 있다.
바닥 가득한 회색 먼지는 일정한 궤도를 따라 지워져있었다. 그것은 내가 너를 기다리며 쉼없이 돌던 곳.
먼지의 두께는 세월을 의미하지.
항상 오는자 없는 너의 생일날. 나는 너에게 보여줄 것이 있는데 네가 없어.
그랑 아상블레.
다시 발끝을 차올린다.
너처럼 날 잘 아는 사람이 없기에 너에게 나를 온전히 보여줄게.
모든 것을 고백할게.
네가 내 몸 한구석에 새겨둔 너의 이름 다니엘.
그 순간이 너와 함께 했던 시간 중 가장 행복했다 말할게.
곧 나는 춤을 출 수 없다 말할게.
네가 아름답다던 나의 발끝은 깨지고 무뎌졌어.
나의 자랑이던 빛나는 금발도 광채를 잃었다 말할게.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아마 너에게 상관없는 일이잖아.
내가 더 이상 발끝을 옮기지 못하는게 보이잖아.
아무도 보지 못하잖아.
내 손과 발을 봐줘. 나를 봐줘.
곧 나는 아무것도 아니게 될거야. 그러니 날 봐줘.
이런 나에게 감기는 것은 약간의 추억.
아무도, 무엇을, 나를 봐줘.
난 항상 여기 있어.
네게로부터 한 발짝.
다니엘은 유년시절부터 지내오던 정든 집을 떠나게 되었다.
이 녹음진 땅을 떠나 삭막하고 낯선 동양인들의 나라에 터를 잡고 살게 될 것이다.
그는 오랜시간 열어보지 않은 서랍장을 열어보았다.
그곳에는 먼지가득한 오르골 하나가 나왔더랜다.
레베랑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