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묶인손을 어떡게든 풀어보려고 열심히 낑낑거렷다 손목이 쓸려 상처가 났고 상처에서 난 핏물이 바닥에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고통에 인상을 찡그리며 고갤치켜들자 내앞에 있던 상대방은 눈을 내리깔고 날 무심히 쳐다봤다. 


그리곤 한 손에 칼을들고 내 볼을 칼등으로 쭉 그어내렷다. 서늘한 칼날의 느낌에 손바닥이 땀에차 축축해져왔지만 그를보며 웃었다 


계속해서 웃었다. 나를 보던 '그' 도 이내 작게 웃었다. 그리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입을 열었다



"박경, 나이 25세 보육원 출신, 내성적인 성격덕에 주위에 친한사람 하나없고 맞지?"


"..."


반박할 여지를 하나도 만들어주지 않는 물음에 잠시 눈을 감고 반박할 거리를 생각했다. 뇌속에서 하는 모든 생각과 과거를 돌이켜 보았지만

날 신경써줄 사람도 날 제대로 알만한 사람도 하나없었다. 아니 딱 한사람있네 집주인 아줌마. 형편없는 나의 과거를 한탄하며 고갤 들어 그를 쳐다보았다.

쭉 찢어져 사나워 보이는 눈매 높고 커다란 코 두툼한 하고 붉은 입술과 대조되는 하얀피부. 그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날 도와줘"


"싫다면?"


"죽일거야 지금 당장, 너 내얼굴 봤잖아"


죽인다는 말을 즐겁다는 말하며 내 눈 주위를 칼등으로 살살 그어내렷다. 남자의 얼굴에는 어린아이같은 천진 난만한 미소가 가득 번졌다


"난 니가 협조적으로 나와줬으면 좋겠어. 니 여린살냄새는 굉장히 달콤하거든."


저 남자는 미쳣다. 미친게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는 저런말을 마치 '아 오늘 낮잠이나 잘까' 라는 투로 내뱉지 않을거다.


"생각할 시간 딱 10초 줄게 대답해줘"


멍하게 남자를 쳐다봤다 남자역시 날 쳐다봤다. 서로의 시선이 중간에서 닿고 남자의 입술이 벌어졌다.

남자가 세는 일초가 일년의 시간 같았다 초가 길어질수록 온몸을 짓누르는 압박감속에 숨을 쉬려는듯 손가락을 천천히 움직였다. 

낮은 저음의 목소리가 귀를 울린다. 아둥바둥 거리는듯 입을 벌리고 깊은 숨을 토해냈다


"10"


"할게..협조할게.."



나를 보며 활짝 웃는 남자의 모습에 온팔에 소름이 돋아났다. 저건 분명 사람이 아니다.

나의 대답을 듣자말자 내 손목에 묶여있던 밧줄을 풀곤 내 턱을 자신의 쪽으로 잡아당겼다. 눈이 마주쳣다. 너무 가까운 거리에서.

새하얀 눈알안에 검은자가 있고 그안에는 더욱 새카만 동공이 날 올곧게 쳐다보고 있다. 그 심연을 들여다 봤다간 제 자신까지 읽힐거 같은 두려움에

먼저 눈을 피했다.


"니가 할건 간단해"


"뭔데"


"첫째. 내 투정을 받아줄것. 뭐 가끔은 잔소리해도 괜찮아 엄마같이. 하지만 너무 간섭하는건 안돼

둘째. 날 비판하지말것, 니 잣대에서 나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마.

셋째, 나의 존재를 인정해줄것, 내가 내 존재를 부정하더라도 넌 끝까지 날 인정해줘야해. 

넷째. 너는 나를 위해 살것, 너의 모든 인생의 중심은 지금부터 나야."


"야 잠시만"


"응?"


"내 인생의 중심이 니가 된다니 말이 안되잖아?"


"불공평 하다고 생각해 지금?"


"당연한거 아냐? 이건 불공평을 뛰어 넘었어 미친조약이라고!!"


듣다 보니 어이가 없어서 크게 소리를 빽 지르니 '그' 가 인상을 찡그리며 내게 다가왔다. 그리고 내 귓볼을 만지작 거리며 비웃음을 한가득 머금은 얼굴로

날 쳐다봤다.


"난 지금 니 의견을 물어보려고 말하는 조항이 아니야 넌 닥치고 복종만 하면 되는거야 협력하기로 했잖아?"

"미친새끼.. 넌 분명 또라이야"

"응 맞아, 나 계속 말한다? 아 그리고 네 세계의 중심이 내가 되는게 불공평하다 생각하면 내 세계의 중심부근에 널 놓아줄게 뭐 이정도면 만족하겠지.

다섯째. 절대 내 몸에 먼저 손대지말것, 내가 부탁하지않는이상. 내가 원하지 않는 이상 내몸에 절대 손대지마. 이것만 지켜주면 되"


'그' 는 날보며 알겟냐고 묻듯 눈을 깜박거리더니 이내 주머니에서 담배 한개피를 꺼내어 물었다. 찰칵,찰칵. 두어번 소리를 내다 켜진 불에다

담배를 밀어넣고 빨아드린다. 하얀 연기가 공기중에 춤을추며 올라가고 그 모습을 쳐다봤다.


"너."


"응."


"너 이름이 뭔데."


"ZICO."


"지코?"


"응 그게 내 이름 이 이상알려고 하지마."



막무가내로 말하는 녀석에 한숨을 내쉬고 알겠다는듯 고갤 끄덕였다. 


이땐 몰랐다고 말하는게 어울릴거 같다. 지코는 내가 생각하던 또라이의 분류를 넘어선 지구 최고의 또라이였다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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