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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고야 김종인이, 니는 짝꿍이 쳐자빠자고 있으면 뜨거운 우정으로 등짝을 후끈후끈허게 맹글라야제 뭐하노!서울노마들은 하나같이 니맹글로 글케 정이 없나?"



저 말은 틀렸다. 아, 물론 다 틀린 건 아니고.내 짝꿍이 '쳐자빠자고' 있긴하다. 밤에 잠은 안자고 뭘 했는지 나야 모를 일이지만 수업 종이 치고 선생님이 짝인 나에게 안깨우냐고 뭐라할 정도로 본인 집 침대 위에서 자는 듯 시끌벅적한 사내놈들의 쉬는시간 동안에도 요동이 없었다. 그렇지만 지금 자고 있는 오세훈과 나는 뜨거운 우정을 나누지도 않았고 등짝을 후려쳐 깨울만큼 친하기는 커녕 어색하디 어색한 사이였다. 아침에 의자를 끌어내며 바로 옆에 앉을 때도 안녕이라는 간단한 인사말을 나누기보다 힐끔 쳐다보고 눈을 피할 그런 사이. 딱 그 정도 사이였다, 오세훈과 나는. 또 선생님 말의 틀린 대목을 따지자면 나는 서울 사람이 아니였다. 고향은 순천이고, 중학생 정도 쯤에 집안 사정으로 잠시 서울에 살았던 것 뿐이다. 그리고 난 정이 없지도 않다. 정말 깨우기가 꺼려질 정도로 어색할 뿐.

내가 멀뚱멀뚱 선생님을 쳐다보며 머릿속으로 선생님의 말을 반박하는 사이 내 짝, 오세훈은 입을 쩍 가감없이 벌려 하품을 하곤 눈을 비비며 어기적어기적 일어나 바른 자세로 앉았다. 선생님의 호령에 잠이 달아난 모양이었다. 오세훈이 앉아있는 자세를 볼 때마다 곧추 서 있는 허리에 나도 모르게 잔뜩 굽어진 내 허리를 바로 세우게 된다. 그리고는 거의 항상 똑같은 생각을 하곤 한다. 쟤는 척추에 지지대라도 있나, 어떻게 저렇게 조금도 굽히고 있질 않지. 지금 역시도 나는 그런 생각따위를 하며 오세훈의 허리만끔 딱딱한 교과서 페이지를 한 장 넘겼다. 곁눈질로 힐끔 옆 책상을 보니 오세훈은 눈만 뜨고 앉아있다 뿐이지 책을 펴려는 시도 조차 하지 않았다. 그저 밝은 갈색으로 물들인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베베 꼬며 한껏 지루한 표정을 지을 뿐. 오세훈은 길쭉하고 커보이는 손을 들어 남자치고는 좀 고와 보이는 손가락으로 계속 본인의 얼굴선을 만지다 머리카락을 꼬다 핸드폰의 유리액정을 만지다를 반복했다.

한참을 계속 책상 밑으로 고개를 쳐박고 있던 오세훈이 갑자기 머리를 들어 나를 쳐다 봤다. 갑작스러운 눈길에 나는 놀라 누가봐도 어색할 몸짓으로 삐그덕 오세훈을 보던 눈을 돌려 책으로 쳐박았다. 괜히 자연스러운 척 칠판을 보다 샤프를 하얗게 빈 공간 위로 놀렸다. 칠판을 보니 벌써 내용이 많이 지나 적어도 3페이지는 넘어갔을 것 같았다. 그렇다고 지금 페이지를 넘기자하니 오세훈의 눈이 신경쓰였다. 나는 그냥 가만히 앉아있으며 의미없이 샤프를 손위에서 돌렸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샤프의 끝에 시선이 꽂혀 버려 계속 쫓고 있으니 수업의 끝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경쾌한 종소리를 흥얼거리며 돌리던 샤프를 필통에 던져 넣어두고 책상 위로 엎드렸다. 좀 전, 0.1초의 시간동안 마주치고 피해버린 눈빛이 아직까지 날 진득히 따라오는 느낌에 등이 따끔거렸다. 왜 저렇게 쳐다보는거야. 두 팔 안에 얼굴을 묻어 가리고는 팔과 책상 틈으로 오세훈을 몰래 힐끔힐끔 쳐다봤다. 뾰족한 턱이 앞을 향하고 등에서 따끔거리던 시선도 사라졌다. 오세훈은 손을 주머니에 꽂고 몸을 흔들흔들 움직였다. 의자로 장난을 치고 있는 것같은데, 저러다 넘어지면 어쩌려고.

쉬는 시간의 끝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5분도 흐르지 않은 것같은데 벌써 10분이 지났나보다. 침묵 속에 따분히 앉아 있는 50분이라는 긴 수업에 비해 나의 눈이 시끄러운 소음 속에 묻힐 수 있는 쉬는 시간은 너무나 짧았다. 아, 수업 듣기 싫다. 나도 모르게 중얼거리며 내뱉은 말에 오세훈이 나를 쳐다봤다. 오세훈은 항상 무언가를 뚫어버릴 것처럼 쳐다보곤 했는데 오늘은 그 대상이 나인가 싶을만큼 아까부터 계속 나를 쳐다봤다. 뭘 봐. 오늘 내가 오세훈에게 들은 첫 말이였다. 보고있던 건 본인이였으면서 나한테 그러는 건 무슨 경우야. 속에서는 오세훈을 향한 정리되지않은 말이 가득했지만 그저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돌려 아직 오지않은 선생님 덕분에 텅 빈 칠판으로 시선을 던졌다. 짜증나.갑자기 치고올라오는 불쾌한 감정들에 얼굴을 펼 수 가 없었다. 아, 왜이렇게 갑자기 기분이 나쁘지. 짜증나. 

종이 몇 번 더 울렸다. 하루종일 종소리에 맞춰 움직이니 꼭 죄수가 된 것같았다. 뭐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수용소에 갇혀 억센 손길에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그런 사람들 있지않은가, 내가 그런 사람들 같았다. 지금 나는 종소리에 맞춰 식판에 밥과 국, 반찬을 받아 우적우적 입에 쑤셔넣는 장면의 죄수인가. 숟가락을 들어 화면 속의 죄수처럼 밥을 게걸스레 퍼먹다 맞은편에 친구들과 앉아 밥을 먹던 오세훈과 눈이 마주쳤다. 젓가락으로 밥을 휘젓던 오세훈이 입 안 가득 음식물을 담아 빵빵해진 내 볼을 보더니 픽 바람새는 웃음을 흘렸다. 오세훈은 한번도 내 앞에서 웃은 적이 없다. 그렇다고 아예 웃음이 없는 냉혈한 인간은 아닌 것같은데, 지 친구들과는 장난치며 큰소리로 얼굴을 일그러뜨려 웃기도 했으니 말이다. 오세훈은 꼭 내가 오세훈의 시야 안에 걸릴만한 장소에 있으면 친구들이 아무리 박장대소를 해도 딴 세상의 사람처럼 무표정의 딱딱한 모습을 고수했다. 나에게는 지나가다 보는 웃음조차 허락을 하지않는다는 듯이. 그래서 급식실에서의 바람새는 웃음이 처음이였다. 나를 눈 앞에 둔 오세훈의 첫 웃음.

어느새 하늘이 어둑어둑해졌다. 뜨겁게 지구를 비추던 태양도 쉬는데 하루종일 딱딱한 나무 의자에 앉아 지루한 수업을 들은 나는 아직 집에 가지 못한다. 대한민국의 고등학생의 삶이 원래 이렇다는 담임의 일상적인 잔소리에 나는 그냥 샤프를 손 위로 놀릴 뿐이였다. 담임이 야자 튀는 놈들 내일 다 가만 안둔다는 말을 끝으로 교실을 나가자 오세훈은 분명 아무것도 들어있지않아 깃털같을 가방을 둘러매고 교실을 빠져나갔다. 아무래도 담임의 말은 안중에도 없고 더이상 앉아있는게 무리라는 본인의 지극히 주관적인 판단으로 집에 가거나 피시방에 갈 계획인 것같다. 오세훈은 매일 이런저런 핑계로 야자를 빼먹기 일쑤였고 수업시간에 잠만 자는 경우가 허다함에도 공부를 쫌 잘했다. 심지어 매일 필통조차 들어있지 않은 패션 가방을 매고 학교를 오가는데도 이렇게나 성적이 잘나온다는 건 조금 불공평하다. 생각해보면 오세훈은 가지지 못한게 없다. 여자애들이 꺅꺅거릴 만큼의 잘난 외관(키나 얼굴 따위 말이다.)을 가졌고 공부 안해도 성적나와주시는 똑똑한 머리도 가졌고 소문에 의하면 집도 잘 산다니 돈도 가졌네. 그렇다고 오세훈이 부럽다는 게 아니긴 개뿔...맞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 오세훈이 부럽지 않은 사람은 몇되지 않을거라 확신할 수 있다. 잘난 왕자님에게 부족한 것이 있다면 쌀쌀맞다 못해 비바람 부는 한겨울보다도 차가운 성격이랄까. 그마저도 여자애들에겐 큰 문제는 아닌 것같아 보이지만. 오한이 드는 눈초리로 쳐다보면 무서워서라도 못따라다닐 거같은데 오세훈 뒤꽁무니를 따라다니는 여학생들은 웃기게도 많다. 심지어는 대학생 누나들도 오세훈 얼굴 한 번 보겠다고 줄을 선다던데 말 다했지. 에이씨, 오늘은 그냥 집에 갈까. 영 공부할 기분이 아니다. 담임이 오늘 야자 감독이였다면 씨알도 안먹힐 변명거릴 던지며 학교를 빠져나왔다.

쟤는 한참 전에 나가더니 여태 안가고 교문 앞에서 뭐하지. 인사도 없이 그냥 지나치려니 오세훈이 내 손목을 잡아 세웠다. 내가 계집애도 아니고 손목이 뭐냐 손목이. 겉으로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왜그러냐는 듯이 최대한 순수하게 쳐다보았다. 야 김종인 너 어디사냐? 뜬금없이 내 호구조사라도 하는건지 오세훈은 내 집을 물어봤다. 그런건 왜 물어봐? 아, 씨발 됐다 그냥 가라. 멈춰세울 땐 언제고 또 이젠 가란다. 뭐야. 오세훈은 약간 미친 것 같이 욕만 중얼거렸다. 미친 것 같은게 아니고 미친게 맞네. 난 그대로 몸을 틀어 집 방향으로 걸어갔다.



아아악 씨발, 오세훈 이 멍청이 또라이 새끼. 진짜 개병신이다 씨발.



미친 오세훈의 고함이 들려왔다. 오세훈의 목소리는 멀어지다 이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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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와ㅋㅋㅋㅋ 세훈이가 종인이한테 관심있나봐요ㅋㅋㅋ 청게청게한데요? 이런 거 왜이렇게 좋죠 풋풋해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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