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깨질 것 같다. 몇시지. 검은 블라인드 틈새로 새어들어오는 햇빛에 잠에서 깨버렸다. 시계를 보니 오후 1시. 많이도 잤다. 어제 찬열이 좀 더 약한걸 구했다고 이걸로 바꾸라고 해 바꾼게 화근이였다. 동이 틀때까지 계속 찬열에게 붙잡혀 있어야 했으니깐. 도중에 최음제는 대체 왜 먹이는데. 이 지끈거리는 두통까지. 항상 약을 하고 나면 느껴지는 이 두통이 이제 좀 적응 되어야되는데 항상 자고 일어나면 아프다. ···약을 진짜 끊어야되는데. “박찬열 언제 나갔어요.” “깨셨습니까. 10시쯤에 나가셨습니다.” “이젠 말도 안하고 나가네.” “저, 형님께서···” 뭔데. 방문 앞을 지키고 있던 깍두기에게 물건을 건네받았다. 무슨 박스를 이렇게 큰거를. 내용물은 그렇게 안 무거운데. 아, 그리고 이것도 전해달라하셨습니다. 이번엔 비닐봉투다. 일단 비닐봉투 안을 먼저 보는데, 샌드위치다. 내가 좋아하는거. 실실 웃으며 박스를 가지고 방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형님께서 그거 다 안드시면 절 죽인댔습니다! 걱정마, 먹을거야. “하여튼, 과잉보호야.” 밖에서 벌벌 떨고있을 깍두기를 위해서라도 샌드위치를 베어물며 상자를 열었다. ···이게 뭐야. 씨발, 박찬열 진짜. * [죽고싶어? 어?] “내 성의도 생각 해 주는게 어때.” [닥쳐, 버릴거야.] “버리면 오빠 마음이 아프지.” [씨발, 무슨 오빠야.] 톡톡 쏘아대는게 여간 귀여운게 아니다. 의자를 뒤로 젖히며 실실 웃었다. 아, 진짜. 어떻게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귀여워지는지. 처음에는 우물쭈물하며 어쩔줄 몰라 하던게 이리 컸나 싶기도 하고. “오빠지, 그럼. 우리 백현이가 박히지 내가 박히나.” [···씹새끼, 진짜. 비밀번호 바꿀거야 집 들어올 생각하지 마.] “문 부셔버리는 수가 있어.” [개새끼, 씨발새끼.] “오빠 바쁘다 오늘. 12시 넘어서 들어갈거 같아.” [몰라 씨발, 들어오던지 말던지.] 예쁘게 하고 있어. 툴툴거리는 백현의 목소리를 뒤로 한채 통화를 종료시켰다. 그리고 다시 의자에 제대로 앉은 뒤, 밀린 업무를 처리하는데 머리에서 변백현이 둥둥 떠다니기 시작했다. 여우새끼, 존나 일도 못하게 이러냐. 눈을 감고 둥둥 떠다니는 변백현을 생각했다. 처음에는 고분고분한게 참 귀여웠는데 말야. 이젠 아주 맞먹을라 그러네, 애새끼가. 처음 백현을 데려왔을 때에는 부들부들 떠는 흰 토끼 같았다. 그도 그럴것이 백현은 눈을 크게 뜨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으니깐. 난생 처음 보는 모습이였겠지. 검은 정장을 입은 깍두기 새끼들이 모여있는 꼴은 내가 봐도 적응이 안되니깐. 처음 보는 변백현은 얼마나 무서웠을까. 나야 물론 맨날 보는 모습이 그 모습이지만, 변백현은 바르게 자랐으니깐. 단정하게, 탈선 없이. ‘···오셨어요.’ 처음엔 존댓말도 썼었다, 그러고보니. 편하게 부르래도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이게 편하다고 했던게 엊그제 같은데, 시간 참 빠르구나 싶다. 3년전 일이 어제같다니. 3년이란 시간동안 변백현이 달라지긴 했어도, 나한테 변백현은 3년전 같다. 여전히 예쁘고, 귀엽고. 팔불출이라면 팔불출이라고 인정 할 수도 있다. 변백현을 처음 봤을 때부터 그랬었으니깐. 처음 변백현을 본건 장례식장이었다. 아비가 나 말고도 많은 사채를 썼었는지, 다른 사채업자들에게 둘러싸여 덜덜 떠는 하얀 소년이었다, 백현은. 채 아비의 죽음도 정리되지 못한채 빚이라는 짐까지 짊어져야 했던 백현이 안쓰러웠다. 그래서 다른 사채업자들처럼 백현에게 쉬이 다가가지 못했다. 다가가면, 부서질거 같아서. 그래서 시간을 좀 둔 뒤에 찾아갔다. 그 시간동안 머리속에서 되풀이되는 백현의 모습에 하루빨리 찾아가 만나보고 싶었지만, 백현을 위해서. 다시 찾은 백현의 모습은 가관이었다. 눈 밑은 검은 다크서클로 피곤에 쩔어있었고, 하얗고 부드러워보이던 피부는 푸석푸석하게 변해있었다. 그래서 생각치도 못했던 말을 꺼냈었던 것 같다. 같이 가자는. 그리고 놀랍게도 변백현은 받아들였다. 그렇게 떨던 애가 변한게 나 때문인거 같아서 무겁기도 하다. ···건강 챙겨줘야 되는데. * 미치겠다, 어제는 박찬열이 늦게 들어와서 자는척 어물쩡 넘겼는데. 떨리는 손에 한숨을 푹 내쉬었다. 씨발, 끊어야되는데. 책상 위에 놓인 알약 두어개를 집어 창문 밖으로 던져버렸다. 이게 다 박찬열 때문이야. 그렇게 찬열을 원망하면서도 원래 원인은 제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알기에 침대로 몸을 뉘인뒤 떨리는 손을 붙잡고 눈을 감았다. 잠을 자지 못하고, 환청이 들렸었다. 제 아비의 죽음은 자신을 벼랑까지 몰고갔다. 처음 몇일은 괜찮았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해져가는 증상에 미칠것만 같던 저를 찬열은 병원에 데리고 갔었다. 병원에서는 스트레스로 인한 증상이라고 하였고, 쉬면 나아질거라는 처방에 매일 극진한 대접을 받으며 휴식을 취했지만, 증상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었다. 그렇게 고통하는 내 모습에 찬열은 한숨을 내쉬며 알약 하나를 제게 건냈었다. ‘···내가 이걸 너한테 줘도 되는건지는 모르겠다. 약이야. 병원에서 주는 약 아니라 다른 약.’ ‘아···.’ ‘좀 나아질지 모르니깐··· 그렇다고 너 중독되는 꼴은 못봐. 그냥 못버틸때, 그때 쓰라고. ···적어도 그때만큼은 괜찮아질거 같아서.’ 확실히 약은 효과가 있었다. 상승되는 기분에 약 효과가 지속될 때 만큼은 어떤 증상도 나타나지 않았었으니깐. 찬열은 그런 제 모습을 보면서 걱정을 했었다. 혹여 중독되어 약이 없으면 살 수 없이 되버릴까. 저도 그런 찬열을 알기에 소량만을 복용하며 생활에 적응해가려 했다. 그렇게 증상이 나아지고 사라질때 쯤, 이제 내게 남은 문제는 약이었다. 맨날 끊어야지 끊어야지 해도 여태껏 복용한 것이 있기에 쉽사리 끊지 못했다. 찬열은 그런 저를 안아주며 괜찮다고,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고 하였지만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침대 옆 서랍 위에 놓인 담배를 집어물고 머리를 쓸어내렸다. “···씨발, 근데 최음제는 아니잖아 개새끼가.” 대체 왜 약을 바꾸라고 했으면서 알딸딸한 내 몸을 더듬고 흥분하게 만든 뒤, 최음제를 먹이는지 모르겠다. 약한걸로 바꾼건 이해가 간다만, 약을 끊어야 되니깐. 대체 왜 기승전 최음제야. 진짜 온세상 최음제를 다 불태워 버리고 싶다. 짜증나는건 제가 정신없을때 먹인다는거다. 변태새끼, 싸이코새끼. “내가 두번다시 먹나 봐라 씹새끼.” 찬열에게 문자 한통 보내놓고 눈을 감아 잠을 청했다. ㅡ약 끊었어. 최음제 먹이면 뒤져 씨발새끼야. 그리고 니가 준 선물 버렸음. 그리고 20분 뒤, 백현이 잠에 빠져있을 때, 찬열에게서 답장이 왔다. ㅡ새로 주문했다. 약 끊은건 잘했는데 최음제는 니가 알아서 잘 피해보던가. 오늘 일찍 들어갈거야, 홍콩 보내준다 오빠가. 어후야 저번들 되게 많이 봐주셔서 깜짝 놀랐어요 답글 못달아드린거 죄송해요ㅠㅠㅠ 신알신 감사드리고 암호닉 해주신다면...감사하겠습니다ㅠㅠㅠㅠ 소통 많이 하고 싶어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시리즈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현재글 [EXO/찬백] 사채업자 찬열X채무자 아들 백현 번외1 54
10년 전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
현재 충격적이라는 수원 똥테러..JPG (약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