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https://instiz.net/writing/1152520주소 복사
   
 
로고
인기글
필터링
전체 게시물 알림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혹시 미국에서 여행 중이신가요?
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암울해 전체글ll조회 737





두 달간의 유학, 을 빙자한 호주 여행.

이때의 나는 이마 위로 흐르는 땀마저도 유쾌했다.






어릴 적에 우리집은 크리스마스를 챙기지 않는 집이었다.


단 한번,8살이 되기 엿새 전날.




그러니까 크리스마스 아침, 나는 머리 맡에서 어설픈 장식으로 포장되어있는 선물 꾸러미를 발견했다.


물론 안방 화장실 앞에서 포장지를 발견했다던지, 그 전날 점심 시간 전에 아빠 혼자 어딘가를 다녀와서 안방에 틀어박혔다는 사소한 일들이 있었음에도 나는 꾸러미를 열어보는 그 순간까지도 가슴이 뛰고 있었다.


그 선물을 열어보는 순간에는 온몸의 감각이 곤두서서 그 시간의 긴장감과 기대감, 따스한 공기마저도 꿀에서 헤엄쳤다.




그리고 나는 호주에서의 시간이 얼마나 달콤한 행복의 전조인지 그 누구보다도 감미롭게 음미한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몸이 녹아내릴 것 같은 달콤함의 절정은 한 소년과 함께 했다.





**


졸린 눈을 비비며 방문을 열자 거실에는 리차드와 낯선 소년이 앉아 있었다.

그는 리차드에게 기타를 배우러 오는 다니엘 스눅스라고 했다.

*리차드는 내가 두달간 머무는 홈스테이집 주인아저씨였다.



“ 좋은 아침, 잘 잤어?”


나는 다니엘의 웃음기 어린 인사에, 내가 지금 하고있을 추레한 몰골이 떠올랐다.



oh,my.

세상에!



인사를 하는둥 마는둥 달려간 화장실에서 확인한 몰골은 정말 부끄러워서 얼굴이 터질 지경이었다.


두 눈은 퉁퉁 부어있고, 머리는 봉두난발이 되어 하늘 높은줄 모르고 뻗어있고 얼굴은 밤새 낀 기름기로 번지르르 했다.




정신없이 씻어내고 나니 점차 머리가 맑아져 왔다.


내가 왜 부끄러워했지?

두 달 뿐이지만, 여긴 내 집이잖아!

아침부터 방문한 사람이 문제인거지 자고 일어난 내가 부끄러워 할 일이 아냐.

당연하거라고.



나는 조금 뻔뻔해지기로 했다.


“안녕, 난 한국에서 왔어. 정이라고 불러줘.”


물론 이 간단한 통명성 이후에 앞집의 찰리 세 자매를 돌보러 가야한다고 얼른 빠져나오기는 했다.






서너 시간 후에 집으로 돌아가자 옆 방에 머무는 엠버가 노트북을 두들기고 있었다.


그녀는 나보다 이 집에 좀 더 머물렀으니 알 것 같아 다니엘에 대해 물어보았다.


그녀는 묘한 웃음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일주일에 두 시간씩 배우러 오는 소년이야”


그녀는 또한 덧붙였다.


“착한 아이지”





**


아무리 사람이 친절하게 대해줘도, 결국 나는 이방인이다.

이 한계를 깨기 위해서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만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2달뿐이다.


자연스럽게 나의 세계는 아주 조그맣게 형성되었는데, 기이하게도 다니엘과 나는 운명처럼 엮어들어갔다.

서로의 관계 뿐만 아니라 감정까지도.



**



시큼새큼한 우리의 사랑은 무겁지 않다.




서로를 생각하면 눈물이 고이고 가슴 한켠이 먹먹해질만큼 애틋한 어른의 사랑도 아니고, 감정에 취해 앞뒤 가리지 못하는 바보같은 사랑도 아니다.


그렇다고 바람이 불면 부는대로 흔들리는 사랑처럼 가볍다는 것 또한 아니다.


단지 우리의 사랑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첫사랑만큼의 무게를 가지고 있었다.




사랑에 빠졌다는 것을 표현하라면, 깨달음을 얻은 수도자라고 조심스레 말하겠다.


너와 함께하면 장대비는 메마른 땅을 촉촉하게 적셔 줄 상쾌한 소나기가 되고, 안개가 내리면 구름을 걷는 기분 같았다.

너를 생각하면 내 마음은 움트는 봄에 피워낸 첫 봉오리 장미가 되었고, 너를 만나면 그 꽃 한 송이를 네 손에 쥐어주고 싶었다.



“안녕, Pretty?"




너의 장난기 어린 인사로 우리의 만남은 시작한다.



나는 주체할 수 없는 웃음이 부끄러워 너를 안기면, 너는 나를 단단히 끌어 안고 발걸음을 옮긴다.

너의 손이 너무 따듯하다.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대표 사진
독자1
허루ㅜㅜㅜㅜㅜㅜ대바구ㅜㅜㅜㅜㅜㅜ와ㅜㅜㅜㅜ
10년 전
대표 사진
독자2
ㅜㅜㅜㅜㅜ좋아요♥♥♥♥
금글..ㅜㅜ

10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확인 또는 엔터키 연타


이런 글은 어떠세요?

전체 HOT댓글없는글
[피어있길바라] 천천히 걷자, 우리 속도에 맞게2
10.22 11:24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사랑만큼 중요한 것이 존재할까
10.14 10:27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쉴 땐 쉬자, 생각 없이 쉬자
10.01 16:56 l 작가재민
개미
09.23 12:19
[피어있길바라] 죽기 살기로 희망적이기3
09.19 13:16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가볍게, 깃털처럼 가볍게
09.08 12:13 l 작가재민
너의 여름 _ Episode 1 [BL 웹드라마]5
08.27 20:07 l Tender
[피어있길바라] 마음이 편할 때까지, 평안해질 때까지
07.27 16:30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흔들리는 버드나무 잎 같은 마음에게78
07.24 12:21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뜨거운 여름에는 시원한 수박을 먹자2
07.21 15:44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사랑은 찰나의 순간에 보이는 것들이야1
07.14 22:30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사랑이 필요하면 사랑을2
06.30 14:11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새끼손가락 한 번 걸어주고 마음 편히 푹 쉬다와3
06.27 17:28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일상의 대화 = ♥️
06.25 09:27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우리 해 질 녘에 산책 나가자2
06.19 20:55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오늘만은 네 마음을 따라가도 괜찮아1
06.15 15:24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세상에 너에게 맞는 틈이 있을 거야2
06.13 11:51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바나나 푸딩 한 접시에 네가 웃었으면 좋겠어6
06.11 14:35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세잎클로버 속으로 풍덩 빠져버리자2
06.10 14:25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네가 이 계절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해1
06.09 13:15 l 작가재민
[어차피퇴사] 모든 것을 손에 쥐고 있지 말 걸1
06.03 15:25 l 한도윤
[어차피퇴사] 회사에 오래 버티는 사람의 특징1
05.31 16:39 l 한도윤
[어차피퇴사] 퇴사할 걸 알면서도 다닐 수 있는 회사2
05.30 16:21 l 한도윤
[어차피퇴사] 어차피 퇴사할 건데, 입사했습니다
05.29 17:54 l 한도윤
[어차피퇴사] 혼자 다 해보겠다는 착각2
05.28 12:19 l 한도윤
[어차피퇴사] 하고 싶은 마음만으로 충분해요
05.27 11:09 l 한도윤
[어차피퇴사] 출근하면서 울고 싶었어 2
05.25 23:32 l 한도윤


12345678910다음
전체 인기글
일상
연예
드영배
7: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