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찬이 교무실로 간 후에 얼마 지나지 않아 정말로 종업이 영어 수업을 듣기 위해 학원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수없이 많은 쓸데없는 단어들을 귓 속에 담았다. 졸업을 하려면 2년은 남았는데 벌써 바깥세상 이야기에, 밖에서 겪을 수 있는 무수히 많은 일들을 네가 못 겪는것에 대해 안타깝다는 말들, 종업은 한 달에 한번은 무조건 듣는 말이었다.
와일드아카데미의 전체 면적은 일반 마을과 비교해도 어마어마한 크기이다. 와일드의 방침대로 학원생들은 와일드에 소속된 동안은 절대로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애초에 종업이 이 학원에 들어온 이유도 학원 건물과는 떨어져있으나 와일드라는 범위 안에 있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기 위해서였고, 부모님은 종업이 날 때 부터 가진 그 병이 아니었다면 평생 그가 와일드인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살았을 것이다. 평범한 일반인인 부모님은 와일드 내의 병원으로 종업을 데려다 준 다음, 다시 학원으로 돌려 보내면서도 못내 와일드에 대한 불만을 감추지 못했다.
'어차피 여기 아니면 치료도 못 하는데.'
종업은 속마음을 삼켜냈다. 숙명적인 거라고 입학 전부터 생각했었어서, 그리 큰 불만도 없고 억울함도 없었다. 오히려 매일 귀찮은 담임선생님의 들이댐이 부모님의 불만보다 백 배는 나으리라고 여겨질 정도였다.
"조금 더 있다 가라."
"아니요, 2교시 수학이예요."
"굳이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려 하지 마라."
"저한테 바라는 것 하나하나가 숨이 막혀요. 처음에는……, 살아 있기만 하라셨잖아요."
"……가라."
"다음 달에 봬요."
언제나 하는 똑같은 대화에 똑같은 반응들, 제 주변에 있는 그 착하고 약한 이들보다는 제 운명이 훨씬 달가운 것이었으므로 또 표출하지 않는다. 담임인 힘찬만 알고 또 오늘따라 유난스레 우리 종업이, 하며 반겨주겠지. 종업은 무언가 반가울 듯 한데 지친 기분을 제압하는 오싹한 기분이 확 끼쳐오는 걸 감지했다. 오늘 무슨 요일이지? 휴대전화 잠금화면에 수요일이 뜬다. 문자도 온다. [과별 수업실 변동], 방 쌤이구나.
*
"3교시부터는 과별 수업이에요."
"과별? 뭐 하는데?"
"저희는 인원이 적어서 통합해서 과별 수업하는데 보통 놀아요. 아, 개과는 안 놀아요."
"왜. 인원도 제일 많게 생겨서는."
"방용국쌤이 담당이시거든요."
그래 이해할게. 준홍이가 내 표정변화를 보고 이해했음을 알아채 줬다. 그럼 우리는 누구랑 하지? 혹시 살무사끼리 모여서 엄청 노는건가? 생각하니 소름이 끼칠 것 같았다. 서로 독 쏘고 노는거야? 아니면 독 채취해서 실험이라도 하는 건가.
"나는 그럼 어디로 가야해?"
"살무사과는 인원이 적어서 보통 그 위 단위인 뱀목 아래에 있는 과들은 다 모여서 수업할거예요."
"진짜 단위도 동물처럼 세는구나."
"안 그러면 복잡하니까요. 아는 형한테 연락 해 드릴게요."
준홍이가 내 폰 대신에 이곳에서 받아온 대체폰을 조심스럽게 받아가서는 학번을 찍어줬다. 정말 신기한 물건이다. 생긴건 폰이랑 똑같은데 연락밖에 안 된다. 삐삐 수준이다. 그러고는 준홍이 학번까지 찍어서 줬다. 이런 식이면 온 학생들의 번호를 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현실은 내 담임까지 세 명 뿐이지만.
"이름이 뭔데?"
"유영재. 영재형이요."
"착해?"
"착해요. 잘생겼어요."
"고마워."
사진 기능도 없는 삐삐 때문에 어떻게 생겼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이렇게 잘 생긴 준홍이가 잘 생겼다면 정말 잘 생겼겠지. 이 참에 나이도 물어보니 열 아홉이란다. 나보다 한 살 밖에 안 많은데 D학년이다. 과연 편입생이란…….
"먼저 말 잘 못 거는 형인데요, 변화계에 학생이 몇 없어서 알게 돼서 좀 친해요. 제 이름 대면 알지도 몰라요."
"이미 내가 편입생이라는 거 퍼져서 알지도 몰라."
"아, 맞다. 그 형……"
준홍이가 말하려다가 머뭇거리며 결국 말하지 않았다. 그리고 하는 말이 '알지도 모르겠다' 였다. 여기 애들은 너무 의미심장하다. 친구 사귀기도 힘들고 서로 알면서 마음 쉽게 터놓지도 못하는 밖보다는 낫긴 한데, 너무 조심조심이다. 여기 애들 다 조심조심한가?
그 생각은 영재라는 그 선배를 만나고부터 깨졌다. 처음 보자마자 니가 준홍이가 말한 새 친구야? 하고 물었다. 그리고 계속 하는 말이, 입학한 지 얼마나 됐는데 이제야 새 친구를 나한테 소개시켜 주냐고 하는 말이었다. 준홍이가 내 존재를 말하긴 했는데, 편입생이라는 사실은 말하지 않은 듯 싶었다. 의아스러웠지만 일단 맞장구는 쳐 줬다.
"이름이 뭔데?"
"김여주요……."
"무슨 과고?"
"살무사과……."
영재선배의 표정이 잠시 굳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아주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편입생이야? 고개를 끄덕이니 약간 더 굳었다. 니가 그 애구나. 역시 아는 게 맞더라. 할 말을 못 찾는 듯한 영재선배가 왜인지 조금 불편해서 먼저 말을 꺼냈다.
"편입생 싫어하세요?"
난 원래 밖에서도 이렇게 지내왔어서 내 성격대로 막 뱉었더니 그 선배 표정이 아예 돌처럼 변했다. 표정이 다 말해준다. 맞는 사실이지만 니가 그걸 직접 말할줄은 몰랐다! 같은 느낌? 준홍이가 아까 망설인 이유가 이거였구나. 준홍이한테는 미안한데 너무 불쾌했다. 이 선배가 개인적인 이유가 있겠다 싶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약간의 정적은 그 선배가 깼다.
"……여기 들어오기 힘들었겠네."
"네?"
"애초에 여기 들어오고 싶은 마음은 없었는데, 어떤 말도 안되고 짜증나고 있기 싫은 사고때문에 여기 들어온거고."
"……네."
"그래도 너무 솔직해지지 말자, 우리."
영재선배가 미안하다, 한 마디만 남기고 자리를 떴다. 곧 내 주변에는 다른 뱀목 아이들이 찾아와서 말을 걸어주고 친하게 지내자며 웃어줬지만, 뭔가 형용 못할 이상하고 못된 기분에 수업이 끝날 때 까지 웃지 못했다. 잠깐동안 그 선배가 하고싶은 말을 못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마치, 제 발로 들어온 자신들이 바보인 줄 아냐는 화남을 표현하려다 말려던 그 표정. 어찌 됐든 상관은 없다. 오랜만에 느낀 감정이었다. 여기 사람들과 깊게는 못 지내겠다는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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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와아!!!와아입니다!!!!!!
반갑게 인사드리고 싶습니다만...ㅠㅠㅠㅠ설날이 곧이군요...저는 아마 사촌들의 방문으로 글을 당분간 못 올릴 삘이네요...
하지만! 가능하다면 꼭 들어와서 글을 쓰겠습니다!!!
밥 먹으라고 엄마가 부르셔서 ㅎㅎㅎ 이만 퇴장하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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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부농이/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