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침침한 노란빛을 내던 알 전구를 껏다.
치익-
빵가게에서 챙겨준 성냥으로 하얀 케익 한가운데 홀로 서있는 작은 초에 불을 붙였다.
"생일..축하 합니..다-생일 축하 합니다...사랑하-는..나..에게 생일 축하-합니다-"
작은 박수때문에 일렁이는 촛불처럼 노래부르는 목소리도 꺼질듯 말듯 연약하게 일렁였다.
"이제..게임을 시작하지"
the game
피..피냄새가 난다.
흐읍-하아.
길게 들이쉰 숨을 따라 비릿한 피냄새가 따라 들어와 후각을 자극했다.
짓던 건설회사가 도산해서 흉물스럽게 회색 맨살과 앙상한 뼈대를 드러낸 건물은 근방 어정쩡한 깡패를 흉내내는 학생들이 자주 모이는 곳이다.
그 안에서 자극적인 피냄새가 풍겨왔다. 마치 코앞에 피웅덩이가 있는듯한 생생한 피비린내가 난다.
쓰으으..
긴장으로 입안이 바짝 메말라 텁텁해져와 소주를 한모금 들이켰다.
게임이 시작한지 1년 반째.
첫 살인은 아니고 이번이 네 번째지만 여전히 이 긴장감만은 익숙해지지 않아서 싫다.
창문이나 문에서 잘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를 찾아가며 건물에 접근했다.
아무리 숨어도 게이머의 몸에서 나는 피냄새는 전방 100M를 진동한다.
아마 저 게이머도 내가 노리고 있다는걸 알고 있을것이라고 생각해야한다.
대충 창문에 보이는 머릿수로 세어 보았을때 최소 17명에서 +5 정도로 잡는게 무방해 보이는 숫자라, 다가가던 움직임을 멈추고 잠시 건물안을 주시 했다.
목격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경찰에 잡힐 가능성도 많아 무작정 쳐들어가 칼로 찌르고 도망갈수도 없는 노릇이다.
저 중에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제 친구들 앞에서 사람을 죽일수도 없는 노릇일테니 따로 볼일을 보자고 하면 따라 나올 수 밖에 없을 것 이다.
난 더 이상 잃을게 없지만 저때의 어린애들은 가족보다 소중한 게 또래친구들이니까.
더 이상 공사잔재에 몸을 숨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나는 철제 문을 열었다.
예상대로 건물 로비안에는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스무명쯤 앉아서 술파티를 벌리고 있었다.
덩치가 성인보다 더 큰 곰같은 놈, 아부 잘할것처럼 간사하게 생긴놈, 팬티가 다 보이게 짧은 치마를 입고 다리를 쩍 벌리고 앉은 년, 그 년의 가슴을 주무르는 놈.
공사중이던 건물 바닥은 비닐과 각목, 바스러진 시멘트로 더러웠지만 마치 자기네 안방마냥 편안하게 누워있는 녀석도 있었다
“뭐야 이 시발거지새끼는”
덩치가 커다란 녀석의 말에 주변에 있던 무리들이 킬킬댔지만 주변을 돌아보기에 바빳다.
처음 피냄새를 맡은 위치를 생각해보면 이 무리안에 있어야 맞는 법인데..
나와 눈을 마주치자 유독 덜덜 떠는 학생이 하나 있었다.
“너구나”
소년은 움찔움찔 덜덜덜, 물에 젖은 어린 새처럼 바들바들 떨었다.
입가가 실룩, 웃음이 나올 것 같아 나는 손으로 입술을 쓸어내리는 척 슬쩍 가렸다.
뒤에서 와와 하고 웃던 덩치들 중 하나가 작은 시멘트 덩어리 하나를 가차없이 소년에게 던졌다.
휘익-스트라이크!
누군가의 조롱조의 환호에도 소년은 그저 떨고만 있을 뿐이었다.
“아저씬 누구세요?”
덩치들과 다르게 단정한 교복차림의 호리호리한 다른 학생이 나와 소년사이를 갈라섰다.
소년은 이 학생의 뒤에 서서 경기로 착각할만큼 격하게 떨었다.
다다닥다다다닥
이빨이 부딪히는 소리가 묘하게 긴장감을 자극시킨다.
“아저씬 누구시냐고요”
“아...”
뭐라고 해야하나. 딱히 생각해둔 변명이 없는데...
“으아아아악!!!!!”
순간 학생 뒤에서 숨어있기만 하던 녀석이 발작하듯 앞으로 튀어나와 칼을 휘둘렀다.
커터 칼이라니, 미치겟네. 이 녀석. 웃겨 죽일 생각인가
지금까지 상대했던 사람들에 비해 너무나 손쉬워서 웃음이 나왔다.
허리띠 뒤에 안보이게 매어둔 단도를 꺼내어 커터칼을 쳐내고 복부를 강하게 찔렀다.
다시 피묻은 칼을 몇 번이고 난도질해 내장을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이로써 사람을 죽인게 4명째인데 어쩌면 오늘은 무고한 인간들까지 여럿 죽여야할지도 모르겠다.
“미안하지만 너희를 주....켁!”
커허,커헉.
목에서 김이 모락 피어나는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고 내 머리끝은 점점 서늘해져간다.
간신히 돌린 시야에는 그 호리호리한 학생이 무심한 표정으로 내 셔츠에 나이프를 닦아내고있었다.
“야 이태민, 들었냐??켁!이래 켁!”
우하하하하
이태민이라고 불리는 소년은 발끝으로 쓰러진 소년을 뒤집었다.
“이 병신 머저리 찐따새끼는 칼질도 제대로 못하네.”
순식간에 두 사람이 죽었는데도 소년들은 익숙한 관경인지 능숙하게 미리 깔아뒀던 비닐을 거둬서 고인 피와 시체 2구를 주변에 널린 드럼통에 던져 넣었다.
평소에 지갑보다 무거운 건 들지도 않을 여자애들도 스스로 알아서들 물을 떠오고 남은 몇몇 남자애들은 구석에 쌓인 시멘트를 뜯어다 반죽을 개기 시작했다.
이태민은 그 모습을 보고 작게 비웃었다.
“병신 머저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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