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처롭다.
애처로워서 말도 잘 나오지 않았다.
언제나 홀로였을 그녀.
그녀가 저런 모습을 보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나에겐 어느 순간부터 그녀가 잔인한 살인마라는 생각이.
그녀에게 느꼈던 두려움이 사라졌다.
그녀의 과거를 본 후부터였을까?
아니다.
더 훨씬 전부터 느끼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녀를 이해시키고 싶다.
사람이라는 것이 전부 그녀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다는 것을.
따뜻할 수도 있다는 것을.
.
.
설령 그녀를 이해시키지 못하고.
그녀에게 살해당한다고 해도 말이다.
나는 그녀의 뺨에 손을 댄다.
그리고 그녀의 핏빛으로 갈라진 눈동자에서 눈을 때지 않으며 말했다.
“너에게 살해당하기 싫어서 도와주었다?
그랬으면.. 그냥 그 자리에 나두는 게 낳지 않았을까?
적어도 팔과 다리에 그렇게 상처를 입은 너는 무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아.
너는 아마 나 때문에 방심한 모양 인지, 이미 적을 눈치 챘을 때는 힘을 쓸 수 없는 상태였어.
내가 안고 도망치지 않았다면. 총알은 너의 심장과. 머리로 향햇을꺼야.
넌 죽었어“
“..............................”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그녀.
아마 그 당시의 상황은 그녀 자신이 제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 거다.
그래서 대답을 하지 못하는 것일 테지.
얼마의 침묵.
“아니야!! 내가 그따위 총알에 죽을 것 같아? 어림도 없어... 웃기지마!!”
억지를 쓰는 그녀.
억지다.
“네가 무사하지 못했을 거라는 거.
네가 가장 잘 알고 있잖아? 그만해.”
나는 그렇게 말하며. 그녀의 상체를 끌어안아 버렸다.
팔과 다리에 잔뜩 붕대를 감아 논 상처가 아직 완전하지 않았는지. 그녀는 힘없이 나에게 안겨버렸다.
그대로 그녀의 등을 토닥거렸다.
마치 아기를 달래는 동작 같다.
그녀는 아무 움직임도 없다.
정적의 시간이 흐른다.
.
.
그러다가 그녀는 정신이 들었는지 있는 힘을 다해 나를 밀쳐냈다.
“악”
아직 완벽하지 않은 상처.
무리하게 힘을 쓰면 아플 테지.
그녀는 팔을 감싸 쥐며 얼굴을 잔뜩 찡그렸다.
“뭐하는 거야? 그래... 그런 거지?
너도 내 몸이 목적이지? 그런 거지? 나를 덮치고 싶어? 그게 목적이야?“
다시 강요하는 말투로 말하는 그녀.
역시 그녀는 받아들이지 못한다.
순수한 호의라는 것을.
이번에는 그녀 쪽에서 나에게 다가온다.
상체만으로 하체를 질질 끌며 다가왔다.
“나를 구해주었으니까. 좋아... 덮쳐도....
왜? 칼로 찔러 버리기라도 할까봐 두려워?
그래... 죽이지 않을께... 지금은. 그러니까 덮쳐!“
덮치라니.
그녀는 좀 더 고상한 말을 알지 못하나 보다.
나는 그녀를 어떻게 해볼 생각 따윈 전혀 없다.
그럴 마음조차 들지 않는다.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피비린내 때문일까?
붕대를 칭칭 감은 불쌍한 모습 때문일까?
아니다.
그녀에게서 피비린내가 나지 않고.
성인비디오에서나 볼 수 있는 섹시한 모습으로 나를 유혹하고 있다고 해도.
하지 않는다.
당연한 거다.
그건 그녀를 더욱더 아프게 할뿐이다.
그녀에게 인간을 더욱 불신하게 할뿐이다.
그런 과거를 본 이상.
정상인 이라면.
그런 마음이 들 수가 없는 것이다.
“인간은 조건 없이 남을 도와주지 않아.”
라는 그녀의 생각을 증명하는 것뿐 이다.
그녀는 어느새 팔을 나의 목에 두른다.
어디서 본 것인지.
사람을 유혹하던 방법인지 너무나 능숙하다.
나는 아무 말도 없이 그녀의 팔을 내렸다.
“돌아가”
“상처가 다 낫거든 돌아와서 나를 죽이든 말든 상관없으니까. 일단 돌아가”
나는 멍하게 나를 응시하는 그녀를 외면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지금의 그녀에게는 무슨 말을 하든 통하지 않을 테지.
천천히 라도 그녀를 바꿀 수만 있다면..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그녀를 뒤로한 체 방에서 나와 버렸다.
.
.
.
.
몇 시간을 집에서 멀리 떨어진 번화가로 나와, 발이 움직이는 대로 걷기 시작했다.
솔직히 요즘의 사람들은 인정 같은 것이 없다.
10년 전과는 세상은 마니 달라졌다.
외견상으로는 그렇게 바뀌지 않았지만.
조금 씩 조금 씩 진보했다.
거의 모든 것에서 기계화가 이루어 졌고. 로봇이라는 기계 또한 점점 사람의 일을 대신하기 시작하였다.
당연히 특별한 능력이 없는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어갔다.
점점 빈부의 격차는 커져만 갔다.
부유한 사람은 베푸는 법을 모른다.
가난한 사람은 아무것도 없다.
당연히 인정이나. 소위 인간미는 찾아 볼 수 없다.
아무도 자신의 일 이외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보통은 그렇다.
10년 전만해도 불이이웃돕기 모금함 정도는 자주 볼 수 있었다.
웃긴 일이지만 그런 건 세상에서 모습을 감춘 지 오래되었다.
거지들은 구걸하지 않는다.
그냥 죽어간다.
구걸해도 아무 소용 없다는걸 알게 되었으니까.
도움이란 단어는 사란진지 오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건 오직 돈.
돈에 의한. 돈을 위한. 세상.
사람을 사고파는 것은 너무나 흔한 이야기.
그래 그녀도 결국 부모에게서 팔려간 거다.
지금은 사람이 물건이다.
너무나 합법적으로 거래가 이루어진다.
그래도 팔린다는 것은 얼굴이라든지. 능력이라든지. 무언가가 있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냥 굶어 죽는 거다.
국가는 없다.
국가위에 무언가가 존재한다.
사람들은 어렴풋이 그것을 느끼고 있다.
국가는 그저 표면상.
국가위의 무언가는 복지라는 것을 없애버렸다.
그들은 오직 돈이다.
자신들에게 들어오는 돈만을 생각한다.
세상을 어지럽히고 있다.
하지만 역시 착한사람은 존재한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은 대부분 밑바닥.
위로 올라간다고 해도 변해버린다.
확고부동한 선(善)이라는 것은 없다.
불공평.
착하게 일한 사람보다 악해도 무슨 짓이든 한사람이 잘사는 세상.
보통 그렇다.
착한 사람은 위가 아닌 밑.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그저 순응하며 살아간다. 혹은 죽어간다.
길 가던 할머니가 어깨를 부딪쳤다고.
죽여 버리는 세상.
돈만 있으면 사람을 죽여도 상관없는 세상.
이건말도 안 된다.
그렇지만 나는 그녀처럼 사람을 싫어하진 않는다.
사람은 사람이기 때문에.
바뀔 수 있다.
그렇게 믿고 싶다.
그렇게 믿고 있다.
그래서 그녀도 꼭 바뀔 수 있다고 믿는다.
나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번화가를 걷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시간을 보니 5시간정도가 지나가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그녀는 없었다.
아직 걷는 것이 조금 힘들 텐데.
그녀는 없었다.
당연한 거지만.
그녀는 없었다.
그러나 나는 마음 한구석에 그녀가 나를 이해하고 남아있어 줬으면 하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인지.
마음 한구석이 아쉬웠다.
말론 표현할 수 없는 기분.
착잡함?
.
.
.
잠시 방에서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다가 밖으로 나왔다.
문득 그녀를 실험했던 기관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이세상의 정보는 모두 인터넷에 모인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pc방으로 향했다.
그녀를 그렇게 만든 사람들은 과연 누군가?
또한 왜 그녀를 끊임없이 죽이려고 하는가.
.
.
하지만 아무리 뒤져보아도 지금의 인터넷에 그런 정보는 없었다.
확실하게 정보를 차단한 것 같다.
아니 그전에 그 기관에 대해 아는 것이 너무 없다.
이런 상태로는 해커라고 해도.
정보를 캐지 못할 것이다.
나는 일단 pc방을 나왔다.
그녀가 습격당했던 그 공원으로 가보았다.
총알이라도.
그녀를 빗겨나간 총알이라도.
땅바닥 어딘가에 남아있다면.
기억의 파편을 뒤져보면 어느 정도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한가 닥 희망.
그러나 아주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는 공원 안.
핏자국 하나 남아있지 않아.
“휴우”
나는 한숨을 쉬며 포기한 채 발길을 돌렸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방법이 생길 꺼다.
조급해 할 필요는 없어.
일단은.
어느덧 저녁이 되었다.
오늘은 이상하게 구름이 많았다.
무척이나 새까만 구름이.
눈이라도 내리려는 것일까?
나는 서둘러 자취방으로 발길을 돌렸다.
하지만 서두르기엔 너무 늦어 버렸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하늘에서는 무언가가 내리기 시작했다.
무언가가.
눈이 아니었다.
이 차디찬 겨울에 비가.
얼지 않는 비가 내렸다.
얼지 않았을 뿐. 너무나도 차가운 비.
영하 20도를 넘나드는 날씨에 비가 온다는 건 들어본 적이 없다.
내리는 비는 곧바로 얼어버릴 정도였다.
비에 맞은 옷에 얼음조각이 생긴다.
그나마 다행히 집이 그다지 멀지 않았기 때문에.
얼어 죽지 않고 돌아 올수 있었다.
말 그대로 얼어 죽을 뻔했다.
나는 집에 오자마자 옷을 벗어던지고.
뜨거운 물로 씻은 뒤 방의 온도를 최대한으로 높였다.
그리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앉아서 TV를 켰다.
마침 속보로 비소식이 나오고 있었다.
“긴급속보.
이상기후 발생.
지금 내리는 비는 맞을시. 동사할 위험이 다분히 있으니.
어떻게든 비를 피하시길 바랍니다.
현재 기록된 동사피해자는 집계되고 있지 않지만
전문가들은 상당수의 피해자가 나올 것으로 생각....
..정부는 비상대책본부를 세우고......“
그저 위험하다고만 나올 뿐.
대책 따윈 없다.
그냥 죽는 걸 지켜보고 있을 뿐인가??
계속 같은 내용만이 반복되었기 때문에 나는 TV를 꺼버렸다.
비는 그칠 줄을 몰랐다.
사람 죽이는 비?
요즘 들어 너무 죽음과 가까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 밖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나는 문구멍을 통해 밖을 쳐다보았고.
그곳에는 비에 젖은 그녀가 서있었다.
게다가 옷은 피로 빨갛게 물들여져 있었다.
또 한 차례 일을 벌이고 온 것 같았다.
가끔 그녀의 오른쪽 눈은 보통사람과 똑같다.
힘을 쓰려고 하면 핏빛으로 심하게 갈라지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는 눈을 컨트롤 할 수 있는 것 같았다.
아마도.
“어떻게 된 거야? 일단 들어와”
나는 그녀를 들여보내곤 문을 닫았다.
그녀는 들어오자마자.
또다시 나에게 다짜고짜 묻는다.
두서없이.
“어째서야?”
그녀의 몸에선 핏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빗방울과 피가 서로 섞이지 않은 채 빨간빛을 내는 물방울이 방바닥으로 뚝뚝 떨어졌다.
“뭐. 뭐가.”
나는 그녀가 묻는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되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피와 비에 젖은 음산한 모습으로 들어오자마자 “어째서” 라고 묻는 다면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형편없어.”
“인간은. 형편없어. ”
“모두.. 마찬가지야. 형편없어”
“그러는 너도 인간이잖아?”
사람이 형편없다는 말만을 되풀이 하는 그녀에게 겨우 정신이 들어서 반문했지만.
그녀는 나의 말에 대답하지 않는다.
나를 그저 뚫어지게 쳐다 볼뿐이다.
어색한 침묵이 흐르자.
나는 말을 돌렸다.
애처로워서 말도 잘 나오지 않았다.
언제나 홀로였을 그녀.
그녀가 저런 모습을 보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나에겐 어느 순간부터 그녀가 잔인한 살인마라는 생각이.
그녀에게 느꼈던 두려움이 사라졌다.
그녀의 과거를 본 후부터였을까?
아니다.
더 훨씬 전부터 느끼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녀를 이해시키고 싶다.
사람이라는 것이 전부 그녀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다는 것을.
따뜻할 수도 있다는 것을.
.
.
설령 그녀를 이해시키지 못하고.
그녀에게 살해당한다고 해도 말이다.
나는 그녀의 뺨에 손을 댄다.
그리고 그녀의 핏빛으로 갈라진 눈동자에서 눈을 때지 않으며 말했다.
“너에게 살해당하기 싫어서 도와주었다?
그랬으면.. 그냥 그 자리에 나두는 게 낳지 않았을까?
적어도 팔과 다리에 그렇게 상처를 입은 너는 무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아.
너는 아마 나 때문에 방심한 모양 인지, 이미 적을 눈치 챘을 때는 힘을 쓸 수 없는 상태였어.
내가 안고 도망치지 않았다면. 총알은 너의 심장과. 머리로 향햇을꺼야.
넌 죽었어“
“..............................”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그녀.
아마 그 당시의 상황은 그녀 자신이 제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 거다.
그래서 대답을 하지 못하는 것일 테지.
얼마의 침묵.
“아니야!! 내가 그따위 총알에 죽을 것 같아? 어림도 없어... 웃기지마!!”
억지를 쓰는 그녀.
억지다.
“네가 무사하지 못했을 거라는 거.
네가 가장 잘 알고 있잖아? 그만해.”
나는 그렇게 말하며. 그녀의 상체를 끌어안아 버렸다.
팔과 다리에 잔뜩 붕대를 감아 논 상처가 아직 완전하지 않았는지. 그녀는 힘없이 나에게 안겨버렸다.
그대로 그녀의 등을 토닥거렸다.
마치 아기를 달래는 동작 같다.
그녀는 아무 움직임도 없다.
정적의 시간이 흐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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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그녀는 정신이 들었는지 있는 힘을 다해 나를 밀쳐냈다.
“악”
아직 완벽하지 않은 상처.
무리하게 힘을 쓰면 아플 테지.
그녀는 팔을 감싸 쥐며 얼굴을 잔뜩 찡그렸다.
“뭐하는 거야? 그래... 그런 거지?
너도 내 몸이 목적이지? 그런 거지? 나를 덮치고 싶어? 그게 목적이야?“
다시 강요하는 말투로 말하는 그녀.
역시 그녀는 받아들이지 못한다.
순수한 호의라는 것을.
이번에는 그녀 쪽에서 나에게 다가온다.
상체만으로 하체를 질질 끌며 다가왔다.
“나를 구해주었으니까. 좋아... 덮쳐도....
왜? 칼로 찔러 버리기라도 할까봐 두려워?
그래... 죽이지 않을께... 지금은. 그러니까 덮쳐!“
덮치라니.
그녀는 좀 더 고상한 말을 알지 못하나 보다.
나는 그녀를 어떻게 해볼 생각 따윈 전혀 없다.
그럴 마음조차 들지 않는다.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피비린내 때문일까?
붕대를 칭칭 감은 불쌍한 모습 때문일까?
아니다.
그녀에게서 피비린내가 나지 않고.
성인비디오에서나 볼 수 있는 섹시한 모습으로 나를 유혹하고 있다고 해도.
하지 않는다.
당연한 거다.
그건 그녀를 더욱더 아프게 할뿐이다.
그녀에게 인간을 더욱 불신하게 할뿐이다.
그런 과거를 본 이상.
정상인 이라면.
그런 마음이 들 수가 없는 것이다.
“인간은 조건 없이 남을 도와주지 않아.”
라는 그녀의 생각을 증명하는 것뿐 이다.
그녀는 어느새 팔을 나의 목에 두른다.
어디서 본 것인지.
사람을 유혹하던 방법인지 너무나 능숙하다.
나는 아무 말도 없이 그녀의 팔을 내렸다.
“돌아가”
“상처가 다 낫거든 돌아와서 나를 죽이든 말든 상관없으니까. 일단 돌아가”
나는 멍하게 나를 응시하는 그녀를 외면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지금의 그녀에게는 무슨 말을 하든 통하지 않을 테지.
천천히 라도 그녀를 바꿀 수만 있다면..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그녀를 뒤로한 체 방에서 나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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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시간을 집에서 멀리 떨어진 번화가로 나와, 발이 움직이는 대로 걷기 시작했다.
솔직히 요즘의 사람들은 인정 같은 것이 없다.
10년 전과는 세상은 마니 달라졌다.
외견상으로는 그렇게 바뀌지 않았지만.
조금 씩 조금 씩 진보했다.
거의 모든 것에서 기계화가 이루어 졌고. 로봇이라는 기계 또한 점점 사람의 일을 대신하기 시작하였다.
당연히 특별한 능력이 없는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어갔다.
점점 빈부의 격차는 커져만 갔다.
부유한 사람은 베푸는 법을 모른다.
가난한 사람은 아무것도 없다.
당연히 인정이나. 소위 인간미는 찾아 볼 수 없다.
아무도 자신의 일 이외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보통은 그렇다.
10년 전만해도 불이이웃돕기 모금함 정도는 자주 볼 수 있었다.
웃긴 일이지만 그런 건 세상에서 모습을 감춘 지 오래되었다.
거지들은 구걸하지 않는다.
그냥 죽어간다.
구걸해도 아무 소용 없다는걸 알게 되었으니까.
도움이란 단어는 사란진지 오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건 오직 돈.
돈에 의한. 돈을 위한. 세상.
사람을 사고파는 것은 너무나 흔한 이야기.
그래 그녀도 결국 부모에게서 팔려간 거다.
지금은 사람이 물건이다.
너무나 합법적으로 거래가 이루어진다.
그래도 팔린다는 것은 얼굴이라든지. 능력이라든지. 무언가가 있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냥 굶어 죽는 거다.
국가는 없다.
국가위에 무언가가 존재한다.
사람들은 어렴풋이 그것을 느끼고 있다.
국가는 그저 표면상.
국가위의 무언가는 복지라는 것을 없애버렸다.
그들은 오직 돈이다.
자신들에게 들어오는 돈만을 생각한다.
세상을 어지럽히고 있다.
하지만 역시 착한사람은 존재한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은 대부분 밑바닥.
위로 올라간다고 해도 변해버린다.
확고부동한 선(善)이라는 것은 없다.
불공평.
착하게 일한 사람보다 악해도 무슨 짓이든 한사람이 잘사는 세상.
보통 그렇다.
착한 사람은 위가 아닌 밑.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그저 순응하며 살아간다. 혹은 죽어간다.
길 가던 할머니가 어깨를 부딪쳤다고.
죽여 버리는 세상.
돈만 있으면 사람을 죽여도 상관없는 세상.
이건말도 안 된다.
그렇지만 나는 그녀처럼 사람을 싫어하진 않는다.
사람은 사람이기 때문에.
바뀔 수 있다.
그렇게 믿고 싶다.
그렇게 믿고 있다.
그래서 그녀도 꼭 바뀔 수 있다고 믿는다.
나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번화가를 걷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시간을 보니 5시간정도가 지나가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그녀는 없었다.
아직 걷는 것이 조금 힘들 텐데.
그녀는 없었다.
당연한 거지만.
그녀는 없었다.
그러나 나는 마음 한구석에 그녀가 나를 이해하고 남아있어 줬으면 하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인지.
마음 한구석이 아쉬웠다.
말론 표현할 수 없는 기분.
착잡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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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방에서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다가 밖으로 나왔다.
문득 그녀를 실험했던 기관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이세상의 정보는 모두 인터넷에 모인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pc방으로 향했다.
그녀를 그렇게 만든 사람들은 과연 누군가?
또한 왜 그녀를 끊임없이 죽이려고 하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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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무리 뒤져보아도 지금의 인터넷에 그런 정보는 없었다.
확실하게 정보를 차단한 것 같다.
아니 그전에 그 기관에 대해 아는 것이 너무 없다.
이런 상태로는 해커라고 해도.
정보를 캐지 못할 것이다.
나는 일단 pc방을 나왔다.
그녀가 습격당했던 그 공원으로 가보았다.
총알이라도.
그녀를 빗겨나간 총알이라도.
땅바닥 어딘가에 남아있다면.
기억의 파편을 뒤져보면 어느 정도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한가 닥 희망.
그러나 아주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는 공원 안.
핏자국 하나 남아있지 않아.
“휴우”
나는 한숨을 쉬며 포기한 채 발길을 돌렸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방법이 생길 꺼다.
조급해 할 필요는 없어.
일단은.
어느덧 저녁이 되었다.
오늘은 이상하게 구름이 많았다.
무척이나 새까만 구름이.
눈이라도 내리려는 것일까?
나는 서둘러 자취방으로 발길을 돌렸다.
하지만 서두르기엔 너무 늦어 버렸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하늘에서는 무언가가 내리기 시작했다.
무언가가.
눈이 아니었다.
이 차디찬 겨울에 비가.
얼지 않는 비가 내렸다.
얼지 않았을 뿐. 너무나도 차가운 비.
영하 20도를 넘나드는 날씨에 비가 온다는 건 들어본 적이 없다.
내리는 비는 곧바로 얼어버릴 정도였다.
비에 맞은 옷에 얼음조각이 생긴다.
그나마 다행히 집이 그다지 멀지 않았기 때문에.
얼어 죽지 않고 돌아 올수 있었다.
말 그대로 얼어 죽을 뻔했다.
나는 집에 오자마자 옷을 벗어던지고.
뜨거운 물로 씻은 뒤 방의 온도를 최대한으로 높였다.
그리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앉아서 TV를 켰다.
마침 속보로 비소식이 나오고 있었다.
“긴급속보.
이상기후 발생.
지금 내리는 비는 맞을시. 동사할 위험이 다분히 있으니.
어떻게든 비를 피하시길 바랍니다.
현재 기록된 동사피해자는 집계되고 있지 않지만
전문가들은 상당수의 피해자가 나올 것으로 생각....
..정부는 비상대책본부를 세우고......“
그저 위험하다고만 나올 뿐.
대책 따윈 없다.
그냥 죽는 걸 지켜보고 있을 뿐인가??
계속 같은 내용만이 반복되었기 때문에 나는 TV를 꺼버렸다.
비는 그칠 줄을 몰랐다.
사람 죽이는 비?
요즘 들어 너무 죽음과 가까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 밖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나는 문구멍을 통해 밖을 쳐다보았고.
그곳에는 비에 젖은 그녀가 서있었다.
게다가 옷은 피로 빨갛게 물들여져 있었다.
또 한 차례 일을 벌이고 온 것 같았다.
가끔 그녀의 오른쪽 눈은 보통사람과 똑같다.
힘을 쓰려고 하면 핏빛으로 심하게 갈라지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는 눈을 컨트롤 할 수 있는 것 같았다.
아마도.
“어떻게 된 거야? 일단 들어와”
나는 그녀를 들여보내곤 문을 닫았다.
그녀는 들어오자마자.
또다시 나에게 다짜고짜 묻는다.
두서없이.
“어째서야?”
그녀의 몸에선 핏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빗방울과 피가 서로 섞이지 않은 채 빨간빛을 내는 물방울이 방바닥으로 뚝뚝 떨어졌다.
“뭐. 뭐가.”
나는 그녀가 묻는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되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피와 비에 젖은 음산한 모습으로 들어오자마자 “어째서” 라고 묻는 다면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형편없어.”
“인간은. 형편없어. ”
“모두.. 마찬가지야. 형편없어”
“그러는 너도 인간이잖아?”
사람이 형편없다는 말만을 되풀이 하는 그녀에게 겨우 정신이 들어서 반문했지만.
그녀는 나의 말에 대답하지 않는다.
나를 그저 뚫어지게 쳐다 볼뿐이다.
어색한 침묵이 흐르자.
나는 말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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