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정택운! 이름이 뭔가 마음에 들어!"
캐릭터마다 아무런 부가 설명도 없이 이름만 적혀있어서 누구를 고를지 한참을 고민한 끝에 두번째에 있는 정택운을 골랐다.
마우스를 가져가 정택운이라는 이름을 누르자 쌩쌩하던 눈가가 뻑뻑해지며 잠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아.. 안되는데.. 잠들면 안되는데..."
무거워진 눈꺼풀을 힘겹게 올리며 본 화면에는 게임이 시작된 듯 글씨가 써져있었다.
[ 사신 정택운 - CHAPTER.1 ]
"사신...?"
나는 결국 몰려오는 졸음을 참지 못했고 그대로 잠이 들었다.
*
"얘 별빛아!! 별빛아!! 학교 안가니!! 별빛아!!!"
"으음....5분만 더 잘래여...."
"지금 7시인데도?"
"우에ㅔㅔ에에에엑!!?!?!?"
분명 학교는 7시 40분 등교. 집에서 학교까지 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빠른걸음으로 20분.
씻고 머리말리는 것만 한시간이 걸리는데!! 망했ㄷ...엥?
"뭐야.. 어제 게임도 못하고 그대로 잠들어 버린건가.."
"별빛아!! 빨리 준비 안해!!!?"
"아 헐 맞다! 망했어 망했어!!!!!!!"
머리를 감고 가면 지각일게 뻔했기 때문에 급하게 머리를 묶고 집을 나섰다.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차 조심하고!"
"저 다 컸어요! 차 조심할 나이 지났다구요~"
신발을 꾸겨신고 버스라도 타야 안전하게 도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버스만 타면 지각하지 않을테니까!
"어!! 초록불 깜박인다!!"
타이밍 좋게도 횡단보도에 초록불이 켜져 있는 상태였고 나는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빠르게 뛰어갔다.
턱-.
"엑!"
철푸덕.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웃기게도 급하게 꾸겨신어서 묶지 못했던 신발끈을 밟고 넘어지고 말았다.
"아오..쪽팔리게.. 헐 빨간불로 언제 바꼈어. 빨리 건너야..."
빠아아앙-!!!!!!
"어.."
빨간불로 바뀐 신호등을 보고 빨리 인도로 가야겠다 싶어 제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어나자마자 고막을 뚫을 듯한 엄청난 경적소리가 들려왔고 경적소리가 난 곳을 쳐다보니 커다란 덤프트럭이 나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그러고는 몸이 붕 뜨는 느낌이 들었고 그 순간을 느낄 새도 없이 바닥으로 꼬꾸라졌다.
바닥에 머리가 닿음과 동시에 콰직- 하고 무언가가 깨지는 소리가 크게 들려왔고 머리 안쪽으로 바람이 통하는 기분이 들었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 아직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눈을 돌려 몸을 확인해 보니 반대로 꺾여버린 오른팔, 허벅지 살을 뚫고 나와 허리까지 올라온 왼쪽 허벅지뼈, 찢어진 와이셔츠와 뱃가죽 사이로 튀어나온 장기들.
그런데 이상하게 아프지 않았다.
덤프트럭 운전수는 차에서 내리지도 않은 채 그대로 나를 피해 차를 몰고 사라졌다.
이거..
"뺑..소니.....씨발........"
주변에 아무도 없었고, 횡단보도는 있지만 사람이 잘 쓰지 않는 이 곳에 씨씨티비가 있을리 만무했다.
저 뺑소니를 어떻게 해서라도 잡아 죽여버리고 싶었지만, 내 몸은 이미 내 통제밖이였다.
그때, 한 남자가 걸어왔다.
길가다가 흔히 볼 수 있는 샐러리맨 복장을 한 남자를 보는 순간 그래도 목격자가 있구나! 살 수는 있겠구나!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남자는 손에 들고 있는 핸드폰을 이리저리 만지며 나의 신상을 읊기 시작했다.
"사망 시간 10월 12일 오전 7시 23분. 이름 김별빛. 나이 18살. 성별 여. 가족은 어머니가 끝. 흐음..."
기분 나빠.. 이 사람은 뭔데 내 신상을 아는거야.. 사고가 났으면 신고부터 할 것이지..
속으로 남자의 행동에 대한 의문을 가졌다.
그런데 남자는 내 속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나를 쳐다보더니 핸드폰 화면을 보여줬다.
핸드폰 화면에는 나의 사진, 이름, 나이, 사는 곳, 가족관계, 사망원인, 사망시간 등 내 신상들이 있었다.
스토커인가 라는 생각을 하자 남자는 인상을 확 찡그리며 화면을 맨 위로 올려주었다.
그리고 그 화면에는 정확하게 '사망자 신원' 이라고 적혀있었다.
"사망 시간까지 앞으로 4분 21초."
나.. 죽는거야..?
"...."
진짜로..? 진짜로 죽는거야...?
"...."
살고 싶어.. 제발 살려줘.. 나 이대로 죽을 수는 없어.. 아직 못해본게 많단 말이야...
"...."
저기요.. 그 쪽이 사람마음 읽을 수 있다는거 이미 눈치 챘거든요... 못들은 척 하지 마시고.. 진짜 저 좀 도와주시면 안돼요..? 살려주시면 안돼요..?
"...."
네..?
"..후, 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