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엘 - 잠꼬대
새학기에 익숙해졌을 때 쯔음 하늘엔 벚꽃이 날리고 있어. 춘추복 혼용기간이라 가디건을 하나 걸치고 가는데 기분이 좋아.
만개한 벚꽃나무를 한번 더 보다가 가방을 고쳐매고 등교를 하는데 앞에 익숙한 뒷모습이 보여.
정국이다- 너탄은 장난스럽게 뒤로가서 정국이 어깨를 툭툭 치고 손가락으로, 돌아보는 정국이의 볼을 콕 찍음.
"아 뭐에요- "
정국이랑 마주보고 히힛,하고 웃고 나란히 걸어가는데 누나,머리에 벚꽃- 하길래 고개를 휙휙 흔들었어.
그리고 정국이를 올려다보니까 정국이 앞머리에도 벚꽃잎 하나가 떨어져 있음.
너도 있다- 하니까 고개를 너탄앞으로 슥 가져와서 조금 놀란 너탄이 뒤로 살짝 피했다가 떼어줬어.
"우리 알고지낸지도 이제 1년 다 되어가네요."
너탄 걸음걸이에 맞춰 천천히 걷던 정국이가 내려다보면서 이맘 때 쯤 이죠?- 하고 물어옴.
너랑 정국이는 처음 만난 날을 생각만 하면 웃음이 나와. 괜시리 마주보고 한번 웃고는 앞서 걸었어.
*
그 날 아침엔 그랬어. 날씨가 나른해져서 그런지 몸이 더 늘어지는 기분이었어.
이불에서 나올 수 가 없어서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가 결국 지각위기.
어차피 지각인데 그냥 다 준비하고 가자. 샤워를 하고 머리는 반 정도 말린채로 집을 나섰지.
워낙 늦게 도착해서 곧 수업시작 시간이라 운이 좋으면 운동장에서 벌을 받진 않을 것 같았어.
근데 선생님이 계시네. 하지만 실망하긴 이름. 교문 벽에 붙어서 두리번거리며 살펴보니 선생님이 반대쪽을 보고 서 계셨음.
슬금슬금 걷다가 좀 뛰면 안걸릴 것 같았어. 선생님만 보면서 슬금슬금 게걸음으로 걸어가는데 툭,
"아!"
웬 남자애랑 부딪혔음. 그리고 둘 다 걸렸지. 수업 시작종이 울리는 바람에 1교시가 끝나면 교무실로 가기로 했음.
교실로 뛰어가서 수업을 듣는데 자꾸 그 남자애가 생각이 나는거야. 부딪혔을 때 나던 섬유유연제 냄새도 좋았고...
같이 게걸음으로 걷고있었다고 생각하니까 웃겨서 자꾸 웃음이 나왔어.
1교시가 끝나는 종이 울리자마자 교무실로 갔는데 남자애랑 복도에서 마주치고 눈이 마주쳤어. 그 때 또 반할 뻔.
학생주임 선생님 앞으로 가니까 복도로 가서 무릎꿇고 손들고 서 있으라셔. 둘이 같이 한숨을 쉬면서 복도로 나감.
그리고 무릎꿇고 손을 드는데 계속 들고 있어도 선생님이 안나오시는거야. 꼭 약속이라도 한듯이 둘 다 팔을 내렸어.
그리고 동시에 꿀밤 맞음. 언제 오셨는지 옆에서 보고 계셨던거임. 잔뜩 혼나고 선생님이 다시 교무실로 들어가셨는데 너무 웃김.
소리내서 웃고싶었는데 입술깨물고 참고 있는데 옆에서 막 웃는거야.
그래서 결국 둘이 소리내서 웃다가 또 혼남. 그 남자애가 정국이. 그렇게 정국이랑 자연스레 친해졌었지.
*
타이밍이 너무 잘 맞았었어 그 때- 예전얘기를 하면서 같이 건물로 들어갔어.
나 1교시 체육이에요- 정국이가 웃으면서 너탄에게 말함. 너탄이 그게 뭐 어떠냐는 식으로 쳐다보니까
"나 보느라고 공부안하면 안돼요."
안그러거든- 하고 째려보니까 씨익 웃더니 귀엽네, 하고 담에 봐요- 하면서 계단을 뛰어 올라감.
멍때리고 보니까 1분남았어요- 하고 마저 올라감. 어, 진짜 1분남았다. 너탄도 막 뛰어 올라갔지.
그리고 너탄은 정국이말대로 수업에 집중을 할 수 가 없었어. 자꾸 눈이 운동장으로 가.
반팔만 입고 뛰는데 그게 그렇게 설렐 수 가 없음. 그런 너탄한테 친구가 쪽지를 내밀어 옴.
[그렇게 좋으면 고백을 해.]
그걸 시작으로 너탄이랑 친구는 대화에 빠짐. 걸릴까봐 쪽지에 막 적어가며 조용히 수다를 떠는데 걸림. 쪽지를 뺏겼어.
수업이 끝나고 복도에서 친구랑 혼남. 선생님이 정국이가 누구냐고 함. 와 미치겠음. 다른반애들도 다 지나가다 쳐다봄.
누가 정국일 좋아한단거야- 친구가 나를 가리킴. 와나... 망했어요. 너탄은 고개를 푹숙이고 들지 못 함. 선생님이 쪽지를 막 읽으심.
"그렇게 좋으면 고백을 해. 못해. 정국이는 나 안좋아할걸. 걔보니까 너한테 관심은 있는 것 같던데, 카톡한거 보여줘봐. 나 걔번호 모르는데."
"아 선생니임-"
너탄이 듣다 못해서 선생님을 말리는데 선생님마저, 선생님이 봤을 땐 가망이 없다. 번호도 모르면 힘들겠네. 그리고 저녁시간에 교무실로 와라- 하고 가심.
선생님이 봤을 때도 가망이 없다니... 기운빠짐. 너탄은 네에- 하고 대답하고 어깨를 축 떨어뜨리고 교실로 들어가려는데 친구가 팔꿈치로 너탄을 막 침.
아 왜애- 하고 칭얼대면서 고개를 드는데 계단 쪽에서 어깨를 들어 반팔소매로 땀을 닦고 올라오고있는 정국이랑 눈이 마주침.
놀라서 얼른 교실로 들어옴. 친구가 쫓아와서 야, 들은거 아니야?- 하는데 머리가 하얘짐.
저녁에 교무실로 가서 선생님이 하라고 주신거 다 하고서 야자를 하러 오는데 정국이랑 마주침.
도저히 대화를 나눌 수 없음. 분명히 눈이 마주쳤는데 못본척하고 반대편으로 막 뛰어갔어. 그리고 교실왔는데 너무 슬픔.
친구가 달래주는데 더 슬픔. 너탄은 그 다음날도 정국이랑 마주치면 도망치다가 한주내내 정국이랑 한마디도 못했어.
*
월요일 아침. 벚꽃이 질 때가 되었는지 엄청 떨어져. 지난 주에 정국이랑 같이 걸어갔던게 생각나면서 슬퍼짐.
다시는 그렇게 못 걷겠지- 하면서 가는데 앞에 정국이가 보이네. 같이 안가려고 더 천천히 걸어가는데 옆에서 친구가 부름.
덕분에 정국이가 뒤돌아봤는데 너탄이 눈을 피하니까 정국이가 보더니 그냥 감.
더 슬퍼짐. 완전 눈물이 날 것 같아.
신발을 갈아신고 교실에 도착했는데, 교실 문앞에 정국이가 있어.
놀라서 쳐다보니까 다짜고짜 너탄을 끌고 복도 끝쪽으로 감.
"나한테 화난거 있어요?"
하는데 그 때 선생님이 하는 얘기를 못들었나싶음. 못들었는데 너탄혼자 그렇게 행동한건가 싶어서 눈치를 보는데 정국이가 가디건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는거야.
놀라서 쳐다보니까 샀어요 핸드폰. 새거. 좋겠죠- 하고 너탄한테 내밈. 너탄은 울상이 됨. 들었네 들었어- 하면서 속으로 별의 별 생각이 다 드는데
"표정이 왜그래요. 누나도 폰 바꿔요 탐나면- 그리고 번호주세요."
급떨림. 뭐지 못들은건가. 들었으니까 번호를 달라는거겠지?- 하고 번호를 눌러줌. 정국이가 통화버튼을 누르더니
"나 누나한테 내번호 처음으로 알려주는거에요. 밤에 연락할게요."
이거 낼거니까 수업시간에 괜히 폰잡고 있지말고- 하고 감.
뭐야.... 뭐야 쟤.. 너탄은 막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친구한테 가서 말했어.
친구가 너탄한테 정국이가 폰바꾸고 새번호 너한테 처음 알려준거 아니냐면서 잘됐다고 호들갑을 떨음.
근데 너탄은 정국이가 그 때 선생님이 말씀하시는거 듣고 안쓰러워서 주는건 아닐까 싶어서 잘 모르겠어.
그래도 살짝 기대를 가지고 그 날 하루를 보냈지. 그리고 집에 갔는데 톡이 안옴. 다 씻고 침대에 누운지 30분이 넘게 지났는데도 톡이 안옴.
톡을 들어갔다 나갔다 하는데 친구목록에 친구가 하나 생김. 정국이야. 어떡하지. 이제 오겠다. 하고 기다리는데 카톡이 옴.
얼른 톡방으로 들어감. 누나. 라고 하나 와있어. 막 두근거리는데 대화가 하나 더 뜸.
[엄청 기다렸구나.]
아.........앙대....... 너무 빨리 들어갔나봐... 당황해서 뭐라고 쓸지 모르겠는데 대화가 여러개가 막 옴.
[못들은척하려고 했는데 대놓고 피하는게 너무 웃겨서 그냥 티낼게요.]
[그 때 다 들었어요. 누나 혼나고 있는거.]
너탄은 베개를 끌어안고 대화창만 바라봄. 흥분을 가라앉힐 수 없어. 역시 들었던거야. 그리고 대화가 하나 더 떴는데 머리 쥐어뜯을 뻔 함.
[나 핸드폰 없어서 번호 못 줬던건데. 그래서 주말에 폰 만들었어요.]
[왜 대답을 안해.]
[누나때문에 폰만든거라구요.]
지이잉-
너탄이 너무 떨려서 대답을 못 하고 있는데 정국이한테 전화가 와.
'정국잉♡' 하고 뜨는데 폰잡고 생쇼하다가 받아짐.
".....여보세요?누나."
"어 정국아.."
"왜 대답을 안해요."
"......"
"근데 나 뭐라고 저장했어요?"
"...어.....정국잉"
"뭐야그게 하핳! 하트는요?"
"......붙..였는데.."
"그럼됐어요. 내일은 나 피하지마요."
...너무 꿈같아. 너탄은 옆에 베개를 꼭 끌어안고 누움. 그리고 조그맣게 알겠어어- 하고 대답하는데
손잡아도 피하지마요.- 하는 정국이 목소리가 들림. 벙쪄있는데, 대답- 하길래 얼떨결에 응- 했더니
"잘자."
하고 전화가 끊김. 너탄은 잠을 못 잠. 날을 샜다고 한ㄷ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