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씨,여주아씨- 변도령은 나를 그렇게 불렀다. 자기도 도련님이면서 오히려 낮은 축에 속한 나를 더 높혀줬다.
한 번 불렀을 때 대답이 없으면 몇번이고 목이 터져라 부르는 집요함 마저 변도령 스러웠다.
"여주아씨!! 오늘 벚꽃놀이 가자!"
"아 안돼요. 전 못 가요."
단호하게 변도령의 애원을 막았다.
"왜? 왜애? 나랑 놀기 싫어?"
"그게 아니라요, 도련님 오늘 글 수업 있는 거 모르셨어요?"
"오늘 수업 있어?"
"네. 저랑 같이 하는 날이잖아요."
글 선생은 변도령과 우리 집을 번갈아가며 수업했다. 가끔 변도령네 집에서 같이 하기도 하고.
항상 변도령네 집에서만 했다. 우리 집은 절대 안 됐다. 아버님이 아직 시집도 안 간 처자가 어디 외간남자와 한 방에 있냐며 노발대발 하셨기 때문이었다.
또 수업이 없는 날에는 변도령이 우리 집 대문 앞에 왔다. 나는 집에서 얌전히 글 공부와 수 놓기, 꽃꽂이 등을 하느라 바빴기 때문이었다.
도시락이며 돗자리며 바리바리 챙겨온 변도령의 어깨가 축 처졌다가 나랑 같이 한다는 소리에 다시 어깨가 올라갔다.
들 뜬게 분명하다.
"여주아씨!! 나 어제 이웃집에 사는 오선비랑 도선비랑 같이 길가에 있는 벚나무를 봤는데에, 꽃이 엄청 예쁘게 폈었어!!
그래서 여주아씨도 보여주고싶어서 이렇게 왔어. 음..나올 순 없겠지?"
변도령의 기가 또 죽었다.
"변도령, 벚나무라면 우리 집 마당에도 있어요."
"정말? 그럼 여주아씨도 벚꽃 핀 거 봤겠네?"
"-그리 자세히 보지는 않았어요. 어차피 오라버니 방 창문쪽에서나 잘 보여서."
"어 그럼 잘 못 봤겠네? 아쉽다. 여주아씨랑 꽃 같이 보고 싶었는데.. 그래서 도시락도 이렇게 싸 왔는데..."
난 변도령을 다룰 줄 안다.
"변도령, 그럼 오라버니 방에 잠시 들어가 보실래요?"
"들어가도 돼? 으 안돼지 않아? 아버님 무서운데.."
"아버님은 어머님이랑 여행 가셨어요. 집 비었는데, 들어오실래요?"
"와 그럼 나 들어간다! 여주아씨 나 너무 떨려 막 두근거려!
한 번 속아주기로 했다.
"네. 진짜 맛있어요. 이거 정말 변도령이 다 만든거에요?"
"응!! 완전 맛있지! 내가 막 밥도 짓고, 시중들이 말리는 거 내가 막 밀어내고 했어.
그래서 말인데, 여주아씨! 나 멋있지?"
고작 멋있다는 말 한 마디를 들으려고 이리 몸을 베베 꼬은건가 싶어 웃음이 났다.
"음 별로 안 멋있는데-"
"잉..진짜야? 나 안 멋있어?"
"아니 멋있는 것 같기도 하고..."
"같기도 한 게 뭐야! 됐어 나 벌써 삐졌어."
같이 싸 온 바나나를 까 입에 넣고 씹는데 변도령이 자꾸 앙탈을 부려댔다.
그에 입을 손으로 가리고 흐흐 웃어댔다.
"장난인 거 알죠? 변도령 진짜 멋있어요."
"그치 나 멋있지?"
삐진댔던 변도령은 어느새 내 옆으로 와서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위에서 내려다 본 변도령은 말 그대로 귀여움 덩어리.
"네 세상에서 제일 멋있어요. 그리고 도시락도 맛있어요."
딸기를 씹으며 뱉은 내 말에 변도령이 넋을 놨다.
뭐 그리 놀란 일인가? 싶을 때 변도령이 내 입에 물려있던 딸기를 빼 갔다.
"왜..왜요?"
"아니 그게 아니라. 여주아씨."
"네? 뭐 때문에,"
"앞으로는 나 말고 다른 도령 앞에서 딸기 먹지 마."
고작 한 말이 이거라니.
입을 헤 벌리고 있었다.
"여주아씨. 도시락 맛있었다 그치?"
"네 그렇죠.."
뜬금없는 화제 전환에 조금 당황했다.
"근데 나는 도시락보다 여주 아씨 입 속이 더 맛있을 것 같아."
많이 당황 해 버렸다.
뜻을 이해하고 얼굴이 빨개지려고 하기도 전에 변도령이 내 어깨를 슥 밀었다.
당황해서 횡설수설 하던 나는 그대로 돗자리에 등을 붙였다.
"변도령, 이게 무슨.."
변도령이 곧바로 내 위에 올라타 참기 힘들다는 얼굴로 내려다 봤다.
차분히 가라앉은 내 앞머리를 위로 쓸어넘기며, 내 턱에 입을 맞췄다.
살포시 내려앉는 그 감촉에 내 눈꺼풀도 같이 내려앉고 말았다.
입술과 입술이 맞닿는 민망한 소리가 나고 내가 흘린 타액을 핥아 마시는 적나라한 소리가 귀에 울렸다.
변도령이 얼굴 곳곳에 입을 맞출 때 마다 방 안으로 떨어지는 벚꽃잎에 두 눈이 황홀했다.
어느새 변도령의 입술이 목을 타고 내려갔다.
내 이마에 떨어진 벚꽃잎을 변도령이 입술로 끌어내렸다.
그리곤 그 벚꽃잎을 씹어먹으며 말 했다.
"여주아씨. 덥지? 그 옷 고름 좀 풀어 봐. 응?"
나는 대답 없이 손을 올려 변도령의 입술을 지분댔다.
변도령이 내 손가락 마디마디를 핥아왔다.
벚꽃 내음이 확 풍겨오는 방 안은 꽃샘추위에도 불구하고 뜨끈하게 달아올랐다.
그래서
내가.
옷고름을 풀었던가.
***
방 안에서 보인 벚꽃.
***
반갑습니다 독자님들 너무 오랜만이에요ㅠㅅㅠ
사실 열심히 어엑사7화를 썼지만 다 날라가는 바람에..ㅎㅎ이것마저 날라가면 저는 컴퓨터를 부실겁니다.ㅎ
"~님" 시리즈는 특별한 날에나 제가 꼴리는 날에 올려요. 오늘이 특별한 이유는 제가 티켓팅 광탈을 당했기 때문에..ㅋ....
변도령시리즈는 상 중 하, 혹은 상 하로 나뉠 예정이고
하 편 에는 불맠이 달릴 예정입디다. 벚꽃잎을 씹어먹는 배켜니...개쩔지 않나요?ㅋㅋ
불맠은 더 쩔거니까 기대 많이 하세요!! 그리고 그림그리는 씬은 중이나 하편에 나옵니다.
~님 시리즈도 암호닉을 받습니다. 많이 신청 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