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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찬디] 꽃, 일, 중독 | 인스티즈

[EXO/찬디] 꽃, 일, 중독 | 인스티즈









"바빠!"


"김대리님 저 거기서 파일좀 꺼내주세요. 아니 그거 말고 그 위에, 아 네! 감사합니다."


"응 자기야. 응 미안 나 오늘 야근있어. 응. 미안해."


"미안해요 내가 일이 밀려서. 다음에 꼭 저녁 먹어요."


"전 조금 이따가 퇴근 할게요, 아직 일이 남아서."




말만 들어도 바쁜 도경수의 하루는 정신없이 흘러갔다. 마치 왕벌의 비행을 듣는 것 만큼이나 휘몰아치고 정신없는 하루에 누구보다 지치는 것은 본인 자신일 텐데도 도경수는 그 하루하루를 알차고 보람되게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다. 애인과도 헤어지기를 수십, 주위의 만류와 걱정에도, 꿋꿋이 자기 할 일을 하며 살아가는 21세기의 바쁜 청년. 도경수는 워커홀릭이다.




"도대리, 오늘도 야근이야?"


"네 저 이 부분 수정만 하면 될 거 같아요."


"그거 수정만 벌써 다섯 번 째 아니야?"


"다시 검토하면 에러가 있고 그래서요. 먼저들 가세요."


"그러다 병난다. 오타도 없고 문제도 없는데 왜 그렇게 매달려?"


"제 마음에 안 들어서 그래요. 끝나면 바로 갈게요. 저 걱정 마세요."




야무지게 선배를 먼저 퇴근시킨 도경수가 생글생글 웃는 얼굴을 싹 지우고 바쁘게 키보드를 두드렸다. 타다다다닥. 평소 조용한 그의 성격과는 달리 일에 관해서는 날카로워지고 정신없어지는 도경수가 또 다시 일에 열정이 불타올랐다. 반 쯤 내려온 안경을 고쳐 쓴 도경수의 표정이 비장하다. 열시 삼십오분. 반짝이는 탁상 위의 디지털 시계가 아련하다.


깜빡 깜빡 휴대전화의 알람표시가 켜졌다. 초록색으로 깜빡이는 휴대전화에 흘끗 시선을 주었다가 다시 모니터에 집중하는 도경수의 행동이 얄미울 정도로 단호하다. 그런 주인이 못내 섭섭했던지 징징 울리기 시작하는 핸드폰을 도경수는 무시했다. 아니 무시하려고 했다. 끊질기게 울리는 전화는 도통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탁! 신경질적으로 엔터를 누른 도경수가 그 고운 미간을 좁히며 핸드폰을 노려봤다. 환한 액정에는 [알찬꽃집] 이라는 글자가 두둥실 떠다녔다. 한숨을 내쉰 도경수가 끊어지려는 전화를 붙잡아 받는다.




[여보세요.]


[이보세요 도경수씨. 꽃 예약해서 받아가기로 한 날짜가 벌써 일주일이 지났어요. 안 받으러 오세요?]




낮은 저음의 목소리가 화가 난 듯이 빠르게 스피커를 타고 넘어왔다. 잠깐 핸드폰을 멀리했던 도경수가 질린다는 표정을 한다. 이 새끼 또 이래. 전화를 받으며 자리에서 일어난 도경수의 표정은 일을 할 때 보다는 한결 가볍다.




[그 꽃 버리라고 분명 말씀 드렸습니다.]


[그렇게 못 하겠다고 저도 말씀 드렸습니다. 배달을 해 드릴테니 주소만 알려다라니까요?]


[필요 없으니까 그쪽이 알아서 처리해주세요 제발. 그때 돈 내지 않았습니까?]


[제가 돈 때문에 이럽니까? 그 쪽 때문에 잘려나간 꽃들이 불쌍하지도 않으세요?]


[자른지 일주일이 지났으면 벌써 죽었겠네요. 죽은 꽃 받는 취향 없습니다.]


[아직 생생합니다. 이 꽃을 버리든 말든 그건 도경수씨 선택인데, 우선 받아가기라도 하세요. 꽃들이 제 주인 찾아달라고 아우성입니다.]


[바봅니까? 꽃들이 아우성을 어떻게 칩니까. 아니 됐고, 그 아우성 듣기 싫으면 제발 그냥 좀 버리세요. 꽃 주인이랑 헤어진지 오랩니다. 끊습니다.]


[아니 도경수ㅆ…]




뚝 끊긴 전화에 찬열은 부들부들 떨리는 입꼬리를 주체할 수 없었다. 때리고싶다. 도경수 존나 때리고 싶다. 진짜 찾아가서 주둥아리 존나 세게 때리고싶다!!!



올해로 서른 둘. 도경수보다 딱 한 살 더 많은 박찬열은 어린시절부터 환장을 하던 식물들에 둘러싸인 일을 하고 있는 워커홀릭 아닌 워커홀릭이었다. 자신이 사는 집과 삼십분 거리의 상가를 임대해서 알찬꽃집을 운영하는 박찬열은 꽃에 살고 꽃에 죽는 꽃바보다.


그렇게 꽃을 사랑하다 못해 꽃과 결혼이라도 올리고 싶은 심정인 박찬열은 요 일주일간 어마어마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중이다. 본인 말에 의하면 탈모도 왔다고 하는데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다. 여하튼 식물을 좋아하는 만큼 유순하고 사려깊은 그가 이렇게까지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는 바로 도경수. 예약한 꽃을 일주일 전에는 받으러 와야했을 도경수 때문에. 그는 홧병에 걸릴 지경이었다.


꽃을 사랑하는 그로서는 꽃다발과 같은 주문이 들어오면 꽃의 줄기를 자르는 것에 대해 굉장한 슬픔을 느꼈다. 하지만 이 꽃을 받고 기뻐할 사람들의 얼굴을 상상하며 항상 꽃들에게 미안하다 사과하며 꿋꿋이 일을 해오는 박찬열이었다. 그런데 그 기뻐할 사람이 없어졌다. 꽃은 이미 줄기가 꺾였는데! 꽃의 생명을 잘라버렸는데! 사람들의 욕심으로 인해 죽어간 생명인데! 그 기쁨조차 받지 못하고 생을 끝내야 하다니!!!!


그렇게 둘 수는 없었다. 기쁨을 받지 못하더라도 이 꽃은 마땅히 주인을 찾아가야 한다는 박찬열의 지론에 의해 박찬열은 일주일간 하루에도 몇 번씩 도경수에게 꾸준히 전화를 걸었고 도경수는 그런 박찬열을 삼일째 되는 순간 부터 철저히 무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꽃에 관해서는 미친 사람같을 정도로 집착하는 박찬열은 한 시도 도경수의 핸드폰을 가만히 두지 않았다. 카톡, 문자, 전화 할 수 있는 모든 연락으로 도경수의 핸드폰을 뜨겁게 달군 그는 지칠줄 모르고 도경수에게 연락을 했다.



안녕하세요~ 알찬꽃집입니다. 손님이 예약하신 꽃다발이 나왔으니 오늘 내로 찾아가주시길 바랍니다^^


도경수 고객님 맞으시죠? 알찬꽃집입니다. 꽃 찾아가세요~


도경수씨, 꽃 찾아가셔야죠~ 오늘내로 꼭 오세요ㅎㅎ


도경수씨 꽃 가져가세요~


이보세요 도경수씨 꽃 좀 찾아가세요, 며칠째 안 찾아 가십니까?


도경수씨 꽃.


꽃.



점점 무성의해지는 문자와는 달리 이제는 카톡으로 꽃다발의 사진을 실시간으로 보내주질 않나, 영상통화로 꽃의 모습을 보여주지않나, 전화로 주인님~저 좀 찾아가세요~ 라는 어처구니 없는 소리를 하지 않나. 도경수는 그 나름대로 집요한 박찬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아니 이새끼는 돈도 줬으면 됐지 뭐 주인잃은 꽃을 찾아가라 마라야?

도경수가 아무리 일에 빠진 워커홀릭이라도 헤어진 연인을 위해 준비했던 꽃다발을 찾으러 가기엔 껄끄러움이 없지 않아 있었다. 꽃다발을 주기 이틀 전에 뻥 하고 차였으니 더욱이나 그랬다. 그랬기에 제발 좀 버려달라고 했건만. 이 꽃집주인 새끼는 말귀도 못 알아 쳐듣고 계속 꽃다발이 죽어간다는 소리만 징징댄다. 참 끈질기기도 하다.

다시금 진동하기 시작한 핸드폰에 도경수의 어이가 저 멀리 날아갔다. 이미 수정을 끝내고 인쇄만 남은 기획안을 흘끗 쳐다본 도경수는 의자에 걸쳐져있던 코트를 홱 입고는 사무실을 나가며 뜨거운 핸드폰을 다시 귀에다 댔다.




[도경수씨 꽃이 얼마나 세심한,]


[알겠어요, 알겠다고요. 지금 가고 있으니까 기다려요. 알겠어요?]




일주일간의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설득과 부탁 끝에 드디어 도경수의 대답을 받아냈다. 찬열은 그 사실에 전화를 끊고 으아아아아악!!!! 하고 큰 괴성을 내질렀다.


싸가지 없는 새끼. 장미가시에 찔러 죽을새끼!!!!!!


온갖 욕이란 욕은 전부 도경수에게 퍼붇는 주제에 도경수에게 갈 꽃다발은 마지막으로 섬세히 가다듬고 정리한다. 딸랑 하고 꽃집의 문이 열렸다. 단정히 머리를 넘기고 롱코트를 입은 자그마한 체구의 경수가 들어온다. 순간 박찬열의 머리 속에 한 송이의 꽃이 스쳐 지나갔다.


도경수, 복숭아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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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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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일단 신알신부터 누르고 얘기할게요ㅠㅠㅠㅠ
작가님 이런 찬디를 써주셔서 감사합니다ㅠ0ㅠ
오랜만에 들어온 글잡에 이런 취향 저격스러운 찬디가 올라와있을줄이야ㅠㅠㅠㅠ 징징대는 차녀리와 무심한 경듀... 다음편은 없나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새벽에 무한감동 하고 갑니다 혹시나 암호닉 받으시면 얘기해주세여 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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