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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형 X 지민

13년 친구가 좋아졌다.

 

 

Written by. 채성아

 

 

 

 

1.

 

 

 

 

 나 김태형. 방년 18세. 어느새 이 동네에서 산지도 13년이나 지났다. 그러다 보니 이 지역은 다 꿰뚫고 있다. 어디에 뭐가 있고, 어디에 누구가 살고, 어디에 무엇을 팔고. 내가 지금 서있는 푸르지오 아파트는 내 오랜 친구 박지민의 집이다. 푸르지오 103동 1404호. 아 그나저나 이 새끼가 올 때가 됐는데. 더럽게 안기어 나온다. 계집애도 아니고.

 

 나는 괜히 애꿎은 핸드폰만 만졌다. 아, 사실 나도 박지민과 같은 아파트에 살았었다. 우리 집은 박지민네 집의 바로 윗윗층이었다. 1604호. 아침에 내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면 14층에서 박지민이 타고, 가끔 나는 교복을 챙겨 박지민네 집에서 아침을 먹곤 했다. 그럴 때마다 우리 엄마가 내 등짝을 치며 민폐라고 소리쳤다.

 

 

‘야, 인마! 야 이 새끼야. 너 또 기어내려가지?’

‘어. 나 내려간다. 엄마 회사 잘 갔다 와!’

‘어휴, 내가 지민 엄마한테 미안해서 얼굴을 못 비추겠어. 어?’

‘아 그럼 엄마가 아침 차려줘! 엄마 맨날 바빠서 나 밥도 못 먹고 학교 간단 말이야. 아들이 배를 주리며 학교에서 공부를 하면 좋겠어?’

‘아니. 아무리 그래도 어? 내가 그렇다고 돈을 안 줘 뭐를 안 줘! 집에 먹을 게 뻔히 있는데.’

‘나 요리 젬병인 거 알잖아. 아 그리고 지민이네 아주머니가 나 엄청 좋아해! 나 엄청 잘생겼다고 좋아하셔! 맨날 와도 된데. 나 내려갈게!’

 

 

일주일의 5일 정도는 엄마와 저런 대화를 하며 싸웠었다. 박지민네 아주머니는 나를 유독 좋아하셨다. 아, 물론 지민이 성격이 너무 착했던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박지민 성격이 착한 것과 박지민네 아주머니가 날 좋아하는 게 무슨 상관관계가 있냐고? 아주 큰 관련이 있다. 박지민이 착하지 않았으면 박지민과 나는 만나 지도 못 했을 것이다.

 

 박지민은 정말 착했다. 그래서 주변 친구들이 막 대해도 애써 웃으며 넘겼다. 착하다고 해야 되나, 멍청하다고 해야 되나. 유치원 때. 박지민은 또래 친구들에게 레고로 맞고 있었다. 나는 유유히 점심을 먹고 사슴반 예쁜 누나를 보러 가고 있었는데, 우연히 화장실 앞에서 울고 있는 박지민을 보았다. 소리 내어 울진 않고 그냥 훌쩍 훌쩍. 사내새끼가 울면 고추 떨어진다던데,라고 생각하며 지나쳤었다. 처음에는.

 

 근데 우연하게도 자꾸 사슴반에 갈 때면 걔가 화장실 앞에 있었다. 그래서 괜히 신경도 쓰이고. 어린 맘에 동정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휴지를 뜯어다가 박지민에게 건네었었다. 박지민은 방긋 웃으며 휴지를 받아들고 얼굴을 닦았다. 얼굴 여기저기에 눈물 젖은 휴지 조각들이 붙어있었다. 그러면서도 웃는 모습이 되게 귀여웠다. 그래. 근데 지금은 나만큼 커서 징그럽다.

 

 아, 아무튼 이게 아니라 그리고 난 어느 날. 정말 평범했던 날에 나는 예쁜 누나가 발레를 해서 오후에 유치원에 없다는 것을 알아내고 일찍 누나를 보기 위해 복도를 평소보다 빨리 지나가던 중이었다. 툭, 툭. 무언가 내던져지는 소리와 훌쩍이는 소리. 그리고 영악한 애새끼들이 웃는 소리. 나는 뭔가 싶어 그 장면을 몰래 지켜봤다.

 

 선생님들도 골을 썩히고 있는 애들이 박지민을 괴롭히고 있었다. 괜히 레고를 던지며. 레고의 뾰족한 모서리에 맞은 박지민은 소리 내 울지도 못하고 훌쩍이고만 있었다. 나는 큰 화분 뒤에 숨어 지켜보고 있었다. 도와줘야 하나. 아니, 근데… 나는 누나를 보러 가야 되는데. 누나와 박지민 사이에서 고민하던 나는 결국 누나를 선택했다. 못 본 척 가자, 생각하고 가려는 순간에 박지민과 눈이 마주치고. 어디서 그런 생각이 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순간 화가 나서 내가 숨어있던 화분에 심어진 나무의 나뭇가지를 꺾어 그 애들에게 다가갔다.

 

 

‘저리 안 가?!’

 

 

내 우렁찬 목소리에 그 애들이 레고를 던지는 행동을 멈추고 일제히 나를 바라봤다. 넌 뭐야? 박지민이 나를 보고 눈을 크게 뜨고 나는 걔네를 나뭇가지로 때렸다. 걔네는 나뭇가지를 피하며 자기네 반으로 들어갔고 나는 한숨을 내쉬며 박지민을 바라봤다. 아마 그때부터 였을 거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 그리고 박지민네 아주머니가 날 좋아하게 된 것.

 

 나한테 나뭇가지로 맞은 애들 중 두 명의 엄마가 유치원에 찾아와 나를 찾았다. 김태형? 니가 김태형이니? 가정교육을 어떻게…! 나는 내가 그랬는데 쟤네가 더 심한 짓을 했다고 선생님한테 고자질했고, 걔네는 단체로 박지민과 나와 함께 불려 사건에 대해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다. 가만히 그 사건을 듣던 그 애들의 엄마들은 얼굴이 시뻘개졌었다.

 

헐레벌떡 뛰어오신 박지민네 아주머니가 울먹이시며 지민이를 끌어안고 그 애들을 노려봤다. 아니 도대체 애한테…! 나한테 소리쳤던 그 아줌마들은 고개만 숙이고 있을 뿐이었다. 아, 그리고 그때 이야기하면서 그 애들이 지민이를 괴롭힌 이유를 알게 되었었는데. 별거 아니었다. 정말 사소한 거였다. 그냥 웃을 때 눈이 막 휘어진다고, 눈두덩이가 너무 두툼하다고. 그래서 괴롭혔던 거다. 나는 그래서 더 박지민을 싸고돌았었던 것 같다. 그때 그게 지금까지도 이어져 왔다.

 

다행히도 중학교 때만큼은 아니었다. 지금은 그냥.. 박지민과 같이 붙어 다니는 정도? 중학교 때는 정말 막 싸고돌고, 맨날 끌어안고 있고 아주 난리도 아니었다. 누가 이상한 사이로 오해라도 하면 나는 ‘우리 지민이가 좀 착해야지. 이 형이 지켜줘야 돼.’라고 말하기 일쑤였다. 그러면 박지민은 늘 진저리가 난다는 듯 몸부림쳤다. 어, 저기 박지민 온다. 갈색 머리가 바람에 춤을 추고 작은 몸이 통통 튀어온다.

 

 

“너 무슨 생각을 하길래 내 전화도 안 받냐?”

“어라. 전화했었어?”

“어, 새끼야. 존나 하여간 병신이에요. 정신을 어디다 빼놓고 다니냐.”

“어라. 왔었네. 진동이라 못 들었나. 근데 왜 전화했었어?”

 

 

박지민이 내 말에 웃으며 말했다. 예나 지금이나 두툼한 눈두덩이는 여전하다. 여자애들한테는 저게 매력 포인트로 먹히던데. 나도 눈두덩이에 살이나 좀 찌워볼까. 괜히 찢어진 눈 꼬리를 매만졌다.

 

 

“아니 엄마가 아까 아침에 베란다로 밖에 있는 너 봤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오늘 날씨 쌀쌀한데 왜 겉옷 안입고 있냐고 해서 나보고 너한테 전화해서 집으로 들어오라고 하라고 해서.”

“아. 뭐야. 아쉽다. 오늘 아침 그럼 설마 토스트?”

“당연.”

“헐, 진짜 니네 아주머니 꺼 토스트 엄청 맛있는데. 아 나쁜 새끼야.”

“야, 니가 전화를 안 받아놓고.”

 

 

나는 발끈하는 박지민을 보며 웃었다. 아, 편하다. 박지민의 어깨에 팔을 얹고 등굣길을 나선다. 박지민 특유의 섬유 유연제 향기와 체향이 코 끝으로 닿는다. 냄새 하나는 죽이게 좋다 이 말이지.

 

 

“얼른 이거 입어. 춥데.”

“어라. 니 옷?”

“당연.”

“와. 이거 길이 봐라 길이. 나한테도 기네. 넌 어떻게 입냐?”

“길이가 무슨 대수야. 옷이면 그냥 입는 거지.”

“키도 작으면서.”

“죽을래?”

 

 

언제 봐도 박지민이 발끈하는 장면은 웃기단 말이지. 나는 크게 웃었다. 박지민이 창피하다며 내 등을 팡팡 두들긴다. 아, 손봐라. 귀엽네. 가을바람 참 좋다. 하늘이 푸르고 높다.

 

 

 

* * *

 

 

 

 

뭐라고 해야 될까. 술, 담배를 하는 건 아닌데 학교에서 인기가 많았다. 조금 훈훈하게 생기기도 하고, 운동도 꽤 잘하고. 그냥 시선을 받는 애들? 박지민과 내가 그랬다. 박지민과 내가 노는 무리에는 석진형, 윤기형, 그리고 1학년 정국이가 있었다. 3학년인 석진형과 윤기형은 서로 같은 반이었고, 정국이와 나는 밴드부 보컬이었다. 아, 박지민도 같은 밴드부긴 했다. 1학기 때까지만 해도. 갑자기 성적에 조금 신경을 써야겠다며 밴드부를 나가고, 후보에 있던 전정국이 보컬로 들어왔다. 함께 다니는 다섯 무리는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이목을 끌기에 충분한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학생회장 김석진. 밴드부 보컬 전정국과 김태형. 구 보컬 겸 체육대회 MVP 박지민. 글 하나는 오지게 잘 쓰는 작가 뺨 후드려치는 민윤기. 다섯 중 한 명이라도 지나가면 다섯 명 모두가 언급되기 일쑤였다. 아, 지금도 그랬다.

 

 나와 전정국과 박지민은 매점 앞 벤치에 앉아 아침부터 바나나우유나 쪽쪽 빨고 있었다. 박지민이 두 손으로 바나나 우유를 들고 있었다. 전정국은 이번 축제 때 할 노래에 대해서 내게 이야기 중이었다. 아무것도 안 들린다. 와, 바람 시원하네. 겉옷을 안 입었다면 쌀쌀했을 날씨였다. 나는 박지민의 향기가 나는 져지에 얼굴을 묻었다.

 

 

“아, 진짜. 형! 내 말 안 듣죠. 지금?”

“너 또 무의식중에 사투리 나왔다.”

“아니 형이. 내 말 안 듣잖아요.”

“다 듣고 있어.”

“뭐래요. 내가 뭐라 캤는데요?”

“어.. 그래. 미안.”

 

 

나는 괜히 어깨로 전정국의 어깨를 쳤다. 정국이 ‘아-! 아 형 진짜! 돌았나 봐!’라고 크게 소리를 냈다. 내가 위에서 말했듯이 전정국과 나는 밴드부 보컬이었다. 아니 근데, 이상하게 몇몇 여자애들은 전정국과 나를 엮었다. 막… 정국태형? 이람서. 며칠 전에도 1학년 체육복을 입은 여자애 두 명이 내 뒤에서 실랑이를 벌였었다. 이어폰을 꽂고 있어서 안 들릴 거라 생각했었는지,

 

 

‘아, 너 미쳤냐? 당연 정국태형이지.’

‘뭐래. 정국 오빠는 닥 수. 닥치고 수임. 태형정국이야.’

‘아, 존나 취존좀요.’

‘너나.’

 

 

왜 나와 전정국 가지고 싸우는 거야.. 정작 우리는 니네 이름도 모르는데. 나는 그 대화를 들은 후 네이버에 수 라는 것을 쳐봤다. 공과 수가 무슨 뜻인지 알고 나서는 사실 조금 더럽기도 했는데, 정국이랑 나랑 붙어 있을 때마다 숙덕이는 여자애들이 조금 우습기도 했다. 뭐. 남자 아이돌들 다 이 정도 팬 서비스쯤은 하잖아? 나름 학교의 아이돌인데. 아니면 말고.

 

 

“와.. 태형정국 터졌다. 매점 오기 잘했네.”

“정국태형인거 안 보이냐. 안경 다시 맞춰라.”

 

 

그러고 보니 지금 매점 앞에서 떠드는 저 여자애 둘이 저번에 그 여자애들 같았다. 나는 정국을 바라보며 웃었다.

 

 

“아, 형 미쳤어요? 무섭게 왜 그래요?”

“쟤네가 이러면 환장하던데.”

“윽. 난 저런 거 너무 싫어요. 엮는 거.”

“왜. 어때. 귀엽잖아.”

“에? 뭐가 귀여운데요? 설마 쟤네가?”

“아니. 박지민.”

 

 

나는 옆에서 핸드폰을 만지는 박지민을 바라봤다. 박지민은 듣지 못했는지 ‘어? 뭐. 나 뭐? 뭔데. 얘기해줘봐.’라고 우리에게 되물었다. 전정국이 내가 했던 말을 박지민에게 일러바쳤다.

 

 

“태형이 형이 형 귀엽데요.”

“푸흡―!”

 

 

전정국의 말에 박지민의 입에서 바나나 우유가 분수 치듯 쏟아져 나왔다. 줄줄줄줄. 전정국은 ‘끄악 더러워!’ 하며 자리에서 일어섰고, 난 당황해 일단 박지민의 겉옷을 벗겼다.

 

 

“야, 니 흰색 옷인데 안 묻었냐?”

 

 

박지민은 넋이 나가서 바닥에 바나나 우유를 질질 흘리고 있었다. 남색 하복 바지의 젖은 부분만 진해졌다. 박지민의 턱으로는 바나나 우유가 한 두 방울씩 떨어졌다. 와, 미친. 휴지 없나. 나는 전정국을 찾았다. 전정국 이 새끼는 어디로 간 건지 또 보이지 않는다. 아, 미친 매점에서 휴지 사야 되나. 혼자 고뇌하고 있는데 하얗고 생글생글하게 생긴 여학생이 박지민에게로 가더니 휴지를 건넨다.

 

 

“저기… 박지민.”

“어, 어?”

“휴지. 써!”

 

 

그 여자애가 박지민에게 휴지를 건넸다. 난 멀리서 박지민의 흰색 져지를 털며 그 모습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박지민은 웃으며 건네받은 휴지로 우유를 다 닦고 벤치에서 일어섰다. 그 여자애가 수줍게 웃으며 박지민에게 괜찮냐고 물어봤다.

 

 

“어, 어. 괜찮아. 너 수정이 맞지?”

“어? 응. 맞아.”

“나 니 얘기 많이 들었었어. 고마워. 이 은혜는 내가 나중에 갚을게.”

“아.. 응!”

 

 

수정인가 정수인가. 아무튼 그 수정란 같은 여자애가 가고 박지민이 내 쪽으로 걸어왔다. 나는 박지민에게 져지를 건넸다.

 

 

“니 괜찮냐?”

“니가 볼 땐 괜찮아 보이냐?”

“아니. 바지 다 젖었네. 오줌 싼 줄.”

“어휴. 미친. 야, 그나저나 정국이는?”

“도망갔어.”

“의리 없는 새끼.”

 

 

박지민의 말이 끝나자마자 헉헉대는 전정국이 뒤에서 나타났다. 전정국의 손에는 휴지가 엄청나게 들려져 있었다. 전정국은 이미 다 닦여 있는 박지민을 보고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형 위해 화장실까지 갔다 왔는데…”

“아까 한 말 취소해줄게.”

“네? 아까 뭐라 캤는데요?”

 

 

지민이 정국을 보며 ‘안 알려줌.’이라고 얘기하며 교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전정국이 내게 물었다. ‘아까 지민이 형이 뭐라 캤는데요?’ 전정국의 질문에 나도,

 

 

“안 알려줌.”

 

 

이라고 대답했다. 그 말에 전정국이 미쳐 날뛰며 소리를 질렀다.

 

 

“아니 저 형들은 맨날 나 갖고 논다니까?”

 

 

나는 박지민의 옆으로 빨리 걸어갔다. 박지민의 어깨에 팔을 얹고 박지민에게 물었다.

 

 

“아까 걔가 너 좋아하는 거 같더라.”

“어, 그래? 그냥 우유 흘려서 휴지 준거 가지고 뭘.”

“야. 너 같으면 생판 남이 우유 뿜었는데 휴지 줄 거야?”

“응.”

 

 

아, 나는 잊고 있었다. 박지민은 존나 착한 애였다는걸. 그래, 니가 그렇지 뭐. 속으로 곱씹었다. 그리고 박지민에게 다시 물었다.

 

 

“야. 지민아.”

“왜.”

“아, 형들 같이 가요!”

 

 

전정국의 목소리가 배경음악으로 깔린다.

 

 

“아까 걔 모델 지망생이라며, 연습생도 하면서.”

“아, 그래?”

“뭐야. 그래서 쟤 이름 알고 있던 거 아니었어?”

“응. 몰랐어. 방금 알았네.”

“그럼 쟤 이름 어떻게 알았어?”

“아, 저번 주에 윤기형이랑 윤기형여친이랑 그 여자친구 친구랑 더블데이트했었는데. 그때 윤기형이 길에서 쟤 지나갈 때 말했었어. 쟤 예쁘다고.”

“하여간 그 형은 바람둥이여. 야, 근데 뭐? 더블데이트?”

“어? 어.”

“니 여친 없잖아.”

“아 그냥 윤기형이 나오라고 하도 애걸복걸해서 간 거야.”

 

 

나는 더블 데이트란 말에 심장이 쿵 내려앉는 것 같았다. 와, 아니 더블.. 아니. 내가 물론 화를 낼 이유는 없는데 이상하게 좀 기분이 찝찝하다.

 

 

“저번 주면 토요일?”

“아니. 나 토요일마다 봉사 가잖아.”

“그럼 일요일?”

“응.”

“야. 너 나한테 약속 있다고 했잖아.”

“응. 약속. 윤기형이랑 약속.”

“와…”

“왜. 내가 미리 얘기했잖아. 선약은 선약이고, 친구는 친구고.”

 

 

박지민의 말에 딱히 받아칠 수가 없었다. 사실이라서. 근데 좀 기분이 찝찝하다. 박지민이 나 말고 다른 사람이랑 주말에 놀아서 그런 건 아니었다. 사실 그날 박지민이 무조건 YES 할 줄 알았는데 아니어서 끊어놓은 영화 표 두 장에 대해 곤란함이 있긴 있었다. 환불할까 하다가 귀찮기도 하고 그래서 때 마침 집에 놀러 와있던 사촌 누나와 함께 보러 갔었다. 와, 아니 근데 이 배신감은 뭐지?

 

 

“아니. 형들 같이 가자고요.”

 

 

전정국이 대뜸 나타나서 박지민과 내 사이를 파고들었다. 내 팔은 힘없이 툭 떨어졌다. 무슨 얘기를 하고 있었냐며 전정국이 박지민에게 물었다.

 

 

“아, 저번 주 주말.”

“아. 그래요? 형, 더블데이트는 잘 했어요?”

“뭐. 그럭저럭.”

“야. 전정국. 너도 알고 있었어?”

 

 

 네. 당연하죠. 윤기 형이 자기 여자친구 친구한테 엄청 잘생긴 애 데려간다고 자랑하고 다녔었나 봐요. 그 친구가 지민이 형 맘에 든다고 난리치고 다닌다고 옆 학교에 소문 쫙 났어요. 지민이 형 이름도 막 떠다니고.

 

 전정국도 알고 있었다니. 나는 괜히 배신감이 들어서 박지민을 째려봤다. 아, 저 동그란 뒤통수. 확 때리고 싶다.

 

 

“근데 태형이 형은 데이트 잘 했어요?”

“……”

“뭐?”

 

 

정국이의 말에 지민이가 나를 쳐다봤다. 아니 전정국 이 새끼는 무슨 근거도 없는 개소리를.

 

 

“저번 주 일요일에 메가박스에서 형 여자랑 있는 거 내가 봤는데. 지민이 형은 알고 있었어요? 태형이 형 여자친구 있는 거?”

“글쎄다. 지금 내가 놀라는 걸 보면 몰랐었겠지.”

 

 

박지민이 나를 힐끔 쳐다보고 걸음을 빨리해서 교실로 올라갔다. 심드렁한 기분이 얼굴에 다 드러난다. 나는 전정국을 붙잡고 얘기했다.

 

 

“아니. 여자친구가 아니라. 아, 니 진짜. 존나. 그거 사촌 누나야. 인마.”

“아, 헐. 어쩐지. 형이랑 닮았더라.”

“아오, 전정국 존나.”

 

 

형. 죄송욤.

 이 와중에 뒤에서는 ‘꺄! 정국이 태형 오빠한테 헤드록 당한다!’라던가, ‘케미 터지네. 사스가 정국 태형.’라던가. ‘태형 정국이지. 미친년아!’라던가.라는 호모질 소리가 들렸다. 아까 귀엽다고 한거 취소. 기분 나쁠 때 들으니까 뭐 같네.

 

 

 

 

*

 

구오즈.. 헠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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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뭐죠 이 풋풋함ㅎㅎ... 아 좋아라 다음편 기대할게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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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22.65
아진짜취향저격 ㅠㅠㅠ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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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헐 짱 좋아요 이런 내용! 연재해주세요ㅎㅎ
10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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