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물 주의하세요 카디 분명 컴퓨터 앞에서 눈을 감았던 것 같은데 내 주위가 푹신하다. 나는 잔뜩 뻐근한 얼굴을 접어대며 오만상을 찌푸린다. 피곤함이 온몸을 잠식한다. 앓는 소리를 내어도 두 손과 발은 멀쩡하게 잘 움직이는 탓에 스스로 몸을 일으켜 거실로 걸어갔다. 두 남자가 배를 내놓고 자고 있다. “ 감기 걸릴라, 이불 좀 덮고 자지…….” 피치 대디 1 소파가 없는 탓에 거실은 두 남자의 놀이터다. 아이라도 덮어 주어야 할 것 같아 다시 침대로 돌아가 작은 이불을 들고 고르게 펴 덮어줬다. 시계가 벌써 네 시를 훌쩍 넘었다. 부엌까지 펼쳐져 있는 장난감들의 행진에 잔뜩 열이 받다가도 이른 저녁까지 자신을 깨우지도 않고 잘 논 두 남자들을 생각하며 나는 허리를 숙여 그것을 집었다. 작년 크리스마스 때 아이를 위해 시누이가 사온 작은 경찰차다. 저번 계약을 위해 출판사에 들렀다가 받아 온 치즈케이크는 흔적도 없이 동이 나 있을 줄 알았는데 제법 귀여운 짓을 해 놓았다. 작은 아빠 드세요. 작은 케이크 조각이 접시에 담겨 냉장고에 들어 있다. 분명 아이의 짓이다. 기특함에 얼굴을 붉혔다. 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 벌써 일어났어? 나는 형 24시간 자는 줄 알았는데.” “ 너야말로.” “ 내가 뭘……. 해밀이 놀아주다가 낮잠 잔 건데.” “ 그래. 잘 했어.” “ 근데 이거 네가 랩으로 쌌어야지. 냉장고에다가 그냥 넣어 놓으면 수분 다 빠져서 못 먹는단 말이야.” “ 해밀이가 했어. 해밀이가 나보고 손대지 말래.” “ 해밀이가 너보다 낫다.” “ 야! 사실 내가 시킨 거거든?” “ 그럼 랩으로 쌌어야지.” 이번에도 또 당했어. 잔뜩 눌린 목소리로 미안해 하고 사과하는 통에 뭐라고 더 따지고 싶은 마음도 사라졌다. 케이크를 꺼내 한 번 떠먹는 꼴을 보고 나서야 그는 내 어깨에 얼굴을 걸치고 입을 벌린다. “ 나 줘. 아.” “ 해밀이가 나 먹으라고 준 거잖아.” “ 형 치즈 케이크 안 먹잖아.” 대꾸할 말이 없다. 진짜 싫어하니까. 그래도 아무렇지 않게 두어번 더 떠먹는다. 물론 뜨는 양은 아주 조금. 것 봐. 의기양양한 얼굴에 괜히 욕심이 치솟는다. “ 내가 이거 다 먹을 거야.” “ 입도 짧고 취향도 아니라며.” “ 내가 언제.” “ 형이 나랑 연애할 때 카페에서 그랬잖아.” 그는 기억력이 매우 좋은 편도 아니면서 내가 하는 말은 뭐든 기억해서 난리다. 그 상황에 대해 어떻게 너는 날 매번 골탕 먹이려고 그러는 것도 아닌데 내 말에 하나 하나 대꾸하냐고 물어봤지만 “ 사랑의 힘이지.” 따위와 같은 실없는 소리만 여러번 듣고 포기 상태에 이르렀다. 결국 나는 포크를 그에게 넘긴다. “ 해밀이한텐 내가 다 먹었다고 해.” “ 아 당연하지!” 잔뜩 입안에 케이크를 우겨 넣은 채로 밉지 않은 소리를 한다. “ 저녁 나가서 먹을까?” “ 갑자기 왜?” “ 오늘 설거지 하기 귀찮아서.” 나는 이 말이 거짓말이라는 걸 안다. 어제 밤새 원고를 적어 내려간 손을 오늘 또 고생하게 만들고 싶진 않아……. 그가 술기운에 나에게 중얼거렸던 말이었다. 어차피 직업 탓에 손이 고생하는 건 당연한 일인데도 말이다. “ 그럼 해밀이 깨워.” “ 형이 깨워주라, 나 치즈 냄새 난단 말이야. 김해밀 냄새 완전 잘 맡아.” 그의 등떠밈에 나는 거실로 밀려나고 만다. “ 김해밀, 일어나자. 밥 먹으러 가자. 해밀아, 많이 잤어.” “ 으응…… 짜근 아빠야?” “ 응. 작은 아빠야.” “ ……해밀이가 케이크 냉잔고에 넣어 놓았는데 머거써?” “ 아빠가 다 먹었지.” “ 큰 아빠가 다 머거쓰니까 짜근 아빠 혼자 먹어써야 해.” “ 그렇게 했어. 해밀이 일어날까?” 으응…… 잠투정이 심하지 않은 탓에 아이가 곱게 일어난다. 기특하기 그지 없을 따름이다. 그가 부엌에서 아이를 향해 소리친다. “ 해밀아. 가기 전에 유치원 숙제 작은 아빠한테 보여줘라!” 그 말에 그를 꼭 빼닮은 졸린 눈이 번쩍 뜨이곤 작은 몸이 거실 구석에 있던 샛노란 색 유치원 가방을 향해 기어간다. “ 이거 부모님 이름 해밀이가 직접 저그는 거야.” “ 아……. 이거 해야 해, 해밀이?” “ 응! 그런데 큰 아빠는 자기 이름 안 가르처 조. 김조닌인 거 해미리도 아는데!” 아이의 귀여움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 자꾸 짜근 아빠 이러나면 짜근 아빠한테 물어보래……. 아빠, 가쳐 주세오.” “ ……알았어. 여기 아빠가 이름 적을테니까 해밀이가 연습한 다음에 유치원에서 준 종이에 적어가자.” “ 우응, 네!” 어제까지만 해도 키보드를 두드린 탓에 욱신거리던 손가락을 힘줘 연필을 쥐고 나는 이름을 써내려갔다. 김종인, 도경수, 김해밀 그와 나, 아이는 가족이다. 육아물입니다 함께 달립시다 잘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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