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 ㅇㅇㅇ 눈이 왜그래? 라면 먹고 잤어?"
"어? 어, 응..."
"뭐 얼마나 심하게 먹어댔으면 눈이 그렇게 되냐"
사실 어제 세훈이가 한 말이 너무 서운해서.. 집에 도착하자 마자 참았던 눈물이 터졌거든. 평소에 눈물이 별로 없어서 그런지 한번 터지면 그칠줄을 모르는 성격이라 쉴 새 없이 울고 잤더니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까 눈이 무슨 왕벌에 쏘인 것 처럼 탱탱 부어 있는거야... 너무 추한거 같아서 어떻게든 좀 가려볼려고 안경 쓰고 강의실 들어갔는데 같은 과 친구인 찬열이가 날 딱 보자마자 하는 말이 라면을 얼마나 먹어댔으면 눈이 그렇게 되냐고 그러더라..ㅋㅋ 차마 찬열이한테 나 어제 울었다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서 그냥 두개 먹고 잤다 하고 설렁설렁 넘어갔어..ㅎㅎ 그나저나 오늘 만큼은 세훈이랑 안 마주쳤으면 좋겠는데.. 같은 과라서 어떻게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세훈이가 내 모습 보고 놀라면 어떡하지 걱정 되기도 하고 이제 강의 시작까지 십분 정도 남아서 곧 세훈이 들어 올텐데..일분 일초 지날수록 심장이 막 두근두근 거리는거 있지.
한 오분? 사분 정도 후에 강의 시작할 시간이 다 돼가는데도 어쩐 일인지 세훈이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거야. 세훈이가 노는 걸 좋아하긴 해도 강의 만큼은 성실하게 잘 참석하는 애라서 혹시 무슨 일이 생긴건가 막 걱정이 되던 찰나에... 옆에서 찬열이가 안경 쓰니까 더 못생겨진거 같다고 넌 라면 먹고 자면 큰일 나니까 앞으로 먹지말라고 막 놀려 대는거 있지. 덕분에 세훈이 걱정은 잠시 접어두고 진짜 약 올라서 찬열이 때릴 뻔 한거 겨우 참았어ㅎㅎ..
"그 얼굴로 시집은 갈수 있겠냐"
"참나... 오지랖은.. 너나 잘하세요 아저씨~"
"뭐? 아저씨? 너 이렇게 잘 생긴 아저씨 봤냐?"
"음... 원빈?"
"...."
내가 한 말에 또 반박은 못 하겠나 본지 찬열이가 바로 말이 없어지더라..ㅋㅋ 그렇게 시간이 금방 흐르고 어느덧 강의 시작하기 1분 전인데 마침 세훈이가 딱 들어오는게 눈에 보이는거야. 역시 세훈인 오늘도 변함없이 잘생겼구나 하고 느끼는 순간, 내 모습이... 팅팅 부은 눈과 화장도 안한 민 낯에 안경까지 쓴 모습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져서 세훈이한테 보이기가 막 두려운거 있지. 내 남자친구는 저렇게 잘생겼는데 여자친구라는 사람은 이 모양이고.. 또 저번 처럼 남 앞에서 기 죽이고 싶진 않아서 차라리 오늘은 세훈이랑 붙지 말아야겠다 생각했어. 급하게 책가방 싸들고 찬열이 옆으로 다가가서 같이 앉으면 안되나고 속닥거렸더니 뭔 소리냐며 맨날 오세훈 옆에 앉던 애가 왜 내 옆에 앉냐고 막 구박을 하더라 ㅠㅠ 나쁜...
"그.. 그냥, 좀 앉을게...어? 된다구? 알았어!"
"뭐래..."
말은 저렇게 해도 알아서 옆자리에 놓았던 가방 치워주는 찬열이가 고맙기두 했구, 한편으론 혼자 앉게 될 세훈이한테 좀 미안했어... 하지만 오늘은 옆에 있고 싶어도 얼굴이...!! 그럴 수가 없는 상태잖아. 세훈이가 이런 내 마음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교수님의 강의는 점점 무르익어 가고 있었는데 솔직히 난 세훈이 생각만 하느라 집중이 잘 되지 않았어. 그래서 턱 괴고 예의상 눈은 교수님을 바라보아야 할거 같아서 굉장히 멍한 눈을 하고 앉아있었지. 갑자기 옆에 앉아있던 찬열이가 연필 뒷부분으로 볼을 꾹 찌르길래 정신이 바짝 돌아오면서, 뒤늦게 수업에 집중하려고 연필을 쥐었는데 찬열이가 책 위로 쪽지 하나를 건네는거야.
[오세훈이랑 싸웠음?]
[아니]
[그럼 왜]
[그냥...오늘은 너랑 앉고 싶어서?]
[또 거짓말한다]
[ㅎㅎ]
맨날 세훈이랑 같이 앉았을 때는 훈이가 너무 강의에만 초집중을 하니까 나도 그냥 열심히 강의만 들었었거든. 근데 찬열이랑은 이렇게 몰래 쪽지도 주고받고 하니까 이게 너무 재밌는거있지. 그래서 괜히 ㅎㅎ, 찬열바보 뭐 이런 별 시덥잖은 말들을 써놓으면서 장난치고 있었는데 문득 진지하게 궁금했어. 정말 내가 세훈이랑 같이 다니기 미안할 정도로 못났을까? 하고.
[찬열아 내가 진짜 그렇게 못났어?]
[어. 완전]
[치... 단호박찬열]
[뭐야 그게]
[됐다 멍충아]
ㅠㅠㅠ나 무슨 자신감으로 그런 질문을 한거지..? 내가 생각해도 참.. 난 가끔씩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것 같아 ㅎㅎ... 어쨌든 찬열이의 답장이 너무 단호해서 뭐라 하지도 못하겠고... 그래 맞아 사실 아주 조금 삐친 상태였어 :( 그래서 일부러 '됐다 멍충아 이제 너랑 쪽지 안함~' 이러면서 이제 진짜 교수님 말씀에만 집중하려고 앞에 쳐다봤는데 몇 분 안지나서 찬열이가 다시 연필로 볼을 꾹 찌르는 거야. 눈살 팍 찌푸리면서 쳐다보니까 갑자기 무언갈 쓱쓱 적더라고. 안 어울리게 큰 손으로 종이까지 가려가면서.
[인상쓰니까 더 못났다 ㅋㅋㅋㅋ]
[혼날래?]
[장난이야ㅋ 너 같이 예쁜 못난이가 어디있어]
[거짓말쟁이]
거짓말인거 잘 알면서도 웃음이 실실 나오더라ㅎㅎ 그 이후론 답장이 없길래 나도 그냥 수업에 열심히 집중하기로 했어. 근데 웬 걸.. 몇 분 안지나서 강의가 끝나 버리더라고.. 책하고 필통 주섬주섬 챙기고 있었는데 갑자기 세훈이랑 마주치면 어떡하지... 걱정이 되기 시작하는거야. 제발 오늘은 훈이가 그냥 좀 빨리 가줬으면 좋겠는데 어쩐 일인지 자리에서 꼼짝도 안하고 앉아 있더라. 헐.. 설마 날 기다리는 건가.. 싶어서 괜히 찬열이한테 오늘 점심 같이 사먹으러 가자고, 내가 사겠다고 일부러 티나게 큰소리로 말했어. 그럼 오늘은 완전 비싼 점심 먹어야겠다고 끝까지 장난치는 찬열이 등 뒤로 숨듯이 강의실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근데 갑자기 누가 팔을 덥석 붙잡는거 있지. 좋지 않은 예감은 왜 항상 들어 맞는건지ㅎ... 역시 예상대로 세훈이었어.
"너 나좀 봐."
"..세훈아 나 가봐야 해. 이것 좀..."
"신경 안 쓰인다며."
"..."
"다른 여자랑 만나서 밥 먹든 영화를 보든 뭘 하든"
"..."
"괜찮으니까 내가 좋을대로 하라고 그랬잖아 니가."
"..."
"그래놓고, 이제와서 피하는 이유가 뭐야 너."
자꾸 피하니까 자기딴엔 내가 일부러 피한다고 생각했나봐. 근데 그게 아닌데... 난 자신이 없어서, 세훈이한테 못난 내 모습 보여줄 자신이 없어서 그런건데. 2년 동안 사귀면서 한번도 이런 모습 보여준적 없었던 말이야. 적어도 선크림에 립밤은 꼭꼭 바르고 세훈이 만났는데 오늘은 진짜 상태가 말이 아닌 만큼 세훈이한테 이런 모습 보이기도 싫었고 그리고 또…… 세훈이 주위엔 예쁜여자들이 널리고 널렸잖아 ...같이 길 걷다가 아는 사람 만나기라도 하면 어떡해. 나 때문에 훈이 또 기죽으면 어떡해. 그게 겁나서 그런거였어 난.
계속 고개 푹 숙인 상태로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었는데 오히려 그게 세훈이를 더 화 나게 만들었나 봐. 됐다고, 내가 너랑 무슨 할말이 더 있겠냐고 하면서 냉정하게 강의실 밖으로 나가버리더라. 당장 훈이한테 달려가서 미안하다고, 절대 일부러 피한게 아니라고 붙잡아서 말 해주고 싶은거 꾹꾹 참았더니 대신 눈물이 막 터져 나오는거야.
"뭐야 ㅇㅇㅇ 밥 사준다 해놓고선 왜, 어...? 너 울었어?"
"...아, 아니."
아무것도 모르고 먼저 가고 있었던 찬열이가 투덜거리면서 다시 강의실 안으로 들어오길래 급하게 소매로 눈가를 쓱쓱 훔쳤어. 울었냐고 묻길래 안 울었다고 밥 먹으러 가자고 했더니 갑자기 말 없이 다가와선 나를 안아주는거 있지. 뭐하는 짓이냐고 물어보기도 전에 얘가 안그래도 부은 눈이 더 부었는데 내가 모를 줄 알았냐고 하면서 등을 토닥 거려주더라... ㅠㅠ 찬열이 품이 너무 따듯하고 누군가한테 위로 받는 느낌이 싫지 만은 않은거야.. 그래서 그냥 계속 기댄채로 엉엉 울었어.
"아니긴 무슨. 오세훈이랑 싸운거 맞네."
"아니..거든... 아니라고...."
"알았어 알았어 뚝. 못난이는 울면 더 못생겨진다"
"우씨..."
"ㅋㅋㅋㅋ"
끝까지 나 놀려대면서 큭큭대는 찬열이가 좀 얄밉긴 했는데... 그래도 덕분에 좀 진정 됐으니까 고마운 마음에 뭐 먹고 싶냐고 물었더니 오늘은 자기가 사주겠다면서 날 이끌더라고. ..얘가 장난만 잘치는 앤줄 알았는데, 알고보니까 다정한 면도 있고. 찬열이가 좀 달라보이는 순간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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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여주를 도와줄 또다른 착한 친구 찬열이 까지 등장했네요...! 와아 근데 좀 마지막 마무리가 이상하긴 한데... 어쨌든.. (짝짝짝) 이번편에는 세훈이 분량이 좀... 아니 많이 적네요 ㅎㅎ 우리 독자님들 읽다가 암 걸리실까봐 분량 조절을....(핑계인듯 핑계아닌 핑계같은 너어~) 그나저나 늦게 와서 미안해요ㅠㅠ...
아그리고 참참참!!!! 제 글을 읽어주시는 우리 사랑스러운 독자님들!! 정말 치킨보다 더 사랑하는 우리 독자님들!!!ㅠㅠㅠㅠ추천5개에 예쁜 댓글들까지.... 저 정말 감동받은거 알아요?ㅠㅠㅠㅠ 성의 가득한 댓글들 막 세번 네번씩 읽어보면서 와...우리독자님들 짱이다 속으로 얼마나 감탄을 자아냈는지ㅠㅠ... 고마워요 정말...말로 표현할수 없을만큼 (눈물) 우리 독자님들 짱이에요! 예뻐!
♡Am Ho Nic~♡ 부릉부릉 님 직모 님 콘스프 님 기화 님 지코밥 님 로운 님 훈세 님 찡찡 님 빠밤빠밤 님 여르여르 님
모두 정말 감사드립니다. 작가가 많이 사랑하는거 아시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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