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를 끄덕이는 그녀.
당연하다는 투다.
“인간은 모두 구역질나. 네 말은 틀려. 모두 자기밖에 몰라. 인간을
죽이는거야. 그래서 죽이는거야. 괴롭히는 모두를. 세상을 괴롭히는 모두를 나를 괴롭히며 즐거워하는 인간을. 자기들끼리 괴롭히며 즐거워하는 인간을“
그녀는 중얼거렸다.
마구 뱉어내는 말이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이해는 할 수는 없었지만.
나를 죽이러 온 것은 아닌 것 같았다.
“분명히 몸이 다 났거든 돌아와서 죽여도 돼“ 라고 말했을 텐데.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일단 화장실에서 수건을 꺼내왔다.
살기를 내뿜지 않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안심한 것이었을까?
나는 그녀의 뒤로 가 젖은 머리카락에서 끊임없이 떨어지는 물방울을. 아닌 핏방울을. 조심스럽게 닦는다.
마침 어린아이의 몸을 씻겨 주듯이.
그러면서 그녀에게 머릿속에서 오고가는 물음표들을 입 밖으로 꺼내었다.
“나를 죽이러 온 거야? 그런 건 아닌 것 같아. 왜?”
내가 묻자.
그녀는 갑자기 돌아선다. 그녀와 눈이 정면으로 마주친다.
나는 흠칫 놀라서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녀는 내손에 들려 있던 수건을 바닥으로 쳐냈다.
“넌.. 넌 대체 원하는 게 뭐야? 왜 살려달라고 하지 않는 거야?
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거야?“
전과 똑같은 말.
변하지 않는 그녀의 똑같은 물음.
답답했다.
답답한 마음.
가슴을 옥죄는 답답함.
“말 했잖아? 바라는 거 없어. 너 가 나를 죽이든 안 죽이든 별 관심 없어! 그러니까 죽이러온 게 아니라면 몸이나 닦아. 방에 물 떨어지니까”
나는 그렇게 소리치며. 아니 그렇기 보다는 격앙된 목소리로 외치며.
땅에 떨어진 수건을 주어서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그녀의 손을 펴고는 당당하게 수건을 올려주었다.
내가 생각해도 너무나 태연한 행동이었다.
나는 정말로 겁을 상실한 것일까.
상대는 마음만 먹으면 나를 죽일 수 있는데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의 행동은 나도 모르게.
너무나 태연하고 자연스러웠다.
문득 그녀의 옷차림이 눈에 들어 왔다.
몸보다 큰 티셔츠는 그녀의 무릎까지 내려와 있었고.
발가락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의 바지를 질질 끌고 있었다.
한마디로 남자의 옷이었다.
그녀에게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아마도 입고 있던 옷이 거의 찢어 졌기 때문에 어디선가 대충 구해 입은 것 같았다.
입었다기보다는 걸쳤다는 느낌이 더 강한 모습.
그녀는 자신의 손에 올려 진 수건을 한번 쳐다보더니 다시 눈을 돌려 나를 노려보았다.
“죽일꺼야.”
죽인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어린애 같이.
고집부리는 꼬마아이 같이.
“그럼 죽여”
“죽여 줄 테니까. 나를 도와준 이유나 말해. ”
또다시 원점.
알아주지 않는다.
아무리 해도 저 말 만을 반복한다.
“글쌔 아무 이유 없다니까!”
나는 방이 울릴 정도의 큰소리로 소리쳤다.
“웃기지마!”
그녀는 소리치지 않는다.
그냥 톤 없는 목소리로 소리친다.
“네가 말하는 좋은 사람이 있다면.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모두 나를 괴롭히게 나두는 거야?
왜 때리는 거야? 왜... 왜!! 그때는 도와주지 않은 거야!!!“
계속 톤 없는 목소리.
하지만 그녀의 말에 숨겨져 있는 깊은 슬픔.
“왜 이제 와서 나한테 혼란을 주는 거야.
웃기지마! 그러니까. 너도. 너도. 이유가 있을꺼야.
아무도 나 같은 건 도와주지 않으니까.
어서 말해! 대체 뭐야. 역시 너는 그들과 관련 있는 거지? 그래서 나를 그들에게 팔아 넘기 는 것이 목적이지? “
팔아넘기다니.
그들이라니.
자기 좋을 대로 해석하면 되는 거냐.
썩을.
내가 너를 좀 더 일찍 알았다면.
그렇게 지독하게 괴롭힘 당하지 않게 도와주었을 텐데.
아마도 그랬을 텐데.
아무런 힘도 없지만.
적어도 도와주려고 몸부림은 쳤을 텐데!!
그런데 어째서 믿지 않아?
너는 왜..
내 맘을 몰라 주는거야.
나는 힘이 빠졌다.
아무리 해도 믿어주지 않는다면 오기가 들뿐이다.
오기가.
쓸데없는 오기가.
나는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결국 바보같은 억울함에.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지껄였다.
“그래. 좋아. 너의 몸이 탐나서 도운거야. 네 몸을 안고 싶어서 그런 거라고! 됐어?
후련해?“
당연히 진심이 아니다.
하지만 이미 튀어나온 말.
나도 사람이다.
이렇게 답답한 그녀에게.
화가 치미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그래도.
해서는 안 되는 말이 내입에서 튀어 나왔다.
안돼.
진정하라고 마음속으로 외쳐보지만.
입은 나의 마음과 따로 놀고 있다.
인간은 더럽다는 걸 증명했기 때문인가
내말에 그녀는 소름 끼치는 웃음을 짓는다.
“역시... 그런 거지? 너도 역시 그런 거지? 하하하
좋아.. 들어줄게 “
그녀는 나에게 다가오더니 아침에처럼 팔을 나의 목에 두른다.
그리고는 내 눈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그녀를 떨쳐내야 했다.
여기서 가만히 그녀가 하는데로 나둔다면 그녀는 또다시 인간을 비웃으며 이번에는 아무 망설임 없이 나를 죽여 버리겠지.
그래. 그녀를 안지 않으면 되는 거다
끝까지 피한다면.
나는 아침과 같이 그녀의 팔을 조용히 내리며 말했다.
“네 모습을 봐”
“??”
“지금 네 모습을 대체 어떤 인간이 좋아 하겠어”
그녀는 고개를 내려 자신의 차림을 살펴보더니.
“아아. 그런 거야?
알았어. 다시 올 테니까. ”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나가버렸다.
밖에서 내리고 있는 살인적인 폭우도 그녀에게는 전혀 해를 입히는 못하는 것 같았다.
비록 나도 모르게 헛소리가 나와 버렸다고 해도.
그녀의 뜻대로 되지 않게만 하면 되는 거 아니겠어?
나는 사라져 버린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
.
다음날
밤을 새서 내리던 비가 그쳤다.
하지만 날씨는 새까맣다.
언제 그런 비가 다시 내릴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밖으로는 도저히 나가지 못하였다.
얼어 죽기는 싫다.
너무 꼴사납다.
TV에서는 하루 종일 밤새 내렸던 비에 대해서 횡설수설 하고 있었다.
도저히 들어 줄 수가 없었기 때문에 바로 꺼버리곤 하는 일 없이 빈둥거렸다.
문득 창밖의 하늘을 본다.
이미 한낮인데도 여전히 까맣다.
너무나도 부자연스러운 어둠.
그래 너무나 기분 나쁜 날씨다.
.
.
뒹굴 거리다 보니 어느덧 저녁때가 되었다.
물론 밖은 아침부터 지금까지 어두웠기 때문에 시계를 보고야 저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오늘도 그녀가 오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며 하염없이 창밖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그녀가 나타났다. 왠지 어이없다.
그녀는 그대로 자취방으로 들어왔다.
어제와는 너무 다른 옷차림 이다.
도발적이다.
그녀를 처음 본 날과 비슷하다.
무릎까지 내려와 쫙 달라붙는 스커트.
다행히 종아리에는 그렇게 큰 흉터가 없기 때문인지 잘 어울렸다.
솔직히 보통 남자라면 그냥 넘어가버릴 정도의 모습이었다.
일단 그녀는 너무 예쁘니까.
“오늘은 어때? 괜찮지?
자. 날 안고 싶지?“
나를 쳐다보며 묻는다.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쳐다보기만 하자.
답답하였는지 나에게 바짝 다가왔다.
뛰어 오르는 가슴.
얼굴이 붉어진다.
하지만.
나는 애써 고개를 가로 저었다.
“뭐가 그리 급해? 이리와 앉아”
마음속으로 수백 번도 넘는 심호흡을 하며 겨우 겨우 말을 꺼낸다.
“??”
앉으라는 말에 얼굴에 물음표를 띄우는 그녀.
“밥은 먹었어?”
이어지는 나의 말.
의문으로 가득한 그녀.
“밥?”
“응. 밥 안 먹었어? 뭘 멀뚱히 서있는 거야. 앉으라니까”
나는 멀뚱히 나를 쳐다보면서 의문스런 표정만을 만들고 있는 그녀를 방바닥에 앉혔다.
예외로 순순히 앉는 그녀.
“왜?”
“뭐가 왜야?”
“안고 싶다며? 내 몸을 원한다며. 왜 안하는 거야? 또 옷이 마음에 안 들어?
아까 오기 전에 시험해 봤는데 인간들 모두 참지 못해서 안달이었어. 내가 물으니까.
매력적이라고 했어. 안고 싶다고 했어. 근데 넌 왜?“
“너 말야. 설마 그 사람들을 다 죽이고 온 거야? ?
“응”
“......”
할 말이 없다.
“그치만 피는 안 묻었는데? 네가 또 옷차림이 맘에 안 든다고 할까봐 멀리 떨어져서 죽였어”
이쯤 되면 더 할 말이 없다.
“자 빨리 해. ”
그녀는 계속 나를 재촉했다.
이번에는 나에게 기어서 다가오는 그녀.
목이 파인 셔츠에서는 가슴계곡이 그대로 들어 났다.
나는 또다시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며 황급히 그녀를 손으로 제지했다.
그리곤 말을 돌렸다.
“바....밥은 먹었냐구??”
“밥?”
그녀는 손가락을 머리에 대더니 먼가를 골똘히 생각하기 시작했다.
무었을 생각 하였는지는 곧 그녀의 대답으로 알 수 있었다.
“밥이라면..먹는 거?”
그녀는 밥도 몰랐단 말인가.
“맞아. 먹는 거”
“안 먹었는데?
먹어야지 날 덮칠 수 있는 거야? 너는 참 조건도 많구나?“
아예 얼굴을 찡그리며 투덜거린다.
그 모습이 조금 귀여웠기 때문에.
나는 지금의 아이러니한 상황에서도.
더욱 가슴이 뛰어버렸다.
하지만 초인적인 자제심을 발휘하며.
다시 입을 열었다.
“아니 그건 아닌데?”
“뭐?”
“그럼 왜 계속 밥.. 밥... 밥 밖에 몰라?”
“배고프니까”
나는 딱 잘라 말해주었다.
그러자 그녀는 배고프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또 생각을 하려고 하는 듯 했다.
“그나저나. 설마 너. 사람을 먹거나 하는 건 아니겠지?”
배고프다는 것. 밥 이라는 것 에 대해 잘 모르는 그녀.
문득 그녀는 그렇다면 무엇을 먹으며 목숨을 이어갈까 라는 생각이 들었고. 문득 사람을 먹는 건 아닌가 라는 엽기적인 생각을 하고 말았다.
그러나 다행히 그녀는 얼굴을 잔뜩 꾸기더니.
별 어이없는 소리를 들었다는 말투로 대답했다.
“더러운 인간을? 먹어? 구역질나. 인간은 그냥 죽이는 거야”
그녀의 대답을 듣고는 마음속으로 조금 안심했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녀가 사람을 먹기 까지 한다면..
그건....
이미 사람이 아니다.
사람이길 포기한 것.
“휴..”
나는 안도의 마음과 여러 가지 착잡한 마음에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일어나는 나를 쳐다보더니 따라 일어서려고 한다.
“잠깐. 너는 앉아있어. 좀만 기다려.”
“왜? 왜 자꾸 딴 짓만 하는 거야? 넌 안 죽일 테니까. 그저 인간은 죽여야 된다는 걸 또다시 증명한 기념으로 안 죽일 테니까. 빨리 하란 말이야!”
“아냐. 그런 거 보단 배고파서 밥 좀 먹으려고”
“???”
한순간에 표정이 생뚱해 지는 그녀를 무시하고는 싱크대로 갔다.
그녀는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다.
눈을 때지 않고.
뭔가를 생각하는 듯 하기도 하다.
우선 나는 찬물을 틀어.
세수를 했다.
정신을 차려야 했다.
말은 냉정하게 하면서도
뛰는 가슴은 정말 자제하기 힘들었다.
그러고 난후 대충 조그마한 냉장고에 들어있는 재료들을 꺼내어 밑반찬을 만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밥이 없다.
당장 쌀도 없고. 지금 밥을 앉힌다고 해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 당연했으므로.
냉장고에 쳐 박아둔 (완성되어 있어 데우기만 하면 되는 편의점에서 파는 밥) 밥 두 봉지를 꺼내었다.
혼자 자취한지가 꽤 되었기 때문에 간단한 밑반찬 정도는 만들 수 있었다.
보통은 귀찮아서 절대 안 만들지만.
주식은 컵라면..
다짜고짜 식사를 만들기 시작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이런 기회에 사람의 일반적인 생활에 대해서 알려 주려는 생각에서였다.
그녀에게 이런 식사를 할 기회는 지금까지 아마 없었을 테니까.
뭐 먹기 싫다고 발로 차버리고 화를 내면 다 헛일이 되는 것이지만.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열심히 반찬을 만들었다.
.
.
.
여전히 그녀가 뚫어지게 쳐다보는 가운데에. 나는 조그마한 상을 펼쳤다.
그리고는 분주하게 밥과 반찬. 그리고 수저와 젓가락. 물. 등을 늘어놓았다.
“자. 보나마나 밥 안 먹었지? 어서 먹어”
“이걸 왜 주는 거야?”
“난 배고픈데 혼자 먹기 뭐하니까 같이 먹는 거지.
보통 사람들은 이렇게 산 다구“
“보통 사람?”
“뭐 그런 게 있어. 그러고 보니 평소에는 뭘 먹고 사는 거야?”
“거리에 가면. 먹을 거 많아.
식당. 편의점. 같은거.
후훗. 거기 있는 사람들 다 죽여 버리고 배부를 때까지 주서 먹는데.?“
“.............”
물어본 내가 바보였다.
“이.. 일단 먹어”
내가 먼저 수저를 들고 밥을 먹어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나를 빤히 쳐다볼 뿐.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다.
“먹어. 무안하게 그만 쳐다보고.”
내가 제차 재촉하자 그녀는 밥그릇으로 손을 가져간다.
그러더니 손으로 밥을 집어 입에 넣는다.
그녀가 집어든 밥의 반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바보. 거기 숟가락 있잖아”
“숟가락?”
“그래.”
“숟가락이 뭐야”
나는 고개를 한번 푹 숙이며. 어깨를 늘어뜨렸다.
뭐 어쩌겠나.
가르쳐 줘야지.
나는 내가 들고 있던 숟가락을 그녀의 눈앞에 보여주며 말했다.
“이렇게 생긴 게 숟가락이고. 이렇게 밥을 먹는 거야”
손수 시범까지 보여주는 나.
그녀는 자신의 앞에 내 것과 똑같이 생긴 숟가락이 있는 것을 보고는 조심스럽게 집어 들었다.
“그래. 그거야. 그걸로 밥을 먹는 거야. 알았지?”
내말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어렵사리 밥을 푸욱 푼다.
그러더니 먹는다.
또 푼다.
또 먹는다.
또..
또..
밥만 먹냐!!
나는 그렇게 소리쳐주고 싶은 마음을 애써 참으며.
“잠깐. 반찬도 먹어야지.”
“반찬?”
나는 더 이상 가르치는 것을 포기하고는 고개를 저으며 손수 반찬을 그녀의 숟가락에 얹어 주었다.
“반찬을 하나 먹고. 밥을 먹는 거야. 알았지?”
그녀는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표정에는 전혀 변화가 없는 무표정 이지만.
반찬과 같이 밥을 먹어 보더니.
밥만 먹는 거 보다는 나았는지 열심히 숟가락으로 반찬을 가져오려고 애쓰기 시작했다.
그것도 김치를.
빨간 김치.
빨간 거 좋아하기는.
그런데 김치를 숟가락으로 풀 수 있을 리 만무했다.
그렇다고 젓가락 사용법을 가르쳐 주다가는 밤을 꼬박 셀 것 같았다.
왠지 원시인을 대리고 식사를 하는 기분이 들었다.
뭐 살아온 인생의 전부를 영양제 같은 약물만으로 버텨온 걸 생각하면 그녀의 이런 모습은 당연한 거였다.
나는 그런 그녀에게 손수 김치를 찢어서 숟가락에 올려 주었다.
그러면서 살짝 웃어 준다.
“어서 먹어”
김치를 씹더니.
다시 밥을 어렵사리 먹는 그녀.
서툰 동작에 계속 밥알은 바닥으로 떨어져 내린다.
어찌 보면 참으로 귀엽다.
“우적우적. 먹던 거 보다 맛없어”
빠직!
무척 열 받는 소리였지만.
보통 손수 식사를 만들어 주는 사람에게 이런 말을 했다가는 그대로 쫓겨나겠지만.
상대가 그녀이다 보니. 그냥 넘어가 주기로 했다.
안 넘어간다고 해도.
내 힘으로 그녀를 어쩔 수 있는 건 아니지만.
하지만 평소의 그녀하곤 다른 점 이 하나.
거부하지 않는 다는 거다.
왜지?
그녀도 배가 고팠나?
아니면 자기도 모르게 나의 페이스에 넘어 온 건가.
아무튼 실패하지는 않은 것 같다.
밥상을 발로 걷어 찰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밥을 푸고는 나를 쳐다본다.
반찬을 달라는 거다.
나는 실소를 흘리며 다시 반찬을 올려준다.
.
.
다정한 모습.
이 모습만 본다면 다정한 한 쌍의 부부 같다.
아이 같은 그녀.
보면 볼수록 그렇다.
사람을 밥 먹듯이 죽이는 아이?
아니. 밥 먹는 횟수보다 많이 죽이는 아이?
.
.
됐다.
요 근래 죽음 이라는 것을 너무 많이 경험 하다 보니.
사람이 죽는다는 것에 대해 왠지 무덤덤해진 것 같다.
아무튼 식사를 마치고 상을 치웠다.
“거기 앉아 있지만 말구 그릇 좀 들어 줄래?”
나는 간이 배 밖으로 나왔다.
희대의 살인범을 시켜 먹기 시작했다.
그 아기 같은 살인범 씨는 자기도 모르게 시키는 대로 말을 듣는다.
생각 없이 나의 페이스에 말려든 것 같았다.
역시 그녀도 사람은 사람.
나는 싱크대로 그릇을 옮기고 상까지 접어서 방구석에 놓아 둔 후 말했다.
“이제 자야겠다.”
나는 이불을 깔았다.
그녀는 한구석에 앉아서 계속 바라보고 있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눈을 감아버렸다.
.
.
몇 분이 흘렀을까.
그녀는 그제 서야.
이불을 걷어내며 누워있는 나의 배에 올라탔다.
그리곤 어디선가 나이프를 꺼내더니 내목에 들이 대곤 말했다.
“야 이 새끼야!!”
“내 몸이 탐나서 도와주었다며? 덮치고 싶다며? 왜? 왜? 너는 보통 인간들 하고 다른 거야?
보통이었으면 나에게 달려들었어야지? 누워서 뭘 어쩌겠다는 거야!“
그녀가 조금만 힘을 준다면 목줄이 끊어져 버리는 상황.
하지만 나는 이상하게 태연하다.
그녀의 눈.
혼란스러운 눈.
그녀는 당황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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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진 보신분 있다면 코멘이라도 좀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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