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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예천궁 (虹蜺天弓)

      

      

[방탄] 홍예천궁 (虹霓天弓) | 인스티즈     

      

      

지금으로부터 600년 전, 이제 막 조선이 자리를 잡기 시작하고 왕으로 자리 매김에 성공한 남준이 나랏일을 시작하였을 때 즈음. 신분을 표할 방법은 없고 그렇다고 고려 때의 마패를 인용하자니 그 때 그 시절과는 트렌드가 달랐던 모양인지 백성들이 농사를 짓다가도 모여 푸념을 늘어놓았다. 땅만 벅벅 긁으며 자신들의 신세를 한탄하기에도 잠시, 전 백성 마패 도입 제도! 라는 공문을 보았을 때는 모두 마음 속에서 우러나오는 탄식을 감출 수 없었다. 그래도 이 농사꾼들의 마음을 이해한 성균관 유생들은 의정부에 의견을 제출하였고, 그 별거 어렵지 않다고 판단한 감사들은 결국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 제안은 바로, 마패를 대신 색으로 신분을 구별하자는 제안이었다. 왕과 그의 자녀들은 빨간색으로 된 긴 천을 손목에 묶도록 하고, 삼정승과 직접적으로 왕과 접촉을 하며 나랏일을 하는 이들은 주황색, 무인들과 문인들은 노랑, 벼슬을 하는 귀족들은 초록, 중인들은 파랑, 또 상민들은 남색, 마지막으로 볼 것도 없는 천박한 노비들은 보라색 끈을 손목에 늘 묶아야 됐다. 일명 홍예천궁 제도에 가장 많이 불만을 토로한 이들은 귀족들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무인 문인들과 구분없이 잘 지내던 귀족들이 이번 일로 인해 공식적으로 한 자리 물러서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반발하며 봉기를 일으키려는 귀족들에게는 초록색이라는 색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고 굉장히 많은 혜택들을 부여하며 남준은 그들을 침착하게 진정시켰다.      

      

그러자 겉으로는 투덜대면서도 결국 급한 불은 끈 귀족들을 보며 남준은 또 하나의 분열이 해결 되었다며 잔치를 벌였다. 손님들은 부러 초록 중의 초록, 양반 중의 양반인 이들을 초대하고 반란을 주도치 못하도록 구두적으로 그들과 은밀한 계약을 맺었다. 그 중에는 아버지의 병세로 대신 잔치에 참여한 석진도 있었다. 빨간 띠를 멘 이와 초록 띠를 멘 이의 은근한 신경전을, 남준은 너털웃음 지으며 애써 털어버리려고 하는 것 같았다. 이미 주변에는 기생들의 치마폭에 얼굴을 묻는 이들이 많았고, 멈추지 않고 들어가는 술에 만취한 늙은이들도 여럿이었다. 그들에 비해 젊고 속되게 머리에 피도 마르지 않은 두 청년, 남준과 석진은 서로를 보며 입꼬리 올려 웃었다.      

      

"전하, 낯빛이 좋아 보입니다."      

      

"불편하게 왜 이러십니까, 저는 정말......"      

      

"어릴 적으로 돌아가 전하와 들판을 뛰놀고 싶습니다."      

      

"그대 어찌 이 천조각 하나로 저의 어심을 흔들어 놓는다는 말이오."      

      

"이 천조각 하나가, 전하와 저를 갈라놓은 것 같습니다. 시간이 많이 늦었습니다, 편히 쉬십시오. 소자는 물러나겠습니다."      

      

이미 술기운에 쓰러진 양반들을 둘러보며 혀를 쯧쯧 차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남준을 가만히 응시하는 석진이었다. 석진의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가만히 눈만 내리고 있는 남준을 보며 석진은 조소를 띄우는 것 같은 웃음을 짓고서 남준에게 머리 숙여 인사를 드리고는 밖을 나왔다. 오랜만에 오는 듯한 대궐 안에서 밤하늘을 올려다 보았을 때에는, 석진의 두 눈에 눈물이 한가득 맺혀있었고 창호지 그림자로 보이는 남준의 모습은 여전히 고개를 떨군 채 깊은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발을 하나씩 떼어 걸으며 밖으로 나가는 대문을 맞이하였을 때, 별감들은 석진을 아는 듯이 익숙하게, 또 익숙한 표정으로 문을 열었고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석진은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별감들에게 먼저 인사를 해 주었고, 후에 별감들은 항상 석진보다 더욱이 머리를 조아리며 석진에게 잘 가라는 인사를 그렇게 암묵적으로 했다. 궁궐에서 오다 보니 그렇게 큰 집도 작아 보이는 지금, 집 앞 정원에 아무렇게나 던져져 있던, 얼마나 던지고 찼던 건지 다 헤져 속까지 모두 드러난 그 공을 쥐고 한참을 생각하다가 이내 그 공을 깊숙이 저고리 안까지 숨긴 후에 아버지에게는 문안 인사도 드리지 않고 피곤했던 건지 곱게 펴 놓은 이불 위에 누워 저고리 속에서 공을 꺼내고는 한참 이리저리 보다가 결국 석진은 그렇게 잠에 들었다.      

      

석진이 자리를 떠난 뒤 남준은 계속 스스로 괴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고통스러워 하다가 점점 술이 깨는 건지 하나 둘 일어나기 시작하자 그제서야 평소의 남준처럼 순진한 웃음 지어보이다 양반들을 배웅해 주기 시작했다. 어떻게 보면 그는 굉장히 냉정했다. 그는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자신의 아버지 때문이 아니었을까. 어릴 적부터 받았던 아버지의 지나친 관심과 사랑이 이토록 고통스럽게, 또 냉정하게, 자기 자신을 채찍질 하게 남준을 만든 것이 아닐까. 모든 선비들을 보내고, 남준은 아직도 적응이 되지 않는 으리으리한 강녕전에서 석진의 잔상을 떠올리며 잠에 들었다.      

      

제가 사극물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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