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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세상 뜨면 풍장시켜다오
섭섭하지 않게
옷은 입은 채로 전자시계는 가는 채로 손목에 달아놓고
아주 춥지는 않게
가죽 가방에 넣어 전세 택시에 싣고
군산에 가서
검색이 심하면
곰소쯤에 가서
통통배에 옮겨 실어다오

바람 이불처럼 덮고
화장도 해탈도 없이
이물 여미듯 바람을 여미고
마짐가으로 몸의 피가 다 마를 때까지
바람과 놀게 해 다오

-황동규 풍장1 中-





[EXO/백도] 풍장(風葬) | 인스티즈







현실은 암담했다. 췌장암 4기는 손 쓸 방도 없이 도경수를 죽어가게 만들었다. 더 이상 살 수 있는 방법을 찾기에는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 암담한 현실에, 변백현은 울부짖었고 도경수는 담담했다. 평상시의 그의 성격처럼, 그냥, 담담히 죽음을 받아드렸다. 도경수를 아는 모든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다. 죽음마저도 가장 도경수 답다고.


스물 하나라는 어린 나이의 도경수에게 찾아왔던 췌장암은 완치라는 거짓된 이름을 갖고 그에게서 떠나갔었다. 그리고 딱 이년 후, 스물 셋의 도경수에게 재발이라는 이름을 들고 찾아왔다. 아무도 모르게. 몰래 온 손님처럼. 이미 암은 조금씩 조금씩 그의 몸을 잠식해 가고 있었다.




'수술은 어려워요. 이미 많이 전이되어 있을 뿐 아니라, 환자의 체력이 이런 상태에서 수술을 집도했다가는 중도에 사망할 수 도 있습니다.'




하얀 병원복에 검은 니트가디건을 걸친 채 가만히 듣고 있던 도경수는 의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삼개월. 의사가 내린 내가 살아갈 날의 한계였다. 삼개월 뒤 죽는다는 말에 감히 아무도 도경수의 앞에서 울 수도, 악을 지를 수도 없었다. 변백현마저도, 그저 황망히 도경수의 행동을 지켜보았을 뿐이었다.




'고맙습니다.'




도경수는 짧게 목례했다. 주치의와 간호사들이 나가고 도경수와 변백현만이 남은 병실에서 변백현은 도경수의 침대 앞에 무릎꿇었다. 허벅지 위에 얹은 주먹쥔 양손에서 시작한 떨림이 온 몸으로 번져나갔다. 변백현의 눈에서 나와 그의 볼과 턱을 지나 떨어진 눈물방울이 회색의 병원바닥과 만나 산산조각 났다. 소리없는 흐느낌은 보는이들로 하여금소리를 내어 울부짖는 울음보다 더욱 깊은 처절함을 느끼게했다.




'백현아.'


'내가, 내가 미안해 도경수. 내가… 내가 미안해.'


'니가 왜 미안해.'


'너 아픈 것도 모르고 나는, 멍청하게'




도경수의 몸의 아픔마저도 제 탓으로 돌리는 변백현을 바라보던 도경수가 작게 웃음지었다. 처연한 그 웃음에 변백현이 고개를 들어 도경수를 올려다 보았다. 가만히 팔을 뻗은 도경수가 변백현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마치 어린아이를 달래듯이. 도경수는 한참을 변백현을 달랬다. 오랜 연인을 영영 잃을 남자를. 그렇게 한참이나 달랬다.


도경수는 바로 짐을 쌌다. 더 이상 살 가망이 없음에 그는 병원을 나가는 결정을 지었다. 주위 사람들이 미쳤노라 경악을 해도 그의 결정에는 흔들림 없었다. 그런 도경수의 결정을 묵묵히 지지해주는 변백현은 다니던 회사마저도 그만두고는 도경수를 따라 짐을 쌌고, 둘은 같이 시골 어느 마을의 한적한 집을 사 지긋지긋한 병원을 탈출했다.




'백현아. 우리 큰 강아지도 키울까? 나 시골에서 살면 꼭 해보고 싶던거였어.'


'그래. 우리 도경수 닮은 눈 동그란 큰 강아지 기르자.'


'그리고 우리 텃밭에 고추도 심고 배추도 심고 상추도 심고 그러자. 그리고 고기구워서 우리가 키운 채소에 쌈싸먹자. 또,'


'또?'


'응. 또 우리 마당에 그네도 만들까? 집 안에는 흔들의자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 그네는 직접 만들까?'


'안돼 우리 둘 다 손재주 없어서 큰일나. 아는 아저씨가 가구공장 하시는데, 부탁드리자.'




깡마른 몸과 어울리지 않는, 잔뜩 기대하고 있는 듯한 도경수의 재잘거림이 끊이지 않았다. 오랜만에 도경수의 두 뺨이 사랑스럽게 달아올랐다. 변백현은 운전석에 앉아 같이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다 하자. 우리 도경수 하고 싶은거 다 하자. 강아지도 키우고, 채소도 기르고, 그네도, 흔들의자도 다 사자. 여섯시만 되면 깜깜해지는 밤에 서로를 의지하며 늦게까지 대화하고, 가끔은 이웃집에 가서 먹을 것도 서로 나누며 그렇게 소박하게 행복하게 살자 경수야. 변백현은 마음 속으로 다짐했다.




'백현아.'


'응.'


'나 죽으면….'




끼익!


도경수의 갑작스런 한 마디에 둘이 타고 있던 차가 멈춰섰다. 뒤에서 온갖 클락션소리와 오만 욕을 다 쏟아내는 소리가 들렸지만, 변백현은 그저 시선을 앞에 고정한 채 꼼짝않고 있었다. 아니, 마치 시간이 멈춘 듯 얼어있었다. 말 한마디에 겁을 먹고 얼어버리는 제 연인의 모습에 도경수는 착잡함을 느꼈다. 


이러다 정말 자신이 죽으면. 몇개월 후가 지나면. 과연 변백현은 얼만큼이나 망가질까.




'나 죽으면 백현아.'


'….'


'나 죽으면 우리엄마한테 바로 연락해서 나 화장해야해.'


'….'


'쓸데없이 죽은 사람 끌어안고서 주책떨지 말고. 바로 장례 지내고 그래야해 백현아.'


'…응.'




대답을 요구하는 도경수의 눈빛에 변백현은 어쩔 수 없이 대답했다. 눈을 느리고 강하게 깜빡인 변백현의 목울대가 꼴깍였다. 긴장에 침을 넘긴 탓이었다. 핸들을 쥔 변백현의 손을 도경수가 부드럽게 말아쥐자 한숨을 내뱉은 변백현이 다시 차를 출발시켰다. 전보다는 느리게 굴러가는 검은색의 차체가 우울했다.




'사실 나는 풍장하고 싶었다?'


'풍장?'


'응. 풍장. 그냥 아무 것도 안 하고,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싶었어. 화장도 안하고 장례도 없이. 맨 몸으로. 비가 오면 오는대로 맞고 바람이 불면 부는대로 흔들리고. 재수가 없으면 까마귀가 와서 내 시체를 먹을 수도 있고. 그냥 그렇게 죽어서도 가만히 누워있고 싶었어.'


'…꼭 도경수 같이 생각해요.'


'근데 그러면 안 되니까 그냥 빨리 화장시켜줘. 마음같아서는 드라마처럼 강에 뿌려달라고 하고 싶은데 그거 불법이지? 아쉽다.'


'네가 원하면 그렇게 해줄게.'


'됐거든. 그냥 납골당에 조용히 안치시켜줘. 그거면 돼.'


'그래.'


'정말이야. 그거면 돼.'




마치 자기에게 최면을 걸 듯. 도경수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힘이 들었는지 좌석을 뒤로 젖혀 눕고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백현아, 도착하면 꺠워줘.



*



시골에 내려간지 딱 두달만에 도경수는 죽었다. 많이 괴로워 할 거란 의사의 말과는 달리, 평소처럼 변백현에게 굿나잇키스를 받고 좋은 꿈을 꾸라는 말을 나눈 뒤 잠든 그는 조용히 숨을 거뒀다. 변백현은 그의 옆을 가만히 지켰다.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 잠에 든 도경수를 가만히 지켜보았다. 숨이 끊어지기 직전 괴로운 듯 몸부림치는 그 모습까지 전부 지켜보았다. 죽은 당사자도 모르는 그 모습을, 유일하게 변백현만이 알고 있는 것이다.


숨이 끊어진 도경수의 몸을 굳기 전에 빠르게 정자세로 만든 변백현이 그제서야 도경수의 옆에 누워 그의 시체에 팔베개를 해주었다.




'도경수.'


'경수야 나는.'


'나는, 나는 정말, 나는.'




말을 잇지 못하고 그 짧은 시간내에 차갑게 굳어버린 도경수를 끌어안고 변백현은 한참을 오열했다. 딱딱해진 그의 얼굴에 키스를 퍼붓고 굳어린 손등을 쓰다듬고 푸석푸석한 머리카락을 조심스레 넘겨주며 숨을 거둔 도경수의 귓가로, 변백현은 빠르게 말을 내뱉었다.




'나는 도경수. 나는. 너 없이 잘 살게 경수야. 네가 바래왔듯이 그렇게 무너지지 않고 잘 버틸게 경수야.'




딱 아침까지만. 욕심 낼게 경수야. 아침까지만 너 이렇게 보고 만질게.


밝아오는 태양을 원망하며, 새벽닭의 울음소리에 맞춰 변백현은 도경수의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고 도경수가 누워있는 집을 나가 사람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 추운 겨울바람에 웃옷도 신발도 신지 않은 채로 몇 시간을 서있던 변백현은 삼오제까지 완전히 끝이 난 후에야 꼬박 일주일을 앓았다.


일주일이 지난 후 변백현은 천천히 제 일상을 찾아갔다. 새로운 직장도 구하고 새로운 집도 구했으며 시골의 집을 처분하고 도경수와 같이 기르던 강아지는 옆집 아주머니께 드렸다. 남아있는 도경수의 물건들을 정리하기 위해 시골에 다시 찾은 변백현은, 도경수의 물건을 박스에 깔끔히 넣어 정리했다. 나름 두 달을 지냈는데도 도경수의 짐은 박스의 절반을 간신히 넘길 정도밖에 없었다.


터벅터벅, 상추를 기르던 밭으로 간 변백현이 말라 비틀어진 상추를 조심스레 뽑아버렸다. 정성스레 갈구었던 텃밭의 끄트머리를 파낸 변백현은 도경수의 짐이 담긴 박스를 넣고 조용히 묻었다. 다시 덮은 흙 위를 꾹꾹 누르고서야 텃밭을 떠난 변백현이 마지막으로 경수와 함께 지냈던 방에 들어가 경수가 숨진 그 자리에 누웠다. 차가운 벽이 낯설었다.


번백현은 감히 제 마음속에서 도경수를 지울 수도 없었고 태워버릴 수도 없었다. 살아생전 도경수가 원했듯이, 변백현의 마음 속에서 도경수는 풍장을 치뤘다. 아주 오랜 시간동안. 변백현 역시 숨을 거둘 때 까지 그렇게. 천천히. 자연스레.


그렇게 도경수의 장례는 정말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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