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남친 도경수는 사실 썩 표현이 좋은 편은 아님 무뚝뚝한 편이라면 그럴 수도 있음
그래도 서로 성격은 쿵짝이 잘도 맞아서 꽤 오래 사귄 사이임 이미 양가 부모님도 서로 알고 있고
부모님이 더 결혼 부추기는 사이였지만 아직 젊은 너와 도경수는 결혼 생각이 1도 없었음
근데 어느날 술에 꼴아 도경수와 네가 거사를 치룬 뒤 네 몸의 이상증세를 느끼고 병원을 찾았음
아 이게 무슨 청천벽력같은 소린지 어린 나이에 애 엄마 되게 생겼음
너는 도경수가 알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두려워 꼭꼭 숨기고만 있었는데 어느 날 도경수가 너네 집에 쳐들어옴
"야 김여주, 너 임신했지?"
너는 이게 무슨일일까 당황스러워서 일단 숨기기로 함
"무슨 … 야, 너랑 나랑 피임 하나는 끝내주게 잘 하잖아."
"거짓말 마. 했지? 맞지?"
눈 앞이 아득해짐 표정이 잔뜩 굳은 도경수가 저렇게 물어서 아 어떡할까 손톱만 자그작 자그작 씹는데
도경수가 갑자기 피식 웃으면서 내 손을 꼭 잡음
"너 내 차에 사진 두고 갔어. 흑백. 뭔지 알지?"
"그거 진짜 내 거 아니야. 우리 언니 거야."
너는 언니까지 팔아 먹으며 어떻게든 숨기려고 했음
그냥 뭔지 모르게 인터넷에서 이런 저런 똥차 얘기를 많이 봐서 그런지 불안감만 가득했던 까닭임
"박찬열이 너 봤대. 혼자 산부인과에 들어가는 모습. 나 욕 된통 먹었잖아."
"야, 그러니까 도경수."
"네가 왜 그렇게 숨기려는지 대충 이해 가는데 허튼 생각 하지 마. 지우지 말고, 아픈 거 조금만 참고 낳자, 우리."
"…"
"우리 엄마가 사고 쳐서라도 너 잡으래. 그러니까 이왕 이렇게 된 거, 날 잡자 빨리."
2. 변백현
네 남친 변백현은 평소 장난끼 많은 걸론 둘째 가라면 서러운 사람임
오죽 하면 네가 지어준 별명은 개새끼였음 얼굴도 강아지 상에 하는 짓이 꼭 개같아서 너는 종종 개 다루듯 했음
그만큼 사이가 진득하니 좋고 친구같은 커플이었음 다만 너무 친구같아서
다른 사람들은 딱히 애인사이로는 안 보는 듯한 느낌도 있긴 있음
어쨌든 걔넨 걔네 사정이고 너네는 권태도 지나고 이젠 5년차 커플 답게 자연스럽게 동거도 시작했음
그리고 동거한 지 3달 쯤 지나니 네가 생리를 안 한다는 걸 눈치 채고 병원으로 가 봄 결과는 당연히 너, 임신, 성공적
변백현 여친답게 한 성격 하는 너는 그냥 앞 뒤 안 가리고 일단 말하러 집으로 곧장 감
"야, 변백현. 나 임신한 거 같아. 아니, 임신이래."
"??????뭐? 임신?"
안 그래도 이제 막 파릇파릇한 나이에 결혼하게 생겨서 개빡치는데 네 개새끼는 또 저런 표정이나 짓고 있어서 슬슬 너도 화가 남
배에 있다는 애 생각 안 하고 입도 막 험하게 나감
"야, 개새끼야. 그딴 표정은 또 뭔데? 나도 진짜 빡치거든?"
"난 또 뭐라고. 너 애 가진 거 맞잖아. 이름은 변백현, 나이는 24개월."
넌 심각한데 변백현은 자꾸 장난식으로만 생각하는 거 같아서 급 서운해지고 네 빡침은 더해 감
겨우 겨우 화 눌러 참고 입 열려는데 변백현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는 겉옷 챙겨 입고 나갈 채비를 하는 거임
"난 장난 아니고, 지금 진짜고. 넌 또 어디 가는데?"
"어디 가긴. 여주 너도 얼른 준비해. 우리 애기 맨발로 다니게 할 거냐?"
3. 김민석
네 남친 김민석은 네가 다니던 대학교 전체 수석 학생대표로도 유명했음
머리 좋아 성격 좋아 운동 잘해 어른들한테 대하는 태도도 바르고 해서 인기도 꽤 많았음
너랑 김민석은 우연찮게 사귀게 되었음 물론 고백은 네가 먼저 해서 김민석이 웃으며 받아줌
지금은 학교도 졸업하고 서로 취업도 하고 그만큼 오랫동안 사귀었지만 그래도 너는 살짝 불안함이 있었음
지금까지 김민석은 너한테 좋아해라느니 사랑해라느니 한 마디도 안 했었음 그러던 와중에 네가 덜컥 애를 갖게 됨
이 사실을 사실대로 말하기로 결심하고 헤어지는 건 김민석한테, 애를 낳는 건 너한테 스스로 결정권을 주기로 함
그리고 오늘이 결전의 그날이었음 때마침 회사 휴일이던 김민석은 점심시간에 맞춰 네 회사로 도시락 싸고 찾아옴
"김여주. 네가 좋아하는 거잖아. 기껏 해서 왔더니 안 먹어?"
이마에 딱밤을 넣던 김민석은 네 표정이 좀 처럼 풀리지 않자 그제야 저도 젓가락을 내려 놓음.
"여주야. 무슨 일 있어? 홀몸도 아닌 게 많이 먹어야지."
"오빠, 내가 할 말… 어?"
너는 김민석한테 임신 사실을 밝히려 했을 때 김민석의 말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함
뒤통수 얻어 맞은 듯한 느낌에 벙쪄 있는데 김민석이 웃으며 다시 젓가락을 들었음
"일부러 냄새도 안 나는 걸로 싸 왔어. 너 이제 곧 입덧 올 거래."
"오빠."
"박찬열한테 연락 왔었어. 너 혼자 병원 왔다고. 어머님한테도 전화 왔어. 나한테만 쏙 빼놓고 말하기냐?"
"…"
"내가 오글거리고 그런 말 못 하는 거 알잖아. 아 이런 식으로 프로포즈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여주야. 우리 결혼할까?"
4. 김종인
김종인은 이 근방에서 유명한 사람이었음 활발한 sns 활동과 품질 좋은 상품으로 유명한 인터넷 쇼핑몰 CEO였음
너는 김종인보다 2살 많은 취업 준비생이었음 처음엔 몰랐는데 3년 정도 만나니까 점점 너와 김종인의 격차가 느껴지기 시작하는 거임
대학 다닐 때야 아직 학생인데 뭐, 하는 마음으로 파릇파릇한 스물 청춘 김종인 등골 빼 먹었다고 치지만
네 머리가 커지면서 누나 노릇도 하고 싶고 주변 연상연하 커플처럼 응석도 받아 보고 연하 남친 선물도 주고 싶고 그러는 거임
근데 취업난에 취업은 안 되지 이것 저것 스트레스로 작용하던 까닭에 더 좋은 사람 만나라고 이제 그만 헤어질 때가 된 건가 싶어서
너 혼자 북치고 장구 치며 이별 준비하고 있을 때 덜컥 너랑 김종인 사이에 애가 생겼다는 걸 알게 됨
눈치 빠른 김종인이 그걸 모를리도 없고 너한테 넌지시 물었음 공주가 좋아 왕자가 좋아? 아, 순간 넌 멍때리게 됨
"누나, 난 지금 누나 남자 친구야. 왜 말 안 했어요?"
"어떻게 알았어?"
"먹성 좋은 김여주가 그렇게 좋아하던 매운탕 눈 앞에 두고 구역질 하는데 누가 몰라요?"
역시 귀신은 속여도 김종인은 못 속인다고 김종인이 몇주 전 너도 몰랐던 이상 증세를 제일 먼저 눈치 챘나 봄
네가 할 말을 잃고 고개만 숙이니까 김종인이 네 머리에 제 손을 얹고 안으면서 걱정하지 말라고 속삭여 줌
지금까지 네가 걱정하고 스트레스 받던 게 한 순간에 녹는 느낌이라 넌 엉엉 울었음
"누나, 조금 이르긴 하지만 우리 엄마 아빠 할까? 김종인, 김여주 말고 신랑 신부는 어때?"
5. 오세훈
네 남친 오세훈은 철이 없는 건지 세상 물정 모르는 초딩인 건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말로 널 종종 당황시키는 연하남임
부모 잘 만난 덕에 걱정 없이 살아서 그런지 약간 말하는 게 거침없기도 한데 네 눈엔 그 모든 게 매력으로만 보임
주위에 여자는 많으면서 여사친 그 이상으로는 절대 생각 안 하는 것도 좋고 아무튼 다 사랑스러운 연하남임
그리고 너도 슬슬 화법이 그 오세훈을 닮아서 그런지 거침없을 때가 종종 있음 그런 네가 애를 갖게 됨
당연히 애 아빠는 오세훈임 너는 그 초딩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아득해져 넌지시 툭 던짐
"야, 네 여친 임신했다."
"??? 내 여친 누나잖아"
"어… 그러니까 내가 네 애 가졌다고."
"그 열 달동안 뱃속에 애 품고 있는 그 임신?"
이게 뭔 박 터지는 소린가 싶어 미간에 주름 잡으면서 네가 떨떠름하게 대답함
"어… 그 임신."
그러자 오세훈이 네 신경 건드리는 말을 함 아, 망했다 라며 들고 있던 핸드폰을 소파에 던지는
오세훈 모습에 넌 슬슬 빡치기 시작하지만 뱃속에 있는 애를 생각해서라도 속으로 릴렉스 릴렉스를 외치며 입을 열었음
"야, 그래도 망했다는 너무하지 않냐?"
"아, 이럴 줄 알았다면 엊그제 우리 본 야동 좀 더 화끈한 걸로 고를 걸"
"이건 또 뭔 개같은 소리야?"
"조기 교육이 중요하대잖아, 누나. 우리 애기도 아빠 닮아서 정력왕 되어야 하는데, 너무 약한 거 봤다."
"와 넌 진짜 대단한 미친놈이다."
"누나는 그 미친놈 아내 될 사람이면서."
---
혹시 이런 건 싫으신가요 ㅎㅎ... 괜찮으시면 소재는 항상 받아요
아까운 포인트 덧글 달고 받아갑시당:)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