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https://instiz.net/writing/1229741주소 복사
   
 
로고
인기글
공지가 닫혀있어요 l 열기
필터링
전체 게시물 알림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혹시 미국에서 여행 중이신가요?
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소년 전체글ll조회 1307


 

 

 

 

 

 

 

 

 

 

 

 

 

 

 

 

 

 

 

 

[EXO/루민] 로맨틱 라디오 04 | 인스티즈

 

 

 

 

 

 

 

 

 

 

 

 

 

 

 

 

 

 

 

 

 

 

 

 

 

 

 

 

 

 

 

 

 

 

 

 

 

 

 

 

 

 

“답지 않네.”

 

 

 

 

 

 

 

나다운 게 대체 뭔데. 루한은 백현의 말에 살짝 미간을 좁혔다.

 

 

 

 

구두를 벗어 한쪽에 가지런히 놓으려다, 그냥 귀찮아서 대충 벗어두고 소파에 몸을 기댔다. 요즘은 눈이 안 오더니 빙판길이 나 한번 밟고 넘어지라고 기승이다. 집에 오는 길에도 바퀴가 미끄러져 잠시 휘청거렸다. 빙판길에 미끄러져 사망한 연예인이라는 화재거리도 썩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 건 왜일까.

 

 

 

 

 

 

 

 

백현은 제 모자를 벗어 올려두고 익숙하게 테이블 위에 올려져있는 쿠폰 북을 집어 들었다. 이 시간에 배달 오는 곳 어디가 맛있더라? 루한의 의견은 차 안에서부터 싸그리 무시한 백현은 제가 먹고 싶은 족발 집 전화번호를 중얼거리며 전화를 걸었다.

 

 

 “나다운 게 뭐야.”

 

 

루한의 말에 통화를 하고 있던 백현이 쿠폰 북에 있단 시선을 루한에게 옮겼다. 소파에 파묻힌 긴 인영은 말이 없다. 백현은 답을 않고 주문을 마친 뒤 느적느적 걸어와 루한의 곁에 앉았다. 요즘 바쁘다더니 상태가 영 아니었다. 거칠한 피부며 부르튼 입술까지. 얜 연예인인데 관리 안 받나.

 

 

 

 

“너다운 게 너다운 거지.”

“그게 뭐냐니깐.”

“김민석. 걘 예전부터 너 엄청 좋아하는 거 같던데.”

 

 

 

 

<들었어.> 끝말은 흘려져서 잘 들리지 않았다. 백현은 버릇처럼 제 아랫입술을 혀로 쓸었다.

 

 

친구지만, 정말 알 수 없을 때가 많다.

 

 

 

 

 

 

 

초인종이 울리는 소리가 들리고 백현은 카드를 들고 몸을 일으켰다. 두어마디 대화를 주고받는 소리가 들린다. 루한은 제 코트 주머니에서 느리게 핸드폰을 꺼냈다.

 

 

 

 

 

 

 

 

 

 

 

 

 

 

 

 

 

 

 

「잘 들어갔어?」

 

 

 

 

 

 

 

 

[루한 X 시우민] 로맨틱 라디오 04

W. 소년

 

 

 

 

 

 

 

 

민석은 크게 심호흡을 했다. 마지막으로 공대 건물 앞에 있는 전신거울로 제 모습을 전검한다. 오늘 지각해서 머리를 신경 안 썼더니만 삐죽 튀어나온 옆머리가 거슬린다. 평소라면 신경도 안 썼지만. 이상한 면에서까지 결벽증이 있는 민석은 끝이 맞지 않는 가방 끈 길이까지 다시 맞췄다. 마지막으로 꾸욱 튀어나온 옆머리를 누르는 것, 까지.

 

 

 

 

오늘 이렇게 신경 쓰는 이유는,

 

 

 

 

 

루한과 연락은 뜨문뜨문 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문자로 안부를 묻고 잠들기 전에 하루 일과를 말하고. 심심하면 통화도 하고. 떨려 죽는 줄 알았지만 얼굴을 안 보니 자신감이 생겼다. 루한은 의외로 투정이 많고 고집이 셌다. 뭐, 그런 부분까지 설레고 반한다는 게 흠이지만. 워낙 바쁜 루한때문에 만나는 건 바라지도 않았는데. 오늘은 스케줄이 없다한다.

 

 

 

 

-나 오늘 일 없어.

-좋겠다. 난 학교 가는데. 푹 쉬어.

-정말 그냥 쉴까?

-어?

 

 

 

통화를 하는 내내 루한은 끊기 전까지 번복해 물었다. 이런 면에서 민석은 눈치가 젬병인지라, 끊기 직전에서야 루한이 말했다.

 

 

 

-나랑 놀자고. 왜 그렇게 몰라.

 

 

 

 

그날 민석은 이불을 부여잡고 침대에서 데굴데굴 굴렀다.사두고 어울리지 않아 옷장에 박아뒀던 카키색 야상까지 빼 입었다. 신경 써 입고 나갈 대도 없었고 늘 수업 갈 때 구겨 입던 옷들이라 고민하다 야상점퍼를 꺼냈다. 루한을 만나는데, 과 점퍼는 , 좀.

 

 

 

 

학교 정문에는 익숙한 외제차가 보였다. 그 거리가 50M도 되지 않는데 체감은 500M로 느껴질 정도로. 민석은 무거운 걸음으로 나름 당당하게 걸었다. 조수석 문을 열기 전에 검게 썬팅 되어있는 창문으로 마지막 제 모습을 전검한다. 나름 괜찮은데? 민석은 앉자마자 안전벨트부터 채웠다. 차에 처음타본 초등학생마냥. 루한은 폰을 만지고 있었다. 민석이 타자마자 반가운 기색에 고개를 들었지만 상대방은 눈길한번 주지 않고 사고날것을 대비해 안전벨트부터 채운다.

 

 

 

“원래 이렇게 늦게 끝나?”

 

 

 

루한의 말에 민석이 화들짝 놀랐다. <왜 그렇게 놀라.> 낮은 목소리가 다정하게 울린다.

 

 

 

“많이 기다렸어? 미안. 최대한 빨리 나온 건데.”

“아니. 변백현도 늦게 끝나서. 원래 그런가 하고.”

“걘, 잘 돌아다니던데.”

 

 

 

 

루한은 작게 웃고 부드럽게 차를 몰았다. 어디로 가는지는 잘 몰랐지만 민석은 그저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 작게 손장난을 쳤다. 그간 연락 하면서 나름 괜찮아졌다 싶었는데 심장이 다시 지랄 발광이다. 나대지마. 심장아.

 

 

 

 

아까 놀란 것도 존나 쪽팔려 죽겠거든.

 

 

 

 

 

 

 

 

*

 

 

 

 

 

 

 

 

 

간단하게 식사를 하자며 루한은 전혀 간단해 보이지 않는 이탈리아 요리 전문 레스토랑에 들렀다. 기본으로 세팅되는 에피타이저가 몇 만원을 훌쩍 넘는 것 같아 민석은 손에 쥔 포크를 조심히 내려놓았다. 사실 나이프를 써야할지, 포크를 들어야 할지 잘 몰랐기 때문에. 포크는 세 개에 나이프만 두개였다. <안 먹어?> 익숙하게 칼질을 하던 루한이 물었고, 대충 루한과 비슷한 포크를 집어 정말 손가락만 한 고기를 찍어 먹었다. 뿌려진 소스가 과해 옆에 장식으로 있는 풀을 먹었더니 풀에 곁들여져 있는 드레싱은 더 했다. 결국 포크를 내려놓았다.

 

 

 

 

메인 요리가 나오고 허공에 잠시 손을 굼뜨던 민석을 보며 루한은 작게 미소를 지었다.

 

 

 

 

 

 

 

 

 

끝까지 다 먹긴 했다만, 음식이 영 맞질 않았다. 이런 곳은 올 일이 적었다. 최근이라 해봐야 입학 초기에 어쩔 수 없이 경수네 가족과 식사를 한 적이 있었다. 형님 생일 이였었나, 그때도 지금의 상황과 별반 다르진 않지만. 이런데 는 도경수나 오는 곳이지. 경수의 집은 서울 한복판 노른자 땅인 강남이라 그런가. 되게 좋던데.

 

 

 

 

다음에 들른 곳은 자동차 극장이었다. <이거 전 시리즈 봤어?>라고 물은 루한은 저의 대답을 듣고 가장 가까운 시간대의 표 두 장을 예매했다. 영화는 흔한 영웅이 전 시리즈에 이어 도시 파괴는 물론, 사람이 죽어도 상관없는 흔한 히어로 물이었다. 결국 악당은 지고 영웅은 승리한다. 루한은 그 뻔 한 영화가 재미 없는 건지, 이미 본 것인지 상영 내내 빈 허공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다. 민석은 루한이 신경 쓰이고, 루한은 시시했다. 루한은 영화를 자주 보는 편이 아니었다. 이 영화는 기다리는 게 싫어 가장 빨리 볼 수 있는 걸로 골랐지. 때마침 민석도 본거였고. 영화를 보는 내내 저의 눈치를 보는 민석은 볼만했다.

 

 

 

 

 

 

 

 

 

“……응?”

 

 

 

 

 

 

 

 

 

 

인적이 드문 공원을 걷던 민석의 시야 앞에 저의 손보다 큰 손 하나가 불쑥 들어왔다. 민석은 모르겠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손. 루한의 입이 움직였다. 조금, 떨어져 있던 루한이 성큼 민석의 앞에 섰다. 그대로 머뭇거리는 민석의 손을 잡은 루한이 제 코트 주머니에 깊숙이 찔러 넣었다. 작게 웃는 루한을 보니 속이 간지럽고 뜨겁다.

 

 

 

 

 

 

오늘도 루한의 손은 차다.

 

 

 

 

 

 

“민석아. 넌 내가 왜 좋아?”

 

 

내려다보는 눈은 온전히 맑고 순했다.

 

 

 

 

“잘 모르겠는데, 예뻐서 좋아.”

“나 예쁘다는 말 싫어하는데.”

“…그것도 알아. 예쁜데. 진짜.”

 

 

 

 

목소리가 점점 작아진다. ‘진짜’는 아예 들리지도 않았다. 루한은 살짝 입술을 짓눌렀다. 아랫입술에 가로로 긴 흉터가 눈에 들어왔다. 루한의 시시각각 바뀌는 얼굴을 보며 민석은 눈썹을 뉘였다. <근데 잘생기기도 했어…> 주머니 안 작은 손이 꾸물거린다.

 

 

 

 

 

 

“넌 얼굴만 좋아해?”

“…아니.”

“그럼?”

“보다 보니깐 좋아지던데…”

 

 

 

 

 

 

 

푸스스, 루한이 아이 같은 웃음을 짓는다. 잡은 손에 힘을 주며, 저를 내려 본다. 이런 일을 상상이나 해봤을까. 고등학생 때의 감정이 루한의 웃음에 의해 기폭제처럼 터졌다. 좋아한다. 좋아한다. 아무래도 난 어쩔 수 없이 루한의 모든 것을 좋아한다. 귓가에 얼굴을 바싹 붙이고 속삭인다. 귓가에 뜨거운 숨이 닿았다. 차가운 바람 때문인지 온 몸에 오소소 소름이 돋는다.

 

 

 

 

 

 

 

 

 

 

 

 

 

 

 

 

 

 

좋아해줘서 고마워, 민석아. 진짜 고마워. 나도 너가 좋아. 계속 너랑 같이 있고 싶어. 너가 날 좋아한다는 게 기뻐. 민석이 너도 좋지. 정말 고마워.

 

 

 

 

 

 

 

 

 

 

*

 

 

 

 

 

 

 

 

 

 

 

<오늘은 시간이 남아서 영화를 보고 왔어요. 주인공이 악당들을 막 해치우는 게, 정말 재밌더라고요. 청취자 여러분들도 시간 되면 한번 보세요. 결말을 알면 재미없으니깐 제가 말해드리진 않을게요.>

 

 

 

 

 

 

 

 

 

 

 

 

오늘은 시간 때우기로 할 게 마땅히 없어서 쓰레기 B급 영화를 보고 왔어요. 주인공이 극적인 반전으로 온갖 괴로움을 다 격고 나중에는 조력자의 도움으로 슬픔을 딛고 악당들을 막 해치우는 게, 정말 뻔 하더라고요. 팩트는, 그 조력자는 악당에 의해 죽어요. 그러니깐 청취자 여러분도 시간이 되면 다른 걸 하세요. 이딴 영화 보지 말고. 결말이 존나 뻔 하니깐 이쯤 말해도 알아듣겠지.

 

 

 

 

 

 

 

 

 

 

 

 

<빙판길 미끄러우니깐 조심하시고 항상 따뜻하게 입고 다니세요. 마지막으로 영화 OST 틀어드릴게요.>

 

 

 

 

 

 

 

 

 

 

 

 

엿같이 길이 얼었으니깐 알아서들 하시고 멋 부리다 얼어 죽기 전에 껴입으세요. 영화 OST도 거지같으니깐 영화도 별로네요. 노래 들으니깐 그 뻔 한 내용이 줄기차게 다시 생각나네.

 

 

 

 

 

 

 

 

 

 

 

 

 

 

<지금까지 루한이었습니다.>

 

 

 

 

 

 

 

 

 

 

 

 

오늘 하루도 눈물 나게 똑같은 루한이었습니다.

 

 

 

 

 

 

 

 

 

 

 

 

 

 

 

고장 난 라디오는 오늘도 아무렇지 않게 거짓말을 한다.

 

 

 

 

 

 

 

 

*

 

 

 

 

 

 

 

 

조별 과제는 이 세상에 왜 존재하는 것일까. 신입생의 자료는 아직도 부족하고, 나머지는 요령이 생겨서 듬성듬성 테두리만 맞춘다. 저 선배는 대체 졸업을 언제 할까. 내년이면 졸업반이고, 부족한 학점들은 많았다. 결국 백현은 없는 천성을 있는 대로 끌어올려 화를 삼키며 과제를 끝냈다. 시발. 시발. 욕이 끊임없이 나온다.

 

 

 

 

 

집은 나름대로 잘 산다고 생각한다. 대학교도 나름 잘 갔고. 백현의 기준에서 '나름'은 그 정도이겠지만, 부모님은 달랐다. 더 높은 대학교를 원하셨고, 구체적인 직업으로 '의사'를 희망 하셨다. 위로는 형이 한명 있는데, 서울대학교를 나와 레지던트과정을 거쳐 2년차 의사가 되었다. 형의 성공 뒤로 백현에 대한 기대감이 나날이 늘어났다. 보란 듯이 수능을 망치고 온 날, 집 안은 개미 한 마리도 없는 것처럼 고요했다.

 

 

 

언제부터였을까. 집안의 개보다 못한 취급을 받은 게.

 

 

 

 

 

 

 

 

 

 

 

 

 

-취업 준비는 하니?

 

 

 

오랜만에 형이 집에 와 외식을 하던 중 아빠가 물었다. 아빠는 본래 말수가 적으신 분이었고, 그 날은 지나치게 많았다. 엄마가 나를 본다. 형이 나를 본다. 아빠가 나를 본다. 그때, 나는.

 

 

 

 

 

그대로 일어나 자리를 나왔다.

 

 

 

 

그 날은 솜뭉치 같은 눈이 지랄 맞게도 내렸다.

 

 

 

 

 

 

 

 

 

 

 

 

 

 

루한의 집에 들렀다. 들어서자마자 루한의 체향이 몸을 감쌌다. 그리고 들렸다. 새된 여자의 신음과 간헐적인 남자의 숨소리가. 학교에서도 지랄이고 여기서도 지랄이고.

 

 

 

티비를 켜고 음량을 최대로 높였다. 이제야 안 들리네. 만족하며 소파에 편한 자세를 찾으려 몸을 뒤챘다. 얼마안가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더니,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루한이 티비를 가린다.

 

 

 

 

 

“치워라. 더러우니깐.”

“왜 왔냐?”

“너 섹스 하는 거 보러.”

 

 

 

 

 

 

티비로 울먹이며 가증스러운 얼굴로 훌쩍이는 여자 연예인이 보인다. 루한의 허벅지 사이로. 여자 좀 보려 했것만, 보이는 건 제 것과 똑같은 루한의 남성이다. <비키라니깐?> 루한이 인상을 쓴다. 얼마 안가 속옷도 못 갖춰 입은 티비 속 가증스러운 여자가 발소리를 죽이며 집을 나간다. 다시 티비를 보았다.

 

 

 

 

 

그 여자 연예인과 연기하는 루한이 보인다.

 

 

 

 

 

 

 

“밥 줘?”

“아니.”

“…….”

“옷 입어. 토 나오니깐.”

 

 

 

 

 

 

 

 

 

들은 척도 안하던 루한이 굴러다니는 쿠션 하나를 집어 대충 휑한 아래만 가렸다. 오늘 김민석이 얘 만난다고 방방거리던데. 걘 루한이 이러는 건 알까.

 

 

 

 

 

 

“김민석 만났다며.”

“응.”

“걔랑은 섹스 안하냐?”

“뭔 개소리야.”

 

 

 

 

 

 

 

 

 

 

 

핸드폰을 확인한 루한이 바쁘게 손을 놀린다. 평소 핸드폰은 장식인 루한이 누구에게 정성들여 문자를 보낼까. 그게 궁금해 눈알만 굴려 액정을 보았다.

 

 

 

 

 

 

 

 

 

 

 

 

 

 

 

김민석.

 

 

 

 

 

 

 

 

 

 

 

 

 

 

 

이제 자려고. 방금 씻었어. 오늘 고마웠어. 피곤했지?

 

 

 

하루 데이트 일과를 줄줄 나열하는 연인 같은 문자에 헛웃음이 나온다.물을 마시러 일어난 루한이 컵을 들었다. 정수기 앞에 서있는 마른 등은 위태로워 보였다. 뭘 보냐는 눈짓으로 뒤를 돌아본 루한이 눈가를 좁혔다. 루한 저 새끼는 예나 지금이나, 한결 같이 제 멋대로다. 아이같이.

 

 

 

 

 

티비 속 루한이 말한다. <왜 나를 버려요?> 백현은 채널을 돌렸다. 스포츠 채널에 고정해두고 앞에 보이는 과자 봉지를 찢었다. 과제 때문에 조금 늦긴 했지만, 메이저리그 야구 경기는 아직 초반이다. 어느새 하의만 갖춰 입은 루한이 냉장고를 뒤적거리다 맥주 두 캔을 꺼냈다. 안주 거리로 팬들이 준 선물을 뒤적거리다 식탁 위에 매니저 형이 두고 간 귤이 보였다. 한창 제철이라 하더니, 크기도 야구공만하다.

 

 

 

 

 

 

 

“쳤어?”

“어”

“안타야? 넘어갔어?”

 

 

 

 

 

 

 

 

 

 

갑자기 커지는 소리에 루한이 귤을 챙기며 답을 재촉했다. 백현은 야구에 정신이 팔린 건지 루한은 안중에도 없었다.

 

 

 

 

 

 

 

 

“쳤냐니깐?”

 

 

 

 

 

 

 

한참이나 답이 없는 백현을 아니꼽게 보던 루한이 오른손에 들린 귤 하나를 백현에게 던졌다. 몸이 먼저 반응한 백현은 손에 쥔 리모컨으로 본능적으로 귤을 쳐냈다. 귤은 야구 관중들처럼 거실 구석에 있는 ―또 다른― 선물 상자들을 훌쩍 넘어 갔다. 티비 속사람들의 환호성이 커졌다. 백현이 입술을 내리며 볼륨을 줄였다. 시끄럽고 짜증이 났다.

 

 

 

 

 

 

 

 

 

 

 

 

 

 

“홈런이라고. 씹새야.”

 

 

 

 

 

 

 

 

 

 

 

 

 

 

 

아 맞다. 변백현 고등학생 때 야구했었지.

 

 

 

 

 

 

 

 

*

 

 

 

 

 

 

 

 

 

 

기분이 바닥을 쳤다. 기분이 좆같았다. 시발. 시발. 현실로 욕이 나온다. 자료 조사가 귀찮아 ppt를 총괄로 맡게 됐다. 그럼 시발, 자료 조사를 똑바로 해오던가. 박찬열은 조 잘 만나서 발 뻗고 잤다던데. 우리는, 시발… 1학년들은 시키면 시키는 것만 해오는 융통성 시발이고, 복학생이 문제인가. 어제 출처 지식인 형님을 보는 순간 그대로 꼭지가 돌아버렸다. 도경수가 말리지 않았다면 그대로 걔를 찾아가 욕지거리를 했을 거다. 결국 홀딱 밤을 새며 과제를 마치고, 그 복학생 이름은 ―ppt에서― 날려버렸다.

 

 

 

 

 

예상대로 복학생은 교수님이 나가자마자 김민석 이 미친 새끼야, 를 외치며 무서운 얼굴로 찾아왔다. 그러게 누가 꼰대질 하래 시발? 억울하면 내가 더 억울하지. 딱히 학점에 욕심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이건 해도 해도 너무 하잖아 시발아. 화를 참고 있자니, 옆에서 경수가 거들었다.

 

 

 

 

 

 

 

“군대를 늦게 쳐가더니 병장 놀이에 맛 들렸나봐. 저 새끼.”

“지보다 어린애들 밑에서 삽질하니 배알 꼴렸나보네.”

 

 

 

 

 

 

 

 

으득으득 이를 갈며 하는 말에 경수가 기분 상하지 않게 둥둥 맞장구를 쳐준다.

 

 

 

 

 

 

“어제 뭐했냐.”

“어제…?”

“걔랑.”

 

 

 

 

 

 

 

 

 

 

경수가 지칭하는 '걔'는 아마도 루한이겠지.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같이 밥도 먹고 루한은 칼질을 해도 멋있어서 느와르에 잘 어울릴 갓 같다고, 같이 영화를 봤는데 그 영화를 라디오에서 루한이 재밌었다고 청취자들에게도 보라고 권유 했다고, 영화를 보고 같이 공원을 걸었는데 손도 잡고 루한이가 말을 많이 걸어줬다고. 왜 자기를 좋아하냐고 물었는데, 내가 그냥 좋다고 했어. 웃는 것도 되게 잘 웃더라. 눈 끝이 구겨지는데 그거에 300백번도 넘게 반했는데 또 반할게 남아있더라. 30분정도 손잡고 걸었어. 사람도 없고 좋더라. 드라마 촬영이 요즘 힘들다고 매일 말해. 지방으로 내려가는 날엔 관두고 싶다고. 집에 들어갈 때 전화도 해주고 오늘 재밌었다고 문자도 막 해줬다?

 

 

 

 

 

 

 

 

 

 

정말 많은 일이 있었는데,

 

 

 

 

 

 

 

 

 

 

 

 

 

 

 

 

왜 정작 경수에게 할 수 있는 말은 아무것도 없을까.

 

 

 

 

 

 

 

 

 

 

 

 

 

 

 

 

루한이가 밥을 먹는데, 너무 익숙해 보이면서 울타리에 가둬준 동물 같았어. 제 음식만 먹고 그 대가로 시키는 일만 하는, 그런. 칼질이 너무 익숙해서 그런가? 영화를 볼 땐 많이 피곤해보였어. 되게 지루한 내용을 초점 없이 보고 있는 게, 보는 건가? 묻고 싶을 정도로. 영화를 보는 내내 루한이는 말이 없었어. 공원에서 걸을 땐 손을 잡아 줬는데 너무 차가웠어. 나보고 좋아해줘서 고맙데. 근데 하나도 기쁘지 않은 거 있지? 계속 30분 동안 그렇게 말했어. 좋아해줘서 루한인 너무 기쁘데. 근데, 기쁜 얼굴이 아닌 거야. 그래서 너무 그랬어. 말로 설명 할 수 없는. 라디오에서 그 재미없던 영화를 재밌다고 해줬어. 사실 루한이는 본 것 같지도 않았는데. 드라마 촬영 때문에 요즘 피곤하데. 이건 그냥 내 생각인데, 루한이는 그냥 자체가 피곤함을 느끼는 게 아닐까?

 

 

 

 

 

 

 

 

 

 

 

 

난 정말 ‘루한’이 아니라,

 

 

 

 

 

 

 

 

 

 

 

 

 

 

 

누구랑 얘기하고 있는 걸까.

 

 

 

 

 

 

 

 

 

 

 

“그냥 밥 먹고 영화보고.”

 

 

 

 

 

가장 대답하기 쉬운 ‘그냥’ 이라는 말을 빌린다.

 

 

 

 

 

 

 “좋았겠네.”

“좋았지.”

“존나 좋아 보인다.”

“…그래?”

 

 

도경수는 답을 하지 않았다.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살다보면 이런 고요한 순간들이 찾아온다. 이런 경우는 두 가지인데, 할 말이 없거나 말을 하지 않아도 될 경우. 지금의 상황은 전자 같지만 사실은 후자다. 가끔은 도경수와의 이런 정적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손에 쥐고 있던 폰에 진동이 울렸다. 경수의 눈치를 보다 조용히 일어났다.

 

 

 

 

 

 

발신자는, 루한이다.

 

 

 

 

 

 

 

“응. 루한아.”

“어디야?”

“학교.”

“다행이네. 있어서. 후문으로 나와. 너 보러왔어.”

“…왜?”

“보고 싶어서.”

 

 

 

 

 

 

 

경수를 뒤로하고 루한을 보기위해 내려간다. 내려가는 계단마다 창문 사이로 루한의 외제차가 보인다. 흘끗 돌아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어쩌면 당연하다. 조금 빨리 내려와서 숨이 찼다. 난 널 보면 이렇게 가슴이 뛰는데, 너도 그럴까?

 

 

 

 

공인인 루한이 차에서 내릴 순 없으니 내가 보조석에 올라탔다. 루한이 웃는다. 익숙하게 손을 끌어당겨 두 손으로 감싼다. 작은 입이 말한다. <춥지?> 차에 들어선 순간부터 루한의 모든 것을 눈에 담았다. 머릿속에 있던 가시감이 눈 녹듯 사라졌다.

 

 

 

 

김민석은 이런 사람이다. 루한 앞에선 아무것도 못하는.

 

 

 

 

 

 

 

창 밖에는 눈이 조금씩 흩날린다.

 

 

 

 

 

 

 

 

“밖에서 촬영하는 너가 더 춥지.”

“별로 안 추워. 괜찮아.”

“일찍 끝났으면 집에 가서 쉬지…”

“너 얼굴 보고 가려고.”

“…….”

“내가 김민석 보고 싶어서.”

 

 

 

 

 

 

 

 

 

 

어쩔 수 없이 오늘도 루한의 앞에서 웃어버린다.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머릿속에서 녹아버린 눈이, 창 밖에 눈처럼 다시 내리기 시작한건, 왜일까.

 

 

 

 

 

루한이 손등에 입을 맞췄다. 따뜻한 기운이 손등에 퍼진다.

 

 

 

 

 

 

 

이런 관계가 지속되면, 너와 나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루한과 김민석. 언젠가 우리 사이를 말로 풀어낼, 무언가가 있을까.

 

 

 

 

 

 

 

 

 

 

 

 

*

 

 

 

 

 

 

 

 

 

 

 

대학로의 여느 음식집들은 저녁 시간이 되면 사람들이 넘치다 못해 붐빈다. 간신히 난 자리에 백현과 민석이 숨을 돌리며 앉았다. 백현이 주문을 하는 동안 민석은 물티슈로 꼼꼼히 손을 닦았다. 쟤가 저렇게 닦는 거 보면 나도 저렇게 해야 할 것만 같잖아. 주문을 마친 백현도 손을 닦았다. 김민석 성에 안찰까봐 두 번씩이나. 꼼꼼히. 사실 대학로에서 맛 집 찾기는 쉽지 않다. 이곳도 뭐, 다 값싸고 그 값 대로지. 순대볶음은 싸고 맛이 없었다.

 

 

 

 

 

 

김민석은 어쩜 그렇게 맛없는 걸 맛있게 먹을까. 백현은 민석과 밥을 먹을 때마다 신기했다. 극한의 다이어트를 해도 빠지지 않는 볼 살이 음식을 씹을 때마다 오물모울 움직인다. 루한이 백현과 통화를 한 뒤, 백현이 찾아왔고, 루한을 보내고 백현이 말했다. <밥 먹었어?>

 

 

 

 

 

그 뒤로 같이 이렇게 밥을 먹고 있지요.

 

 

 

 

 

 

“루한한테 휘둘리진 마.”

“어?”

“존나 좋아도, 이끄는 대로 따라가지 말라고.”

 

 

 

 

그 새끼한테 휘둘린 여자가 한둘이 아니거든, 백현은 올라오는 말을 야채와 함께 삼킨다.

 

 

 

 

 

 

 

 

 

 

“…걱정해주는거야?”

“뭐?”

“그거. 걱정 아니야?”

“그런 건가.”

“감동이네.”

“지랄.”

 

 

 

 

 

 

 

민석이 소주 한 병을 추가 시켰다. 아줌마가 바빠서 듣질 못한 거 같아 결국 제 발로 일어서 소주를 빼왔다.

 

 

 

 

 

 

 

 

“백현아.”

“엉. 김민석아.”

“너가 보기엔 나 되게 한심하지.”

 

 

 

 

 

 

 

 

김민석은 말을 하면서도 고개를 들지 않았다.

 

 

 

 

 

 

 

 

“응.”

“야, 그럴 땐 아니라고 해야 하는 거야…”

“그런 걸 그렇다하지. 왜 아니라고 해.”

 

 

 

 

 

 

 

 

 

 

 

 

 

 

민석이 멋쩍게 웃는다. 웃을 때 입 양쪽에 짙은 입동굴이 생겼다.

 

 

 

 

 

 

 

 

 

 

 

 

 

 

 

 

 

 

민석아. 김민석아.

 

 

 

 

 

 

 

 

 

 

 

 

 

“너 야구 좋아하냐?”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노트북  바꿨어요 뾰로롱 맥북인데 짱짱 불편... 오타 많을 수 있다는...!

 

오늘은 한시되기 일분전......................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대표 사진
독자1
루한아......ㅠㅠㅠㅠㅠㅠㅠ민석이랑 루한이는 어떻게 되는걸까요!? 작가님 글 항상 잘 보고갑니다♡♡♡♡♡♡♡♡오늘도 완전 집중해서 읽었네요....ㅠㅠ
10년 전
대표 사진
독자2
뭐죠 저번에 불안랬던 게 현실로 다가온 것 같아요 민석이가 누구와 이야기하는 지 처음에는 짝사랑에 조금 빛이 보여서 괜찬ㄹ은 것 같았는데..ㅠㅠㅠㅠㅠㅠㅠ루란응 무엇이 그렇게 지겨운 걸까요? 모든 게 똑같고 지루해서 민석이를 만나보면 조금이라도 나아지는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요? 그나저나 백현이가 다가간 것 같아요 야구 좋아해? 라니 왠지모르게 데이트 신청 같기도 하고ㅋㅋㅋㅋㅋ 너무 궁예ㅔ이기능 한데 이번 작가님 글 보면서 백현이의 삶도 녹록치 않다는 걸 보여줬자노아요 어쩌면 이 둘에게 민석이가 꼭꼭 필요한 존재가 될 수도 있는 것 같아요. 잘 보고 가야!!!
10년 전
대표 사진
독자3
오늘 분량 난리 났네요..스크롤을 내려도 내려도 끝이 없어ㅠㅠ감덩입니다..근데 다 읽고 나니까 되게 씁쓸해지네요ㅎ루한의 무기력함에 민석이도 끌려가는 느낌? 썩 좋진않은 느낌..ㅜ.ㅜ 비지엠도 우울한게 글 분위기랑 잘 어울려요. 루한이가 어서 우울에서 벗어나면 좋겠네요..! 지금은 또 지금나름대로 좋지만ㅎ.ㅎ 금손이즈 뭔들..
10년 전
대표 사진
독자4
가스미먹먹해요 ㅜㅠㅠㅠㅜㅠ진짜 재밌다 사랑해요작가님ㅈ제가슴이 너무먹먹헤요 보는네내 이걸노리신거죠 ㅠㅠㅜㅜㅜㅠ그렇다면 성공하셨어요 사랑합니다 써주셔서감사해요
10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확인 또는 엔터키 연타


이런 글은 어떠세요?

전체 HOT댓글없는글
[EXO/민석종대경수찬열준면] 봄날의 꽃 - 8 : 比 翼 連 里8
03.01 01:07 l 천화
[EXO/루민] 로맨틱 라디오 044
03.01 00:53 l 소년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70
02.28 22:48 l 환상어
[EXO/종인백현세훈민석] NEW MOON (초승달)* 1*1
02.28 22:09 l 펀드투자녀
[방탄소년단] Harry Potter _ 0035
02.28 21:57 l PIECE_
[일레어] 대디와 파파 1 18
02.28 21:33 l 09
[비정상회담/줄로] 네가 첫사랑이 아니었다면3
02.28 20:52 l 페퍼민트
[EXO] 모든 범죄가 허용되는 단 하루 ː 퍼지 데이 0171
02.28 19:16 l 쎄피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6
02.28 12:30 l 해피밀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2
02.28 07:47 l 달별꽃
[블락비/오일] 리본 넥타이 05
02.28 04:36 l 불난집에오일
[EXO/민석준면종대찬열백현세훈] 왕이 된 여자.00-ver.세훈4
02.28 03:37 l Older
[김태형] 조금만 행복하자 03~042
02.28 03:22 l 요거트가아닙니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5
02.28 02:52 l 딜루젼
[EXO] PROJECT H 0021
02.28 02:32 l 안톤이고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18
02.28 00:59 l 쟈몽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26
02.28 00:52 l 하울하울하쿠하쿠
[EXO/다각] DRACULA005
02.27 23:47 l 알리섬
[방탄소년단/뷔민] 잘생긴 또라이 002
02.27 23:03 l 딕히즈
[VIXX/엔택] 남사친이 축제 때 여장하고 남자 번호 땀ㅋㅋㅋㅋ333 5
02.27 21:30 l 리을
[EXO/박찬열] 치프쌤! 022
02.27 20:53 l 응급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92
02.27 20:11 l 환상어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96
02.27 18:34 l 대답
[카디/센티넬] 까칠한 센티넬 김종인 x 그런 김종인 좋아해온 가이드 도경수 2724
02.27 17:57 l 잉그니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27
02.27 17:37 l 허구왕
여러분ㅜㅜ 죄송해요ㅠㅠ22
02.27 15:25 l 찬해
[제국의아이들/임시완] 더 이상의 행복은 없다 00
02.27 15:00


처음이전241242243244245다음
전체 인기글
일상
연예
드영배
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