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성재x이민혁
"와, 추워 죽겠네 진짜."
민혁은 꽁꽁 얼은 손을 녹이려 입김을 불어보기도 하고 양 손을 비벼보기도 하며 추운 길 한복판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아. 진짜 육성재 오면 몇 대 때려야지. 늘상 약속에 늦는 성재이기에 이번 다짐도 막상 성재가 오면 잊혀질 그런 다짐이었다.
한마디로 부질없는 다짐.
이렇게 기다리다간 동사할 것 같다는 생각에 카페라도 들어갈까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며 주위를 살피던 찰나 저 앞에서 투스텝을 밟으며 폴짝폴짝 뛰어오는 성재가 보였다.
쟤는 뭐가 좋다고 투스텝까지 밟으면서 오는건데.
"어, 왔어?"
"...."
어, 왔어?라니. 지금 저게 30분 늦은 애 입에서 나오는 말이 맞는 건가.
짜증나는 마음에 저도 모르게 토라져 입을 내밀고 성재가 하는 말에 고개만 끄덕였다.
"삐졌어? 삐졌어? 아아아, 우리 민혁이 착하지. 삐지지 말자. "
길 한복판에서 쪼그려 앉아서 날 올려다 보며 앙탈을 부리는 성재의 모습은..., 아. 오늘도 망했다. 삐지긴 틀렸구나.
"..또 늦으면 다신 안 볼 줄 알아. "
"오케이. 알았습니다. "
룰루랄라 신나게 내 손을 움켜쥐고 걸음을 내딛던 성재가 갑자기 우뚝 멈춰서곤 나를 가만히 바라봤다.
뭐, 뭐. 어쩌라고 라는 표정으로 성재를 바라보자 성재는 자신의 큰 손으로 내 뺨을 감쌌다.
"몇 분 기다렸어? "
"40분 쯤?"
보통 약속시간보다 10분씩 일찍 나오는 터라 총 40분을 밖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갑자기 시간을 생각하니까 또 억울해지네.
"바보야? 내가 안오면 안에 들어가 있던가. 어휴, 얼어 죽겠네. 어휴 동사하겠다 정말. 어휴. 어휴. 어휴. "
성재는 날 붙잡고 연신 어휴라는 한숨만 내뱉었다. 지가 늦어놓고 뭐 어쩌란거지.
어휴만 10번 뱉었을 때 였나. 성재는 들고 있던 종이백에서 흰색 목도리를 꺼냈다.
"이거 내가 선물로 주는 거니까 잃어버리지말고 잘 빨아서 메고 다녀" 라며 내 목에 목도리를 칭칭 감았다.
"이걸로 지각한거 퉁 쳐. "
"점심 저녁 니가 다 쏘면 퉁 치는거 생각해 볼게. "
차가운 겨울 바람 사이에서도 목도리는 따뜻했다. 성재의 입가에 번지던 미소 또한 따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