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주소 복사
공지가 닫혀있습니다 l 열기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몬스타엑스 이준혁 온앤오프 김남길 샤이니
이서환 전체글ll조회 1306l 2


***

 

 

 

정신없이 일에 파묻혀 있다보면 반나절이 일분처럼 후다닥 지나가는 기분이 든다.

하늘을 바라본지가 얼마나 되었는지도 망각할 정도로 병원 건물의 하얀천장 아래에 갇혀있다시피 시간을 보내던 진기는 크게 기지개를 켜며 하품을 했다. 깍지를 꾹 쥔채 팔을 길게 뻗어올리자 미약한 전류라도 흐르는것처럼 온 몸이 저릿하게 저려오는게, 금방 단잠에 빠진대도 이상할게 없을 정도로 고단한 하루였다.

 

어느새 어둑해진 바깥풍경을 바라보며 옷걸이에 걸려있는 코트를 꺼내들던 진기는, 코트 주머니속에 손을 넣음과 동시에 손끝을 따끔하게 찔러오는 무언가에 어깨를 움츠렸다.

 

 

 

“…뭐지?"

 

 

 

조심스레 손가락을 꿈지럭거리며 정체를 알수없는 물건을 주머니에서 꺼내듬과 동시에 종이재질 특유의 부스럭대는 소리가 진료실 안을 가득 채운다. 피곤함에 절어 흐릿해진 시야탓에 눈을 가늘게 뜬채 자신의 손에 들린 무언가를 가만히 내려다보던 진기는 그 무언가가 티켓 이라는 사실을 알아채고는 눈을 꿈뻑였다.

 

 

 

이건 스캇이 줬던 공연티켓…?

2주후부터 시작한다던 그 공연티켓… 공연날짜를 보니 9 2, 즉…

 

 

 

"…오늘?"

 

 

 

갑자기 번쩍 정신이 드는듯한 기분에 진기는 눈을 빠르게 굴리며 티켓위를 스캔했다. 붉은빛의 티켓에 박힌 작고 정갈한 글자들이 침침한 진료실의 조명에 의해 음울하게 반짝인다.

 

 

 

'...9PM, Friday 2nd, September- McCane Theatre.'

 

 

 

공연의 시작시간은 오후 9. 지금 출발한다면 충분히 여유있게 입장할 수 있는 공연이다.

하지만 진기는 금새 커다란 딜레마에 빠졌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굳이 극장에서 스캇이 출연하는 연극을 봐야하겠는가?

그것보다는 집으로 이길로 귀가해 피곤에 푹 절어있는 몸이 휴식을 취하게끔 도와주는것이 올바른 일이 아닐까?

 

한참동안 짙은 감색의 코트를 손에 움켜쥔채 고민하던 진기는 문득 머릿속을 스치는 낯익은 목소리에 빠르게 가방을 어깨에 둘러매고는 진료실 밖으로 분주한 발걸음을 옮겼다.

 

 

 

'...Make sure to come see me.'

'...나 꼭 보러와요.'

 

 

 

Colourless 02: Grey Romance

                                                                     w. 이서환

 

 

***

 

 

 

맥케인 극장은 진기 자신이 상상했던 규모보다 더욱 웅장했다.

어쩌면 당연한 일 일지도 모른다. 무려 로미오와 줄리엣의 무대이니까.

시대를 장식하는 불멸의 사랑, 세대를 뛰어넘어 보는이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비극적인 결말.

명작중에서도 명작이라 일컫어지는 로미오와 줄리엣 연극의 장이 열리는곳이니 말이다.

 

빌리 엘리어트를 보았던 극장보다도 훨씬 거대한 규모의 극장에 혀를 내두르던 진기는 붐비는 인파속에 반복적으로 어깨를 부딫히고 나서야 (그때마다 사과의 말을 뱉어내느라 입이 바싹 마를 지경이었다.) 겨우 자신의 자리를 찾아 앉을 수 있었다. 무대와 아주 근접한 앞자리에 앉아있으니 커다란 무대가 한눈에 보이는게 진기의 입에서는 절로 반복적인 감탄사가 터져나왔다.

저공허해보이기까지 하는 넓직한 공간에서 떨지않고 연극을 하는 배우들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푹신한 텍스쳐의 의자에 몸을 앉히자 급격하게 밀려오는 피로감에 진기는 신경질적으로 머리카락을 쓸어넘겼다.

 

 

 

'이번엔 졸지 말아야지, 이번엔 졸지 말아야지.'

 

 

 

강박증이라도 있는 환자처럼 반복적으로 중얼거리는 입과는 다르게 진기의 눈꺼풀은 시계추 백개를 매달아둔것처럼 무겁기만했다. 밀려오는 졸음을 쫒아보려 요란하게 눈을 깜빡이던 진기는 결국 주머니 속에서 껌을 꺼내 입에 쏙 밀어넣으며 간절하게 소망했다.

 

 

 

제발 이 작은 껌 하나가 날 샌드맨 (sandman: 잠의 요정)의 마수로부터 구원해주길.

 

 

 

***

 

 

 

몽롱한 정신으로 붙잡은채 스테이지위를 활보하는 배우들의 행동을 주시하던 진기는 뒤이어 극장내부에 울려퍼지는 익숙한 목소리에 눈을 부릅떴다.

 

낮고 나른하지만 마치 녹음기에서 흘러나오는 방백처럼 정확한 악센트- 스캇의 목소리다.

 

조명이 채 켜지지 않아 어두운 스테이지 위를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빠르게 훑어보던 진기는 자신이 자리 하고 있는쪽을 정확히 바라보며 장난스런 윙크를 보내는 스캇의 모습을 보곤 슬쩍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큰 무대에서도 저렇게 장난을 칠 여유가 되다니, 보통 강심장은 아닌것같다는 생각을 하며 진기는 작게 고개를 내저었다.

, 또한 스캇의 대담한 장난이 불러온 결과를 일일히 나열하자면, 자신의 웃음을 제외하고도 옆자리에 앉은 아가씨가 얼굴을 붉히며 작게 웃었다는 점이랄까.

 

이런저런 생각을 두서없이 늘어놓던것도 잠깐, 여름날의 햇볕처럼 따갑게 스테이지를 비치는 조명에 진기는 살풋 인상을 찡그렸다.

오만상을 찡그리고있는 자신과는 다르게 스테이지에 올라서있는 훤칠한 배우들은 아무렇지도 않다는듯이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고 있었다.

 

진중한 표정으로 대사를 내뱉는 스캇의 모습을 올려다보던 진기는 배우들뿐만 아니라 관객들까지숨을 죽인채 뿝어내는 심각한 분위기에 도취되어 마찬가지로 얼굴을 굳힌채 스테이지를 응시했다.

 

정적속에 흘러가던 폭풍전야와도 같던 순간들이 지나가고, 멋드러지게 칼을 내뽑음과 동시에 울려퍼지는 스캇의 대사. 그리고 이어지는 화려한 깃털들이 어지럽게 휘날리는 격렬한 싸움.

 

 

 

"Turn thee, Benvolio, and look upon thy death."

"돌아서라, 벤볼리오. 죽음을 맞이할 준비를 해라."

 

 

 

날렵한 폼새로 갈색머리의 벤볼리오를 향해 칼끝을 겨누는 까만 머리카락의 티볼트를 바라보던 진기는 작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마치 삼총사에 나오는 주인공이라도 된것처럼 멋드러지게 칼을 휘두르는 모습이, 실제로 자신이 상상하던 로미오와 줄리엣의 티볼트를 연상시켰다.

 

 

 

"…멋지다."

 

 

 

***

 

 

 

환호성과 휘파람소리, 그리고 요란한 박수소리가 넓은 극장안에 울려퍼지던것도 잠시, 금새 썰물처럼 빠져나간 인파들 탓에 극장의 내부는 평일날의 대성당처럼 고요하고 공허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까만 머리의 한 동양 남자가 자리 잡고있는 좌석을 제외하고는, 커다란 극장안의 수많은 좌석들은 텅 비어있었다.

 

연극의 여운이 남아있어서 였을까, 발그레하게 물든 얼굴로 높은 스테이지 위를 올려다보던 진기는 자리에서 일어나 잠시 머뭇거리다가 소심한 발걸음을 조심스레 옮겼다.

 

뚜벅-뚜벅-

 

어쩐지 자신의 발소리의 메아리가 극장안에 더욱 크게 울리는듯한 기분에, 진기는 눈을 이리저리 살살 굴렸다.

 

몇발자국 떼지도 않아서 코앞에 닿는 공허한 스테이지의 모습에 진기는 가만히 멈춰서서 손을 앞으로 뻗었다손끝에 닿는 나무재질 특유의 거친 감각에 손마디로 천천히 칠이 벗겨진 나무판자를 쓸어내리던 도중 갑자기 몸이 붕 떠오르는 느낌이 들어 진기는 화들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떠보였다.

 

 

 

 

"어어어…?"

 

 

 

 

갑자기 까마득하게 높아지는 시야에 진기는 우스꽝스런 모양새로 괴성을 내지르다가 장난스레 웃음을 터뜨리는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이리저리 돌렸다.

 

 

 

 

"Scott…!"

"스캇…!"

 

 

 

 

진기가 당혹감에  붉게 물든 얼굴로 작게 소리를 지르니 그제서야 한쌍의 커다란 손이 허공에 붕떠있던 진기를 무대위에 살포시 내려놓는다.

 

힘이 무척이나 센것같다. 일반 성인남성을 두손으로 들어올릴정도 라니- 물론 키가 크니 힘도 그에 비례해서 세겠지만- 이건 좀 불공평한것 같다.

 

스테이지의 차가운 바닥에 엉덩이가 닿고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쉰 진기는 느릿하게 몸을 돌려 무대 아래에서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는 스캇에게 짜증섞인 투정을 퍼부었다.

 

 

 

 

"You do realize that I nearly had a mini heart attack, right?"

"방금 나 심장마비 일어날뻔한거 알아요?"

 

 

 

 

"I thought you wanted to go up to the stage. Am I wrong?"

"무대위에 올라가고싶어하는줄 알았는데. 제가 틀렸나요?"

 

 

 

 

눈을 찡그리며 천진난만하게 웃는 모습에 진기가 체념이라도 한듯이 마주보고 웃어보이자, 금새 하얀 이를 드러내며 한마디를 덧붙인다.

 

 

 

 

"I knew it. I can read your mind just like looking at my own palm."

"그럴줄 알았어요. 이젠 당신의 머릿속을 제 손바닥 보듯 볼수 있다니까요."

 

 

 

 

매력적으로 웃음을 흘리는가 싶더니, 뜬금없이 자신의 머릿속을 읽을수 있다며 장난을 걸어온다.

그런 스캇의 말에 매우 놀랐다는듯이 눈을 크게 떠보인 진기는 의도적으로 목소리의 톤을 조금 높인 후 질문을 던졌다.

 

 

 

 

"Really? Guess what's in my mind now then."

"정말요? 제 머릿속에 뭐가 들었는지 맞춰봐요, 그럼."

 

 

 

 

"Hold on, give me a sec. Let me scan through briefly."

"기다려봐요, 빨리 읽어볼게요."

 

 

 

 

"Take your time."

"천천히 읽어보세요."

 

 

 

 

자신의 말에 눈을 감고 심각한 고민에 빠진것처럼 연기를 하는 스캇의 행동에 진기는 작게 웃어보였다. 웃음에는 전염성이있다는 의학적으로도 증명되지 못한 소문에도 신빙성은 있었던지,  자신의 웃음소리에 똑같이 입꼬리를 샐쭉 올리는 스캇의 모습에 진기는 웃음을 참으려 입술을 꾹 깨물었다.

 

 

 

 

"You were thinking… that the actor who acted as Tybalt is a magnificent actor. Am I right?"

"당신은티볼트역을 맡은 연기자 정말 대단한 연기자인것 같아- 라는 생각을 했어요. 맞죠?"

 

 

 

 

제법 진지한 얼굴로 자신의 생각을 내뱉는 스캇의 모습에 눈꼬리를 휘며 사람좋은 웃음을 보이던 진기는 금새 아리송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Close… but not quite."

"맞는것같기도한데 아닌것 같네요."

 

 

 

자신의 말에 실망을 했다는듯이 눈썹을 팔자모양 으로 늘어뜨린채 어깨를 으쓱하는 스캇의 모습에 진기는 소리없이 미소를 입가에 머금었다. 키가 훤칠한 남자의 모습이 사뭇 깜찍하게까지 보여 진기는 내심 자신에게 놀라기까지 했더랬다.

 

 

 

"What I was really thinking was…"

"사실 제가 진짜 생각했던건 말이죠…"

 

 

 

"Yeah- go on!"

"계속해봐요-!"

 

 

 

진기가 잠시 말을 멈추고 뜸을 들이자, 스캇은 애가 탄다는듯이 어린아이처럼 언성을 높였다.

 

 

 

"What I was really thinking was- That is one fine Tybalt."

"제가 생각한건- 티볼트 진짜 잘생겼네."

 

 

 

자신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는듯이 어리벙벙한 표정으로 눈을 느릿하게 깜빡이던 스캇은 이내 한방 먹었다는듯이 크게 웃음을 터뜨린다. 잠시 자지러지게 웃음을 터뜨리던 스캇은 이내 볼을 쓸어내리며 능청스레 대꾸를 했다.

 

 

 

"I've heard that too many times now. So predictable."

"그런소리는 너무 많이 들어와서. , 예상했던 답이네요."

 

 

 

넉살좋은 자신의 대꾸에 진기가 하-! 하고 어이가 없다는듯이 코웃음을 터뜨리자 스캇은 민망함을 느꼈는지 뒷머리를 쓸어내리며 멋쩍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것도 잠시,

 

 

 

"Thanks for coming. I didn't really expect you here. I mean- you're a doctor. You must be really busy."

"와줘서 고마워요. 솔직히 와줄거라는 기대 안했는데. 그러니까 제 말은- 의사잖아요. 굉장히 바빴을텐데요."

 

 

 

"I've promised that I would come and see you. Besides, the person to say 'thank you' is me, not you. Thank you for your invitation. I really enjoyed watching the play."

"오기로 약속 했었잖아요. 그리고 고맙다는 말을 할 사람은 저인것 같은걸요? 초대 해줘서 고마워요. 정말 재미 있었어요."

 

 

 

 

예의바르게 대답을 내뱉고 입을 꾹 다물고 있던 진기는 다시금 어색하게 머리를 긁적이며 텅 빈 극장의 구석구석을 훑는 스캇의 모습에 다시한번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Do you… want to go out sometime during this weekend to have lunch or dinner together? I've watched a fabulous play without spending a single pound."

"혹시 괜찮으면 주말에 한번 만나서 식사라도 할까요? 멋진 공연을 공짜로 보여주셨잖아요."

 

 

 

솔직히 말하자면 방금 내뱉은말에 놀란사람은 비단 스캇만은 아니었을것이다. 진기 자신도 얼떨결에 내뱉어진 말에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적잖게 놀랐더랬다.

어색한 공기를 풀어보고자, 아무말이나 내뱉은것이었는데,

생뚱맞게 이번 주말에 만나서 식사나 한끼 하자는 제안을 하다니.

 

자신과 마찬가지로 스캇또한 의외의 제안에 놀랐는지 의아하다는 표정을 짓고있었다.

 

역시 그닥 좋은 생각은 아니었구나-

생각도 없이 아무말이나 내뱉은 자신의 입을 원망하며 시덥잖은 변명이라도 해보려 열심히 머리를 굴리던 진기는 자신에게 던져진 스캇의 질문에 수그리고있던 머리를 치켜들었다.

 

 

 

"If you are busy then…"

"만약 바쁘시면 그냥…"

 

 

 

"…Are you asking me out?"

"…데이트 신청 인가요?"

 

 

 

 

***

 

 

 

 

"…So you've made an appointment with him?"

"…그래서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고?"

 

 

 

매서운 기세로 말을 이어가는 케이티의 모습에 기가죽어 고개를 작게 끄덕이던 진기는 이어지는 케이티의 환호성에 화들짝 놀라 그 자리에서 뛰어오를뻔 했다.

 

 

 

맙소사.

 

 

 

"Katie? You look… happy."

"케이티? 너 왠지엄청 기뻐보인다."

 

 

 

다른사람도 아니고 나이도 먹을만큼 먹은 남자가 황금같은 주말에 다른 남자와 데이트 약속을 잡았다는데, 자신의 죽마고우인 케이티가 보인 행동은 전혀 예상밖의 반응이었다.

자신의 손을 부여잡고 눈물을 글썽이며 이성과의 사랑은 신성한것이라며 바른길로 돌아오라며 길고도 지루한 연설을 할것이라는 기대와는 다르게, 케이티는 너무나도 '기뻐하고' 있었다.

 

'기쁨'- 케이티의 얼굴에 넘쳐흐르고있는 감정은 분명 기쁨이었다.

 

 

 

"Are you kidding me? I wouldn't even care if you meet a man- as long as he is sincerely interested in you."

"장난하니? 이젠 니가 남자를 만나던 여자를 만나던 상관없어- 그가 널 진심으로 좋아해주기만 한다면."

 

 

 

, 이런-

느낌이 좋지않다. 한바탕 흙탕물 싸움과도 같았던 추접스럽 자신의 연애사에 대해 또 다시 줄줄이 늘어놓으며 잔소리를 할것같은 예감이 든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자신의 예감은 틀린적이 없었다.

 

 

 

"Do you remember that sun-fried Barbie doll who wanted you to dress her up with the newest Gucci products? She was a dumb whore."

"너 생각나니- 그 햇볕에 튀긴 바비인형 같은 년 말이야- 맨날 신상 구찌로 몸을 도배해달라고 징징대던- 그 계집애는 머리 빈 얼간이였다고."

 

 

 

"Ugh- Katie!"

"- 케이티!"

 

 

 

빙고. 또 다시 시작됐다, 저놈의 잔소리.

그만 하라는듯이 케이티의 이름을 불러도 한번 발동이 걸린 저놈의 나불대는 입술은 눈치껏 멈출줄을 몰랐다.

 

 

 

"With those fake boobs- how dare she even approaches to you and-"

"어디서 짝퉁 가슴 믿고 나대긴 나대? 진짜-"

 

 

 

이쯤에서 멈추려면 방법은 하나뿐이다.

어떻게든 화제를 돌리는것.

 

 

 

"Katie- I need your help."

"케이티- 나 좀 도와줘."

 

 

 

"Next time a hoe like that appears again, I swear I'm gonna- huh? What?"

"다음에 어디서 또 그런 년들 나타나기만해봐- 내가 아주그냥- ? 뭐라구?"

 

 

 

이제서야 자신의 목소리가 들리나보다.

가슴을 쓸어내림과 동시에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쉰 진기는 마른침을 꼴깍 삼키고는 말을 이었다.

 

 

 

"You know- it's my first date with a man. I need your advice on…"

"너도알잖아- 나 남자랑은 처음으로 만나보는거. 너한테 조언좀 해달라구 하고싶은데…"

 

 

 

자신이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끼어들어서 다급하게 말을 끊는 케이티의 모습에 진기는 얼떨떨한 기분에 사로잡혀 멍청하게 눈을 꿈뻑였다. 어쩐지 눈을 희번뜩 거리는 모습이 말을 잘못 꺼낸것 같다는 예감이 들어 진기는 불안하게 흔들리는 눈동자를 감추려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Fashion. Let's go to the Oxford Street- get your credit card ready."

"의상. 옥스포드 거리로 가자- 신용카드 챙겨."

 

 

 

다짜고짜 옥스포드 거리로 가자며 재촉을 하는 모습에 어안이 벙벙해진다.

뜬금없이 옷을 사러 옥스포드 거리를 가자니- 나는 그저 조언이나 몇마디 들어볼까 하는 마음에 이야기를 꺼낸건데…

 

 

 

"Katie- I was just..."

"케이티- 난 그저..."

 

 

 

"Hurry- we've got few hours only! Go ahead and get ready-"

"서둘러- 몇시간밖에 없어! 가서 빨리 준비해-"

 

 

 

옷이라면 자신의 옷장에 넘치는게 천쪼가리들이다. 스트레치코튼, 티셔츠, 드레스셔츠, 니트 등 아주 다양한 종류로 말이다. 그런데 무슨 옷을 또 산다는건지-

 

 

 

"Katie! I've got more than enough jeans and shirts in my closet!"

"케이티! 나 옷장에 셔츠랑 청바지 넘칠만큼 많아!"

 

 

 

대꾸도 없이 자신의 말을 듣더니 잠시 몸을 멈칫한후 고개를 휙 돌려 날카로운 눈초리로 자신을 노려보는 케이티의 모습에 진기는 눈을 조용히 내리깔았다.

마치 잘못을 저지른후 꾸중듣는 아들이 된듯한 기분이다.

 

 

 

"I am a woman, and I know what man likes. So you might as well want to come with me, so I could be your fairy godmother. 'kay?"

"나는 여자고, 남자들이 뭘 좋아하는지 알아. 그러니까 그냥 날 따라오라고- 내가 요정할머니가 되서 널 변신시켜줄테니. 오케이?"

 

 

 

"But, Katie…"

"그래도, 케이티…"

 

 

 

계속되는 자신의 저항에 케이티도 드디어 성질이 폭발했는지 눈을 매섭게 부라리며 소리를 빽 지른다.

 

 

 

"Shut up and get ready!"

"닥치고 준비나 해!"

 

 

 

***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녁식사는 상당히 근사했다.

입맛을 돋구는 상큼한 야채요리와 바삭하게 튀긴 새우튀김은 부드러웠고, 함께 나오는 와인은 향긋한 향으로 후각을 자극했다….

 

혹시라도 이런걸 기대했던 거라면 우선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고싶다.

 

예상외로 담백한 스캇과 나의 취향탓에 우리는 느긋하게 한적한 카페 테라스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는 (그는 설탕을 넣지않은 블랙커피를 마시고는 쓰다며 인상을 찡그렸다.) 피쉬앤 칩스를 게걸스레 집어 먹으며 (감자튀김으로 샌드위치를 만드는 그의 모습에 정말 배꼽이 빠지게 웃었던것 같다.) 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적어도 지금처럼 영국의 어둑한 밤하늘이 까만 빗줄기를 거세게 흘리기 전까지는 말이다.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주황빛의 램프 불빛이 깜빡이는 작은 카페의 입구에 서서 시원스레 빗줄기를 뿌리는 밤하늘을 올려다보던 두사람은, 빗소리를 뚫고 떨어지는 스캇의 카운트 다운에 미친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100 metres straight, turn right, and run for another 40 metres. A small super market. Run after, three- two- one!"

"100미터 직진후, 우회전, 그후 40미터 더 달려서 보이는 슈퍼마켓. - - 하나-!"

 

 

 

카운트 다운이 끝나자마자 정말 미친듯이 달렸던것같다.

흙탕물에 케이티와 함께 공들여 산 얇은 셔츠가 물들던 말던- 새로 산 세미정장 구두가 어찌되던 신경따위 쓰지않고정말 순수한 즐거움에 사로잡힌 상태로 눈가를 어지럽게 때리는 빗줄기를 털어내며, 어린아이처럼 질주를 했었다근본을 알수없는 유쾌한 기분에 사로잡힌채.

 

그렇게 약 2분 남짓한 짧은 시간동안 미끄러운 다리위를 달렸을까- 금새 슈퍼마켓 앞에 서서 물에 빠진 생쥐꼴로 자신에게 손을 흔들어보이는 스캇의 모습에 진기는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빗속에서 미친 사람처럼 (아마도 심각할정도로 우스꽝스런 몰골이었을 것이다.)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진기를 보며 스캇또한 마찬가지로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좁디좁은 슈퍼마켓의 캐노픽스 아래에서 멈춰서고 나서야 겨우 가쁜 숨을 몰아쉬던 진기는 혀를 쏙 내밀고는 자신의 트라우저 주머니에 손을 넣곤 작은 손수건을 꺼내들었다.

 

빨간색의 배경에 화려한 색감의 도트들이 찍혀져있는 손수건을 바라보며 웃음을 참던 스캇은 커다란 손수건으로 대충 얼굴을 닦고서는 고개를 들어 자신을 가만히 흘겨보는 진기의 행동에 입에 지퍼를 채우는 시늉을 해보였다.

 

 

 

"Here-"

"여기요-"

 

 

 

자신을 향해 손수건을 건네는 진기의 모습을 가만히 내려다보던 스캇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괜찮다는듯이 고개를 내젓었다. 그 모습을 보던 진기의 눈가가 보기싫게 찡그려진것은 보나마나 뻔한일이었고 말이다.

 

 

 

쫄딱 젖어놓고서 손수건을 마다하는건 어느나라 매너인지 모르겠다.

 

 

 

"You do realize that you are soaked to your bones, right? I don't wanna see you in my hospital again. Now, c'mon-"

"지금 그쪽 완전 쫄딱 젖은거 알고있죠? 얼른받아요, 병원에서 또 보기 싫어서 그러니까. 자요-"

 

 

 

떽떽거리는듯한 말투로 이어지는 진기의 말에 작게 웃음을 흘린 스캇은 손수건을 얌전하게 받아들고는 짤막한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Thank you."

"고맙습니다."

 

 

 

"It seems like it's going to pour down for another hour or so."

"비가 꽤 오랫동안 내릴것같네요."

 

 

 

화려한 패턴이 수놓아진 손수건으로 얼굴을 타고흐르는 빗물을 닦아내던 스캇은 걱정스런 얼굴로 하늘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하는 진기의 행동에 똑같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봤다.

확실히 금새 그칠 소나기는 아닌것 같다.

굵은 빗줄기만큼, 주위를 맴도는 한기와 흙냄새 또한 한겹 더 짙어지자 코를 찡그리던 스캇은 손수건을 진기에게 도로 건네며 입을 열었다.

 

 

 

"Thanks again. Wait here for a moment, would you?"

"고마워요. 잠시 여기서 기다려줄래요?"

 

 

 

이유도 말하지 않은채 갑자기 이곳에서 잠시 기다려달라며 부탁을하는 스캇을 빤히 올려다보던 진기는 영문을 알수없었던탓에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이내 수긍의 의미로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또 무엇을 하려고…?

 

자신이 질문을 내뱉기도 전에 빗속으로 다시 뛰어드는 스캇의 행동에 진기는 그자리에 멍청하게 서서 눈을 꿈뻑일수밖에 없었다.

 

.

.

.

.

.

.

.

 

몇십 초, 몇백 초나 흘렀을까-

두 손을 모아쥔채 캐노픽스를 타고 떨어지는 까만 빗방울들을 모으고 있던 진기는 세찬 빗줄기에 의해 뿌옇게 흐려진 시야에 들어오는 스캇의 모습에 손에 모여있던 빗줄기를 털어내고는 손을 흔들었다.

 

 

 

"Scott-!"

"스캇-!"

 

 

 

절친한 친구라도 만난사람처럼 반갑다는듯이 손을 흔드는 진기의 모습에 스캇또한 얼떨결에 손을 높게들고 흔들자 쌩 하고 불어오는 심술궂은 바람탓에 손에 들려있던 우산이 위태롭게 흔들린다.

 

 

 

"Sorry to keep you waiting."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요."

 

 

 

아니- 괜찮아요.

 

짤막하게 답을 해보인 진기는 스캇의 손에 들려있는 초록빛의 우산을 손가락질하며 물었다.

 

 

 

"Did you run off to buy that?"

"그거 사려구 뛰어갔다 온거예요?"

 

 

 

진기의 물음에 작게 고개를 끄덕이던 스캇은 이내 작은 웅얼거림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But they only had one left though-"

"근데 하나밖에 안남았더군요-"

 

 

 

스캇의 중얼거림에 대수롭지않다는듯이 고개를 끄덕이던 진기는 이어지는 스캇의 말에 손사레를 치며 빠르게 대꾸했다.

 

 

 

"You should keep it."

"그쪽이 쓰는게 좋겠어요."

 

 

 

"We can share."

"같이 쓰면 돼요."

 

 

 

말을 마치고는 재빠르게 우산을 펼쳐들어 자신과 스캇의 머리위로 드리운 진기는 스캇의 얼굴에 스며있는 웃음을 보고는 똑같이 웃어보였다.

 

 

 

"I'll hold on to it."

"내가 들게요."

 

 

 

자신이 우산을 들겠다며 우산을 뺏어드는 스캇의 행동에 진기는 순순히 우산을 스캇에게 건넸다.

말없이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던 진기는 문득 떠오른 질문에 입을 열었다.

부끄럽고 낯간지럽지만, 솔직히 스캇에게 던져보고 싶었던 질문.

 

 

 

"By the way, Scott-"

"그런데요, 스캇-"

 

 

 

긴 망설임 끝에 입을 떼던 진기는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자신을 향해 돌아서는 스캇을 보고는 머릿속에 준비해놓았던 질문을 빗물로 씻은듯이 싸그리 잊어버리고 말았다.

우산이 그리 작지도 않은데, 얼마나 우산을 자신쪽으로 기울였던건지, 스캇은 몸의 절반이 차가운 빗물에 흠뻑 젖어있었다그러면서도 내색도 하지 않는다.

차마 물어보지 못했던 질문의 답을 찾은듯한 기분에 진기는 멍한 표정으로 눈을 꿈뻑였다.

자신이 멍하니 풀린얼굴로 제자리에 뿌리라도 박힌듯이 서있자 무슨일이냐며 질문을 던지는 스캇의 모습에 고개를 가만히 저어보이던 진기는 소리없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내곤 질문을 던졌다.

 

 

 

"...How 'bout some rest?"

"...조금 쉬었다가 갈래요?"

 

 

 

진기의 물음에 무슨말이냐는듯이 가만히 서서 눈을 꿈뻑이던 스캇은 진기의 손가락 끝이 가르킨곳을 보고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Why not."

"좋죠."

 

 

 

***

 

 

 

영국의 명물이라고 입소문이 자자한 런던아이는 언제나 사람이 많다못해 바글바글거렸다.

하지만 왠일인지- 아마도 세차게 내리는 비 때문인것 같다- 오늘은 사람이 거의 보이지가 않았더랬다.

속으로 럭키- 를 계속해서 외쳐대던 진기는 넓다란 런던아이의 캡슐에 들어서서야 주머니에서 구겨진채 모습을 감추었던 손수건을 다시 꺼내 스캇에게 건넸다.

 

 

 

"I'm a doctor, and you are my patient. Patients must listen to his doctor. Dry yourself a bit."

"저는 의사고, 당신은 환자예요. 환자는 의사의 말을 들어야하구요. 좀 닦으세요, 감기걸려요."

 

 

 

소리없이 웃음을 흘리며 손수건을 받아드는 스캇의 모습을 흘깃 곁눈질로 바라보던 진기는 잠시동안 방황하던 시선을 캡슐 밖으로 옮겼다.

매서운 기세로 떨어지는 빗줄기 탓에 야경이 하나도 보이지 않을줄 알았지만, 의외로 꽤 뚜렷하게 보이는 어여쁜 런던의 야경에 진기는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 오오…"

 

 

 

캡슐의 창에 거머리처럼 찰싹 달라붙어서 야경을 바라보던 진기는 손수건을 다시 자신에게 건네며 (고맙다는 말은 항상 잊지 않는다.) 캡슐의 창가로 다가오는 스캇을 위해 슬쩍 옆으로 비켜섰다. 뿌옇게 김이올라있는 캡슐창을 손바닥으로 투박하게 문질러대던 스캇은 그 틈새로 보이는 야경을 말없이 바라보고 서있었다.

 

 

 

"What do you think? Isn't the view nice?"

"어때요? 야경 정말 예쁘지 않아요?"

 

 

 

"It's beautiful."

"아름답네요."

 

 

 

진기의 물음에 덤덤한 표정으로 짤막하게 대답을 한 스캇은 갑자기 들려오는 진기의 작은 웃음소리에 시선을 돌렸다.

 

 

 

"I thought you are a very emotional and sensitive person- after all, you're not."

"엄청 감정적이고 섬세한 사람인줄알았는데- 또 그렇지만은 않나보네요."

 

 

 

자신의 말에 어깨를 조금 들썩이고는 다시 야경을 보는데에 집중하는 스캇의 모습을 본 진기는 갑작스레 고개를 치켜드는 장난기에 다시 스캇에게 장난기 가득 섞인 농담을 던졌다.

 

 

 

"You know- I can act better than you. I'll try to play the role as a Tybalt. Watch this-"

"있죠- 내가 당신보다 연기를 더 잘할수 있을것같아요. 내가 티볼트 역활을 해볼게요, 보세요-"

 

 

 

말을 마치곤 헛기침을 하며 목을 가다듬던 진기는 갑작스레 대사를 크게 외치며 스캇을 향해 칼을 찔러넣는 시늉을 해보였다.

하지만 한가지 변수가 있었다. 그들은 끝없이 쏟아지던 빗줄기에 바닥이 미끄럽다는 아주 중요한 사실을 망각하고 있었다.

 

 

 

"Turn thee, Benvolio, and look upon thy de…!"

"돌아서라, 벤볼리오. 죽음을 맞이할 준비를 해ㄹ…!"

 

 

 

갑작스레 앞으로 쏠리는 무게중심에 진기는 당황을하며 몸의 중심을 다시 잡아보려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보고있던 스캇또한 화들짝 놀라 진기를 부축하려 했지만, 미끄러운 바닥으로 인해 되려 함께 요란스레 딱딱한 바닥위로 넘어지고 말았다.

 

놀란표정을 한껏 지으며 넘어진 진기는 생각보다 덜한 고통에 조심스레 시선을 아래로 돌렸다.

아니길 간절히 바랬건만, 자신의 밑에는 예상대로 스캇이 눈을 찡그린채 바닥에 등을 대고 쓰러져있었다.

넋은 놓고있던것도 잠시, 정신을 수습하곤 재빨리 스캇의 배 위에서 내려온 진기는 끙끙대며 상체를 일으키는 스캇을 바라보며 안절부절 어쩔줄을 몰라했다.

 

 

 

미안해요-

 

 

 

"Scott- are you alright? Are you injured?"

"스캇-괜찮아요? 어디 아프거나 한곳은 없어요?"

 

 

 

미안함에 몸둘바를 몰라하는 진기를 바라보며 고개를 내저은 스캇은 나지막하게 대꾸했다.

 

 

 

"I'm fine. It's just my shoulder that's a bit sore."

"괜찮아요. 그냥 어깨만 조금 쑤시네요."

 

 

 

"Sit still. I'll massage it for you."

"가만히 앉아있어요. 내가 마사지 해줄게요."

 

 

 

말을 마치고는 능숙한 손길로 결려오는 어깨를 꾹꾹 누르는 진기의 행동에 스캇은 입을 꾹 다물고는 눈썹을 약간 찡그린채 바닥에 앉아있었다.

 

입을 꾹 다문채 열심히 뭉쳐있던 근육을 푸는일에 열중하던 진기는 문득 다시 떠오르는 부끄러운 질문에 당혹스런 기분을 느끼며 갈팡질팡 고민에 빠졌다. 질문을 해볼까? 아니면 그냥 입을 다물고 있는편이 나을까? 그런 진기의 마음을 손끝을 통해 느꼈던것일까, 스캇은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진기에게 물었다.

 

 

 

"What's wrong?"

"왜 그래요?"

 

 

 

 

 

 

갈팡질팡, 질문을 해야할지 말아야할지 고민하던 진기는, 무슨일이냐며 다시한번 묻는 스캇의 말에 용기를 얻고는 질문을 던졌다. 어차피 언젠가는 던져보고싶었던 질문, 차라리 지금 부딫혀보는게 낫지않을까? 매도 빨리 맞는게 낫다고 솔직히 그는 어떤 대답을 해올지 알고싶었다. 그는 나를 어떤식으로 생각하고있을지 궁금했다.

그리고 솔직한 대답을 듣고싶었다. 괜한 기대로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Do you… fancy me?"

"를 좋아하시나요?"

 

 

 

자기 자신이 생각해도 너무나도 유치한 질문이었다.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저런 질문을 던졌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자신이 여자와 데이트를 나가서, 여자가 저런 질문을 던졌더라면 부담스러워서라도 당장에 집으로 돌아갔을것이다. 아마 후에 이 일을 기억하며 이불속에서 열심히 발길질을 해대고있는 자신을 발견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자신은 남자와의 데이트가 이번이 처음일뿐 더러, 불투명한 이 남자의 속마음을 전혀 알길이 없는것을.

 

신경질적으로 입술을 물어뜯으며 스캇의 어깨를 조심스레 주무르던 진기는 말없이 고개를 뒤로 젖혀 자신을 빤히 올려다보는 스캇의 행동에 잠시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방황하다가 이내 시선을 옆으로 슬쩍 돌렸다둘밖에 없는 공간에서 눈을 마주치자니, 어색함에 몸이 간질간질해지는 기분이 든다.

 

한참동안 대답없이 진기를 뚫어지게 바라보던 스캇은 작게 입술을 달싹이며 웅얼거리듯 대답했다.

 

 

 

"Don't you think the answer's going to be too obvious?"

"…답이 너무 뻔할것같다는 생각 안드나요?"

 

 

 

무슨뜻일까.

이 남자가 말하는 뻔한 답이란 대체 무엇일까?

 

생각에 빠질틈도 없이 손을 뻗어 자신의 목덜미를 조심스레 잡아끄는 스캇의 손길에 멍하니 끌려가자, 입술에 따뜻한 입술이 와닿는다비릿한 흙냄새와 함께 씻겨나간 옅은 향수 냄새가 후각을 자극하고, 빼앗겼던 몸의 온기가 .맞닿아진 입술로 인해 미약하게 달아오른다.

 

Fatal- 치명적이라는 뜻의 단어로 병원에서 너무나도 자주 쓰이는 말이기에 자신에게 이제는 친숙하기까지 한 단어였다하지만 지금 느껴지는 이 낯선 감각 또한 분명 치명적이었다.

낯설지만 치명적일 정도로 달콤한 감각.

 

귓가를 계속해서 자극하던 빗소리가 씻겨나가기라도 한것처럼 머릿속이 멍하다.

이상하게도 눈시울이 뜨거워지는것같고, 코끝에 알콜이라도 바른것처럼 콧망울이 시큰거린다.

누군가가 가위로 기억의 끈을 끊어놓기라도 한것처럼 희미하게 흔적만 남겨져있는 이 입맞춤이 끝난 시점은 언제였을까.

 

옅은 호박빛의 조명이 반사되어 따스한 초콜릿 빛깔로 반짝이는 눈동자가 자신을 빤히 올려다보자 진기는 잠시 숨을 멈추고는 흔들리는 시선을 한곳으로 고정시키려 애를 썼다.

훌륭하게 손질된 마호가니 빛깔의 눈동자와 그에 못지않게 예쁜 입술이 움직이며 듣기좋은 저음의 목소리가 부드러운 입술 틈새를 통해 흘러나온다.

 

 

 

"…Who wouldn't?"

"…누가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

 

저 또 왔어요! 하핳...

으음 분량이 오늘도 좀 길죠? 죄송해요 ^▽ㅠ

앞으로 좀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다음편은 올라오기까지 시간이 좀 걸릴것같네요ㅜㅜ..

당분간 좀 바빠질것같아서..헿

재밌게 읽으셨다면 추천 눌러주시는거 잊지마세요! ^▽^ 그럼 스캇과 진기 둘다 좋아할꺼에영!


이런 글은 어떠세요?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1
헐대박!!!!!ㅠㅠㅠㅠㅠㅠㅜ야자하며서환님의글을보는기분이란ㅠㅠㅠㅜㅠㅠ행복행여ㅠㅠㅜ나름의스릴도이었곸ㅋㅋㅋㅋ다음편기대할게요!!!ㅠㅠㅠ
11년 전
이서환
야자중에 글을읽으시다니 위험한분이시네영ㅋㅋㅋㅋㅋㅋ스릴돋긴하겠네염ㅋㅋㅋㅋㅋㅋ읽어줘서 고마워용!
11년 전
독자2
우와짱ㅠㅠㅠㅠㅠㅜㅠㅠㅠ진짜글잘쓰시는거같아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짱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이서환
울지마세요ㅠㅠㅠㅠㅠㅠ칭찬이ㅜ과해서 부끄럽네여ㅠㅠㅠㅠㅠ
11년 전
독자3
아진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글분위기봐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민호도 너무 멋있ㄱ고 진기도 진짜 매력 터지네요 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ㅓ너무너무 조흔 설정이다 증말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넘넘잘읽구가요 사랑합니다 자까니뮤ㅠㅠ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이서환
캐릭터가 매력터진다니ㅠㅠㅠㅠ감사합니당! 저두 사랑해욬ㅋㅋㅋㅋㅋ
11년 전
독자4
작가님 글보면 진짜 힐링힐링....★
그만큼 너무 좋고 매일 기다려져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작가님 제 사랑드세여 헷♥

11년 전
이서환
전 댓글보면 힐링힐링.....사랑 감사히 받을게영! (덥썩)
11년 전
독자5
첫미뉴가 이런글이니 다음부턴 눈높아져서 어쩌죠 누나 저이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엉어유ㅠㅠㅠㅠㅠㅠㅠ너무 재밌어요ㅠㅠㅠㅠㅠㅠ 폭풍분량도 너무 좋고 짱짱이네여ㅠㅠㅠ자까님은 짱짱걸ㅜㅜㅜㅠㅜㅜㅠ문체도좋고 분위기도 너무 좋아요..흡...ㅠㅠㅠㅠㅠㅠ 다음편도 기대할게요 작가님!!
11년 전
이서환
과분하신칭찬이네여유ㅠㅠㅠㅠㅠ 그래도 제글덕에 미뉴와조금더 가까워지신것처럼 보여서 다행이에여유ㅠㅠㅠㅠ 읽어줘서 고마워요!
11년 전
독자6
네!?!? 분량을줄이단요ㅠㅠㅠㅠㅠㅠㅠㅠ아니될말씀이십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저번에도 말했었지만 분위기 진짜bbbb 올때까지 계속기다릴꺼에요ㅠㅠㅜㅜㅠㅠ꼭꼭 다시와죠요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이서환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분량 안줄이도록 노력할게요
근데 한동안 바쁠꺼라서 글은 나중에올려야겠네요 ㅠㅠㅠ 읽어줘서고마워영! ^▽^

11년 전
독자7
으악!!!!!! 완전!!! 진짜!!!! 좋아요 으엉어유ㅠㅠㅠㅠㅠ진기의사님 ㅠㅠㅠㅠ 스캇배우님 ㅠㅠㅠㅠ 돌직구빵빵 치는 진기의사님 덕분에 진행이 빠르고 좋아요 아오 ㅠㅠㅠ 스캇 완전 배려심 터짐 ㅠㅠㅠ우산 사다주고 기울여 주고 ㅠㅠㅠㅠㅠ 마지막까지 설램터지게ㅠㅠㅠ어떻게 안좋아할수있냐니 ㅠㅠㅠㅠ그러니까 ㅠㅠㅠ어엉어유ㅠㅠㅠㅠ작가님 화이팅 분량이 많은건 좋은거에요 하하하
11년 전
이서환
진기의사ㅠㅠㅠㅠㅠㅠ저도보고시퍼영 저 아픈데 좀 진찰좀요 (굽신굽신)....
스캇은 그냥 캐릭터 만들때 컨셉자체를 다정함으로 잡아서... 미노=최다정 아니겠슴미까?????....
읽어줘서 고마워영! 응원도 고마워영! ^▽^

11년 전
독자8
이서환씨 언제돌아오시는거에요
10년 전
이서환
아임 히얼 !
늦어서 미안해요 ㅠㅠ

10년 전
독자9
헐 미친 대박
10년 전
이서환
으어잉????안녕하세요 ㅋㅋㅋㅋㅋㅋㅋ
격한 반응에 깜놀한 1人

10년 전
독자10
왜 이제와요? 이 사람이 나 독자아니에요 참고로
10년 전
이서환
독자가 아니라니...???
무슨소리세영?..@_@

10년 전
독자11
나 누구게요?
10년 전
이서환
11에게
누구십니까 (진지)...

10년 전
독자12
이서환에게
나쁜 형아 무슨 사개월만에 와요 어디서 뭘 하다

10년 전
이서환
12에게
정지크리...! 근데 제가 형아인것도 아시고 진짜 뉴규시지...!

10년 전
독자13
이서환에게
진짜 누구게요 정지때문에 이제 온거에요? 나쁜 개. 형아인걸 먼저 알아서 여기서 찾은건데?

10년 전
이서환
13에게
헐설마 ㄱㄱㅂ 누나인가?모르겠다꾀꼬리 ㅇㄴ라널이ㅏㄴ러ㅣㄴㄹ..ㅠㅠㅠㅠ

10년 전
독자14
이서환에게
아닌데, 못 맞추면 형아 또 정지드세요^^!

10년 전
이서환
14에게
진짜 모르겠는데..미안해요 기억력이 붕어라....
인티 들어온지 하도 오래되서 기억도 하나도 안나고...
미안합니다 (_ _)

10년 전
독자15
이서환에게
하... 알겠어요 붕어 씨 아무튼 다시 온건 환영해요

10년 전
이서환
15에게
감사합니다 ^▽^ 저는 또 망상쪄내러가야겠네요!
나중에뵐게요~

10년 전
독자16
이서환에게
네~

10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분류
  1 / 3   키보드
필명날짜
온앤오프 [온앤오프/김효진] 푸르지 않은 청춘 012 퓨후05.05 00:01
김남길[김남길] 아저씨1 나야나05.20 15:49
몬스타엑스[댕햄] 우리의 겨울인지 03 세라05.15 08:52
      
      
김남길 [김남길] 아저씨1 나야나 05.20 15:49
샤이니 [샤이니] 내 최애가 결혼 상대? 191 이바라기 05.20 13:38
몬스타엑스 [몬스타엑스/댕햄] 우리의 겨울인지 08 세라 05.19 11:36
몬스타엑스 [몬스타엑스/댕햄] 우리의 겨울인지 07 세라 05.19 11:35
몬스타엑스 [몬스타엑스/댕햄] 우리의 겨울인지 06 세라 05.19 11:27
몬스타엑스 [몬스타엑스/댕햄] 우리의 겨울인지 05 세라 05.17 15:16
몬스타엑스 [댕햄] 우리의 겨울인지 04 세라 05.16 10:19
몬스타엑스 [댕햄] 우리의 겨울인지 03 세라 05.15 08:52
몬스타엑스 [댕햄] 우리의 겨울인지 02 세라 05.14 17:56
몬스타엑스 [댕햄] 우리의 겨울인지 세라 05.14 14:46
트위터랑 포스타입에서 천사님을 모신다가 많은데 그게 뭐야?1 05.07 16:58
[주지훈] 아저씨 나 좋아해요? 번외편5 콩딱 04.30 18:59
몬스타엑스 [몬스타엑스/기현] 내 남자친구는 아이돌 #72 꽁딱 03.21 03:16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5 콩딱 03.10 05:15
[주지훈] 아저씨 나 좋아해요? 154 콩딱 03.06 03:33
몬스타엑스 [몬스타엑스/기현] 내 남자친구는 아이돌 #61 꽁딱 03.02 05:08
엑소 꿈의 직장 입사 적응기 1 03.01 16:51
[주지훈] 아저씨 나 좋아해요? 145 콩딱 02.28 04:59
이준혁 [이준혁] 이상형 이준혁과 연애하기 14 찐찐이 02.27 22:09
몬스타엑스 [몬스타엑스/기현] 내 남자친구는 아이돌 #53 꽁딱 02.26 04:28
김남길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17 걍다좋아 02.25 16:44
김남길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19 걍다좋아 02.21 16:19
[몬스타엑스/기현] 내 남자친구는 아이돌 #45 꽁딱 02.01 05:26
[몬스타엑스/기현] 내 남자친구는 아이돌 #33 꽁딱 02.01 01:12
김남길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40 걍다좋아 01.30 15:24
[몬스타엑스/기현] 내 남자친구는 아이돌 #2 꽁딱 01.30 03:35
[몬스타엑스/기현] 내 남자친구는 아이돌 #1 꽁딱 01.30 03:34
팬픽 인기글 l 안내
1/1 8:58 ~ 1/1 9:00 기준
1 ~ 10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