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아. 그때 너 친구 있잖아. 어떤애였어?”
카페에서 립스틱을 바르던 주현이 그게 무슨 의미냐는 듯 남자친구인 경종을 쳐다보았다. 아까부터 뜬금없이 ㅇㅇ의 얘기를 하고 그러더니만, 대체 왜 저러는 거지. 심상치 않은 눈빛으로 경종을 바라보는 주현의 시선이 따가웠다. 그 시선을 바로 알아차린 경종이 두 손을 흔들어보이며, 아니 자기야. 그게 아니고. 라며 말했다.
“그럼 왜 자꾸 남자친구가 있는지는 왜 물어.”
경계 어린 주현의 말에 경종이 주현의 귓가에 자신의 입술을 가져다댔다. 그리고는,
“내 친구 찬열이 있잖아.”
“찬열씨가 왜? 찬열씨 좋아하는 사람 있다면서?”
“..응. 그니깐 그게 글쎄.”
잠시 경종이 뜸을 들였다. 그리고는 궁금하다면서 두 눈을 반짝이는 주현에게,
“좋아하는 사람이 주현이 네 친구 ㅇㅇ였다던데?”
...응? 찬열씨가?
남자와 친구 12
w. 우리망고
“어? 어떻게 여기서 보지. 제가 안그래도 올라가려ㄱ..”
약국 옆에는 매점이 있었다. 그리고 그 매점에서 음료수 캔 두개를 들고는 나오다가 나와 두 눈이 딱 마주쳤다. 반갑게 웃으면서 내게 다가오던 찬열씨가 잠시 걸음을 멈칫했다. 갑자기 왜 저러시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전에 내 손에 힘이 가해지는 김민석의 손을 깨닫고는 황급히 김민석의 손을 떼어냈다. 단순히 반사적인 행동이었다. 어색하게 웃으며 슬쩍 찬열씨와 김민석의 눈치를 보았다. 방송국은 말이 많았고 그 만큼 소문이 빨랐다. 그러기에 행동들을 조심해야 했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이네요.”
“네.”
찬열씨가 먼저 인사를 건네고, 김민석은 약간은 못마땅한 얼굴로 인사를 받아줬다. 무언가 살짝 어색해진 분위기에 찬열씨가 먼저 웃음을 띄우며 내게 말을 걸었다.
“지금 시간 괜찮죠? 아까 말한 편집건 때문에 지금 가려는 거였는데.”
“아 괜찮아요. 오래 걸릴까요?”
“글쎄요. 뭐 일단 점심이라도 먹고 할까요?”
능청스러운 찬열씨의 말에 어, 그래야 할 거 같죠. 라며 말을 얼버무리며 내 옆에서 아까 나를 치료 해준 붕대를 주머니에 넣던 김민석이 씨익 웃으며 내 앞을 가로 막았다.
“저도 출출하던 참인데 같이 가시죠.”
* * * * *
“음식은 양식이 최고죠.”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려면 한식이 최고죠. 운동선수들이 괜히 한식 먹겠어요?”
스파게티가 담긴 그릇을 내게 내미는 찬열씨의 그릇을 가볍게 자신의 쪽으로 돌린 김민석이 맞받아쳤다. 아까부터 저런식으로 둘이 틱틱 거리고 있는데 나는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았다. 덕분에 일적인 얘기는 하나도 못하고 말없이 꾸역꾸역 목구멍으로 음식들을 넣었다. 억지로 쑤셔 넣은 스파게티면이 뱃 속에서 부글부글 끓는 듯 했다.
“김민석. 너 근데 아까 회의하러 온 거 아니였냐?”
“응. 맞아.”
“선배님들한테 연락은 드렸어?”
“그러게요. 민석씨. 아까 내려올 때 보니깐 메인작가선배님이 찾는 것 같던데요.”
내 말에 찬열씨가 거들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김민석은 앞에 놓인 까르보나라를 포크로 돌돌 말았다. 야, 김민석. 이라는 내 말에 김민석이 내 앞으로 음료수잔을 슬쩍 놓는다. 그러더니 하는 말이, 탄산 좀 먹어라. 너 느끼한거 잘 못 먹잖아. 란다.
“아니. 선배님들한테는 연락 드렸냐구.”
“오늘 그냥 인터뷰라던데.”
“인터뷰? 사전인터뷰?”
“응. 근데 문제 될거 없잖아.”
“그게 왜 문제가 안되냐. 아, 진짜. 너 때문에!”
“어차피 네가 나에 대해서 잘 아니깐 네가 대답해도 되는 거 아냐? 그러니깐 문제 될 건 없다고 보는데.”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는 김민석의 말에 벙찐 듯이 녀석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한쪽 입꼬리를 살짝 올리던 김민석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슬슬 방송국 들어가보죠. 라는 말에 찬열씨가 들고 있던 포크를 내려 놓았다.
“아직 ㅇㅇ씨도 다 안 드신 것 같은데요.”
“천천히 먹고 나와. 담배 좀 태우고 올게요.”
지갑과 라이터를 한 쪽 손에 든 채로 김민석이 먼저 식당을 빠져 나갔다. 그 뒷모습을 보던 내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내 잔에 음료수를 따라주는 찬열씨에게 찬열씨, 죄송해요. 일 얘기도 해야하는데... 라며 말 끝을 흐리자, 찬열씨가 늘 보여주던 웃음으로 괜찮다고 했다.
“그런데요, ㅇㅇ씨.”
“네?”
“김민석씨랑 무슨 사이에요?”
“...”
“아니 뭐. 둘이 친구라고 하던데. 그건 좀 아닌 것 같아 보여서요.”
약간은 씁쓸하다는 듯이 웃는 찬열씨의 말에, 어제 찬열씨가 내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인연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그 말. 집에서 한참이나 곰곰히 고민했던 그 말이었다.
“그게 왜 궁금하세요?”
날카로운 내 말에 찬열씨가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앞에 놓인 포크를 내려다 놓으며 나를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언제나 그랬듯이 당당하면서 다정한 말투로 말한다.
“그야 ㅇㅇ씨한테 관심있으니 그렇죠.”
“...”
“처음 본 순간부터 관심있었어요. 늘 밝잖아요. 그게 보기 좋아서요.”
“...찬열씨”
“부담스럽다고 생각하지 마요. 그냥 관심있다는 거니깐요.”
“...”
“저랑도 친구로 지내요. 지금 민석씨처럼.”
민석씨 처럼. 이라는 말을 강조하듯 말한 찬열씨가 자리에서 먼저 일어났다. 편집 테이프본 작가실로 가져갈게요. 조금 있다 봐요. 라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렇게 식당을 유유히 빠져 나갔다. 나는 그저 그 자리에서 멍 하니 내 앞의 비어버린 두 의자를 바라볼 뿐이었다.
* * * * *
“ㅇㅇ씨랑 친구라고 했죠?”
한 쪽에서 담배를 끄던 민석의 등 뒤로 찬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천천히 몸을 돌린 민석이 그건 왜요? 라며 퉁명스럽게 받아쳤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까와는 조금 다른 표정의 찬열이 민석의 앞에 섰다. 민석이 그리 작은키는 아니였지만, 찬열이 월등하게 컸기에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다부진 몸으로 찬열을 차갑게 쳐다보던 민석이 더 하실 말씀 있으세요? 라며 물었다.
“저 ㅇㅇ씨한테 관심있습니다.”
“그게 저랑 무슨 상관입니까?”
“무슨 상관이라뇨. 민석씨도 마찬가지잖아요.”
“...”
“민석씨가 쳐다보는 그 눈빛. 일반 친구로서는 절대 아니잖아요.”
정곡을 찔린 민석이 입술을 꾹 닫았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멍하니 앉아 있는 ㅇㅇ를 힐끔 쳐다본 후, 찬열을 다시 쳐다보았다. 한동안 말이 없던 민석이 이내 다시 입을 열었다.
“원래 남녀 사이에는 친구 없습니다.”
“....”
“ㅇㅇ가 친구 해주길 원해서 그러는 척 하는겁니다.”
“....”
“그러니 박찬열씨도 어줍잖게 친구하자며 손 내밀지 마세요.”
“손 내밀었다면요?”
“그 내민 손 다시 접어드리게 만들겠습니다. ”
단호하게 말하던 민석이, 두고보겠습니다, 박찬열씨. 라며 얼굴을 굳힌 채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 민석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찬열이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쩌면 저 둘의 사이에 끼어들 자리가 없을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사로 잡혀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식당 안에 들어선 민석을 쳐다보며 아까와는 다른 표정으로 변하는 ㅇㅇ씨의 표정에, 찬열은 무언가에 얻어맞은 것 마냥 머리가 멍해져왔다.
암호닉 및 사담 |
즐거운 3월 보내세요 :) 정주행해주시면ㅅㅓ 댓글 달아주신 분들 사랑해요! 늘 말씀드리지만 혹시나 지적할 부분이나, 오타 등의 다양한 피드백도 사랑해요!ㅎ_ㅎ
다음 편은 주말에 업데이트 될 것 같습니다! 늘 행복한 하루되세요~
암호닉 ♡
뚜비뚜밥, 와플집사장, 큥아리, 소금, 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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