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민윤기] 농구부 민윤기
(글 내에서 계절을 가을쯤이라고 생각해주세요... 겨울에 농구하면 손 시립니당.)
"야. 오늘 농구 보러와."
"싫어. 귀찮아."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대꾸했다. 가끔 농구시합이 있는 날마다 김태형은 농구를 보러오라며 귀찮게 굴곤 했다. 그러나 운동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탓에 실제로 보러간적은 손에 꼽을정도로 적었다. 그래도 김태형은 끈기 넘치게 매번 시합때마다 보러오라고 추근덕거렸다. 포기해, 태형아. 책상에 엎드리며 말했다. 아침을 굶고 온 탓에 배고파서 김태형을 쫓을 힘조차 없었다. 김태형은 그런 날 보고 씩 웃더니 손에 들고있던 봉지를 흔들었다. 뭐냐는 눈빛으로 쳐다보자 봉지를 열어 하나 둘 내용물을 꺼내기 시작했다. 내가 좋아하는 빵과, 음료수, 새콤달콤 따위를 꺼내며 나를 보고 웃는 김태형이 천사같아 보였다. 짜식 누나 배고픈건 어떻게 알고. 활짝 웃으며 손을 뻗자 김태형은 단호하게 먹을 것들을 다시 봉지 속에 넣기 시작했다. 누가봐도 내 입맛을 저격한 것들이라 당황해서 바라보자 김태형은 비열하게 웃었다.
"농구 보러오면 줄게."
"또라이새끼. 안먹고 만다."
말과 다르게 정직한 뱃속이 꼬르륵 거리기 시작했다. 주린 배를 움켜잡고 불쌍한 눈빛으로 김태형을 바라보자 김태형은 단호한 척을 하며 고개를 돌렸다. 존나 너무해. 입을 삐죽이며 책상에 머리를 박자 김태형은 옆자리의 의자를 빼내어 앉으며 조잘대기 시작했다. 너 오늘 아침 굶었다며. 이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있니. 근데 마침 또 농구시합이 있네? 보러 와라, 좀! 시끄럽다고 손을 휘휘 저었지만 김태형은 굴하지 않고 계속해서 떠들었다. 다른 학교 애들은 맨날 여자애들이 응원와서 꺅꺅거리는데 우리 농구부만 애들 많이 안오면 너무 서럽잖아. 그니까 좀 와라. 아 물론 너를 여자로 보는건 아니지만 어쨌든 생물학적 여자잖아. 얄밉게 떠들어대는 김태형의 입을 막아버리고 싶었지만 너무 배가 고파 그럴 힘조차 없었다. 다시 한번 요동치는 뱃속에 참지 못하고 김태형 손에 있는 봉지를 낚아챘다. 야 알았어. 보러갈테니까 좀 닥쳐봐. 농구시합과 맞바꾼 빵은 너무 맛있어서 눈물이 날뻔했다. 그러나 옆에서 좋다고 박수치는 김태형을 보니 눈물이 다시 쏙 들어갔다.
결국 학교가 끝난 후 억지로 인상을 쓰며 운동장을 나갔다. 혼자 가긴 싫어 농구부에 좋아하는 남자 애가 있는 애들 몇명을 끌고 갔다. 흔히 여자애들의 로망이 운동하는 남자이듯이 농구부 애들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인기가 많았다. 그래서 분명 응원가는 애들이 많을텐데 김태형은 어디서 구라를 치는걸까. 옆에 있던 애들은 저마다 농구부 애들한테 더 잘보이겠다며 조그만 손거울 속의 자신들을 더욱더 치장했다. 이것저것 그리고 바르고 난리가 난 애들을 바라보다 한숨을 내뱉었다. 귀찮다. 운동장을 가로질러 농구장 쪽으로 걸어가자 몸을 풀고 있던 김태형이 나를 발견하곤 손을 붕붕 흔들어댔다. 인상을 찌푸리며 농구장 안으로 들어가자 김태형이 오늘 농구 시합을 이기겠다며 호언장담을 했다. 지랄은. 퉁명스럽게 내뱉으며 앉을만한 곳을 둘러봤다. 벤치에는 저쪽 농구부랑 우리학교 농구부 애들의 짐이 잔뜩이고 그나마 있는 빈자리는 농구부 애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옆에 있는 애들에게 어디 앉을거냐고 물어보려 돌아보니 이미 애들은 저마다 지들이 좋아하는 남자애한테 쪼르르 달려가서 오늘 이기라며 응원하고 있었다. 이해는 잘 가지 않지만 김태형을 좋아하는 아이도 있는 터라 김태형은 그 아이가 전해준 포카리를 들고 허허 웃고있었다. 지가 오라고 해놓고. 대충 주변을 둘러보다가 그냥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치마를 입었지만 긴편이라 딱히 신경쓰지 않고 있는데 지나가는 농구부 애가 체육복을 입은 주제에 자기 마이를 던져주며 말했다.
"내 마이 좀 맡아주라. 바닥에 끌려도 상관 없어."
"너 농구부 아니야?"
"맞는데?"
"벤치에 놔도 되지않아?"
웃겼다. 치마 입어서 덮으라고 주는 것 같은데 맡아달라니. 그것도 몇번 보지도 않은 아이한테. 이게 말로만 듣던 츤데레인가 하고 입꼬리를 잔뜩 올리고 있는 나를 보더니 남자 애는 본인이 생각해도 이 상황이 웃긴지 바람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었다. 내가 고맙다며 마이를 펴서 다리 위를 덮자 그 남자애는 내 옆자리에 철푸덕 하고 주저앉았다. 남자애를 바라보니 예전에 김태형이 소개시켜준 농구부 중에 한명 같은데 이름이 생각나지 않았다. 아 무슨 윤 이었는데. 기윤이었던 것 같다. 맞아 기윤이! 성은 생각나지 않아 그냥 고마워 기윤아! 하고 말하자 그 남자애가 나를 바라보더니 소리를 내며 웃었다. 뭐야. 이름이 틀렸나. 인상을 쓰며 이름을 생각해내려고 하는데 멀리서 다른 농구부 남자 애가 민윤기! 하고 소리쳤다. 그러자 내 옆에 있던 기윤이, 아니 민윤기는 손을 털며 몸을 일으키더니 나를 바라보고 웃다가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농구 재밌게 봐. 이름이 민윤기였구나. 얼굴이 화끈거렸다. 이름을 잘못 말해서 그런건가 괜시리 빨개지는 얼굴에 손부채질만 연신 해대며 가만히 민윤기가 농구공을 튀기며 몸을 푸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민윤기랑 나를 번갈아가며 바라본 여자애들이 나에게로 달려오더니 민윤기랑 무슨 말 했냐며 자기들끼리 호들갑을 떨었다. 어머어머. 민윤기 철벽 심하다던데 아닌가봐. 이거 민윤기 마이야? 대박. 민윤기가 너 좋아하나봐.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여자애들의 목소리가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엄마 나 어떡해. 민윤기 좋아하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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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농구부 민윤기는 사랑입니당. 농구부 윤기가 보고싶어서 즉흥적으로 썼습니다...(먼산)
아 맞다 장르는 판타지물이에요. 환상. 실제로 학교에 저런 애들도 없고 저런 일은 없습니다. 여러분 다 아시죠?ㅎㅅ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