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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eet Love

w.클레오파리스크

 

 

 

 

 

 

 

 

 

01

 

 

 

 

 

 

 

“ 이제 다 끝난 거 맞지? ”

 

 

 

아, 죽겠네. 과사무실 소파에 털썩 주저앉으며 앓는 소리를 냈다. 학교를 오는 것도 오랜만이었고, 갑갑한 나날들이 이어질 생각에 아찔함을 느낌과 동시에 피로가 몰려왔다. 목 끝까지 잠그고 있던 코트 단추를 하나 풀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곧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앓고 있는 성열의 모습을 보며, 혀를 끌끌 차던 조교가 성열의 맞은편에 앉으며 타박을 놓았다. 그러기에 인터넷 복학 신청 기간에 신청을 하지 뭐 했느냐 부터 시작해서, 벌써부터 이렇게 앓고 있으면 어떻게 학교를 다닐 거냐는 것까지. 두 눈을 감고 조교의 잔소리를 고스란히 듣고 있던 성열이 배시시 웃으며 눈을 떴다.

 

 

 

“ 그래도 오랜만에 나 보니까 좋지 않아? ”

 

 

 

좋기는. 실없는 성열의 말에 코웃음을 치며 웃던 조교가 손목에 찬 시계를 힐끔 쳐다봤다. 교수님과 약속했던 시간이 머지않은 것을 확인하고는 제 손에 들고 있던 종이를 성열에게 건넸다. 얼떨결에 건네는 것을 받아 든 성열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조교를 바라봤다.

 

 

 

“ 10분 뒤에 정 교수님이랑 너 면담 있으니까 내려가. ”

“ 거짓말…. ”

“ 내가 거짓말 하는 거 봤어? ”

 

 

 

아니- 고개를 저은 성열이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휴학을 할 때든, 복학을 할 때든 가장 싫었던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학과장님과 하는 면담. 유난스러운 교수님들 덕분에 하루하루가 괴롭다 못해 학교를 때려 치고 싶을 정도로 숨통 죄는 생활도 모자라, 학과장님은 바쁘지도 않은 것인지 자신들에게 관심이 많았다. 특히 자신에게. 이제 그만 관심 좀 꺼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한숨을 푹 내쉬며, 손에 든 종이를 들고 인상을 찌푸렸다. 받긴 받았는데, 면담 하는 것과 이 종이가 무슨 연관이 있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기에. 계속 해서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성열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조교가 입을 뗐다.

 

 

 

“ 복학한 뒤 네 계획 써오라고 하시더라. ”

“ 아, 진짜…. 나 안 가면 안 돼? ”

“ 얼씨구. 군대 가기 전이나, 갔다 오고나 어쩜 그렇게 똑같냐. ”

 

 

 

칭얼거리는 성열의 손에 펜을 쥐어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신이 성열과 마주보고 노닥거릴 시간이 없었기에. 얼굴 가득 인상을 찌푸리고, 투덜거리면서도 꾸역꾸역 무언가를 쓰고 있는 성열의 정수리를 가만히 바라보다 다시 한 번 시계를 힐끔 쳐다보며 말했다. 7분 남았네. 그에 입술을 삐죽인 성열이 종이를 뚫을 것처럼 바라보며 바쁘게 펜을 잡은 손을 움직였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자신을 향해 비꼬는 목소리가 귓가에 웅웅 울리고 있었다. 군대 한 번 더 갔다 오라고 하면 그럴 수 있을 정도로 학과장님의 잔소리가 싫었기에, 시계를 쳐다보며 지키지도 않을 계획들을 빼곡하게 채워 넣었다.

교수님 방에서 나와 복도를 터덜터덜 걷는 동안 귓가에 울리는 말에 귀를 두드렸다. 제발 내 귓속에서 나와라, 좀. 하지만 아프기만 할 뿐, 귓가뿐만 아니라 머릿속에도 둥둥 떠다니는 말들에 고개를 저었다. 2년이 지난 교수님은 세월을 무시하신 듯 한결 같았다. 한 시간여 가까이 면담을 했을 뿐인데, 피로가 물밀듯 밀려왔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꾹꾹 누르며 생각했다. 집에 가서 잠이나 잘까. 복학 신청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빼고 왔기에 집에 가봤자 할 것이 없었기에. 그렇다고 해서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고 싶진 않았고. 또 그렇다고 해서 집에서 백수마냥 뒹굴고 싶지도 않았고. 뭘 해야 하나 하고 터덜터덜 걸으며 골똘히 생각하고 있던 찰나였다.

 

 

 

“ 야, 이성열! ”

 

 

 

뒤에서 저를 부르는 정겨운 목소리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오랜만에 보는 우현이 방정맞게 손을 방방 흔들고 있었다. 어, 남우현.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저를 향해 손짓을 하는 우현에게로 이끌리듯 걸어갔다. 졸업을 하고 군대에 가겠다던 말이 진짜였던 건지, 학교에 있는 모습에 조금 놀라긴 했지만 그것도 아주 잠시였다. 어째 키가 더 작아진 것 같은 느낌에 우현의 어깨를 꾹꾹 누르던 성열이 우현의 반격에 앓는 소리를 냈다. 키는 나보다 작은 게 힘은 더럽게 세요. 먼지 털 듯, 우현의 손을 털어낸 성열이 욱신욱신 거리는 제 어깨를 주무르자 쌤통이라는 우현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 여기는 웬일? 복학 신청하러 왔냐? ”

“ 응. 방학인데 학교에는 왜 있어? 설마, 네가 공부하려고 오진 않았을 것 같은데. ”

“ 이 자식이…. ”

“ 내 말이 틀려? 아니야? ”

 

 

 

비꼬는 물음이 아닌 순수하게 궁금해서 묻는 성열의 물음에 이내 웃음을 터트렸다. 맹한 모습만 보이다가 한 번씩 정곡을 콕콕 찌르는 성열에게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자신보다 키가 큰 성열의 어깨에 어깨동무를 하며 끌어당기자, 성열이 허리를 굽혀 우현이 당기는 대로 몸을 숙였다.

 

 

 

“ 정답입니다- ”

“ 뭐야, 그게. ”

 

 

 

퉁명스러운 말과는 다르게 성열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어있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인물을 만나서 일까, 면담을 마치고 나왔을 때와는 다르게 확연히 좋아진 기분에 어깨가 들썩일 것만 같았다. 어느 정도 시간을 때웠으니, 그만 집으로 돌아 가볼까 하고 생각을 하던 찰나 자신을 부르는 우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 같이 가자! 나 말고 동우도 있어. 아, 성규도! ”

“ 어디를? ”

“ 당연히 술 마시러 가는 거지! 홀수라서 불만이었는데, 짝수네. 갈 거지? ”

 

 

 

여자 애들도 아니고 수를 맞추긴 왜 맞춰. 그 물음에 대답을 하지 않고 입을 꾹 다물고 있었지만, 이미 제 의사는 중요하지 않은 듯 자신의 팔을 잡아당기는 우현의 힘에 이끌려 약속 장소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변해있을 호원과 성규를 볼 생각에 들뜨기 시작했다. 우현과 다르게 동우 성규는 1학년 1학기만 하고 군대로 가버린 케이스였기에 휴가 때 만날 법도 했지만, 휴가 기간이 맞지 않아 도통 보질 못했다. 수많은 휴가 중 단 한 번도. 늠름해져 있을 지, 아니면 군대 가기 전과 같을 지에 대해 상상을 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 이성열 표정 봐. 아주 써 죽겠다는 표정이네. ”

“ 그러게. 네가 소주 다 마신 것처럼 그런다? ”

 

 

 

능글맞게 웃으며 제 잔을 채워주는 동우를 한 대만 때렸으면 하는 생각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우현과 약속 장소에 도착을 하니, 이미 저들끼리 소주를 부어라 마셔라 하며 연거푸 마시는 모습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동우와 성규를 오랜만에 본다는 생각에 자신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 한 가지. 두 사람의 표적이 되면 정신을 잃을 때까지 입안으로 술을 털어 넣어야 한다는 것. 그 표적이 왠지 자신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아니나 다를까, 빗나갔으면 하는 제 바람과는 다르게 일치해버린 것에 씁쓸히 웃으며 쓴 술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한 잔씩 비울 때마다 좋다고 웃고 있는 동우와 성규의 웃음소리가 술집을 가득 채웠다. 그런 둘보다 제 옆에서 안주를 챙겨주면서도 웃음이 참아지질 않는 지 부들부들 떨며 입 꼬리를 진정시키는 우현이 더 괘씸했다.

 

 

 

“ 내가 다 마신 거 맞잖아! ”

“ 너 내일 알바 없다며. 쉬는 날이라며? 이럴 때 아니면 또 언제 마시냐. ”

“ 야, 성열이 잔 비었다. 빨리빨리 안 채워주고 뭐하냐. ”

 

 

 

어, 미안. 손을 살짝 들어 사과를 하고는 또 다시 제 잔에 투명한 액체를 붓는 우현의 손을 보며 술병을 뺏어들고 싶었다. 주는 대로 그대로 받아먹다보니, 슬슬 술기운이 오르고 있었다.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자 세상이 핑글핑글 돌지 않는 것으로 보아, 아직 술에 취하지는 않은 듯했다. 하지만 취해서 네 발로 기어 집에 돌아가는 건 시간 문제였다. 이 세 사람이 제 앞을 떠나지 않는 한. 한숨을 푹 내쉬며, 입술을 쭉 빼고 있을 때였다. 제 앞에 내밀어지는 물 컵을 멀뚱멀뚱 바라보다 낚아채듯 들고는 입안으로 삼켰다.

 

 

 

“ 하여튼 간에 요령이 없어요. ”

“ 요령 없이 준 너희 탓이거든? ”

“ 우쭈쭈. 그랬어요? 억울해? ”

 

 

 

어린 애 다루는 것 같은 성규의 물음에 살짝 고개를 끄덕이자, 기다렸다는 듯 성규가 소주병을 손에 들어 살짝 흔들며 웃었다. 억울하면 한 잔 더. 그건 또 무슨 논리인지 이해가 도통 되지 않아 소주잔을 들지 않고 버티고 있어봤지만, 친히 제 잔을 가지고 가서 가득 부어주는 모습에 또 다시 한숨을 푹 내쉬었다. 내쉬는 숨에 섞인 알코올 향에 인상을 찌푸렸다. 그 때 소주를 부으며 표면장력이라는 되도 않는 말과 함께 제 앞에 갖다놓은 소주잔에 두 눈을 꼭 감았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굳은 다짐을 했다. 자신이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게 된다면, 술자리에는 얼씬도 못하게 하겠다고. 자신을 닮았으면 술이 세지는 않을 것이기에, 미리 피하는 것이 상책이니까.

 

 

 

“ 와, 근데 쟤는 진짜 전생에 무슨 큰 공을 세웠기에. 생긴 거 하나는 진짜- ”

“ 네가 찬양해 마지않는 김명수라도 나왔냐? ”

“ 어어. 네 뒤에 텔레비전. 저 얼굴로 딱 하루만 살아보고 싶다, 진짜. ”

 

 

 

소원이야. 기도를 하듯, 두 손을 모아 간절하게 비는 우현의 모습에 웃은 성열이 텔레비전에 시선을 돌렸다. 동우와 성규의 반응으로 보아, 텔레비전 속의 남자를 찬양한 것이 한 두 번이 아닌 듯 무척이나 익숙해 보였다. 대체 저 사람이 누구기에. 집에 있을 때 심심해도 드라마나 연예인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보는 것은 아주 손에 꼽을 정도였기에, 고개를 갸웃하며 우현의 옆구리를 콕콕 찔렀다. 텔레비전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귀찮다는 듯 대꾸를 하는 우현이 괘씸해 그의 옆구리를 세게 꼬집으며 물었다.

 

 

 

“ 저 사람이 누군데? 뭐 그렇게 대단해? ”

“ 넌 쟤 얼굴을 보고도 그런 말이 나와? 우리 성열이 벌써 술 취하셨어요? ”

“ 아닌데, 그거. ”

 

 

 

어깨를 으쓱이며 퉁명스럽게 대답을 하자, 제 이마를 탁 때린 우현이 대답했다. 너 연예인한테 관심 없지. 이제야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우현이 잠시만 기다리란 소리를 하며, 다시 텔레비전에 제 시선을 고정을 했다. 아이돌을 좋아하는 소녀 팬처럼 우상을 보는 눈빛에 소름이 돋아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런 우현이 이해가 되지 않아, 떨떠름한 표정으로 동우와 성규를 번갈아보자 익숙하다는 듯 웃으며 제게 잔을 내밀었다. 그 후로도 서너 번 정도 더 잔을 주고받은 뒤에야 텔레비전에서 흥미가 떨어진 것인지, 빈 소주병에 숟가락을 꽂은 우현이 자신을 향해 아주 몸을 틀어 앉아 연설을 하기 시작했다.

 

 

 

“ 신몰남이 뭔지는 알아? ”

“ 음…신이 몰이 하는 남자? ”

 

 

 

이걸 시원하게 한 대만 때릴까. 어처구니없는 성열의 대답에 가만히 듣고 있던 성규와 동우가 웃음을 터트렸다. 웃는 두 사람을 흘겨 본 우현이 주먹을 쥐락펴락하며 도통 모르겠다는 표정을 하고 있는 성열의 모습에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정말 몰라 보이는 애를 때려서 뭐하리. 손에 준 힘을 풀고는 성열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김명수가 누구인지 친히 설명을 해주었지만 그런 우현의 노력과는 다르게 성열의 머리에는 전혀 입력이 되지 않았다. 그렇게 입이 닳도록 말하는 김명수라는 이름도, 신몰남의 정의도. 그냥 길가다 한 번 쯤은 돌아볼 잘생긴 사람이란 것 밖에.

 

 

 

 

 

 

* * *

 

 

 

 

 

 

눈을 뜨고 하루 일과를 시작하기 전부터 심기가 불편해 있는 명수를 보며 혀를 끌끌 찼다. 이번에는 뭐가 그렇게 제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인지, 얼굴 가득 드리워진 그림자에 저도 모르게 발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사뿐사뿐 걸으며 소음을 줄였다. 아, 뭐 해. 쳐놓은 커튼을 걷어내는 호원을 향해 날선 물음을 하자, 커튼을 걷던 손을 멈추고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던 차키를 들었다. 차키를 들고 저를 쳐다보고 있는 호원을 힐끔 보던 명수가 무심하게 말을 툭 내뱉었다.

 

 

 

“ 나 그 카페 안 가. 내가 늘 가던 곳 아니면 안 가. ”

“ 뭐? 네가 어제까지만 해도…. ”

“ 넌 화장실 갈 때 마음이랑 나올 때 마음이랑 같냐? ”

 

 

 

저걸 비유라고. 시원하게 한 대만 쥐어박을 수 있으면 쥐어박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두 손 두 발을 들고 파업을 할 것이 분명했기에 그러지도 못하고 한숨만 푹 내쉬었다. 손목에 찬 시계를 힐끔 바라 본 호원이 조금 전 답답함에 내쉰 한숨과는 다른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약속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면 장소를 옮기고 연락을 하는 과정에서 꽤나 큰 차질이 생길 것 같았기에. 하지만 이럴 때를 대비해 일찍 온 탓일까, 아직 약속 시간까지는 3시간이나 남아있었다. 검지에 낀 차키를 빙빙 돌리며 명수를 바라보자, 짜증이 가득한 두 눈이 저를 향하고 있었다. 그곳이 아니면 절대 가지 않겠다는 의사 또한 포함되어 있었다.

 

 

 

“ 바꾸면 되잖아. 그러니까 그 눈은 좀 치우자? ”

“ 내가 뭐. ”

 

 

 

얼씨구. 퉁명스러운 명수의 목소리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호원이 휴대폰을 들었다. 지금 한껏 뒤틀려있는 애를 데리고 말을 해봤자, 입 아픈 격 밖에 되지 않았기에. 영양가 없는 말다툼을 할 바엔 약속 장소를 옮기겠다는 연락을 돌리는 것이 훨씬 이득이었다.

 

 

 

“ 안대 끼고 좀 자두지 그래? ”

“ 됐어. ”

 

 

 

아, 네. 룸미러로 명수의 안색을 살핀 호원이 혀를 찼다. 스케줄을 하러 가는 내내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눈을 떴을 때, 햇살이 아닌 먹구름이 잔뜩 낀 날씨가 저를 반기면 기분이 극도로 나빠지는 무척이나 까다로운 제 배우님 덕분에 제 얼굴에는 주름이 줄어들기는커녕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오늘만 해도 그랬다. 어제까지만 해도 제 이름으로 나오는 포토 에세이 북 회의로 인해 들떠, 노트와 펜을 들고 표지 디자인부터 시작해서 구성까지 꼼꼼하게 생각을 하며 오늘이 오기만을 기다렸었다. 여태껏 자신이 찍은 사진을 골라내러 가는 카페가 아닌 다른 곳을 잡아도 군소리 하지 않고, 잘 했다며 오히려 칭찬을 받았던 것이 하루도 채 되지 않았다. 분명 날씨 때문일 거라 장담을 하며 룸미러를 힐끔 처다 보자, 언제 잠든 것인지 이어폰을 꼽고 두 눈을 꼭 감고 있는 모습에 호원의 입가가 호선을 그렸다. 눈 뜨고 앉아서 열을 채우는 것 보단 눈을 감고 자는 것이 저를 도와주는 일이었다.

 

 

 

“ 주차하고 들어갈게. 먼저 들어…. ”

 

 

 

어휴, 저 싸가지. 알았다는 대답 한 번 해주기가 그렇게 힘들까. 저를 쳐다보지도 않고, 무작정 카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는 명수의 뒷모습에 혀를 끌끌 차며 주차장으로 향했다. 저 기분으로 알바생에게 해코지라도 하는 날에는 여태까지 쌓아 온 이미지가 단 번에 무너지는 것이었기에, 그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한 시라도 빨리 주차를 하고 돌아가야겠단 생각을 하며 주차에 열을 올렸다.

 

 

딸랑―

 

 

어서 오세요.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가자 들리는 알바생의 목소리에 항상 앉던 자리로 향하다 멈칫하며 발걸음을 멈췄다. 평소에 늘 듣던 알바생의 여성스러운 목소리가 아니라, 미성이 섞인 남자 목소리에 고개를 갸웃하며 카운터로 고개를 돌렸다. 아니나 다를까 늘 보던 알바생이 아닌, 초면의 한 남자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저를 보고 있었다. 눈 한 번 크네. 혹시나 저를 알아본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시익 웃어보이고는 항상 앉던 자리로 향했다.

한편 명수가 자리에 앉을 때까지 뒷모습을 쫓아 시선을 옮기던 성열이 뒤를 돌아 휴대폰을 손에 들었다. 제 눈이 틀리지 않았다면 확실했다. 확실하고도 또 확실했다. 며칠 전 술집에서 우현이 찬양하던 그 사람. 전생에 무슨 공을 세웠기에 잘난 얼굴이냐며 소녀 팬처럼 찬양하던 주인공이 제 눈앞에 있었다. 우현의 찬양으로도 심드렁하게 남자의 얼굴을 보며 그저 잘생긴 것밖에 없지 않느냐고 했던 자신이 바보가 될 정도로, 숨 막히게 잘 생긴 모습에 휴대폰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우현에게 문자를 보내면 눈썹이 휘날릴 정도로 달려서 제 카페로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휴대폰을 들어 내용을 적으려다 멈칫 했다. 이름이 뭐였더라.

 

 

 

 

“ 김…. 김…. 아, 뭐였지. ”

 

 

그렇게 자신의 귀에 대고 그 남자의 이름 석 자를 읊었건만, 도무지 생각이 나지를 않았다. 머릿속에 지우개라도 있나. 제 기억력에 혀를 차며, 대충 문자를 쓰던 성열이 전송 버튼을 누르기 전에 알았다. 제 휴대폰에 우현의 번호가 없단 걸. 여태까지 남자의 이름을 기억하는 시간부터가 아까워진 성열이 입술을 삐죽 내밀며 포스기 앞에 서서 이것저것 누르며 메뉴를 눈에 익혔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탓에 모든 것이 낯설었다. 아무리 해도 외워지지 않는 레시피에 혀를 내두를 지경이었다. 그런 자신을 두고 전날 과음을 해서 늦게 출근하는 사장님의 멱살을 잡고 짤짤 흔들고 싶을 정도로 입술을 바짝바짝 메말라갔다. 손님 폭탄 맞으면 어떡해….

한 손엔 노트를 들고, 한 손은 포스기를 두드리며 중얼중얼 거리는 성열의 모습을 힐끔힐끔 훔쳐보던 명수가 고개를 푹 숙이며 입 꼬리를 당겨 웃었다. 저를 보자마자 뭐에 덴 사람처럼 동그랗게 뜨이던 눈이 잊혀 지지 않았다. 제 눈앞에 아른아른 거려 혹시라도 눈이 마주칠까 하고 계속해서 시선을 보냈지만, 대체 뭐에 집중을 하고 있는 것인지 중얼거리며 자신 쪽으로는 시선을 주지 않았다. 그에 아쉬움이 생겼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제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눈을 동그랗게 뜨던 성열의 모습에 바보 같은 웃음을 흘렸다. 복슬복슬 털이 많은 하얀 강아지를 연상케 했다. 마침 주차를 마치고 부랴부랴 카페 안으로 들어온 호원이 정신 나간 사람처럼 웃고 있는 명수를 보며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얘가 갑자기 왜 이래?

 

 

 

“ 너 뭐 잘 못 먹었냐? ”

 

 

 

명수의 맞은편에 앉은 호원이 넌지시 묻자, 웃음이 잔뜩 걸린 표정을 지우지 않고 그대로 고개를 들어 호원을 바라봤다. 하지만 제 머릿속에 있던 하얀 강아지의 모습과는 다르게, 며칠 새에 무척이나 늙은 호원의 얼굴이 보이자 금세 표정이 굳어갔다. 이내 카페에 들어오지 전처럼 딱딱하게 굳은 표정이 된 명수가 의자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 내가 뭐. ”

“ 사람 씹어죽일 것처럼 인상 쓰고 있더니 왜 또 웃어? ”

“ 그럴 일이 좀 있어. ”

 

 

 

그러니까 그게 뭐냐고요. 말을 해주지 않고, 또 저 혼자서 웃는 모습에 답답해진 호원이 제 가슴팍을 두드렸다. 그 때, 테이블 위에 놓아둔 제 휴대폰이 지잉- 울리는 것을 보고는 아파오는 가슴팍을 문지르며 문자를 확인했다. 조금 늦을 것 같으니 주문 해놓으라는 스태프가 그 말과 함께 적어 보낸 메뉴를 보고는 호원이 혀를 차며 메모지를 꺼내들었다. 가슴팍을 두드리든 말든 아무런 상관없다는 표정으로 들고 왔던 카메라를 만지작거리던 명수가 휴대폰을 보며, 메모지에 커피 메뉴를 쓰고 있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봤다. 이런 일이 종종 있으니 이젠 이상하지도 않았다. 늦는 쪽은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자신이 마실 커피를 선주문하면 끝이었다. 그럼 오자마자 미리 주문해 놓은 커피와 함께 회의를 시작할 수가 있으니까. 그냥 가서 휴대폰을 보여주면 될 것을, 일일이 다 적고 있는 호원을 보며 혀를 끌끌 차던 명수가 주춤했다.

 

 

 

“ 잠시만. ”

“ 왜? ”

“ 내가 주문하고 올게. ”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호원의 팔을 잡은 명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신의 손에 들고 있던 메모지를 한 순간에 빼앗긴 호원이 멍한 표정을 지으며, 카운터로 향하는 명수의 뒷모습을 멀뚱히 바라봤다. 김명수가 웬일이야. 기분이 지금까지만 해도 벌써 몇 번째 바뀌는 것인지. 정말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젓던 호원이 이내 ‘아-’ 하고 바보 도 터지는 소리를 냈다. 카운터로 다가온 명수에게 주문을 받기 위해 보인 남자를 보다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뱉으며 하나하나 뜯어보기 시작했다. 하얀 피부에 곧 쏟아질 것 같이 큰 두 눈, 그리고 한 품에 안을 수 있을 정도로 말랐지만 큰 키. 명수의 이상형에 백퍼센트 일치, 아니 이백 퍼센트 일치하는 외양에 혀를 끌끌 찼다. 그럼 그렇지. 명수가 자신에게 이득이 되지 않는 행동을 할 사람이 아니었다. 명수가 사람이 되기라도 한 것인가 하고 잠시 들떠있었던 자신을 책망하며, 무안함에 머리를 긁적였다.

자신이 주문을 하러 오는 법은 없었지만, 알바생을 제 코앞에서 보기 위해 직접 카운터까지 행차한 명수의 얼굴에서 웃음이 떠날 줄을 몰랐다. 포스기를 꾹꾹 누르며, 하나하나 누를 때마다 제 눈을 바라보며 주문확인을 하는 알바생의 모습에 아닌 것도 맞다 하고 말을 할 정도로 영혼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포스기 너머 가려진 왼쪽 가슴팍에 달린 이름표를 보고 싶었지만, 아무리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도 보이지 않음에 포기를 한 명수가 어깨를 으쓱이며 알바생을 바라봤다. 아무리 봐도 동글동글 귀여운 강아지 상이었다.

 

 

 

“ …저기 손님? ”

“ 아, 네. 왜 그러시죠. ”

 

 

 

넋을 놓은 듯이 제 얼굴만 빤히 쳐다보며 대답을 하지 않다, 계속되는 제 부름에 뻔뻔스러운 물음을 던지는 명수를 보며 성열이 목 끝까지 차오른 말을 꾹꾹 누르며 상냥한 웃음을 지었다. 손님 면전에 대놓고 정신 차리라는 말을 할 수는 없으니까.

 

 

 

“ 주문확인이요. 화이트 카페 모카까지 해서 총 7잔 맞으세요? ”

 

 

 

성열의 물음에 메뉴를 쭉 훑은 명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자신이 주문한 메뉴의 종류가 무엇인지도 모르는지라, 어떤 메뉴를 누르든 전 아무 관심이 없었다. 그저 제 눈앞에 보이는 강아지를 눈으로 쫓을 뿐. 어떻게 하면 알바생의 기억 속에 자신이 남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친해질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던 명수가 시익 웃으며 물었다.

 

 

 

“ 혹시 커피 좋아해요? ”

“ 네? ”

“ 커피 좋아하냐구요. ”

 

 

 

의중을 파악할 수 없는 명수의 물음에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 성열의 모습에 제 물음을 이해하지 못했다 생각을 한 것인지, 명수가 재차 묻자 한숨을 푹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 저 커피 안 마시는데요. 그럼 결제 도와드리겠습니다. ”

 

 

 

이 사람 뭐지? 벌써부터 피로가 몰려오는 느낌에 눈앞이 아찔해졌다. 원래 연예인들이 다 특이한가. 아니면 이 사람만 유독 특이한 건가. 결제를 할 생각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가만히 서서 제 얼굴을 보고 있는 모습에 괜히 얼굴이 다 화끈거렸다. 사람이 민망할 정도로 진득하게 바라보는 우현의 눈빛에 단련이 되어있어서 웬만한 시선에는 끄떡없었지만 제 앞에 있는 연예인은 달랐다. 쏘아죽일 것 같이 뚫어져라 보는 시선에 민망함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제 얼굴에 뭐가 묻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부터 시작해서, 혹시 신경 거슬리는 행동이라도 한 것은 아닌가 하고 눈동자를 굴리며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 그럼 뭐 마셔요? 마시는 음료 하나 정도는 있을 거 아니야. ”

 

 

 

진짜 이 사람 뭐지? 머릿속에 물음표가 둥둥 떠다녔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묻는 거지. 알바생을 까다로운 입맛으로 괴롭힌다는 손님은 들어봤어도, 알바생의 음료 취향을 물으면서 괴롭히는 손님은 처음이었기에. 왠지 모를 지고 싶지 않은 느낌에 피했던 시선을 돌려 제 앞에 선 연예인의 눈을 마주보며 말했다.

 

 

 

“ 딸기 스무디요. ”

“ 그래요? 어울리네. 아, 아까 카페 라떼 한 잔은 딸기 스무디로 바꿔줘요. ”

 

 

 

우여곡절 끝에 결제를 마친 성열이 영수증과 진동벨을 챙겨 명수의 손에 쥐어주고 뒤를 돌아섰다. 집에서 좀 외워올 걸. 주머니에 꽂아놓았던 노트를 꺼내 수시로 확인을 하며, 주문한 메뉴들을 천천히 만들어가고 있을 때였다. 제 뒤통수에 느껴지는 따가운 시선에 고개를 갸웃하며 고개를 돌리자, 사람 한 명 정도는 쏘아죽일 수 있을 정도로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명수의 모습에 화들짝 놀란 성열이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 뭐 더 주문할 거 있으세요? ”

“ 아니요. 그냥. ”

“ 아, 네. ”

 

 

 

대답을 하기 싫었지만, 손님이니 해야겠다는 생각에 대충 고개를 끄덕인 성열이 다시 뒤를 돌았다. 꼭 자신이 얼마나 잘 만드는지 감시하는 느낌에 제 자리에 돌려보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하지만 그랬다가 사장님이 아는 날이면 나름 꿀 알바인 이 카페에서 목이 댕강 잘릴 지도 모른 다는 생각에 음료 만드는 것에 다시 집중을 했다.

 

 

 

“ 으이구, 인간아. ”

 

 

 

카운터에 전세 낸 사람처럼 대놓고 뒷모습을 훑고 있는 모습을 가만히 보던 호원이 결국 명수를 질질 끌고 자리로 돌아왔다. 등을 때리는 건 옵션이었다. 아프지 않게 때렸지만, 제 눈으로 보던 것이 달라져서 일까 다시 까칠해 지는 명수의 모습에 혀를 찼다. 사람이 어쩜 이렇게 달라. 명수의 취향이 독특하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남자에게도 손을 벌리는 줄도 몰랐고 한 시간도 채 안 된 시간 내에 두 눈에 보이는 하트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못 말리는 제 배우님이었다.

툴툴 거리던 것도 잠시, 조금 늦겠다던 스태프들이 오기 시작하고 빠진 인원이 없음을 확인하고는 곧장 회의에 들어갔다. 그간 찍었던 사진들을 어떤 주제로, 어떻게 넣을 지부터 시작해서 속지에 대한 의견까지 내며 몰두하는 모습에 호원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지금까지 해서 김명수의 다른 모습을 대체 몇 번이나 보는 것인지. 울렁울렁. 멀미가 날 것 같았다. 회의 내용을 가만히 들으며, 손에 진동벨을 들고 있던 호원이 회의에 참여 해 열을 올리며 제 의견을 내세우던 명수가 건넨 쪽지를 받아들고는 헛웃음을 지었다. 이게, 진짜.

 

― 커피 가지고 오는 길에 저 알바생 번호 알아와.

 

이걸 해, 말아? 자꾸만 헛웃음을 짓는 제 소리가 거슬렸던 것인지, 인상을 팍 쓰며 호원을 쳐다본 명수가 소리 없이 입모양으로 협박을 했다. 알아오지 않으면 다음 스케줄 펑크 낼 거라고. 하여튼 방송 귀한 줄 모르는 명수의 어깨를 세게 잡았다 놓자, 기다렸다는 듯 진동벨이 빨간불을 내며 징징 울리기 시작했다. 누군가를 캐스팅할 때도 제대로 하지 않았던 번호 알아내는 것을 길거리 캐스팅이 아니라, 명수의 덫에 걸린 남자 번호를 알아내야 하는 제 자신의 처지가 웃겼다.

 

 

 

“ 빨리 안 가고 뭐 해. ”

“ 말 안 해도 간다, 가. ”

 

 

 

제 귀에 대고 조용히 속삭이는 신경질 적인 말에 포기했다는 듯, 고개를 저은 호원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끝을 모르고 징징 울리는 진동벨을 가지고 가자, 가지런하게 잘도 담겨있는 커피를 쭉 훑었다. 그러다 제 눈에 보이는 생소한 음료 한 잔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제 기억으로는 전부 다 커피를 시켰지 스무디를 시킨 적이 없었기에. 혹시 잘 못 나온 것인가 하고 물었지만, 제 앞에선 알바생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대답했다.

 

 

 

“ 아까 주문하러 오신 분이 딸기 스무디로 바꿔달라고 하셨어요. ”

 

 

 

따지려거든 쟤한테 따지라는 뉘앙스의 말에 의미심장하게 웃은 호원이 고개를 저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명수의 타입인 이 알바생이 괜히 안쓰러워졌다. 딱 보기엔 순해보여도, 조금 전 자신에게 했던 말을 들어보면 은근히 말속에 가시가 있었다. 호락호락하지 않을 성격으로 보아하니, 명수가 마음고생을 꽤나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금세 기분이 좋아져 입 꼬리를 당겨 웃으며 알바생을 쳐다봤다.

 

 

 

“ 저기, 안 가져가세요? 뭐 필요한 거라도― ”

“ 갑자기 이런 말해서 미안한데, 학생 마스크가 좋아서 그런데 번호 알아 갈 수 있을까요? ”

 

 

 

미안하면 그냥 가시지 그러셨어요. 목 끝까지 차오른 말을 또 한 번 꾹 누른 성열이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며칠 동안 알바를 했지만 오늘처럼 희한한 손님은 처음이었다. 아까는 무슨 음료를 좋아하는 지 묻지를 않나, 지금은 번호를 달라고 하지를 않나. 제 앞에 있는 남자의 말은 꼭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번호를 따는 것과 같은 뉘앙스였기에, 떨떠름한 표정을 지은 성열이 곤란한 기색을 띄었다.

 

 

 

“ 나 이런 사람인데, 순수하게 번호만 알고 싶어서 그래요. ”

 

 

 

대뜸 안주머니에서 꺼내는 명함을 받아든 성열이 이름 석 자를 조용히 읊었다. 이호원. 그리고 실장이라는 직책까지 눈으로 훑고는 다시 고개를 들어 호원을 바라봤다. 자신이 번호 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인지, 발걸음을 뗄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다행히도 손님이 연예인이 있던 그 테이블을 제외하고는 없어 다행이지, 북적북적 들끓었다면 민폐도 이런 민폐가 없었다. 계속해서 고민하는 성열을 가만히 바라보던 호원이 왼쪽 가슴팍에 하고 있는 명찰 속 이름 석 자를 힐끔 보고는 입을 뗐다.

 

 

 

“ 성열 학생. 나 나쁜 사람 아니에요. 아까 김명수 봤죠? 나 걔 매니전데 믿고 줘도 돼요. ”

“ 맞다. 김명수였지. ”

“ 네? ”

“ 아, 아니에요. 근데 이거 꼭 드려야 하나요? ”

 

 

 

저도 모르게 호원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낯익은 이름에 고개를 끄덕이며 읊조리다, 멀뚱멀뚱 보고 있는 호원의 모습에 한숨을 내쉬었다. 마음 같아서는 제 번호를 주고 싶지 않은데, 정말 주지 않으면 귀찮아질 것 같은 느낌에 줘버릴까 하고 생각도 했다. 그렇게 생각을 해도 뒤가 여간 찜찜한 게 아니었기에 쉬이 주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줘, 말아? 어떡하지. 이런 제 고민을 우현이나 성규 또는 동우가 봤다면 등짝 맞을 고민이었다. 뭘 망설이냐고, 당장 주지 못하겠냐고 등짝에 불이 나도록 때리겠지.

 

 

 

“ 성열 학생, 사람 살리는 샘 치고…. ”

“ 받아 적으실래요? ”

 

 

 

그에 화색을 띤 호원이 목이 아플 정도로 고개를 끄덕이며 안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내들었다. 지금 자신이 잘 하고 있는 것인지 아닌 것인지 몰랐지만 귀찮은 것도 딱 질색이었기에, 자신이 택한 것이 옳다고 느끼며 호원이 묻는 족족 대답을 해주었다. 성열의 신상을 캐낸 수첩을 보물 만지듯 조심스럽게 안주머니에 넣은 호원이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음료를 들고 카운터를 벗어났다. 이로써 당분간 스케줄을 펑크 내겠다는 명수의 협박을 잠재울 수 있겠다는 생각에 마냥 신이 났다. 물론 명수의 덫에 걸려 빠져 나오지 못할 성열에겐 미안했지만.

 

 

 

 

 

 

 

[인피니트/수열] Sweet Love - 01 | 인스티즈

여러분 반갑습니다. 1편을 가지고 쫄래쫄래 인티로 달려온 클레오예요!

인티 왜 이렇게 오랜만인 기분이 드는 것이지요?! 허허허.

5월을 보내기 8일전인가요...벌써...6월이라니...거짓말이야ㅠ_ㅠ

 

그대들의 관심에 몸둘바를 몰라하며, 1편을 가지고 왔으나 영 내키지 않네요.

내용이...뭐....그렇죠뭐!!!!*_< 칭얼거리는 명수는 이번 편이 끝입니다.

저래보여도 상남자 김배우예요. 하핫.

 

그럼 전 2편에 올게요. 암호닉은 항상 받습니다.

 

케헹 바카루 무럭자라 규잉 구염 꾸꾸미 파비 사과맛규 감성 월백 라우 김난 렝도찡 테라규
남군 또모또모 석류 사과맛규 까또 쑥 우현성규 사모 잉피 소금 키세스 오백원 31 카카라
익명인 불맠 타라 혁거세 테라규 몽몽몽 윤얀 규지지 설륜 복자 허니 열총버섯 오일 눈누난나
쭈롱 여리 장자녀 폭연 팥

 

빠진 분 있으시면 말씀해 주시고, 신청도 받아요~ 그럼 저 진짜 갑니다. 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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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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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다음편이 이제야 올라왔네요ㅠㅠㅠㅠ다시 시작되는 스윗럽입니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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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장자녀에요 글이 굉장히 빠른전개네요!! 매우 좋아요 진짜 다음화가 기다려져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다음화 기다릴게요 얼른 오셔야해요ㅠㅠ 잘 보고갑니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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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장자녀님!!! 흑흑. 빨리오겠다고 해놓고는 이제야 와버리고 말았습니다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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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우와 뭔가 새롭고도 이끌리는글이네요! 저 암호닉 신청할게요 흥으러요! 인티일년정지머금여ㅠㅠ흙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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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흥님 접수!!! 이제야 접수ㅠㅠㅠㅠ헷.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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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우와ㅠㅜ재밋어요 신알신하고가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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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감사합니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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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감성 이에요. 새로운 연재작이닷!!!끄약 이작품도 기대할게요 같이 달려봅시닷!!!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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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이제부터 함께 달려보아요!! 내 사랑 감성님 ㅠㅠㅠㅠ 안녕히 잘 계셨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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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오일이에요~공부하다가들오왓는데...뙁!!!히히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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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뙇!!!! 이제 개학하셨으려나요~? 오일님 반갑습니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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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허니에요!! ㅠㅠㅠ진짜 재밌네요! 번호따는것으로시작해 어떤관계가될지ㅋㅋ... 잘보고가요! 수열행쇼s2... 다음화 기대하겠습니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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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허니님S2 수열은 항상 옳아요!! 으흥. 앞으로의 수열이들 ㅠㅠㅠ 폭풍진도!!!!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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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7
허류ㅠㅠㅠㅠㅠ신알신보고 놀라서 가봤는데 ㅠㅠㅠㅇㅏ진짜 달달 ㅠㅠㅠㅠㅠ기대할께요 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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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ㅎㅎㅎ달달한 스윗럽. 제목만큼 달달해야겠지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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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8
국밥으로암호닉신청하고갑니당♥ 재밌게잘읽고가요ㅎㅎ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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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국밥님 접수합니다!!!S2 감사드려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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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9
테라규에요!!! 으와.. 새로운거다ㅠㅠㅠ 지금 그사세 다시 읽고있어요 ...ㅠㅠ.. 아련한거 보다가ㅠ 달달한거보니깐 마규ㅠㅠ 좋닥ㅎㅇ슈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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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그사세라니!!!!ㅠㅠㅠㅠㅠ그사세를 아직 삭제 안했구나...(또르르) 이제 달달한 걸 보실때이지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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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2
아니요!! 그때 1부?? 텍파 주신거 무한반복 재탕하고있지요ㅠㅠ 그르게요 이제 달달한거봥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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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0
스피릿테디..음......줄여서....테디로암호닉신청하고갈게요!!ㅋㅋ역시클레오님글은스토리가탄탄한거같아요.....b진짜몰입해서빠져들게되고너무좋네요 ㅎㅎ재밋게잘읽고갑니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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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어머나 세상에!!! 테디님!!S2 몰입할 수가 있다니. 탄탄하다니 ㅠㅠㅠㅠ 과찬이십니다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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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1
소금이예요!!!!!!!!!!!!!!!!!!!!!!!!
흐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재미있는것 가트여 ㅋㅋㅋㅋ 연예인을 잘모르는 성열이라니!! ㅋㅋㅋㅋ 껄껄 다음편 기대할께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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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소금님 ㅠㅠㅠㅠㅠ 보고싶었어여ㅠㅠ흑흑. 연예인을 잘 모르는 성열이의 병맛스러움S2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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