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그것은 때론 추억이 되고 때론 이불을 뻥뻥 차게 할, 또는 가끔은 코가 시큰해지고 눈물나게 그리워지게 한다. 그때 나는 세상 물정 모르고 천진난만한 꼬맹이에 불과했다. 그래, 꼬맹이. 그때 그 사람이 나를 부를 때 했던 말은... "어이, 꼬맹이." 그래. 당연한 소리일지도 모르지만, 그때도 나는 지금 이 머리색깔과 초록색 눈은 여전히 똑같았다. 그리고 그 사람은 거의 같은 무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처음엔 지레 겁을 먹었던 기억이 떠오르지만 어릴 때의 패기였는지 내가 되레 소리쳤었다. 무슨 베짱이였는지.. 사실 지금도 패기 넘친다는 말은 주변에서도 질리도록 듣고 있다. 그 성격 하나만큼은 변하지 않았는가 보지. 그 사람과의 첫 만남은 지금 내 일상만큼이나 순탄하지 못했다. 아마 집에서 조금 떨어진 골목길이었을 것이다. 그 사람을 경의 혹은 동경이 가득 찬 눈으로 쳐다보며 말을 걸었었고, 그 사람은 언제나와 같은 무표정으로 날 쳐다보았다. "있지있지 아저씨는 불량배인거야?!" 뭐야, 이 꼬맹인? 이라는 표정으로 날 쳐다봤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 나는 어려서인지 남의 표정을 봐도 그런갑다 하는, 안면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를 잘 알지 못했었다. 지금도 종종 그러긴 한다. 예를 들면 리바이 병장님 이라던가... 곧 아저씨라는 말을 했다는 것을 알았는지 한손으로 내 머리를 잡고 들어올렸었는데, 이때까지 병장님께 얼굴을 발로 강타당한 것을 빼면 제일 아팠던 것 같다. 그 사람이 날 놓아주고 골목길을 막 떠나려는 것을 소리쳐 불렀었다. "저기!" "....." "저기 말이야! 아저...형아!" "....." "잠깐 기다려!"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던, 그리고 계속해서도 말이 없을 것 같았던 그 사람은 뒤로 돌아봐 귀찮음 반 짜증 반을 가득 담은 표정이 안면 전체를 덮은 채로 말했다. "적당히 해라. 망할 꼬맹이." "....." "죽고싶지 않으면 냉큼 꺼져." "나, 나... 물어보고 싶은게 있었을 뿐인데...." "....." "읏... 히끅..." 울면 뭐든 다 해줄 거란 생각은 어디서 나왔던 걸까. 어릴 때, 미카사는 내가 울면 당황하며 달래주었고 위험한 일을 빼면 뭐든 해주었던 것이 몸에 베어서 그랬던 것 같다. 좀 우는 척 했다 싶을 때 손을 조금 때어 그 사람을 쳐다보았을 때 그 사람은 가짜울음 이었냐, 네놈. 하며 머리를 한번 더 쥐어 들어올렸는데, 그 고통은 말로 어루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아팠다. 어린 나이에 어떻게 참았는지 궁금해질 만큼. "저기, 불량배 형아. 나 강해지고 싶어." "....." "싸움 가르쳐 줘!" 나는 검은 겉옷을 잡아 당기며 물었다. 사실 어린 나이에 그것이 왜 궁금했는진 지금의 나로써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지금도 강해지고 싶긴 물론이지만. 그때도 아르민에게 바깥 세계 이야기를 들어서 조사병단이 되어 벽 밖으로 나가고 싶어 했나.. 아니, 그것은 좀 더 이후인가. 아무튼 그 사람은 옷 잡아당기지 마라는 표정으로 팔을 훽 잡아 당기며 말했다. "....꼬맹아 싸움은 가르치지 않는 거야. 지면 죽고 이기면 산다. 그것 뿐이야." ".....? 뭐야 그게." 그 사람은 내 물음에 하아. 하고 한숨을 쉬며 야뇨증있는 녀석은 몰라. 라고 말했었는데 사실 반박 할 도리가 없었던 것은 가끔 이불에 지도를 그렸던 것은 사실이였으므로. 그러나 핑계같이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그것은 어린 나이였으니 당연한 걸지도.. 지면 죽고 이기면 산다. 왠지 지금의 미카사가 나와 아르민에게 종종 하는 말과 비슷한 느낌은 착각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쨌든 그 사람은 지긋이 날 바라보다 진지한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냈다. "있지 꼬맹아... 벽의 밖에는 세계가 펼쳐져있다. 밖의 세계를 보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아?" "....." "세계를 보기 위하여, 살아남기 위해 인류는 싸우고 있다." "....." "살아있으면 언젠가 얻을 수 있는 세계도 있어." "....." 사실 그땐 왠지 모르게 말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고 지금 내가 생각하는 것과 꽤나 비슷한.. 정도가 아닌 동일한 정도였다. 그래도 어린 나이에 뭘 알았겠냐마는. 아마 이때 이후에 처음으로 벽의 바깥세계에 관심을 가져본 것 같다. 주변 시선이 그리 곱진 못했지만 말이다. "......아. 아까부터 꼬맹이뿐이고." "말해두겠는데 나는 꼬맹이가 아냐! 제대로 이름이 있어!" "그렇다면 나도 불량배가 아냐. 경의를 가지고 부르는 게 좋을 거다." "내 이름은...." 우리는 동시에 이름을 말했었다. 뭐였더라, 이름... 어떤 영문인진 모르겠으나 이름을 말한 부분만 기억이 희미하다. 그 부분만 깨어진 유리조각처럼 잃어버린 마지막 퍼즐조각처럼 혼자 떨어져 나갔다. 끼워 맞출 수만 있다면 맞추고 싶지만 이것이 내 기억력의 한계인지. 옆에 앉아 조용히 독서중인 리바이 병장님을 흘깃 쳐다보았다. 어쩐지... ".....뭐야." "....아, 아뇨." 그 사람은 왠지 병장님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모도 성격도 말투도. 맹목이다... 뒷통수를 조금 긁적이고 손을 무릎 위로 모았다. 언젠가 또 만날 수 있는 날이 온다면 꼭 함께 바깥세계로 나가보고 싶은데. 그것은 불가능일까... 아니 내가 가능으로 바꿀 것이다. 지면 죽고 이기면 산다. 나는 이길 거니까. * . . . . . "내 이름은..." "리바이다." "에렌이야. 꼬맹이가 아니고!" 그때 그 날은 오로지 어린 시절의 추억으로 머릿속 깊은 곳에 묻어둔 채. 언젠가 그 기억을 그 사람앞에서 웃으며 다시 꺼낼 날을 기약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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