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시작이다.씨발.씨발씨발씨발. 아예 못부르던가 아님 잘 좀 쳐부르든가.들어줄만 하면 사람 돌아버리게 소리가 엇나가니.목에 구멍이 났나,삑사리는 왜 저렇게 내는거야.어떻게 내가 집에 있는 시간을 딱 알고 있는지 야자 끝나고 집에 온 열시부터 잠들기 전인 새벽 한시까지 주구장창 저걸 노래라고 부르고 자빠졌다.공부는 이미 포기한지 오래고,오늘따라 잠잠하기에 잠이나 자자 하고 누웠더니 어떻게 또 아시고 소리를 질러대시는지.층간소음에 빡쳐서 불지른 얘기 못들었나 윗집인간은.
'범범 어둔 가면 속을 다 던져 겟잇온_'
씨발 진짜 맨날 저 노래만 쳐부르지. 됬다,그래.참자 정대현.좀 만 참으면 되.한시가 다 되간다.이제 저 인간도 그만할꺼야.그래 조금만 참자.귓구멍을 틀어막은채 이불속에 머리를 박았다.귀를 꽉 틀어막고 있다 그렇게 잠이 들었다.
귀에 옅은 소리가 울린다.무슨 소리지.. 잠결에 귀를 기울였다.
'범범 하나둘씩 죽어가 지옥같은 말에 숨이 멎어가_'
귓전을 때리는 소리에 눈을 번쩍 뜨고 시계를 확인하니 새벽 3시다.내일 또 여섯시에 일어나야 되는데.씨발..씨발!! 저 인간이 잠을 깨웠다.이제 못참아,족쳐야지.대충 손에 집히는 겉옷을 걸치고 발을 쿵쾅쿵쾅 울리며 윗집으로 올라가 문을 차다시피 두드렸다.울리던 노래소리가 한번 어긋나더니 잣아들고 고함소리가 아닌 목소리가 인터폰으로 흘러나왔다.
-누구세요.
"아랫집이다,씨발."
-네?
"노래도 존나 못하는게 입 좀 닫고 살아라 음치새끼야!"
소리를 빽 내지르곤 후다닥 집으로 들어와서 문을 걸어 잠궜다.이제야 좀 잠잠하겠네. ..설마 보복하진 않겠지.말 엄청 심하게 한거 같은데. ..뭐 어때.음치 맞는데 뭐. 피곤에 지친 몸을 이끌고 침대로 가 풀썩 누웠다.더 이상 노랫소리가 들리지 않는다.스르르 눈이 감기더니 곧 잠에 빠져들었다.
*
후다닥 급하게 가방이며 마이를 챙겨서 엘리베이터 앞으로 나왔다.악,십분 남았어.때마침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급하게 올라타서 타다다 연속으로 닫힘 버튼을 눌렀다.문이 닫히고 그제서야 한숨을 돌리며 마이를 챙겨 입고 가방을 제대로 매려는데 종아리에 둔탁한 발길질이 느껴졌다.
"뭐야?"
"음치새끼다,고딩새끼야."
주머니에 손을 꼳고 무섭게 인상을 쓴 힘찬이 삐딱하게 대현을 보며 욕지거릴 내뱉었다.처음 보는 사람이 제 종아릴 걷어차고 심지어는 욕을 내뱉는 통에 인상을 팍 찌푸리던 대현이 방금 힘찬의 입에서 내뱉어진 음치새끼란 말에 흐릿하게 남은 간밤의 일을 떠올렸다. ..썅,좆됬다. 재빨리 고개를 앞으로 돌렸다.
"쪼끄만게 어디서 버르장머릴 배워가지고."
"...."
"음치새끼가 하는 말은 들리지도 않냐?"
"아,뭐 음치 맞잖아요.존나 공부도 못하겠구만!"
"뭐?이 공부도 안하는 새끼가 꼭 이럴때만 공부핑계대지!"
대현의 머리를 툭툭 쳐대는 힘찬덕에 열이 뻗친 대현이 휙 돌아 힘찬에게 소리를 빽 질렀다.또 다시 나온 음치란 말에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진 힘찬이 대현을 이마를 꾹 누르며 맞받아쳤다.주거니 받거니 엘리베이터의 숫자가 일을 나타낼때까지 서로를 향해 독설을 내뱉아 얼굴이 시뻘개진 힘찬과 대현이 서로 먼저 내리려는 듯 어깨를 부딪혀 가며 앞다퉈 엘리베이터를 빠져 나왔다.뭐라 한마디 덧붙이려는 힘찬의 말을 뒤로 한채 시계를 확인한 대현이 늦었다 한마디를 빽 지르며 앞서 뛰어나갔다.뒤에 남은 힘찬이 어이없다는 듯 내달리는 대현의 뒷모습을 보고 헛웃음을 내뱉었다.
"존나 윗집인간땜에.."
결국 지각을 한 대현이 손을 들고 교문에 선 채로 궁시렁 거렸다.머릿속으로 힘찬을 떠올렸다.나름 잘생기긴 했던데,코도 오똑하고.. 아니,뭔 소리야 지금. 고개를 절레 절레 내저은 대현이 선생의 지적을 받고 내려온 손을 다시 번쩍 들어올렸다.이상하게도 자꾸만 머릿속에 힘찬이 맴돌았다.삑사리만 고치면 나름 듣기 좋은 목소리긴 하다는 생각도 한구석에 떠올랐다. 잠을 너무 못자서 헛생각이 자꾸 드는가. 자꾸만 떠오르는 힘찬에 대현은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미안해...똥손으로 너의 소재에 도전해서 정말 미안해...
ㅠㅠㅠㅠㅠㅠ 미안 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