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열은 파견지에서의 일을 모두 마친 상태였지만 한양으로 돌아가는 것을 미루고 있었다. 꽤 외곽에 있는 마을이라 가마를 타고 5시간을 가야하는 긴 여정이 아직 완전히 몸이 성하지 않은 백현에게 큰 무리가 갈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다. "오늘도 아침을 걸렀다고?" "아직 입맛이 돌지 않아 그런것 입니다." "내가 어제 분명 끼니를 거르면 아이에게 젖을 먹이지 말라했잖아." "그래도... 어미가 여기 있는데 젖동냥을 시킬순 없는 노릇이잖아요." 찬열은 관아의 노비가 와 전하는 소리에 냉큼 백현이 머무는 안채로 달려갔다. 아이를 낳은지 이제 이주 가량이 지났지만 여전히 살이 오를 기미는 없어 보였다. 아이를 가진 열달동안 백현의 몸은 망가져서 회복하기엔 많은 시간이 걸릴 듯 싶었다. 속상하고 스스로가 죄스러워 더욱 애잔한 마음에 백현을 끌어안은 찬열은 아직 완전히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한 백현을 더욱 꼭 안았다. "어서 기운을 차려야지..." "..." 찬열은 아이의 이름은 '유'라 지었다. 태어난지 이주가 지나 제 어미의 정성을 먹고 자란 유는 날이 갈수록 포동포동해져 가고 있었다. 찬열과 백현은 아이의 배냇짓을 보는 것이 하루의 낙이었다. 배가 고픈지 칭얼거리는 유를 안아든 백현은 앞저고리를 풀어서 젖을 물렸다. 찬열이 그런 백현의 모습에 안절부절하고 있을 때 아이를 고쳐안으려던 백현에게서 작은 신음이 들려왔다. "어디 안좋은건가?" "아니에요." "아닌게 아닌것 같은데. 아이는 이리줘." 아이를 눕힌 찬열은 백현의 저고리를 벗겨내었다. 백현의 가느다란 팔에는 칼날이 자나간 상처가 깊게 패여있었는데 새살이 돋아나도 그 상처가 흉하게 자리 잡아있었다. 상처 위를 조심히 누르는 찬열의 손길에 백현은 신음을 내었다. "윽-" "이 상처... 어디서 생긴거야..." "저번에 사내들에게 쫓길 때 생긴 것인데... 상처가 아물어도 깊었던 건지 매번 이렇습니다." 찬열은 자신의 무관심 속에서 백현이 받은 고통을 생각하자 마음이 쓰라렸다. 찬열은 한숨을 쉬며 저고리를 입혀주었고 쉬라며 방을 나섰다. "알라보라던건 어떻게 되었나?" "그 자들은 한양에서 사주를 받아 사람을 죽이는 일은 전문적으로 하는 자들 입니다." "그래? 그자들의 거처는 파악했겠지?" "예." "우두머리란 자를 데려와라." 찬열은 자신의 부하에게 백현의 죽이려했던 자들의 정보를 캐오라고 했었다. 어떤 자가 이 일을 꾸민 것인지 알아내어 똑같이 고통을 주리라고 마음 먹었다. 백현은 한달이 지나 유가 커가는 모습에 하루하루가 행복이었다. 몸도 많이 좋아져서 마당에 나가 바깥공기를 맡을 수 있었다.오늘은 마침 자신을 돌보아 주던 아주머니가 찾아왔다.고맙다는 인사를 수백번을 해도 모자랄 듯한 마음에 백현은 하염없이 인사를 했다. "새댁... 이리 건강하니 되었어. 무슨 사정이 있는진 몰라도 이제 마음 편히 살아. 하늘에 있는 어멈도 이제서야 편히 눈 감았을거야." "예... 항상 감사했어요..." 아주머니가 돌아가고 백현은 항상 잊지 못해 마음 한켠에 자리잡은 어멈이 떠올라 눈물이 났다. 정신이 없는 통에 어멈의 주검을 거두지 못한 것이 평생의 한으로 남을 듯 하여 암자 근처에 작은 흙무덤을 만들어 놓았다. 이 마을을 떠나기 전 꼭 한번 들러보리라 다짐했다. "상태는 어떻소?" "이제 해산한지 두달이 지났으니 움직이는데 큰 무리는 없을 겁니다. 허나.. 제가 말씀드렸듯이 후유증이 남을 겁니다. 아이를 가질 때나 낳을 때 순탄치 못한 것이 큰 무리가 갔던터라 계속 두고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래... 알겠소..." 의원이 검진을 마치고 방을 나서자 찬열은 아무말 없이 백현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아무리 정성을 쏟아도 아직까지 백현의 마음의 문이 완전히 열리지 못했다는 것을 안다. 어쩌면 평생 그렇게 상처를 가지고 살아갈 수도 있다. 하지만 찬열은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백현의 상처가 아물 때 까지 찬열은 노력할 자신이 있었다. "많이... 아팠지..." "..." "청나라에 가면 널 잊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 내 마음이 혼란스러운 것이 싫어서 네 고통을 무시했어. 어쩌면 누군가에게 애정을 주는 나 자신이 두려웠는지도 몰라. 지금 이렇게 너에게 변명이나 늘어놓는 나 자신이 너무 싫지만... 너무 미안하다..." "..." 백현은 제 서방을 만나 아이를 낳고 지금까지, 그 힘든 시간 속에 찬열이 함께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찬열의 마음을 확신할 수가 없었다. 언제 자신을 버리고 차가운 시선을 보낼 지 몰라서 마음의 거리룰 좁힐 수가 없었다. 더 시간이 걸릴 듯 했다. 일주일 뒤에 백현과 찬열은 한양으로 향했다. 일단 찬열이 거주하는 별채로 향했고 몸종들의 입단속을 철저히하여 백현의 요양을 위해 힘썻다. 찬열은 궐내의 보직을 맡아서 백현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럴수록 마음의 거리는 좁혀지는 듯 했다. "너에게 이 일을 사주한 자가 누구더냐." "그...그것이... 박대감댁 큰마님께서..." 찬열은 눈 앞의 자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를 믿을 수 없었다. 자신의 어머니가 백현을 죽이려 했다니... 분명 자신에겐 친정으로 보내어 일을 처리한다고 했었다. 어떤 연유에서 이런 일을 꾸민 것인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늙은 여인의 시신은 어찌하였느냐." "그것이... 큰 마님께서 두 사람의 시신을 꼭 눈앞에 보이라 하셔서 저희는 시신을 가져다 놓기만 했습니다. 그 이후론 잘 모릅니다요." "다른 한명의 시신은 어찌 하였나?" "저희가 받은 돈이 있어서 얼른 일을 처리하고자 하는 마음에 수장하였다고 거짓을 고하였습니다." 찬열은 벌벌떨며 대답을 하는 사내를 보자 구역질이 치밀어 올랐다. 백현을 겁간하고 죽이려한 자이다. "죽이라 하였으면 곱게 목이나 딸것이지... 감히 임신한 자의 몸을 겁간하다니... 네 놈들이 그 더러운 손을 댄 자가 누군지 아느냐. 나도 닳을까 두려워 사라질까 무서워 애지중지하는 나의 부인이다. 감히... 천한것들이..." 찬열은 말이 길어질수록 차오르는 분노에 눈이 충혈되어 손을 벌벌떨었다. 예전 백현이 살려달라며 소리치던 목소리가 귀에 선명하게 들려왔다. 밖에 있는 부하에게 이 자를 옥에 가두고 무리를 모두 잡아 올것을 명한 찬열은 자신의 어머니에게 사실을 밝히고자 큰집으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너무 늦게 왔네요ㅠㅠ 근 이주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찾아뵙지 못해서 죄송해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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