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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부 변백현 x 테디베어부 도경수  

上 

; 작전명. 곰변뿅 


 


 


 


 


 


 

 



" 너 동아리 뭐했냐고?! "
…. "
" 야 도경…읍. " 

 경수의 반에 들이닥친 백현은 책상에 힘없이 엎드려있는 경수의 머리 꼭지에 대고 대고 끈질기게 질문을 날렸다. 며칠 전 부터 백현이 주장으로 있는 축구부에 들어가겠다며 호기롭게 노래를 부르던 경수였다. 보다 못한 종대는 백현의 입을 틀어막으며 칠판을 가리켰다. 가장 위에 적힌 축구부 명단 중 경수의 이름은 없었다. 백현의 시선이 점차 아래로 내려갔다. 유도부, 과학 실험부, 도서부, 경제 연구부…. 쓸데없이 다채로운 동아리 중 그 어디에서도 경수의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야 뭐야 없잖…아? 종대의 손바닥을 치우며 입을 열던 백현은 가장 구석 어귀에 찌그러져있는 동아리 이름을 발견했다. 

 
" 테디베어부. 도경수? "
" 야! " 
" 와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경수의 이름을 발견한 백현은 허리를 접어가며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퍼뜩 고개를 치켜든 경수는 새빨간 얼굴로 백현을 노려보며 씩씩댔다. 백현은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내며 경수의 뺨을 아프지 않게 꼬집었다.

 
" 우리 경듀 테디베어부 들어가 쪄요? "
" 너 진짜 죽는다. "
" 오빠는 곰돌이보다 우리 경듀가 더 귀여워. "
" 아이씨, 변백현!!" 

 
 경수가 백현의 명치를 가격하기 2초 전의 자세를 취하자 백현은 재빨리 경수의 머리를 헝클어트리고는 반을 빠져나갔다. 주먹을 부들거리던 경수는 풀이 죽은 얼굴로 다시 책상 위에 엎드렸다. 이 모든것의 원흉은 바로 가위바위보였다. 모든것의 이름 앞에 '최첨단'이 붙는 이 21세기에서 그딴 저급한 시스템으로 1년 간의 운명을 결정하다니. 나는 축구부에 들어가야 하는 몸인데! 가위바위보의 또다른 피해자인 종대(18.십자수부)가 경수의 어깨를 연신 토닥였지만 아무런 위로도 되지 못했다. 



 
*



" 도경수! "

 
 뒷문 앞에 선 경수는 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복도 끝에서 흰 면티에 체육복 반바지를 입은 백현이 웃으며 뛰어오고 있었다. 

 
" 뭐해 안들어가고? "
" ……. "
" 아, 여기가 바로 그 유명한 테디베어부? "

 
 경수는 어금니를 물며 주먹을 들었지만 이내 한숨과 함께 주먹을 도로 내려놓았다. 평소답지 않게 풀이죽어 시선을 떨어트리는 경수에 백현은 빙긋 웃으며 경수의 뺨을 살살 쓰다듬었다.

 
" 왜그래. "
테디베어부가 뭐야. 나 진짜 축구부 들어가고 싶었는데. "
" 괜찮아. 축구부 담당이 미친개인거 알지? 들어왔으면 너 엄청 힘들어했을 걸. 우리 공주님은 시원한 교실에서 이 오빠 간지나게 달리는거 지켜보세요. " 

 
 그래도…. 경수가 말끝을 흐리며 우물거리는 사이에 종이 치자 백현은 경수의 뺨을 톡톡 두드리고는 미친개의 미친 지각 벌을 면하기 위해 내달렸다. 경수는 쏜살같이 뛰어가는 백현의 뒷모습을 보며 무거운 숨을 뱉어냈다. 
 경수는 원체 운동을 좋아하지 않았다. 땡볕 아래서 온 몸을 땀으로 적셔가며 뛰어다니는 것 보다는 선풍기 바람을 쐬며 기출 문제를 푸는게 훨씬 더 좋았다. 그럼에도 취향과 체력을 거스르면서까지 축구부를 고집했던 이유는, 오로지 백현 때문이었다. 처음 만났던 7살 이후로 경수와 백현은 한시도 떨어져 본 적이 없었다. 조작을 의심케 할 정도로 초,중학교 모두 같은 학교인 것은 물론 둘은 항시 같은 반이 되었다. 이름 순으로 번호를 매길 때에는 매번 짝꿍이기까지 했다.
 그런데 고등학교에 들어와서 백현과 경수는 2년째 다른 반으로 배정 받았고, 심지어 이번에는 층수마저 달랐다. 축구 선수가 꿈인 백현은 방과 후 아주 늦게까지 남아서 연습을 했기 때문에 자주 얼굴 보는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는 사이 해가 거듭 할수록 백현은 유달리 멋있어지기 시작했다. 축구로 다져진 탄탄한 몸에 재미있고 곰살맞은 성격으로 교내에서 그의 인기는 폭발적 이었다. 여학생들 사이에서 백현이 입에 오르내리는 것을 우연히 들을때마다 경수는 기분이 처참히 가라앉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리고 경수는 기나긴 부정 끝에 자신의 감정을 직시해야 했다. 금방이라도 터질 듯이 크게 부풀어 오른 제 감정을.



 
*



 테디베어부 교실에 들어온 경수는 온 교실을 가득 메운 여학우들의 드높은 데시벨에 머릿속이 하얘지는 것을 느꼈다. 흡사 다섯 살 이후로는 쳐다본 적도 없는 여탕으로 리턴한 기분이었다. 애타게 고개를 빼 두리번 거리던 경수는 이내 표정을 활짝 피며 창가 쪽으로 다가갔다. 

 
" 민석아 너도 여기 동아리야? "
" 어. 도갱 하이. "
" 진짜 여자애들만 바글바글하네. 너도 가위바위보 떨어졌지? "
" 아니? 나는 처음부터 테디베어부 들어오려고 했어. "

 
 눈을 접어가며 웃고있던 경수가 한순간에 자신을 치한 보듯이 바라보자 민석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 이상한 상상하지 마. 여자친구랑 곧 500일 이어서 선물 만들어 주려고 들어온거야. " 
" 선물? "
" 직접 만든 곰인형, 로맨틱, 성공적. 캬." 
" 그런가? "
" 그럼! 이왕 만들거 너도 잘 만들어서 미래의 여친한테 선물 해. "

 
 책상 위로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잠시 고민하던 경수는 이내 결연한 표정으로 민석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백현의 생일이 한 달 후로 다가온 참이었다. 왠만한 고급 수제 테디베어 뺨치는 멋진 곰인형을 품에 안겨주면 얼마나 좋아할까! 멋있다고 꺅꺅될 백현의 모습을 상상하자 벌써부터 좁은 제 어깨가 넓어지는 기분이었다. 경수는 입가에 미소를 띄운 채 창 밖 너머를 바라보았다. 호루라기를 문 채 선두로 운동장을 달리는 백현의 모습이 보였다. 경수는 작은 주먹을 꼭 움켜쥐었다. 디 마이너스 삼십. 작전명 곰변뿅(곰인형으로 변백현 뿅가게 하기 대작전)의 막이 오른것이다.  



*



 …는 너무 큰 꿈이었던 것일까. 작전명 곰변뿅 디 마이너스 십오. 백현의 생일이 보름도 채 안 남은 이 시점에서 경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알게 된 사실이 있었다. 요리를 좀 한다고 해서 바느질을 잘하는건 아니구나! 내가 너무 나댄거 였구나! 분명 같은 남자인데도 민석은 재단부터 바느질까지 못하는 것이 없었다. 야무진 실력으로 여학우들이 모두 그에게 몰려 도움을 구하기에 이를 지경이었다. 경수는 엉성하게 솜을 누빈 곰인형의 팔을 바늘과 함께 책상에 내던지며 얼굴을 쓸어내렸다. 2년 연속 십자수부로 바느질에 도가 튼 종대는 옆에서 시어머니처럼 계속해서 잔소리하다 못해 결국 인터넷에서 구입하는 것을 권유했다. 

 
" 너 뭐하냐? "
" 아 깜짝이야. 노크 안 할래? "
" …하나뿐인 동생아. 네가 원래 돌아이 라는건 알고 있었는데. 이건 좀 아니지 않니? " 
" 뭐래. 닥쳐. 꺼져. "

 
 아련한 미소로 곰인형을 바라보는 제 두살 위 형인 승수에 경수는 옆에있던 문제집을 던질 태세로 집어들었다. 승수는 잽싸게 문 옆에 걸려있던 경수의 야구모자를 가지고 방을 빠져 나갔다. 머리 커서 맞지도 않는게. 경수는 닫힌 문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도승수 저주 기도문을 속으로 끊임없이 뇌까렸다. 그때 방문이 다시한 번 열렸다. 경수는 포효하듯이 소리쳤다. 아 도승수 꺼지라고 좀!

 
" 우리 경수 박력터지네. "

 
에?

 
" 변백현…? "
" 아 도숭수 꺼지라구 쪼옴~"
" 뒤질래…? "
" 미안. "

 
 경수는 얼빠진 얼굴로 백현을 올려다 보았다. 워낙 어렸을적부터 서로의 집을 제 집 드나들듯이 했지만, 백현이 축구부 때문에 늦게 귀가하면서 그 횟수는 현저히 줄어들었다. 제 집에서 백현을 본 것은 정말 오랜만인 지라 경수는 큰 눈만 연신 깜빡였다. 백현은 경수의 뺨을 한 번 꼬집고는 침대에 가 엎어졌다. 언제나 처럼 웃는 얼굴이었지만 경수는 어렵지않게 백현의 얼굴에서 피곤하고 지친 기색을 읽어낼 수 있었다. 

 
" 너 다리 다쳤어? 왜 절뚝거려? "
" 오빠 걱정하는거야 우리 경듀? "
" 장난하지 말고. "

 
 침대로 향한 경수는 백현의 발치에 앉아 오른쪽 발목을 조심스레 감싸 쥐었다. 그에 엎드려있던 백현은 이를 악물며 고개를 배게에 파묻었다. 경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평소 장난스러운 성격의 백현이었지만 축구에서 만큼은 언제나 완벽함을 추구했다. 그렇기에 사시사철 혹사당하는 몸은 성할 날이 없었다. 경수는 상처 투성이인 백현의 마른 다리를 보며 입술을 꼭 깨물었다.

 
" 잠깐만 기다려. 구급상자 가져올게. "

 
 경수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 하며 몸을 일으키자 백현은 경수의 손목을 붙잡았다. 

" 그냥 있어. "
…. "
" 약 필요 없어. 그냥 내 옆에 있어. "

 한동안 묵묵히 백현을 내려다보던 경수는 백현의 손을 떼어낸 후 문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는 불을 껐다. 경수는 천천히 백현의 옆에 누웠다. 백현은 고개를 들어 경수를 마주보며 이불을 펼쳐 작은 몸을 감쌌다. 경수의 손이 백현의 등을 토닥였다. 

 
" 오늘 너무 힘들었어. "
왜? "
" 며칠 뒤면 지역 예선이라 다들 엄청 예민해. "
" 응. "
" 미친개한테 엄청 깨지고, 몸은 마음처럼 안따라주고. "
" 응. "
" 그래도 네가 있어서 다행이다. "
…. "

 
 어둠에 녹아드는 시야로 눈을 감은 백현의 정갈한 얼굴이 보였다. 곧 색색거리는 백현의 숨소리가 규칙적으로 방 안을 메웠다. 경수는 백현의 등을 어루만지던 손을 멈추고는 제 가슴께를 짚었다. 콩콩 뛰는 심장박동 소리가 고요한 적막을 흐트렸다. 경수는 백현이 늘 자신에게 하는 것처럼 백현의 뺨을 살살 쓸어내렸다. 백현이 깰세라, 아주 조심스고 소중하게.

 
" 잘자. " 
  

 좋은 꿈만 꿔. 나의 변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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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어휴너무좋은데요??? 와나 땀나는거봐작가님;제발 다음편좀 부탁드려요진심으로 下편이 너무기다려지네요ㅠㅠ 와진짜 달달의 끝이다 이건;사랑해요 작가님;
9년 전
한결
댓글이 하나도 안달려서 아...난 팬픽은 아니구나...^^ 하고 접으려고 했는데
독자1님 덕분에 기운 차렸습니당8ㅁ8 독자1님을 위해ㅋㅋㅋ 하편 얼른 가져올게요!♥

9년 전
비회원101.140
우어ㅠㅠㅠㅠㅠㅠ설렘의끝이네요ㅠㅠㅠㅠㅠㅠ작가님사랑해요!!!!!
9년 전
한결
저도 사랑합니다♡♡ 빨리 다음편 가져올게요!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ㅠㅅㅠ♥
9년 전
독자2
자까님 글 완전 좋아요ㅠㅠ 잔잔하면서도 재밌어서 시간가는줄 모르고 저 많은 양을 읽어내려갔네요8ㅅ8! 동아리도 서로한테 너무 잘어울리는ㅋㅋㅌㅋㅋㅋㅋ 하편 기다리겠슴다 추천 꾹 누르고 가요! 아 맞다 신알신도!-! 짱짱:-)))
9년 전
한결
아이고 아닙니다... 정말정말 감사드려요ㅠㅠ 많이 힘이 되네요!!
지금 하편 쓰고있으니 얼른 가져올게요! :) 댓글 감사합니다♡.♡

9년 전
독자3
엉ㅇㅇ어어유엉엉ㅇ 축구부 백현이에 테디베어부 경수라니ㅠㅠㅠㅠ제대로 취저다..탕 윽.... 그래서 담편 업댓은 언제죠? 네? 쟈까님?엉엉ㅇ엉ㅇ 담편도 두손모으고 기다리겠습니다 쟈까님 아 싸랑해요 난 백개고 넌 미녀ㅋㅋㅋ 항상 마지막은 백도 행쇼♥예헷
9년 전
비회원203.241
왕ㅇ아아앙아왕1!!!!! 좋아여!!!이런 백도 너무노무너무취저탕탕이에여ㅠㅜㅜ.....다음편 기다리겠습ㄴㅣ다!!♡
9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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