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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의 사정

w. 탁구야김탁구

 

 

채 가시지 않은 꽃샘추위에 옷깃을 꼭꼭 여민 신입생들이 각자의 부푼 설렘을 품에 안은 채 일학년의 첫날을 맞기 위해 교정을 밟고 있는 이곳은 바로 비정상 고등학교, 무려 120년의 역사를 지닌 유서깊은 사립 고등학교다. 이 동네 근방의 학생들이라면 이 고등학교에 입학하기를 소원해 마지 않지만, 이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과정은 그야말로 험난한 여정이 따로없다. 중학교 3년 내내 최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해야만 최소한 입학 신청자 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으며, 우수한 성적 뿐만이 아닌 소위 있는 집안 자식들만 들어갈 수 있는 귀족학교였다. 세간에서는 입학을 위한 불법 찬조금이 돈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입학 경쟁이 치열하니 비정상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영광은 평범한 서민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다. 

교정을 밟고 있는 학생 인파들 중에는 타쿠야도 속해 있었다. 아버지가 타쿠야의 성적이 제법 괜찮게 나온다는 이유만으로 하도 가라며 강력하게 등을 떠미는 바람에 본인 의지와는 상관없이 반강제로 이 학교의 신입생이 되었다. 얼떨결에 입학은 했으나 막상 입학식을 하고 있자니 아이들이 하나같이 다 어딘가 예사롭지 않은 포스를 풍기는 탓에 이 학교에 잘 적응이나 할 수 있을런지 벌써부터 타쿠야는 걱정이 되었다. 다들 공부만 주구장창 팠을 것 같은 인상에 기가 죽어 말 한마디 한번 나누지도 못한 채 입학식을 끝내야만 했다. 또래보다 훌쩍 큰 키에 훈훈한 외모완 달리 소심한 타쿠야는 벌써부터 주눅이 들었다. 나.. 잘 할 수 있을까. 이 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아낌없이 해주시던 부모님을 위해서라도 잘 적응해나가야 한다.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타쿠야가 의지를 다졌다. 1학년 5반. 반의 팻날을 재차 확인한 타쿠야는 배정받은 새 교실에 들어갔다. 아직 아이들은 몇 안 온 것 처럼 보였다.

다행이다, 지각은 아니구나.. 가슴을 쓸어내린 타쿠야가 눈에 보이는 아무 자리에나 착석한 후 가방에서 필통과 공책을 꺼내들었다. 혹시 모르니, 미리 준비해 두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멍하니 앉아 선생님이 앞문을 열고 들어오기만을 기다리던 갑작스레 불현듯 드는 인기척에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헉.. 짐짓 놀란 타쿠야가 눈이 마주칠까 도로 고개를 앞으로 돌렸다. 상상도 못했던 인물이 교실 안에 들어와 있었다.

블레어였다. 이 학교에 친구 하나 없는 타쿠야도 블레어 만큼은 알았다. 중학교 때부터 블레어의 악명은 이 근방 일대에 자자했었다. 싸움질에 관심이 없는 타쿠야조차 별별 소문들을 들을 수 있었을 정도였으면 말 다했다. 초등학생 때 중학생 4명을 상대로 맞짱에서 완승하고, 제게 훈수를 두는 선생님을 빵빵한 집안 빽으로 학교에서 쫓아내고, 중학생 때부터 조폭들이 자신들의 조직으로 스카웃 하기 위해 학교 정문에서 대기하고 있었다는 등 갖가지 험한 소문들이 돌았다. 이 무시무시한 소문들이 극히 일부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면 말 다했다. 더군다나 타쿠야가 중학교 2학년 때, 방과 후 타쿠야의 학교에 오토바이를 끌고 찾아와 운동장에서 학교 일진들과 패싸움을 벌이는 것을 목격한 적이 있었더랜다. 그 때의 블레어는 선생님들조차 싸움을 함부로 말릴 수 없을 정도로 가히 특출나게 싸움을 잘했었다. 그 패싸움 이후로 블레어는 자신의 입지를 더욱 더 다졌고 자신의 학교 그 누구 하나 블레어를 두려워 하지 않는 사람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 때의 야차같던 모습을 떠올리며 타쿠야는 진저리를 치고 있었다. 하지만 평화는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 야. "

순간 저를 부르는 듯한 블레어의 목소리에 타쿠야의 머릿 속 사고회로가 정지했다. 저를 향한 것이 아니길 바래보지만 이 쪽에 앉아있는 사람은 저뿐이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어수선하던 교실은 장례식이라도 치루는지 정적만이 맴돌 뿐이었다. 굳어버린 목을 억지로 비틀어 뒤를 쳐다본 타쿠야는 블레어와 시선이 마주치곤 그대로 얼음이 되었다. 머리를 노랗게 물들이곤, 교복은 풀어해친 채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불퉁스러운 눈빛을 하고 있었다. 제발, 누가 살려줘... 주위에 도움을 요청하는 눈빛을 한껏 발산해보지만 하나같이 다 필사적으로 모른 척 할 뿐이다. 젠장.. 이 비겁한 놈들..

" 어.. 왜..? "

타쿠야의 대꾸해보지만 나오는 목소리는 절로 지레 겁먹어 힘이 없다. 타쿠야 본인보다 키가 한참이나 작은 블레어지만 그 배의 일진 오오라를 방출해 겁 먹은 탓이다. 용기를 내 대꾸를 정말 너가 잘못한 걸 모르냐는 것 마냥 눈빛이 더욱 더 매서워졌다.

" 지금 너가 내 자리에 앉아있잖아, 병신아. "

어, 어... 내가 얘 자리에 앉아있었나..? 당황한 타쿠야의 머릿속이 백짓장처럼 새햐얗게 탈색되었다. 그나저나 아직 자리는 안 정한 것 같은데.. 의문이 일었지만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진 못하고 순순히 앞자리로 잽사게 자리를 옮기는 타쿠야였다. 뒷자리에서 제게 구멍이라도 낼 셈인지 제게 눈을 부라려 오는 블레어탓에 겁만 많은 주책맞은 심장이 쿵쾅쿵쾅 나 무섭다며 요동친다. 앞자리 말고 좀 더 먼 자리로 갈 걸.. 타쿠야가 눈물을 삼켰다. 이 자리에 앉아 조금만 거슬리는 행동을 했다가는 그 순간 등 뒤로 볼펜이 날아와 꽂힐 것만 같았다. 대체 이 학교에 어떻게 들어왔는지 정말 알 길이 없었다. 하긴, 그러고 보니 머리가 좋아서 공부도 꽤 한다고 들었고, 소문에 의하면 대통령 조카라던데.. 못 들어올 이유 또한 없었다.

하지만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소문으로만 듣던 블레어랑 같은 학교에, 같은 반이 되리라곤 꿈에도 몰랐었던 타쿠야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평범한 인문계 갈걸.. 우리 아빠는 왜 또 욕심을 부리셔선.. 첫 날 부터 운이 좋지 않아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담배를 피는 모양인지 담배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나는 것이 마치 제 등 뒤로 굴뚝이라도 새로 뚫린 것 같다. 하지만 소위 말하는 범생이들만 모인 이 교실 안에 실내에서 뻔뻔히 담배를 피는 이 안하무인에게 담배 연기가 타인의 기관지 기관에 얼마나 큰 악영향을 줄 수 있는지 설명해 줄 위인은 없었다. 다들 있어도 모르는 척, 그래도 안 그런 척, 어서 한시라도 빨리 선생님이 와 제지해주길 바랄 뿐이다. 그러나 타쿠야 생각엔 감히 대통령의 조카에게 담배를 압수하고 벌점을 먹일 선생님 역시 존재하지 않을 것만 같아 불안했다.

타쿠야가 자리에 앉은 지 얼마 안 되어 담임을 맡을 선생님이 교단 앞에 섰다. 그리고 타쿠야의 생각은 적중했다. 자신의 담임 선생님은 이번이 첫 담임으로 보이는 젊은 여교사였고, 블레어에 대해 이미 교무실에서 소문을 듣고 온 듯 잔뜩 울상이 되어 하마터면 존댓말을 쓸 뻔했다. 블레어는 예상대로 여선생님의 명령에 전혀 불응했고 담임선생님과의 첫 시간은 충격을 받은 선생님탓에 엉망이 되었다. 그 이후로 들어오는 여러 교과목들의 선생님들 역시 매한가지란 사실을 깨달은 1학년 5반의 타쿠야를 비롯한 온 학생들이 분노함과 동시에 절망했다. 아빠에게 말해 교장에게 따지겠네 어쩌겠네 하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학부모들이 암만 사회에서 성공하고 대우받는 사람들일지 몰라도 과연 대통령의 조카에게 따질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앞으로 블레어와 함께하는 일년이 영 순탄하지 않을 것만 같은 오싹한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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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오오 금손작가님♡♡♡♡ㅠㅠㅠㅠㅠ빨리 다음편을ㅠㅠㅠㅠ잘읽었어요ㅠㅠㅠㅠ♡♡♡♡
9년 전
독자2
재밌어유ㅋㅋㅋㅋㅋㅋㅠㅠㅠㅠ문체도 완전 취저고ㅠㅠㅠㅠㅠㅠㅠㅠ자까님 사랑해여 잘읽었슴다!!!! 다음편 기대할게요!!
9년 전
독자3
완졍 기다렸어요ㅠㅠㅠㅠㅠ 탘블탘블 감사합니다ㅠㅠㅠㅠ(주섬주섬) 제 사랑을..♡
9년 전
독자4
ㅠㅠㅠㅠㅠㅠ왜 그동안 글 안올리셨어요..ㅠㅠㅠ기다렸잖아여!취적!!♡.♡
9년 전
독자6
탘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탁구 쭈굴쭈굴 귀여워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다음편도 기대할게요..!!
9년 전
독자7
영고탘...☆★ 타쿠야 힘내요...☆★ 어디서 짠내가...ㅠㅠㅠㅠㅠㅠ 그취에서 글 보자마자 달려왔어요!(수줍) 다음편도 기대할게요!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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