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KON/구준회] 지독하고 잔인하게 002 * 센티넬버스 *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5011811/6d6bd3a87afbf4bb1ffa92dde61b82b2.jpg)
[iKON/구준회] 지독하고 잔인하게 002 * 센티넬버스 *
w. 모나
한빈이 준회를 발견했을 때, 준회는 좁은 골목의 파란 대문 앞에서 작은 체구의 여자를 품에 안고 있었다. 그리고 주택 단지에 들어서면서부터 느낀 알 수 없는 편안함은 저 여자로부터 비롯된 것이란 걸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코드에서 생활한 것만 7년 째였다. 그 동안 쌓인 눈치와 감으로 봤을 때, 준회 품 속에서 자는 듯, 쓰러져있는 여자는 보통 가이드가 아니란 걸 알 수 있었다.
“뭐야, 기절 시켰어?”
“응, 너무 버둥거려서. 잠깐.”
준회의 대답을 들은 한빈은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원래 저렇게 목소리가 부드러운 놈이었나, 목소리 톤부터 달라진다 이거지. 한빈 스스로도 믿기 힘들었지만 조금 전까지만 해도 준회는 몸에 가시를 박고 어느 누구도 일정 거리 이상 다가오지 못하게 했다. 그리고 말 한마디 한마디를 내뱉을 때 마다 힘겨워 보였었다. 그런 준회가 거의 경의에 찬 눈으로 자신의 품에 안긴 여자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는 여자를 조심히 안아 들더니 여자에게 눈을 떼지 않은 채 말했다.
“찾았어. 형.”
“응. 찾은 거 같네.”
*
준회와 한빈이 코드의 빌딩에 들어선 순간부터 지하는 소란스러웠다. 몇 일 째 능력이 제어 가능한 범위 밖으로 벗어나 잠 못 들던 센티넬들과 위험 상태로 분류 되어 격리 조치 되어 있는 센티넬들의 상태가 눈에 띄게 안정된 것 이다. 준회가 엘리베이터 앞에서 여전히 잠에 빠져있는 여자를 감독실로 데려갈지, 지하로 데려갈지 갈등하는 와중에, ‘뱀’이 나타났다. 늙은 뱀 같은 여자는 천천히 그들에게 걸어오더니 준회가 처음 코드에 들어와 정신을 차렸을 때처럼 정신을 잃은 작은 여자의 이마를 살짝 쓸었다.
“이런, 기절까지 시켜서 데려왔네. 그래도 능력은 대단한 모양이야. 방금 전 까지 미쳐 날 뛰던 건물 내의 센티넬들이 다 조용해 진 걸 보니. 가까이 있는 것 만으로도 이렇게까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니. 대단하네.”
그러더니 고개를 슬쩍 들고는 준회를 한 번 보고 다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너도 상당히 편해 보이네. 이 아이가 네 적임자가 맞는 거 같다. 수고했어. 그럼 그 아이는 이 사람에게 넘겨줘.”
여자가 자신의 옆에 있던 덩치를 가르키며 말했다. 순간 준회의 얼굴에 뚜렷한 분노가 어렸다. 하지만 자의던 타의던 기관에 들어 온 이상, ‘계약’은 꼭 거쳐야 하는 절차였다. 이름만 번지르르할 뿐 보통의 회사원처럼 보수를 정하고 출퇴근 시간과 환경에 대해 논의하는 것 이었다. 다만 다른 것은, 계약 기간이 당사자가 죽기 직전까지 유효하다는 것뿐 이었다. 준회가 별다른 말 없이 품 속의 여자를 내어주자 남자와 ‘늙은 뱀’은 복도 너머로 사라졌다. 그리고는 호출기가 다시 울렸다. 5층 감독실. 방금 전과 같았다.
감독실로 올라가자 늘 업무를 할당해주는 총감독이 더러운 책상에 앉아 소파에 파묻혀있는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혼자 떠들어대는 것 같았다. 한빈이 감독에게 인사를 하자 그제서야 소파에 있던 사람이 고개를 돌렸다. 어딘지 모르게 장난기 있으면서도 살기가 가득한 눈. 여러 번의 실전 경험으로 대충 얼굴만 봐도 그 사람을 가늠할 수 있었다. 코드 내에서 위험 인물로 구분된 준회가 봐도, 맞은 편의 남자는 위험했다.
“데리고 가, 신입이다. 21살 김지원. 가이드는 아직이다.”
한빈이 한쪽 눈썹을 치켜 올리고 물었다.
“한 방에 가이드도 없이 위험 상태의 센티넬을 두 명 이상이나 배치 한다는 말씀이십니까?”
“상관 없어, 아까 너희가 데려온 그 쬐끄마난 여자가 준회 네 녀석이나 김지원 둘 중 하나랑만 각인을 하게 되면. 멀지 않아 곧 그럴 거 같고. 복 덩어리가 한 번에 두 개나 굴러들어왔지, 뭐.”
감독이 킬킬대며 기분 나쁜 웃음 소리를 냈다. 짧은 두 마디에 많은 걸 알 수 있었다. 늙은 뱀은방금 데려온 여자가 폭주 직전의 센티넬을 진정시킨 걸 발견했다고 했다. 그 당시 폭주 직전의 센티넬은 보나마나 지금 눈 앞의 김지원이었다. 그리고 이 녀석이 방금 찾아낸 자신의 가이드를 빼앗아 가게 될 수도 있었다.
*
“여기가 침실, 침실에 있을 때 외에는 먹거나 훈련을 하고 밖에 나가서 업무를 보고 옵니다.”
“말 놔요, 괜찮은데.”
방으로 돌아 온 한빈이 지원에게 깍듯이 존댓말을 써가며 안내를 하자 지원이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원래 성격인 건지 뭔지, 감독실에서 나온 후부터 지원은 말이 많았다. 처음 들어온 센티넬은 딱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코드를 증오하거나 이들에게 고마워하거나. 증오하는 경우는 대부분 끌려왔거나 피치 못할 사정으로 온 사람들, 고마워하는 경우는 바깥에서의 삶이 이미 바닥이었기에 숙식이 무료로 제공되고 돈까지 주는 코드가 반가운 사람들이었다. 지원은 후자인 것 같았다. 한빈은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인데도 지원과 금방 제법 편한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여긴 어쩌다 들어왔어, 생각만큼 좋은 곳 아닌데.”
한빈이 대화를 멈추고 물었다. 지원은 또 다시 장난기 넘치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잘 기억은 안나, 고아에 길거리 인생이었어. 할 줄 아는 거라곤 무식하게 센 힘 사용하는 거뿐이었으니 더러운 일들만 해주면서 벌어먹고 살았지. 그 돈들로 간신히 약은 먹으면서 살았는데. 딱 터져버리더라. 그래서 아, 난 이제 죽겠구나. 했는데 뭔가 잡아 당기는 느낌이 들었어. 그냥 자석에 끌리는 느낌? 그래서 그냥 무작정 달렸지. 귀도 닫고, 눈도 닫고, 감각에만 의존해서. 그리고 정신을 잃었었나봐, 눈 뜨니까 왠 늙은 여자가 환영한다던데, 돈도 주고 밥도 주고 집도 준다고. 자기들을 위해 일해달래.”
흔한 사연, 여기 있는 모두는 한 개쯤 가지고 있을법한 사연이었다. 하지만 준회는 그게 거슬렸다. 지원도 준회와 마찬가지로 위험 상태란 걸 한 번에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아까 그 작은 여자가 이 둘을 진정시켰었다. 즉, 그건 둘 다 그 여자가 필요하단 소리인데, 애초에 가이드가 달라 붙어 관리 할 수 있는 센티넬은 한 명뿐이었다. 그리고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여자는 내 것 이어야 했다.
*
코드의 건물은 지하5층부터 15층까지 총 20층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지하는 센티넬과 가이드의 공간으로 숙소와 훈련필드, 식당, 등이 있었고 1층 로비를 제외한 2층부터 10층은 코드의 전체적인 행정과 기타 업무 등을 책임졌다. 그리고 11층부터 15층까지는 아직 아무도 가보지 못한 채 철저히 비밀에 쌓여있는 곳이었다. 지하에선 센티넬과 가이드들의 공간이 분리되어있었지만, 관계를 통해 각인이 이루어진 가이드와 센티넬은 같은 방에서 함께 머무를 수 있었다. 가이드들은 센티넬의 상태가 왠만큼 위험하지 않은 이상 관계를 통한 각인은 피하려 했다. 그게 정상이었다. 가이드만 보면 무턱대고 덤비는 센티넬 덕분에 몇 번이나 강제로 각인을 맺은 가이드도 적지 않았다.
“방금 가이드 누나한테 듣고 왔는데, 네가 어제 데리고 온 여자. 원래 담당하던 센티넬이 있었데. 서류상의 각인 뿐이긴 했지만 각인도 맺었었고.”
아침 일찍 나가 가이드를 만나고 돌아 온 한빈이 방으로 들어서자마자 준회에게 말을 건넸다. 가이드가 센티넬과 각인을 맺는데는 두가지 방법이 있었다. 하나는 공식적인 방법으로 서류를 작성하는 것. 또 다른 하나는 비공식적으로 관계를 맺는 것. 당연히 후자가 센티넬에게 훨씬 큰 안정감을 줄 수 있지만 대부분의 가이드들은 몸을 내어주는 것 까지는 꺼려했다. 준회의 반응을 기다리던 한빈은 준회가 대답이 없자 한숨을 쉬더니 말을 이어 나갔다.
“이름 윤 재희, 20살. 전에 담당하던 센티넬은 8개월 전 사고로 죽었다는데, 우리 같은 괴물들이 사고로 죽었다니, 믿기진 않지만 일단 자기 입으로 그렇게 말했데. 그리고 그 여자가 우리 층에 있는 것 만으로도 위험한 상태인 애들이 잠잠해져서 당분간 우리 층에서 지내게 할 생각 인 가봐. 그 여자 가족도 연고도 없는 상태에 영양실조에, 아무튼 사연이 복잡한 거 같아. 돈도 없고 딱히 갈 곳도 없어서 계약을 거절하진 않은 거 같고.”
준회의 고개가 숙여졌다. 사실 어제 새벽 내내 그 작은 여자를 억지로 코드 속으로 끌어들인 건 아닌지, 원망을 사진 않을까 초조해 잠이 오지 않았었다. 하지만 똑 같은 상황이 몇 백 번 반복된다고 해도 자신은 그 여자를 데리고 왔을 것 이란 걸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너무 작고 마른 몸 탓에 나이가 많아 봤자 열 아홉일 줄 알았는데 준회보다 한 살 많은 스물 이었다. 윤 재희. 준회가 입 안에서 맴도는 이름을 소리 내서 불러 보았다. 그리고 무심결에 옆 침대에 앉아 있던 지원을 보자 둘의 눈이 마주쳤다. 준회의 생각대로였다. 지원은 재희라는 여자를 기억하고 있었고 분명 원하고 있었다.
*
"야 예쁘냐? 그 여자,"
저녁을 먹고 준회의 방에 와서 뒹굴던 민호가 물었다. 한빈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밝히기는. 준회는 여자의 얼굴을 다시 떠올려봤다. 커다란 눈에 연한 갈색 머리카락. 비쩍 마른 몸에 작은 손과 발. 하나하나 너무 생생하게 기억이 났다. 얼굴을 떠올리니 폭주와는 다른 의미로 몸이 떨렸다. 안고싶고, 만지고 싶었고, 그 작은 손에 위로받고 싶었다. 준회가 작게 앓는 소리를 내자 민호가 흥분해서 소리를 질러댔다.
"예쁘구나!! 이 놈 반응 보니까 예쁘겠네, 백퍼네. 확실하다. 겁나 예쁜가보네."
시끄러워요, 오늘 일 없어요? 일이나 나가요. 준회가 민호를 밀어냄과 동시에 방의 도어벨이 울렸다. 한빈이 일어나 문을 열어주자, 한빈의 가이드인 채린과, 그 여자가 들어왔다. 젠장, 점점 멋대로 나가는 손을 제어하기가 힘들어지고 있었다.
"뭐야, 송민호 아까 호출벨 울렸잖아. 팔찌 안봐? 빼지 말라고 했지."
채린이 방에 들어오자마자 민호를 내쫓았다. 민호가 나가자 방은 쥐죽은 듯이 조용했다. 그 여자, 그러니까 재희는 채린의 뒤에 숨어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전에 느꼈던 체취가 고스란히 코에 와 닿았다. 가이드가 주위에 있는 것 만으로도 진정효과가 나타난다고 하지 않았나? 어째서인지 아까부터 준회는 더 어지러운 것 같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흥분으로 몸이 떨리고 있었다.
"지원이랑 준회. 제어 불가능한 너희 둘 때문에 재희가 이 옆 방으로 배정받았으니까 가끔 가서 불편한 건 없는지 잘 살피고, 가장 걱정인 건 다른 센티넬 놈들이 덤비는건데..그건 너희 셋이 각별히 신경써줘야해. 알고있지?"
채린이 손에 들고 있는 서류만 쳐다보며 건조하게 말했다. 준회와 지원이 작게 대답하자 그제서야 고개를 들더니 뒤의 재희를 쳐다보았다. 뭐해, 인사해야지. 그러자 재희의 작은 몸이 움찔하더니 한 발자국 움직여 채린의 그림자 밖으로 나왔다. 전등 빛에 비춰진 재희의 몸은 준회가 기억하는 것 보다 훨씬 더 말랐고, 눈동자는 잔뜩 겁에 질려 있었지만, 굳게 다문 입술이 뭔가 체념한 듯한 인상을 주었다. 재희의 얼굴이 보이는 순간, 준회는 지원이 순간적으로 몸을 앞으로 기울이는 것을 느끼고 긴장했지만 후에 별다른 태도를 취하지는 않았다.
"안녕하세요... 윤..재희에요."
*
채린이 재희를 데리고 옆방으로 사라진 후 잠에 들기 위해 침대에 누워 억지로 눈을 감고 있어 보았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그러다 얼마나 지났을까, 작게 들려오는 비명 소리에 준회의 눈이 번쩍 뜨였다. 한빈도 잠에서 깨어 반사적으로 옆 방을 쳐다보았다. 지원의 침대가 비어있었다. 준회가 벌떡 일어나 옆 방으로 가 문을 두드렸고, 안에선 보통 인간의 귀엔 들리지 않을 낮은 목소리만 들렸다. 한빈이 문고리를 돌리자 문이 아무런 문제 없이 열렸다. 젠장, 한빈이 안으로 뛰어 들어갔고 준회가 뒤를 따랐다. 한빈을 따라간 가장 안쪽 방 침대 위, 어두운 곳에 지원이 누군가의 손목을 잡고 올라타 있었다.
지원의 아래 깔려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여자는 재희였다. 필사적으로 벗어나려 애를 쓴 것 같았고 옷은 거의 다 찢어져 너덜너덜했다. 그리고 한빈이 말릴 틈도 없이 준회가 지원에게 달려가 그를 끌어내렸고, 얼굴과 몸을 가리지 않고 주먹질을 하기 시작했다. 재희는 움직일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앉아 그저 덜덜 떨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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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아 미안..너를 너무 나쁜놈으로 만들었네..ㅠㅠ..스토리 전개상 이번만 그래..미안..
여러분 근데 다음부터 불마크일 수 도 있어요..센티넬버스라는게..19금으로 가지 않고서는 연재가 불가능한 소재..라고 해야되나..
아무튼 좀 그래요..ㅠㅠ..만약 싫으시다면 다 재편집하고 해볼게요! 이번 화도 많이 편집한건데..ㅠㅠ..!!
암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한 암호닉 분들♡
김까닥 /종대 /김지난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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