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looks not with the eyes, but with the mind.
-William Shakespeare
![[EXO/백도] esperar (完)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4110919/076304c74e28849890fca2e3c9959d48.jpg)
비 오는 거리를 미친 사람처럼 뛰어간다. 아까보다 거센 빗방울이 얼굴을 때린다. 굵은 빗방울이라 그런지 얼굴이 따가웠다. 눈으로 들어가고 숨을 내쉬는 입으로 들어간다. 찰박거리는 물웅덩이로 신발과 바짓자락이 다 버리지만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평소라면 찝찝함에 인상을 찡그렸을 일이지만 말이다. 손에 감긴 붕대가 이미 물에 젖어버렸다. 물에 닿지 않게 조심하라 했던 의사의 말은 이미 머릿속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백현아. 백현아. 정말 너일까.
너이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너에게 달려간다.
기대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마음 한쪽으로 너일 거라고 굳게 믿는 내가 멍청한 걸까.
간절하다 못해 애절한 것인지 절로 눈물이 났다. 빗방울과 함께 얼굴을 따라 흐르는 눈물을 손바닥으로 쓸어내리면서 달린다. 너와 헤어지고 눈물샘이 고장 난 것이 고쳐지지 않았는지 끊임없이 눈물이 흘렀다. 정말이지 미'친'놈처럼, 울면서 그렇게 달렸다. 공항으로. 가까워진 건지 멀어지는 건지 구분이 안되는 정신으로 말이다. 그런데 급한 마음과 달리 몸이 따라주질 않는다. 백현아.
빨리 너를 보러 가야 하는데. 내 몸뚱어리는 아직도 아픈 흔적을 지워내지 못했는지 내 마음을 따라주질 못한다. 발을 잘못 헛디딤과 동시에 몸이 기우뚱한다. 그리고 바닥이 가까워졌다. 어제 내가 본 네가 환상이 아니었던 걸까. 그래서 지금 이렇게 벌을 받는 걸까. 너에게 상처를 줘서 그대로 내가 지금 상처받는 걸까. 몸의 균형을 잡을 생각조차 하지 않고 심심한 생각을 하면서 그대로 넘어졌다.
"오, 도!! 괜찮아? 다치지 않았어?"
근처에 지나가던 해리엇의 친구 중 한 명인 남자가 다가와 나를 일으켜준다. 양손으로 바닥을 짚은 탓에 상처가 터진 모양인지 피가 새어 나왔다. 고개를 내리자 찢어진 바지와 그 사이로 쓸린 피부와 손바닥이 보였다. 붉게 물든 붕대에 깜짝 놀란 듯 어서 병원에 가야 한다며 말하는 그의 말에 고개를 저으며 뿌리친다. 당황한듯한 그의 표정이 눈에 들어왔지만 짧게 미안하다 말하고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지금 내게 중요한 건 이런 상처가 아니니까. 그렇지만 넘어지면서 발목을 삔 건지 발목에서는 뛸 때마다 통증이 느껴졌고 손바닥은 쓰렸다. 게다가 빗방울과 거친 바지에 쓸리는 다리는 손바닥보다 더욱 쓰라렸다.
오늘따라 왜 이리 공항이 멀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백현아. 너를 만나러 간다 생각하니 또 그 거리조차 짧게 느껴진다.
뛰어도 뛰어도 줄어들지 않는 그 거리가 말이다.
영화 속의 주인공처럼 옷이 찢어지고 상처가 나고 비에 젖은 생쥐 꼴을 한 채 너를 찾아가는 나보고 너는 무슨 생각을 할까. 아니, 너는 무슨 생각으로 나를 만나러 온 것일까. 나를 만나러 온 건 맞을까? 네가 맞을까? 기억을 되찾은 것일까? 아니면 어쩌다가 온 것일까. 사업으로 인해 이곳에 온 것일까. 오만 생각이 머릿속을 휘젓는다.
기억을 되찾았을 거라는 헛된 희망을 품은 채 공항 안으로 들어섰다. 쫄딱 젖어버려 빗물이 옷을 타고 흘러내렸다. 뚝뚝.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와 내 심장이 쿵쾅거리는 소리만이 내 귓가에 들려왔다. 무어라 말하며 오는 경비원도 수군대는 사람들도 날 보고 놀란 표정으로 다가오는 이웃들도 그저 스쳐 지나가는 잔상일 뿐 또 너를 찾아 뛰어간다. 급하게 시계를 확인하자 시간이 30분이 채 남지 않았다. 너라면 벌써 탑승 절차를 했을 거라는 생각에 보안검색대로 향했다. 그리고 검색대에서 너를 보았다. 내가 마지막으로 보았던 모습이 아닌, 예전의 너를 보는 마냥 니트와 슬렉스를 입고 선글라스를 낀 네가. 기억을 잃고는 정장을 고집하던, 그 모습이 아닌. 변백현이.
아무런 표정없이 고개 숙인 네가.
내가 아는 변백현이.
내가 사랑한 변백현이.
내가 잊지 못한 변백현이.
내 눈앞에 있었다.
"아…. 아……. 백…. 현아…. 백현아…. 변백현……."
눈물에 젖은 얼굴로 너를 부른다. 메인 목은 너를 제대로 부르지 못한다.
네 이름을 습관처럼 중얼거리며 내 앞에 있는 너를 본다.
미친 사람처럼 너를 부르며 나를 보지 않는 너를 쳐다본다.
그리고 또다시 뒤돌아서는 너를 보고,
너를 만난 이후로,
처음으로 목청 터지게 너를 부른다.
"변 백현!!!"
![[EXO/백도] esperar (完)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011211/568e067afaa2288356e139103eb9c8ba.jpg)
네 이름을 부르고 그것이 가슴에 사무치는 그리움이란 걸 깨닫고 또 눈물이 흐른다.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이제껏 숨을 참아온 사람처럼 숨을 몰아쉬면서 손을 들어 눈물을 닦는다. 닦아도 닦아도 계속 나오는 눈물에 너를 보지 못할까 봐 끅끅대며 너를 보려고 눈물을 닦아내며 고개를 들었을 때 놀란 얼굴을 하고 나를 보는 네가 있었다. 아무런 말도 못하고 그 자리에 서서 멍하니 나를 보는 널 보았다. 사라질까 두 눈을 질끈 감고 중얼거렸다. 너의 이름을 한 번 외쳤을 뿐인데 다시 메어버린 목이 원망스럽다. 너를 불러야 하는데. 네가 가지 않게 너를 붙잡아야 하는데.
"가지마…. 백현아…. 변 백현…. 가지말라고…."
터져 나오는 울음으로 제대로 말조차 하지 못했다. 그리고 어린아이처럼 엉엉 목놓아 울었다. 눈을 떴을 때 보이지 않는 네 모습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안된다고 사라지지 말라고 내 옆에 있으라고 울었다. 그리고 그 순간. 내가 그렇게 그리고 그리던 네 품에 안겼다. 나를 꽉 끌어안는 네 품에 안겨 갓난아이처럼 울었다. 미안하다고 중얼거리는 너의 품에 안겨서.
"미안해…. 경수야…. 내가 미안해…. 이제 와서 미안해. 이제 알아서 미안해. 너무 늦게 찾아서 미안해. 미안해. 내가 미안해…."
"이…. 멍청아…. 내가, 내가 널…. 얼마나……. 얼마나 기다렸는데…. 얼마나……."
"미안해. 경수야…. 내가 잘못했어…."
"내가 널 얼마나 기다리고… 기다렸는데…. 내가… 내가… 어떤 마음으로……."
"내가 잘할게. 경수야. 앞으로 내가 더 잘할게…."
날 끌어안고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하는 너에게 꺽꺽대며 덜덜 떨려오는 손으로 네 옷을 잡았다. 이 옷자락을 놓치면 네가 사라질까 봐 손이 하얘지게 붙잡았다. 너 역시 나를 더욱 세게 안으면서 말하다 결국 울음을 터뜨린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은 의식하지 않고 오로지 우리 둘만의 세계에 있는 것처럼. 그렇게 울었다. 속 시원하게 이제껏 쌓인 슬픔을 모두 털어놓듯. 그리움을 털어놓듯.
"내가… 내가 많이 사랑해. 경수야. 정말 많이 사랑해. 지금까지 못한 말 오늘부터 다시 해줄게. 내가 잘못한 만큼 그보다 더 잘할게. 평생 너한테 사죄할게. 너 하나만 보면서 평생 살아갈게. 경수야. 사랑해. 정말로, 정말 많이 사랑해…."
네가 기억을 잃은 지 3년을 바라보는 그 시절에. 우리의 6년이 반년 남은 시절에.
우리는 다시 만났다.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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