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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해, 어디 봐 」



책상 위로 날아 온 작은 쪽지에는 반듯한 그의 글씨가 적혀있었다.

눈동자를 굴려 그의 자리를 찾았지만 자신이 한 일이 아닌 양, 수업 내용을 필기하는 모습을 보여댔다.

가증스러운 새끼.



 「 어디 보는 거야 자꾸? 다른 데 보지마 」



선생이 등을 돌리는 족족 쪽지를 던져대는 그였다.

잔뜩 미간을 찌푸린 채로 쪽지를 구겨 창 밖으로 던졌다. 던져진 종이는 바람에 날려 운동장 쪽으로 향하더니 이내 바닥으로 추락했다.

고개를 돌린 그가 나의 행동을 지켜보더니 작게 입을 열었다.



'넌.'


'나만'


'봐야 돼.'



'그렇지?'



마지막 말을 내뱉은 그가 씨익 미소를 지었다. 정말이지 역겨워 구역질이 나올 정도다.

10년 동안 이어진 인연은 필연적으로 맺어졌다. 김한빈에게 벗어나려 발버둥을 쳐봐도, 그것은 곧 제자리걸음이 될 뿐이었다. 마침내 깨달은 사실은, 더 이상의 눈물은 필요치 않다는 것이다. 아무리 발악해도 결국 내 상처만 깊어지는 꼴이었다. 애초에 너와 내가 만나지 않았더라면, 달라지는 것이 있었을까. 쓸데없는 고민으로 난 항상 절망 속에서 허우적댔고, 끝은 언제나 김한빈에 의해 나락으로 빠트려진 나였다. 세상에 신이 있다면, 소원을 들어줄 수 있다면, 난 망설임 없이 김한빈이 내앞에 나타나지 않길 빌 것이다.




굴레


w. 내맘빈



점심시간에는 언제나 화장실 행이다. 급식실에 가봤자, 나를 반기는 것은 머리 위로 쏟아질 식판이 다였다.

매점에서 산 빵을 억지로 입에 처넣었다. 처음엔 목이 막혔지만 이젠 익숙하다. 이런 생활이 익숙해질수록 난 더 내 감정에 메말라져 갔다.




체육 시간이 되어 사물함을 열어보니, 내 체육복은 이미 가위로 조각조각 잘려진 상태였다.

누가 했는지, 감히 짐작이라도 할 수 없을 이 행동에 당황스러움보단 웃음이 먼저 났다. 너무 많이 조각난 탓에 수선을 생각하기도 힘들 정도였다.



"뭐야, 무슨 일 있어?"



짜증나게도 내 옆에 먼저 다가온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김한빈이었다.



"체육복이...., 안되겠다."



그는 체육복 상의의 지퍼를 쭉 내리더니 내 어깨에 걸쳤다. 주변 아이들은 놀람과 동시에 질투를 가득 담은 눈빛을 보였다.

황급히 반을 뛰쳐나갔던 그가 한 손에 체육복 하의를 들고 돌아왔다.



"친구한테 급하게 빌렸어. 그거라도 입어."



주위에 보는 눈이 너무 많았기에, 나는 그에게 살짝 웃으며 고맙다고 말할 수 밖에 없었다. 몇몇 여자아이들은 작게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김한빈의 행동에 잠시 웅성거리더니 이내 교실을 빠져나가는 그들이었다.모두가 나가고 교실에 나와 김한빈, 둘 뿐이었다. 김한빈은 순식간에 표정을 바꾸더니, 점점 나에게로 다가왔다.



"어때, 체육복. 예술이지 않아?"


"....이젠 이것도 좀 유치한데,”


"다른 것도 좀 생각해와, 한빈아."



싱긋 미소를 지어준 채로 그를 뒤로했다. 잔뜩 굳어진 그의 표정에, 희열이 밀려왔다. 살짝 고개를 돌리자, 주먹을 쥔 모습이 볼 만 했다.


내가 전부터 당하지 만은 않을 거라고, 했잖아.




2학년이 되고 나서 맞이하는 첫 체육시간이다. 선생님이 오시기 전, 각자 무리를 지어 둥글게 모여 앉는 아이들이 보였다. 어디선가에서 배구공을 가져와 족구를 하는 남자애들 무리, 새로 나온 화장품 신상에 대해 얘기하는 여자애들 무리,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에 대해 열띤 토론을 하는 무리까지, 다양했다.
그러나 그 무리들 중 내가 속해있는 곳 하나 없었다.


처음부터 친구를 사귈 맘이 없었던 건 아니다. 13살 때 집안 사정으로 원래 살던 곳에서 훨씬 먼 곳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고, 중학교 입학식 날 본 김한빈은 그저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게 친구가 생기는 족족 그들은 날 떠났고, 그 이유가 김한빈 때문이란 것은 최근에서야 알게 된 사실이었다. 그가 내 친구들에게 어떤 식으로 대했으며, 어떤 방법으로 협박을 했는지는 궁금하지 않았다. 하지만 대체 무슨 이유로 내 인생을 이토록 고립되게 만드는 것인지, 그에게 묻고 싶었다.



내가 아무리 악을 쓰며 외쳐도, 돌아오는 대답은 하나였다.



‘이유는 없어.’


‘그냥, 네가 좋은 거야.’


‘알겠지?’



그는 항상 그렇게 말한 후에 나에게 미소를 지어주었다.




-




수련회 참가 신청서가 배부되었다. 장소는 제주도, 비용은 예상대로 적지 않은 액수였다. 펜을 들고 불참 란에 동그라미 쳤다. 돈도 안 깨지고, 무엇보다 3일 동안 김한빈을 보지 않는다는 사실이 큰 기쁨을 불러왔다. 쉬는 시간에 잠깐 화장실을 다녀온 사이, 책상 위의 수련회 참가 신청서가 사라져있었다. 설마 하는 생각에 반장을 찾았지만 그는 이미 신청서를 걷어 교무실에 제출했다고 말했다. 혹시나, 건들진 않았겠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려고 해도 불안함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이윽고 종례 시간이 되고, 아이들은 가방을 챙기기에만 급급했다. 담임은 수련회 일정과 각종 수칙에 대해 설명했다.



“그리고 우리반 모두 수련회 참가하는 거, 맞지?”



순간 내 귀를 의심하며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어 김한빈을 바라보았다. 아이들은 네, 하는 대답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고, 그 때문에 김한빈이 시야에서 가려지게 되었다. 분주하게 반에서 빠져나가는 무리와 함께, 그도 사라지고 말았다.



종례가 끝나자 마자 교무실을 찾아가서 담임에게 가지 못하는 이유를 구구절절하게 설명을 하고 나서야 알겠다는 대답을 받았다. 제발 김한빈이 이 사실을 수련회를 가는 날까지 몰랐으면 좋겠다고, 빌고 또 빌었다.



-




집에 돌아가는 길에 휴대폰을 켜 메시지를 확인했다. 수신인은 당연히 김한빈이었다. 언젠가부터 내 전화번호부에는 단 3개의 연락처만이 남아있었다.

 엄마, 아빠, 그리고 김한빈. 그에게 있어서 전화번호 스팸 처리는 무용지물이었다. 내가 전화를 받지 않으면 집 앞으로 찾아오기 일쑤였다.



김한빈은 툭하면 사랑을 갈구했다. 원하는 대답이 나올 때까지 묻고, 울고, 또 물었다. 나는 그런 김한빈을 달래는 방법을 제일 잘 아는 유일한 사람은 나였지만,


“저기요.”


낯선 교복을 입은 남학생이 갑작스레 내 팔을 잡더니, 말을 걸어왔다.


“실례지만, 번호 좀 주실 수 있으세요?”



그런 김한빈에게 상처를 주는 법을 제일 잘 아는 사람도 나였다.



그에게 번호를 주자마자, 메시지가 왔다. 집에 다다를 때까지 그와 대화를 이어갔다.

 답장을 하는 것에 정신이 팔려, 집을 지나친 지도 모른 채 방금 도착한 그의 메시지에 웃음을 지었다.



“너 지금 뭐하냐.”



대문 앞에 서있던 익숙한 그림자는, 다름아닌 김한빈이었다. 아직 교복 차림인 걸 보니, 또 빙빙 돌다 우리 집에 온 것이 뻔했다.

김한빈은 잔뜩 인상을 찌푸린 채, 손을 내밀었다. 그런 그의 행동을 보고 말없이 휴대폰을 주머니 속에 집어 넣었다.



“줘.”


“나 들어가야 돼, 비켜.”


“야, 씨발.”



작게 욕을 읊조린 김한빈이 내 손목을 세게 움켜잡았다.



“너한테 남자 향수 냄새나.”



아까 그 남학생 휴대폰에 번호를 입력하느라 가까이 붙어있던 것이 화근이었나.

김한빈이 바로 알아차리고 말았다. 당황함에 눈동자만 데굴데굴 굴리다가 날 빤히 쳐다보는 그의 시선에, 결국 고개를 푹 숙여버렸다.



“뭔데, 어떤 새낀데.”


“제발 신경 쓰지마.”


“묻는 말에 대답해.”


“그냥, 나 좀 내버려 두라고!”



항상 이런 식이었다. 김한빈은 나를 꽉 잡고 안 놓아주었으며, 내가 달아나질 않길 원했다. 완전한 자신만의 세상에, 내가 가둬지길 바랬다.



“너 또 좋아하는 사람 생긴 건 아니지?”


“맞아.”


“뭐?”


“좋아하는 사람, 맞다고. 이제 됐어?”



내 손목을 잡은 김한빈의 손이 힘없이 풀렸다. 더 이상 그의 틀 안에 묶여있을 수만은 없었다.

김한빈. 작게 그의 이름을 불렀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네 사랑하는 방식이 잘못됐다는 거, 이젠 알았으면 좋겠다.”



이 말을 끝으로 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날 밤, 셀 수없이 많은 전화가 걸려왔다. 수신자는 모두 김한빈이었고, 끝없이 울리는 진동 소리가 듣기 싫어 결국 전화를 받았다.



“왜.”


“....○○○.”


“뭔데, 빨리 말해.





“나. 지금, 아파…….”



김한빈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난 전화를 끊고 그의 집으로 달려갔다.




한가지 사실을 잊고 있었다.

나를 붙잡아놓은 구실과, 내가 그에게서 더이상 달아날 수 없는 이유.


지독한 애정결핍증, 그게 바로 김한빈이란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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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하..뭐..죠..여주체육복은왜그렇게해놓은거죠?ㅜㅜㅜㅜㅜㅜㅜ한빈이..너무섹시하잖아ㅜㅜㅜㅜㅜㅜㅜㅜ집착이라니...한빈이가..집..착..가볍게 글읽다가 마지막장문볼때는 가슴을부여잡고봤습니다ㅋㅋㅋㅋㅋ..작가님 사랑해요ㅜㅜㅜㅜㅜㅜㅜ진짜 제취향..빵빵..이게장편이라니..이잉..너무좋아ㅜㅜ하..뭐라고했는지도 모르겠네요..ㅋㅋ여운이너무 오래가서..다시한번 작가님사랑하구요ㅜㅜ다음편도 기대할게요!! 화이팅!!
9년 전
독자2
처음으로 신알신 신청하고갑니다!!ㅜㅜ
9년 전
내맘빈
감사합니당ㅜㅜ♡
9년 전
독자3
와......대박.....저이런스토리너무좋아요 짱좋아 한빈이섹시해 너무멋이ㅛ어...괴롭혀도좋아........한빈아 ㅠㅠㅠㅠ우리한빈이애정결핍...누나가다보듬어줄께이리와 ㅠㅠㅠㅠㅠ신알신신청히구기요!!!!♡♡♡♡♡
9년 전
내맘빈
감사해요!!♡
9년 전
독자4
한빈아ㅜㅜㅠㅠ한빈이집착이면 절대거절은없습니다만ㅠㅠㅠㅠㅠㅠㅜ취저제대로에요ㅜㅜㅜ다음편기다리겟습니다ㅜㅠ
9년 전
내맘빈
얼른 올리겠습니당!ㅎㅎ감사합니다♡
9년 전
비회원145.76
아 이런 집착물이라니 약간 무섭기도 하면서 보기엔 재밌네욯ㅎㅎ.. 좋은 글 감사합니다 잘 보고가요 :)
9년 전
내맘빈
감사합니당♡
9년 전
독자5
크엌ㅠㅜㅠㅠㅠㅠ 한빈이 집착이라뇨ㅜㅜㅠㅠㅠ 애정결피뷰ㅠㅠㅜㅠㅠㅠ 제가 사랑하는 소재ㅠㅠㅠㅠㅠㅠ 신알신 했어요ㅠㅜㅠㅠ 다음편 기다릴께요ㅠㅠㅠㅠ
9년 전
내맘빈
얼른 수정해서 올려야겠네요ㅜㅜ 감사합니다!♡
9년 전
독자6
한빈이 집착이라니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ㅍ와ㅠㅠㅠ섹시하다ㅠㅠㅠㅠㅠ신알신하고가요ㅠㅠㅠ
9년 전
내맘빈
김사합니다ㅠㅠㅠ!!♡
9년 전
비회원93.106
집착이라니.. (취향저격) ㅠㅠㅠㅠㅜㅜㅠㅠ 집착하는 한빈이도 좋은 저는 뭐죠..으헝 ㅜㅜ 이상하게 제목이 마음에 들어요 어허헣 (이유 모름) 다음글 기다릴게요!!
9년 전
독자7
애정결핍증이라니 말도 안 돼요 이렇게 섹시ㅎ라 순 업서요......
9년 전
독자8
작가님 보고싶어요ㅠㅠㅠㅠㅠㅠ..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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