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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지구에서 온 그대









기록에 의하면 다른 차원의 존재에 대한 관심은 이그조력 25년 드래곤의 시대일 때 처음 시작되었다. 현재에는 레드, 그린, 블루, 블랙, 실버 그리고 골드 총 6종의 드래곤이 남아있다고 하는데 현자들은 대륙이 나뉘기 전에는 그보다 훨씬 다양하고 많은 드래곤들이 살았을 거라고 말하고 있다. 지금 남아있는 드래곤들의 특성과는 맞지않는 터만 남은 레어가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10종은 넘었을 것이고 드래곤들도 지금은 인간들처럼 서로 경쟁하며 지식을 모으는 데 열중했을 것이라는 추측은 레어에서 발견된 뜻 모를 기록들 때문이었다. 그림이냐 글씨냐 그것만으로도 분쟁이 많았던 드래곤의 기록을 남은 여생을 바쳐 연구한 현자들은 간단한 기록은 해독할 수 있는 데까지 발전했다. 그리고 현자들은 그 기록을 바탕으로 단어를 새롭게 만들 수 있었다. 






포티아 제국은 우라노스 왕국을 흡수함과 동시에 대대적인 발굴 작업을 펼쳤고, 그 결과 수많은 드래곤의 레어들을 찾아냈다. 다음은 다른 드래곤보다 지능이 높다고 하는 골드드래곤의 레어에서 발견된 가장 최근의 기록이다. 







< 모든 것은 신의 단순한 장난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운명을 믿지말아라. 이 대륙의 운명 또한 믿지 못할 것이니 그대들은 다른 차원을 찾아 스스로 살 길을 갈고닦아야 할 것이다. >







골드드래곤이 엮어놓은 도서들은 거의 현재의 이그조어와 비슷하게 쓰여있어 차원이라는 단어를 좀 더 정확하게 설명해주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 기록 역시 현자들의 추측이 절반이다. 







차원. 이그조 대륙밖에 모르던 현자들은 이 단어가 주는 의미에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 다른 차원에 이그조 대륙과 같은 땅이 존재한다? 마치 대륙의 끝은 멸망이라고 말하는 것 같은 골드드래곤의 기록은 결코 쉽게 무시할 수 없는 내용이었고, 현자들도 감히 가늠할 수 없던 미지의 세계는 공포로 다가올 수 밖에 없었다. 포티아 제국이 세워진 후 328년부터 이목을 끌기 시작한 다른 차원의 존재여부는 끝내 현자들의 파벌싸움으로까지 이어졌고 보다못한 황제는 331년, 차원에 대한 연구를 법적으로 금지하였다. 그래서 현재 차원이란 단어는 숨어지내는 현자들의 입에서만 오르내릴 뿐 일반 백성에게는 거의 잊혀진 단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내 꿈에 버젓이 나타난 얼굴이 다른 차원의 존재라니?! 현자들이 들으면 눈 뒤집어질 소리에 내 눈이 먼저 헤까닥 뒤집힐 뻔 했다. 그런데 레이는 너무나도 여유롭게 마시던 홍차를 마저 들이키고 있다. 그 모습에 나까지 저절로 진정되어 레이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장난이지?”

“...”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레이는 아무 대답없이 홍차만 마셨다. 답답함에 혼자 이것저것 묻다가 계속 대답을 하지않는 그를 입을 꾹 다문채 바라보았다. 홍차를 다 마시고 나서야 찻잔을 내려놓은 그는 나를 보고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진짜인거야...?”

“그래.”






진짜였구나. 다른 차원이라... 새삼 머릿속에 많은 생각이 들어찼다. 궁금한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차라리 농담이었다면 실컷 웃고 넘겼을텐데 진짜라니까 오히려 더 심란하다. 손을 턱에 괴고 잠시 생각을 정리했다.







그래, 다른 차원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건 잘 알겠다. 근데 그 차원의 인간이 왜 내 꿈에 나왔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내 꿈은 남들이 꾸는 평범한 꿈과는 다르니까.




소위 예지몽이다. 내가 예지몽을 자각한건 14살 때였다. 그 날도 성을 빠져나와 레이를 찾아가 붙잡고 함께 놀다가 폴렌 경 어깨에 둘러져 성으로 돌아왔었다. 실컷 놀았던 후라 후련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는데 난 그 날 처음으로 좋지 않은 꿈을 꾸었다. 꿈을 꾸는 횟수가 극히 드물기도 했고 꿈을 꿔도 항상 행복한 꿈을 꾸었기에 14살이 되어서야 자각한 걸지도 모르겠다. 





그 날 꾼 꿈은 그닥 말을 꺼내기도 달갑지 않다. 제1황자였던 토니(Anthony) 오라버니가 괴수를 퇴치하러 갔다가 죽는 꿈이었다. 땀과 눈물 범벅으로 일어나자마자 오라버니에게 달려가 안겨 펑펑 울었다. 갑자기 우는 나를 보고 걱정가득한 눈으로 무슨 일이냐며 묻길래 나는 훌쩍이면서도 꿈을 모두 털어놓았다. 꿈 얘기를 듣고 오라버니는 호쾌하게 웃으면서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달래주었다. 원래 꿈은 반대라는 오라버니의 말이 그 때는 참 반갑고 위로가 됐었는데 그로부터 며칠 뒤에 정말 괴수를 퇴치하러 먼 길을 떠나는 오라버니의 뒷모습을 바라볼 때는 불안감이 물밀때처럼 밀려왔다. 오라버니가 돌아오는 날까지 편안하게 잘 수가 없었다. 그저 오라버니가 무사히 돌아오시기만 바라며 기도를 올렸다. 하지만 신은 내 기도를 들어주시지 않았다. 마치 신이 진작 꿈으로 알려주지 않았냐고 그것을 무시한 나를 호되게 다그치듯이 오라버니가 돌아오기로 약속한 날, 오라버니는 등에 칼을 맞고 싸늘한 시체로 피가 덕지덕지 붙은 허름한 수레에 실려 성으로 돌아왔다.





오라버니를 붙잡고 얼마나 펑펑 울었는지도 모른다. 함께 길을 떠났던 크런키 경에게 막말도 퍼부었다. 왜 오라버니를 죽게 만들었냐고, 지켜주지 않고 뭐했냐고... 아버님께서는 눈물을 속으로 삼키시고 발악하는 나를 말리셨지만 이미 내 정신은 줄을 놓은지 오래였다. 끝내 기절까지 해버린 나는 내가 그렇게나 막말을 퍼부은 크런키 경에 의해 방으로 옮겨졌다고 나중에 매리가 말해주었다.





오라버니의 장례식에 참석한 뒤 나는 한동안 방에서 나가지 않았다. 방으로 들어오는 모든 것을 차단했다. 물 한모금도 마시지 않고 침대 위에서 다리를 끌어안고 오라버니만 찾았다. 내가 그 때 가지말라고 붙잡아야 했다. 떼를 써서라도 오라버니를 가지 못하게 해야했다. 그런데 난 그러지 않았다. 그래서... 그래서 오라버니가 죽었다. 반복되는 생각과 결론에 입술을 깨물며 날을 지샜다. 피 비린 맛에 창백하게 질린 오라버니의 얼굴이 떠올라 먹은 것도 없이 헛구역질을 하고 빈 속을 게워내면서 내 몸은 나날이 야위어갔다.






그나마 석달이 지나서야 기운을 차린건 어떻게 방에 들어온건지 침대에 미친년처럼 쭈그려 앉아있던 내 앞에 나타난 검은 고양이 한마리 덕분이었다. 아무튼 장례식 이후 처음으로 방 밖으로 나선 나는 곧장 대신전으로 향했다. 몰래 빠져나갈 힘이 없어 그나마 방이 가까운 넷째 오라버니를 이끌고 도착한 대신전에서 나는 성큼성큼 걸어 여신상 앞에 섰다. 마침 기도를 올리고 있었는지 모여있던 신관은 나의 등장에 많이 놀란 듯 했다. 나는 여신상에 조각된 얼굴을 빤히 올려다보다가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다짐했다. 당신이 내 기도를 들어주지 않았으니 나는 이제 내 손으로 내 것을 지키겠노라고.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에 이마를 짚고 끄응 앓는 소리를 내자 레이가 괜찮냐고 걱정스럽게 묻는다. 고개를 끄덕이고 레이가 입고있는 교황의 파샤(fascia)에 새겨진 문양을 빤히 바라보았다. 당신, 이번엔 또 무슨 일을 꾸미려는거야? 무슨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자꾸 꿈으로 미래를 보여주는건 저 세르니이그쥬같단 말이야. 항상 내 꿈의 내용을 레이가 아는 것처럼 행동한 것도 그래야지 설명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 여신이 도대체 뭘 생각하는지 알 수가 있어야지. 갑자기 언습하는 안좋은 예감에 인상을 찡그리자 문양은 나를 우롱하듯 더욱 선명해졌다.






“레이, 너도 알잖아. 내 꿈이 어떤 꿈인지. 다른 차원에서 사는 인간의 얼굴이 왜 내 꿈에 나타난걸까?”

“그건 이제 곧 알게 될거야.”

“역시 뭔가 알고있구나?! 얼른 말해줘!”

“그럴 순 없어. 나는 예언가가 아니니까.”

“쳇, 치사해.”








이 시간에 여기까지 찾아왔는데 이럴꺼야? 하지만 레이는 이럴 때는 단호해서 절대 입을 열지 않는다. 더군다나 아예 대놓고 그럴 수 없다 못을 박았으니까 그의 입은 이제 더이상 열리지 않을테다. 혼자 궁시렁거리며 발을 동동 굴리고 있는데 레이는 다시 존칭까지 써가며 나에게 말했다.






“공주님. 저는 이제 이것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앞으로 공주님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걸 기억하십시오.”

“더 모르겠어... 몰라! 나 그만 갈래!”






모처럼 귀를 기울여 들었더니 골치만 더 아프다. 나보고 뭘 하라고? 무작정 무게감만 실어주는 레이의 말을 듣고 신경질을 내며 의자에서 일어났다. 따라 고개를 올려 나를 바라보던 그는 천천히 고개를 숙이고 나를 위한 기도를 외웠다.






“당신의 선택에 축복을...”






대신전에서 빠져나오자마자 거칠게 말에 올라탔다. 씨.. 레이 나빴어. 다른 차원의 존재. 예지몽. 선택. 도무지 연결되는 고리를 찾을 수가 없잖아. 꾸벅 졸고있던 매리가 허겁지겁 뒤에 타자마자 빠른 속도로 성에 돌아왔다. 그리고 바로 황실도서관을 찾았다. 여태 스스로는 절대 발을 들여놓지 않은 곳인데 오늘만큼은 그 곳에 있는 책들이 절실하게 필요했다. 답지않은 행보에 화들짝 놀란 매리가 옆에서 시끄럽게 떠들다가 꾸벅꾸벅 졸고 있던 사서에게 한소리 들었다. 나는 그러거나말거나 바쁘게 움직이며 차원에 관한 도서들을 죄다 꺼내들었다. 총 61권. 이 큰 도서관에 고작 이것뿐이라니... 작게 한숨을 쉬면서 그 자리에 털썩 앉아 책들을 읽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집중해서 책을 읽는 내 모습에 감격한 매리가 눈물을 흘리면서 동네방네 제 주인이 이상하다며 촐싹거리고 다닌건 나중에 알게 된 일이었다.







*








“세나! 아직 멀었어?”

“아휴, 조금만 더 참으셔요!”

“도대체 여인은 왜 이런걸 발라야 하는거야?”

“공주님의 피부는 워낙 좋아서 이런건 필요없으시지만 중요한 자리인걸요. 격식은 갖추셔야죠~”

“알겠으니 빨리 해줘.. 이러다 늦겠어!”

“네!”






분칠을 담당하는 세나가 열심히 내 얼굴을 도화지 삼아 그림을 그리느라 정신없다. 간질거리는 느낌에 자꾸 움찔거리면 세나의 눈매는 사나워진다. 얌전히 있으려니까 자꾸 몸이 근질거려 세나를 재촉해보지만 그녀의 붓에 담긴 정성은 갸륵했다. 평소에는 거들떠보지 않는 거울을 들여다보고 있으려니까 마주한 내 얼굴이 어색하다. 색조화장까지 한 얼굴은 마치 다른 사람의 얼굴 마냥 낯설다. 화장이 얼른 끝났으면 싶다가도 세나의 혼신을 담은 화장이 끝나면 숨막히는 코르셋을 차고 치렁치렁한 드레스를 입어야한다는 생각에 눈 앞이 캄캄하다.





평소답지 않게 화장에 화려한 드레스까지 내가 이런 수고를 감수하게 된 것은 사흘 전 대신전에서 한 통의 전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전보에는 레이의 직인이 찍혀있었다.







< ...달이 두 번 빛을 잃고 기어코 태양을 가릴 때, 대륙을 집어삼킬 이방인이 나타날 것이오. 그가 새로운 이치에 눈을 뜨기 위해 그대의 숨결을 불어넣어 세상을 빛으로 밝혀주시오. ... >






편지 한 번 되게 어렵게 쓰네. 첫문장을 읽자마자 해석해야하는 글귀를 읽어내리며 짧게 혀를 찼다. 
근데 레이.. 이거 중간에 다른 사람이 가로챘으면 오해하기 딱 좋잖아... 뭐, 나에게 무사히 도착했으니 쓸데없는 걱정인가?






쭉 읽어내리는데 유독 눈에 띄는 단어가 있었다. 이방인! 보자마자 눈을 번뜩이며 누구를 뜻하는지 단번에 알아차렸다. 몇 날 며칠 머리를 싸매고 그에 대해서 고민해봐도 그럴싸한 답이 나오지 않아 화병으로 쓰러지기 직전이었는데 레이가 드디어 답을 주려는 모양이다. 테이블 위에 양피지를 고이 펼쳐두고 본격적으로 뜻을 해석하기 시작했다. 






3일 뒤, 대신전에서 미사를 진행하는 중에는 달이 태양을 가리는 이클립스가 찾아온다. ‘달이 두 번 빛을 잃고 기어코 태양을 가릴 때’ 는 이 날을 말하는 것 같다. 그리고 이방인이 나타난다는건... 다른 차원의 존재인 그가 무려 차원의 시공간을 뛰어넘어 이그조 대륙에 온다는 건가? ... 도대체 어떻게? 내가 해석해놓고도 얼토당토않다는 느낌에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근데 도무지 다른 방향으로는 해석되지 않는다. 그리고 대륙을 집어삼킨다는 수식어도 엄청 거슬리는데... 불현듯 떠오른 생각에 설마... 하고 고개를 내저었다.






전보를 다 읽은 후 또다시 생겨나는 의문에 당장이라도 레이에게 가고싶었지만 양피지 끝에 옅게 쓰여있는 한문장을 읽고 차마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었다. 이번에도 몰래 성을 빠져나와 자신을 찾아오면 미사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겠다는 협박이 적혀있어 순간 이거 대필한거 아니야?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레이가 협박이라니...







어느새 세나가 화장을 끝내고 내 몸에 향수를 세 번 뿌려주고는 우쭐한 표정으로 거울을 가리켰다. 옆에서 너무 예쁘다고 난리를 치는 매리와는 달리 나는 눈만 꿈뻑이다가 이제 다 끝난거야? 하고 물었더니 세나가 한숨을 푹 내쉬며 어깨를 늘어뜨린다. 동료가 잔뜩 풀이 죽자 매리가 나서서 나를 타박한다. 예쁜걸 보고 왜 예쁘다고 하지 못하냐면서 타박하기에 꾸며놓으면 누구나 다 이쁘다고, 내가 보기엔 너희들이 더 예쁘다고 말했다가 부끄러워?하는 두 시녀의 열정적인 손길에 질식사할 뻔 했다. 어찌나 손에 힘이 얼마나 쎄던지 코르셋에 조여진 허리는 본래 굵기의 거의 반 가까이 얇아진 것 같다. 숨을 쉴 때마다 턱턱 막히는게 아무래도 조금 푸는게 좋을 것 같은데... 제안을 했지만 매리와 세나는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야, 너희들. 그래도 내가 너희 주인인데... 우씨... 미워...







마차에 앉아있는데 허리를 꼿꼿하게 유지한 채 옴짝달싹하지를 못하겠다. 아오, 갑갑해라. 안그래도 요새 입맛 돌아서 살이 오르고 있는데 예전보다 더 조여놨더니 움직이는 마차 안에서 속이 다 울렁거린다. 옆에서 매리가 안색이 파리하다고 걱정하는데 코르셋 좀 풀어달라는 내말을 죽어도 안 듣는다. 걱정은 왜 하는거야...?









대신전 앞에서 마차가 서자마자 신전 안에서 오르간 소리가 웅장하게 울려퍼진다. 






“늦었잖아!” 







마차에서 내리자마자 매리를 노려보았다. 펄럭거려서 주체하기 힘든 드레스를 한움큼 움켜쥐고 냅다 달렸다. 그나저나 대신전에 미사를 참여하기 위해 오는게 몇년만이더라. 달리는 와중에 가까워지는 대신전의 정문을 바라보며 씁쓸하게 웃었다.





4년전, 오라버니를 잃고부터 대신전의 미사에는 전혀 참석하지 않았다. 원래 세라피아에서 정기적으로 열리는 미사에는 교황과 신관들말고도 황족들이 전체 참석해야만 하는 관례가 있다. 유일하게 당당히 성을 외출할 수 있는 날이었기에 아버님의 손을 꼭 잡고 대신전의 문을 지나면 울려퍼지는 신악(神樂)의 매료되어 콧노래를 흥얼거리곤 했었는데, 오라버니의 일이 터지고 나서부터는 오히려 미사가 진행되는 날에는 되도록이면 발길을 끊었다. 그 때 생긴 여신을 향한 반감은 지금도 여전하지만, 오늘은 예외였다.






미사가 진행되는 중임에도 나는 당당히 문을 열어제꼈다. 끼익거리는 문소리와 함께 진행되던 미사는 잠시 중단되었다. 모든 이목이 집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조금도 어깨를 움츠리지 않고, 상석에 비워둔 내 자리에 착석했다. 아버님과 오라버니들의 표정이 꽤나 재밌다. 제대에 앉아있던 레이는 나를 보고 슬쩍 미소를 짓고는 신관에게 계속 미사를 진행해달라고 부탁한다. 다시 미사가 진행되었고, 나는 관심없는 일에 하품을 늘어놓으며 빨리 이클립스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









“차렷! 경례!”







모두가 선생님께 인사를 건네는 와중에 당당히 고개를 숙이고 잠이 든 학생이 있다. 잠은 제대로 자고 오는건지 학교 오기 무섭게 책상에 엎드리는 짝궁을 바라보는 지원이 혀를 찼다. 따악. 결국 담임에게 출석부로 한 대 얻어맞고서야 머리를 긁적이며 일어난 찬열이 쩌억 입을 벌려 하품을 한다.






“아함,”

“아함? 박찬열, 넌 내가 누구로 보이냐?”

“?”






찬열의 담임, 한빈은 책상 위에 출석부를 세우고 그 위로 몸을 지탱하며 물었다. 하품으로 눈이 빨갛게 충혈된 찬열은 와이셔츠 속으로 손을 집어넣고 벅벅 긁으며 한빈을 이상한 눈으로 흘겨보았다.






“우리 쌤 늙어서, 치매오셨나?”






비아냥거리는 말투에 지원은  얼굴을 가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오, 저 눈치없는 새끼... 아니나다를까 울그락불그락 터질듯한 얼굴의 한빈이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찬열을 노려본다. 찬열은 여전히 밥 말아먹은 눈치로 귓구멍을 후비적거린다. 결국 한빈이 뒷목을 잡고 끄응 앓는 소리를 내었고, 대신 눈치보던 지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한빈을 달래기 시작했다.






“에이~ 쌤요. 원래 이런 애인거 아시잖아요.”

“이거 놔. 내가 오늘 기필코 저자식 버릇 고친다.”

“쌤 입만 아프다니까요?”

“뭐 잘못 먹었어요? 오늘 왜이리 예민하게 굴어요, 귀찮게”

“...”






지원은 당장 저 입을 꼬매버리고 싶다고 생각하며 찬열을 노려보았다. 붙잡고 있는 한빈의 몸이 부들부들 떨려오자 지원은 아차하고 다시 한빈을 진정시켜보려 했으나 이미 끊어진 이성은 쉽게 붙지 않았다.






“놔! 가만 안 두겠어!! 너 이새끼, 박찬열. 말버릇이 그게 뭐야?! 내가 네 선생이라고!!”

“으아악, 쌤!! 폭력 반대!!!”






한빈이 울분을 토하며 큰소리를 내더니 지원에게서 벗어나 당장이라도 찬열에게 덤벼드려고 발버둥을 친다. 지원은 겨우겨우 한빈을 붙잡으면서 찬열을 향해 외쳤다. 빨리 잘못했다고 고개 안숙이냐면서. 정작 그 두사람을 태연하게 바라보던 찬열은 다 커서 뭐하는 짓들이냐며 작게 혀를 찼다. 이게 다 누구때문인데... 한빈은 어이가 없었다. 뭐 이런 놈이 다있어? 너무 당당한 모습에 이제는 화를 내는 자신이 이상한건가 하는 의구심까지 든다.






갑자기 힘이 쭉 빠지네. 한빈이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얌전해진 그에 지원이 눈치를 살피며 손을 놓았다. 교사 3년 차에 처음 느껴보는 회의감에 한빈은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는 흐지부지 조례를 끝내고 교무실로 돌아갔다. 그의 뒷모습을 안쓰럽게 쳐다보던 지원이 에라이, 나쁜 놈아. 하고 찬열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세게 때리지도 않았는데 아야 소리를 내며 머리를 부여잡는 찬열을 얄미워하며 째려보던 그는 너야말로 담임한테 자꾸 왜 그러냐고 불쌍하지도 않냐면서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찬열은 머리를 긁적이면서 또다시 하품을 늘어놓았다. 오늘따라 왜이렇게 졸리냐.. 결국 다시 책상 위에 엎드리려던 찬열이 지원을 향해 말했다.






“내가 담임한테만 그러냐?”






한마디를 던지고 얼굴을 묻어버린 찬열의 뒷통수를 내려다보던 지원은 팔짱을 낀 채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긴, 담임한테만 그러는건 아니지... 그러다 고개를 멈추고 인상을 찡그린 지원이 다시 한 번 찬열의 뒷통수를 갈겼다. 자랑이다, 새꺄.






수업시간 주구장창 잠을 자던 찬열이 다시 일어났을 땐 주위에 아무도 없었다. 점심시간인가... 아직 몽롱한 눈빛으로 시계를 확인한 찬열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시계는 고장났는지 바늘이 모두 멈춰있었다. 기지개를 켜고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다시한번 고개를 갸웃거릴 수 밖에 없었다. 점심시간치고 복도도, 운동장도 너무 조용했기 때문이다. 마치 학교 안에 자신 혼자만 남겨진 것처럼..






“뭐야, 설마 학교 마친거?”






김지원 이새끼, 치사하게 날 버리고 혼자 가다니. 잠들기 전에 자신을 노려보던 지원을 떠올린 찬열은 머리를 긁적이며 가방을 둘러매고 교실에서 빠져나왔다. 아무래도 뭔가 이상한데... 고요한 복도를 걷다가 순식간에 어두워지는 밖을 확인하고 우뚝 멈춰섰다. 창가에 붙어 하늘을 바라보자 해가 반쯤 새까맣게 가려져 있었다.






“일..식...?”






오늘이 일식일이었던가? 어제 저녁에 본 뉴스에서는 그런 소리 없었는데. 마냥 하늘을 올려보며 점점 가려지는 해를 구경하고 있는데 갑자기 아래쪽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혼자는 아니었구나, 찬열은 해에서 눈을 떼고 소리가 나던 곳을 향해 걸었다.






...klv.. ..sd..  u ...  oui..e..n.?






말 소리는 들리는데. 뭐라는거야? 자꾸 끊겨 들려서 그런지 외국어처럼 들리는 소리에 좀 더 귀를 기울여 집중해 들었다. 가까워질수록 선명하게 들려오는 목소리는 분명 정체모를 말이었다.






gouazi tuhio ni! aus vianta quase?






영어? 아니, 자신이 징글맞게 공부를 안하던 학생일지라도 저게 영어가 아니라는 것은 알 수 있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거야? 자꾸 이상하게 겹치는 일들에 헛웃음을 흘린 찬열이 계단을 타고 내려갔다. 목소리는 한개가 아니었다. 듣기 좋은 여인의 목소리 한개... 조근조근하게 들려오는 미성의 목소리가 한개... 남자다운 목소리와 잔뜩 들뜬 목소리가 또 한개씩... 계단을 내려설 때마다 목소리가 하나씩 추가되었다.






racho siache gusto mia. seaz ci orav use.

hiersoan?

guliqe!






당최 뭐라고 하는건지 알 수 있어야지... 씨발, 대한민국에 왔으면 한국어을 쓰라고! 좀처럼 알아들을 수 없는 말에 머리가 지끈거려와 찬열이 계단을 다 내려섬과 함께 작게 욕을 뱉었다. 그리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목소리의 주인들을 찾았다. 그런데 왜 안보여? 더 내려가야하나? 들려오는 목소리는 그렇게 멀리서 들려오는 것 같진 않았는데 보여야할 사람들이 보이지 않자 이젠 짜증까지 난다. 찬열이 발을 구르며 신경질을 내었다. 그 순간 눈에 보이는 배경이 어지럽게 흔들리더니 그는 사방에 막힌 곳에 갇혔다. 






“이,이거 뭐야?”






놀란 그가 벽을 더듬으며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한참을 더듬던 찬열은 손을 멈추고 잠시 생각에 빠지더니 피식, 웃음을 흘렸다. 우리는 이렇게 말도 안되는 일들이 연속적으로 벌어지면 오히려 쉽게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꿈. 그 단어 하나면 이 모든 일들이 설명 가능해지지. 마침 자신은 잠에 들어있었던 상태였다. 아마 자신은 아직 잠에서 깨기 전이라고 어리짐작한 찬열은 방 가운데 가부좌를 틀고서 팔짱을 꼈다. 이게 가위에 눌린다는 건가? 꿈치고는 생생하게 느껴지는 건 그 때문이겠지. 찬열은 잠시 눈을 감고 생각했다. 언젠가 가위에 눌렸을 때 깨어나는 방법을 TV에서 본 것 같은데... 젠장, 꼭 필요할 땐 떠오르지 않는 기억에 찬열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되면 제 짝꿍 김지원이 저를 깨워주기를 바랄 수 밖에 없다. 생각을 끝낸 찬열은 그 자리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머리 뒤로 깍지를 끼고 천장을 바라보던 그는 획 옆으로 돌아 누웠다. 꿈 속에서 잠을 자면 또 꿈을 꾸려나?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어차피 이 상황을 벗어날 마땅한 방법도 없으니 찬열은 다시 지그시 눈을 감고 잠을 청하는 패기를 보였다.








*









“끄아악!”






갑자기 온 몸이 어디론가 이끌리는 듯한 느낌에 찬열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헉.. 헉... 거칠게 숨을 내쉬며 찬열은 제 이마에서 흐르는 땀을 닦아내었다. 씨발, 꿈. 고작 꿈때문에 이렇게 땀을 흘리는 제 모습이 창피해져 어색하게 웃으며 주위를 살폈다. 그런데... 여긴 어디?







붉은 벽지에 온통 금색의 문양이 그려진 방 안은 화려하기 그지없다. 방은 방 분위기에 걸맞은 샹들리에의 불빛으로 밝았고, 제 눈에 보이는 가구들은 유럽 중세시대 영화에서나 본 굉장히 엔티크한 모양새였다. 이제보니 자신이 누워있던 침대도 제법 키가 큰 제가 누워있음에도 불구하고 길이가 남을 정도로 굉장히 커다랗고, 두꺼운 천으로 캐노피까지 둘러져있는 걸 보니 이 집 주인 굉장히 잘 사나보다. 근데 내가 왜 여기 누워있는거야? 찬열은 꼼지락거리며 침대에서 빠져나왔다. 그런데 옷이 축 늘어져 바닥까지 쓸고 다닐 정도였다. 손을 들어 이리저리 제 몸에 걸쳐진 옷을 살폈다. 내 교복은 어디가고 이 옷은 또 뭐야...? 찬열은 인상을 찡그린 채 방안을 둘러보고 거울을 찾아 그 앞에 섰다. 맙소사... 멀쩡한 자신의 얼굴에 안도를 하면서도 제게 입혀진 옷을 보고 그는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아.. 아직도 꿈인가보네...






찬열은 옷장으로 보이는 것에 당장 문을 활짝 열었다. 열심히 뒤지며 제 교복을 찾아봤지만 안에 있는 옷들은 죄다 지금 입고 있는 옷들과 비슷했다. 좋은 천으로 만들어졌는지 살을 스치는 감촉이 너무 보드라워 그는 혀를 찼다. 쳇, 뭐가 이리 느낌이 생생해? 꿈이면서도 현실감이 높아 진짜로 착각이 들 정도다.






옷을 질질 끌면서 방안을 한번 둘러본 찬열은 테라스를 발견했다. 무작정 창을 열고 테라스에 나선 찬열은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광경에 작게 탄식을 뱉었다. 밤인지 어두컴컴한 어둠 아래 여기저기 횃불을 들고 돌아다니는 로브를 걸친 사람들, 아래서 내려다보아도 높아보이는 벽을 건너서 보이는 개미만한 낮은 집들... 지금 내가 있는 방의 모습도 그렇고, 밖으로 보이는 풍경도 그렇고.. 꿈 속의 세상은 대한민국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아무리 봐도 이건 유럽 중세시대 같은데.






“...”







도대체 왜 이런 꿈을 꾸게 되었는지, 찬열은 머리를 쓸어넘기며 한숨을 내쉬었다. 얼른 깨어나고 싶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려는 머리는 이미 쥐가 나서 터질 지경이었다.







...git rkew soek... dk?

..godes tujdu....

...dvr... hie... wuakle.... ?!






하, 내 귀가 이렇게 좋았던가...? 두번째 꿈과 비슷한 말소리가 들려와 찬열은 방안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방안에는 아무도 없다. 그는 감각적으로 방 문 밖에서 들리는 소리라는 것을 짐작하고 헛바람을 내쉬었다. 방이 작은 것도 아니고, 우리 집보다 큰데 그 밖에서 말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꿈이라 그런지 귀까지 좋아졌나보다 넘긴 찬열은 테라스 난간에 기댔다. 이윽고 방문이 열린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대화를 하며 방안으로 들어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와우, 얼굴 클래스 봐라. 찬열이 작게 휘파람을 부르며 두사람의 얼굴을 살폈다.






금발의 남자는 서글서글한 인상이 딱봐도 착해빠져보였다. 하얀 얼굴에 뜬 미소는 굉장히 편안해보인다. 저건 뭐지? 찬열은 남자의 옷과 모자에 똑같이 그려진 문양을 뚫어져라 보았다. 되게 있어보이네. 개구지게 웃으며 중얼거린 그는 여자에게로 눈을 돌렸다. 금방이라도 타오를 것 같은 새빨간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를 보고 찬열은 저번 방학 때 붉게 염색하려다가 타버린 제 머리를 떠올리며 감탄을 터뜨렸다. 저렇게 빨간데도 찰랑이는 머릿결을 보니 저 여자는 타고났나보네. 잠시 부러움의 눈길을 보낸 그는 그녀의 얼굴로 시선을 옮겼다. 눈매는 적당히 위로 올라가고 여자임에도 콧대는 우뚝 올라섰다. 입술은 또 붉고 두툼한 것이 딱 봐도 나 도도해요, 끼를 부린다. 꿈에서라도 이런 얼굴을 보게되다니 덕분에 찬열은 얼른 깨어나고 싶다는 생각은 접었다.






guqai!

... djeil dks... gkuel, suerk...

dgoee?!







차분한 목소리로 들어왔던 것 같은데, 여자는 놀란 표정으로 침대를 가리키며 남자를 향해 언성을 높이기 시작했다. 남자도 잠시 당황스런 표정을 보였지만, 아까와 별반 다르지 않은 목소리로 여자에게 말했다. 뭐라고 하는지 대화는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상황을 지켜보니 자꾸 여자가 침대를 가리키는게 방금까지 저기에서 자고있던 자신이 사라져서 그러는 것 같다. 여자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난감함에 찬열은 볼을 긁적거렸다. 아마도 안쪽에서는 자신이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이제는 남자의 멱살까지 쥐고 흔들며 소리치는 여자의 모습에 안으로 들어서려던 발걸음을 머뭇거렸다. 지금 나가면 멱살 잡힐 사람이 자신인 것만 같아서...






그 순간 찬열은 여자를 말리며 고개를 돌린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던 남자는 화사하게 웃더니 여자를 부르며 멀뚱히 서있던 찬열을 가리켰고, 곧 여자도 찬열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젠장,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다가오는 여자의 모습에 찬열은 속으로 혀를 차며 제 목을 쓰다듬었다.








          p.s. 이 소설엔 엑소 모두 등장합니다.
                서가대 대상을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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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홍홍 정말 잘보구 갑니다 다음편이 아주 기대되요! ㅎ[잇치] 암호닉 신청하고 가요!
9년 전
독자2
흐항 재밌어욤!!!!
9년 전
독자3
ㅎㅎㅎ재밌어요!.30포인트가 아깝지 않아요!!!ㅋㅋㅋ앞으로 계~속 찾아올께요!!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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