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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코쨩 전체글ll조회 494













매미가 요란스레 울어대던 한여름이었다. 그날따라 찌는듯한 더위는 처마 밑으로 손을 뻗어 마룻바닥을 휘저었다. 해는 산꼭대기에 서서 앉을까 말까 고민하던 시각. 고요한 시골마을의 꼭대기 집이었다. 곤히 잠든 노인의 뒤로 살며시 냉장고 문을 열어 아이스크림을 꺼내어 마루에 털썩 걸터앉았다.

 

이 시려.

 

아이스크림에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그것은 이내 무릎에 툭 떨어져 성가시게 만들었다.














[EXO] 한 여름 밤의 꿈 | 인스티즈



한 여름 밤의 꿈














다 떨어져가는 낡은 부채를 연신 휘둘렀지만 흐르는 땀은 식지 않았다. 확 오르는 짜증에 부채를 마당에 내던졌다. 선풍기라도 켤까. 전기세 내 줄 것도 아니면 부채나 부치라는 할머니의 말을 뒤로하고 창고로 향했다.


창고는 나를 약올리는 듯 녹내 나는 시커먼 자물쇠를 물고 있었다. 열쇠를 이쯤 숨겨둔 걸 봤는데. 작은 독항아리들을 다 뒤져봤지만 열쇠는 눈에 보이지 않았다. 괜스레 올라오는 화에 발을 휘둘렀다. 오래된 철문에 부닥친 발만 되려 저릿해져왔다. 아씨, 아파. 괜히 자물쇠를 뚫어져라 노려보다 창고 뒤쪽 너머로 아른거리는 것에 눈을 돌렸다. 동그란 것이 이리저리 왔다갔다했다. 사람 머리인가? 한참을 쳐다보는데, 어느 새 그것이 멈추더니 담장 위로 동그란 두 눈이 쏙 올라왔다. 일부러 창고 벽 뒤에 숨어서 몰래 지켜보고 있었는데, 내가 보였던 것인지 그 눈은 장난스럽게 휘어지더니 야! 하고 부른다.







 너 이거 찾지?







담장 위로 흰 손이 쑥 올라오더니 반작이는 것을 두 손가락으로 집곤 달랑댄다. 언젠가 봤던 창고 열쇠였다. 저걸 왜 저 사람이 갖고있는거지? 좀도둑인가 싶은 마음에 덜컥 겁이 나 잠든 할머니를 깨우려 몸을 돌리는데,







 그러게, 이걸 내가 왜 가지고 있을까.







아까보다 가까워진 듯한 목소리에 다시 고개를 돌리면 소년이 뒷짐을 진 채로 코앞에 서 있다. 대문은 잠겨 있다. 나 너네 집에 손도 안 댔는데. 항아리도, 저 문도. 동그란 얼굴이 동그란 입을 뻐끔거리며 말했다. 분명히 앳된 소년의 얼굴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귀신에 홀린건가. 너무 터무니없는 상황에 멍하니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너 이거 갖고싶지. 필요하지 않아? 덥잖아, 저 안에 선풍기 있는데.







소년은 마치 최면을 걸듯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에 나는 반응이라도 하듯, 넋이 나간 사이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고, 소년은 안개처럼 흩어져 사라졌다. 나 잡으면 주지, 옅게 울리는 천진한 목소리가 대문 밖에서 들려왔다. 여전히 영혼이 없는 듯한 상태로 생각없이 두 발을 대문으로 옮겼다. 잠금장치를 풀고 집 밖으로 나섰다. 해질녘에는 도깨비들이 색시를 구하러 돌아다니니 나가지 말라던, 오래전 할머니의 전래동화 이야기는 기억 저편으로 사라진 후였다.










* * *










눈 앞에 아른거리는 소년의 흰 옷을 잡아채고서야 정신이 들었다. 번쩍 깨어보니 어딘지도 모르는 숲 속이었다. 해는 이미 저문지 오래고, 하늘에는 커다란 보름달만 밝게 떠있다. 소년의 얼굴이 달빛에 비추어져 희다 못해 창백하게까지 보였다. 즐거운 듯 웃는 소년을 보다 갑자기 깨달았다. 할머니의 창고 열쇠는, 오전에 할머니가 모종삽을 찾느라 창고를 뒤지곤 식탁 위에 올려두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럼 저 열쇠는 뭐지?


앳된 얼굴이 옆으로 늘어지듯 길게 웃었다. 두 팔에 소름이 돋았다. 이게 뭐야. 나는 선풍기를 찾으러 창고에 갔던 것 뿐이었는데 소년을 만나 그 손에 들린 열쇠를 보고 집을 나섰고, 그리고...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눈만 굴려 주변을 살폈다. 민가의 흔적이 없는 깊은 산 속인듯 했다. 안 그래도 복잡한 산길이 어두워진 탓에 더 구분하기가 어려웠다.







 뭘 그렇게 찾아, 열쇠는 여기있는데.







소년이 데굴거리는 시선을 잡아챘다. 그러곤 표현할 수 없는 신기한 웃음소리를 내며 웃더니, 내가 잡혔으니 약속한대로 이 열쇠를 돌려줘야겠지? 하며 열쇠 든 손을 내게 내민다. 가짜열쇠. 그걸로 날 여기까지 데려온 이유가 뭘까. 어떻게 반응해야 하나 싶어 가만히 눈치만 보고 있으니, 마치 내게 줄 것 처럼 손을 조금 더 뻗다가 갑자기 휙 하곤 다시 제 쪽으로 당긴다. 소년은 눈썹을 잔뜩 늘어뜨리곤 안타까운 표정을 하며 말을 이었다.







 근데 이거, 되게 반짝거리고 예뻐서 맘에 드는데. 진짜 나한테 소중한건데 말이야.







당최 무슨 말을 하고 있는건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나에게 무언가 요구할 것 같은 말투로 말을 흐렸다. 빨리 이 숲에서 나가야 해. 머리만 재빨리 굴리며 동네에서 얼마나 멀리 온 건지 생각해내려 애썼다. 그래도 줘야겠지, 소년이 난데없이 한숨을 폭 쉬곤 말했다. 너무나도 아쉬운듯한 말투에 생각의 흐름이 끊겼다. 다시 주의는 소년에게 돌아갔다. 근데 이건 진짜 내 소중한 거니까, 대신 나한테 네 소중한 걸 줘. 소년이 한 걸음 앞으로 다가왔다. 방금과 달리 눈매가 약간 매서워진듯한 착각이 일었다. 불안해지는 마음에 마른 침을 삼켰다.







 내 소중한 게 뭔데요?







소년이 흰 치아가 다 드러나도록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달빛에 비친 이가 그의 피부처럼 창백했다.







 응, 네 간.







할머니, 이 동네에 있는 건 색시를 구하러 돌아다니는 도깨비가 아니라 간을 구하러 돌아다니는 여우였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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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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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ㅏ???헐...대박......말이 안나와요....헐....그럼 간 먹힌거에요???헐 대박....진짜 말문이 막혔어요...할...대박...헐...아 묘하게 이런 분위기가 젛아요ㅠㅠㅠㅠㅠㅠ
11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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