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엄마는 어디있어요?"
"조금만 기다리면 데리러 오실거야."
"정말요? 그런데 여기 조금 무서워요.."
"씩씩하게 기다려야지 엄마가 빨리 오시지."
"..네! 무서워도 기다릴게요."
말을 끝마친 아이의 곁에서 의문의 남자는 점점 멀어져간다. 혼자 남겨진 아이는 어린 나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아무런 의심없이 개미 한마리 보이지 않는 낡은 놀이동산 앞에서 자신의 엄마를 하염없이 기다린다. 하지만 곧 오랜 시간이 지나자 아이는 보이지 않는 엄마를 조금씩 부르짖는다. '엄마..엄마..!'낮게 부르짖던 음성은 두려움에 점차 커져 갔고 그 외침엔 울음이 섞여갔다. 눈물을 닦을 새도 없이 작은 발로 놀이동산을 이곳저곳 정처없이 돌아다니며 엄마를 부르짖던 아이는 어느 한 곳에 우뚝 멈춰선다.
"안녕?"
아이가 멈춰선 곳 바로 앞에는 조금은 커보이는 검은 정장에 토끼가면을 쓴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어딘지 묘하게 어울리는 남자가 있었다. 인사를 건낸 토끼가면의 남자는 검은 구두의 굽소리를 내며 아이의 앞으로 걸어와 흘린 눈물 한 방울을 엄지 손가락으로 쓱- 닦아내며 아직 변성기가 지나지 않은 듯한 목소리로 '이쁜 꼬마 아가씨가 우는 이유가 뭘까.'라며 달래는 듯 물어온다.
"어떤 아저씨가..여,여기서 엄마 기다리면 온댔는데 엄마가 오질 않아요.."
"내가 데려다 줄까?"
"정말요? 우리 엄마한테 데려다 줄거에요?"
"길 잃은 꼬마는 여기 있으면 위험해. 데려다줄게."
의문의 남자는 아이를 차에 태워 집이 어딘지 아냐며 물어왔고 곰곰히 생각을 하던 아이는 아- 라며 작은 탄성을 내뱉고 자신의 목에 걸려있던 목걸이를 들어올리며 반대쪽을 들이민다. '여기가 우리집이랬어요. 엄마가.' 그에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갑갑하지도 않은지 토끼가면을 벗지도 않은 채 어색하게 시동을 걸어 차를 출발 시킨다. 그리고 도착한 집에 아이는 차에서 내려 남자에게 꾸벅- 인사를 하며 감사하다 말을 내뱉곤 집으로 달려가려 하는 찰나, 남자는 창문을 스르륵- 내려 '꼬마야.' 하고 불러온다.
"네?"
"더이상 떨어질 곳 조차 없을 땐 나를 찾아와."
"그게 무슨 말이에요?"
"나중에 크면 알게 될거야. 잘가 꼬마."
어린 아이는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멍하니 멀어져가는 번호판이 달려있지 않은 차를 바라보다 발걸음을 돌려 집으로 향한다. 벌컥- 문을 연 아이는 '엄마!'하고 외치며 집을 들어선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엄마에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불길한 직감을 느낀 아이는 집 안에 있는 문들을 하나하나 전부 열며 엄마를 애타게 찾는다. 그리고 마지막 문. 끼익- 기분나쁜 문소리와 함께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어린 아이가 보긴 너무나도 잔인하고 끔찍한 광경이였다. 피를 흘린 채, 바닥에 누워있는 엄마와 아빠. 그리고 너무나도 놀라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다리가 풀려 주저앉는 아이.
어린 아이는 그 날 자신의 모든 것을 잃었다.
세상으로부터 버려진 절망의 도시 <마몬> 01
"..허."
오랜만에 꾼 악몽에 발작하듯 일어나 짧은 한숨을 내뱉었다. 한숨을 내뱉음과 동시에 누군가 자신의 머리를 종마냥 댕댕- 치는 것과 같이 지끈거려와 미간을 좁히며 인상을 찌푸렸다. 약이 집에 있던가. 침대에서 내려와 터벅터벅- 거실로 몸을 향했다. 오랜만에 꾼 악몽은 항상 두통을 불러일으켰다. 마치 몸이 약한 틈을 타 침투하는 바이러스와 같이 내게 악몽은 그런존재였다. 내 정신이 약해진 틈을 타 내 머릿속을 갉아먹는 끔찍한 악몽. 요즘 악몽을 통 꾸질 않아 약을 사놓지 않아서 그런지 찾아낸 약통은 텅텅 비어 휑하였다. 그에 짜증이 올라와 약통을 쓰레기통에 휙- 던지곤 냉장고를 열어 찬물을 꺼낸 뒤, 벌컥벌컥 마셔댔다. 으으, 시원해. 냉장고 문을 닫곤 옆에 걸려있는 달력을 무심결에 쳐다보가 동그랗게 표시된 오늘 날짜에 오늘 꾼 악몽의 원인을 알아냈다.
부모님의 기일.
어떻게 기일을 잊고 있었지. 멍청한 이/여주. 급한대로 대충 샤워를 끝 마치고 검은 계열의 옷들을 챙겨입곤 근처 꽃집에 들어 평소 엄마가 좋아하던 꽃을 골라 산 후, 차에 올라타 부모님의 묘가 있는 곳으로 페달을 밟았다. 익숙해 보이는 운전이였지만 사실 난 아직 학생이다. 아, 학교는 다니지 않으니 학생은 아니고 그냥 18살이라 해야하나. 가끔 이렇게 한적한 곳으로 갈 때에는 몰래 도로를 달리며 엉망인 기분을 떨쳐내듯 차를 몰았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다 점차 몰려오는 졸음에 갓길에 차를 세워 내리곤 잠을 깨려 차가운 공기를 마시며 몸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한적한 곳이라 그런지 사람 한명 보이지 않았고 너무나도 고요했다.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느낌에 주변을 두리번 거리다 구석에 자리잡은 조그만 골목길이 보였다. 저런 길이 여기 있었던가? 괜한 궁금증에 조심스레 다가가 골목길을 들어섰다.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다지난 골목길의 끝엔 어렸을 적 보았던 낡은 놀이동산이 보였다.
그래, 내 악몽 속의 그 놀이동산.
소름끼치는 느낌에 팔뚝에 솓은 솜털들을 문질러댔다.
그리고 갑자기 떠오른 토끼가면의 남자. 분명, 더이상 떨어질 곳이 없다면 자신을 찾아오라 했다. 그 의미가 무엇 이였을까. 사실 아마 나는 그 뜻을 이미 알고있을지 모른다. 지금 이 상태에서 떨어질 곳이 더 있을까. 하지만 그 사실을 인정하면 정말 더 이상 붙잡을 것이 아무것도 없을 것 같아 인정하지 않았을 뿐 이였다. 그런 생각을 하며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발걸음은 그 남자와 처음 만났던 장소로 향하고 있었다. 여기 어디였던 것 같은데. 주위를 두리번 거리다 어느 한 곳에 시선이 머물었다. 저기다. 서둘러 도착한 그 곳엔 아무도 보이질 않았다.
역시 아직도 그 남자가 여기 있을리가.
그렇게 실망아닌 실망을 하며 돌아서려는 그때,
"안녕?"
첫 만남때와 같이 인사를 건내는 남자가 보였다. 그때와 같이 토끼가면을 쓴, 하지만 조금은 큰 키와 약간의 미성이 섞인 목소리는 그때와 조금은 달랐다. 풍겨오는 분위기는 달라진 그가 첫 만남때의 그가 맞다는 듯 증명하는 것 같았다.
"제가 올걸 알았어요?"
"응."
"어째서?"
"직감."
왠진 모르겠지만 직감이라며 말해오는 그는 토끼가면 뒤로 비릿한 웃음을 짓고 있을 것 같았다. 마치 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그런 웃음. 가면 뒤 그의 눈빛은 무엇을 담고 있을까. 호기심? 동질감? 무엇이든 그가 확실히 나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 그 관심이 나의 무엇에 대한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런데 어쩌죠, 아직 바닥까진 추락하지 않았는데."
"아니. 넌 여기 처음 발을 들인 순간부터 나락으로 떨여졌을거야."
"..."
"그치?"
도대체 그는 나의 치부를 어디까지 아는 것 일까. 반박할 수 없는 그의 물음에 대답을 하지 못한 채, 고개를 떨구어 입술을 잘근 씹으니 곧 입안에선 피맛이 돌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저도 모르게 꽉 진 주먹이 아려와 슬쩍 힘을 풀고는 말 없이 빙글 돌아 그에게 뒷모습을 보이며 '우리 엄마 죽인 놈들 누군지 알아요?' 라고 묻자 실 없는 웃음을 잠시 내뱉던 그는 '그렇다면?'이라 답한다.
"내가 그쪽한테 가면 그 놈들..잡아 줄 수 있어요?"
"글쎄."
"그럼 뭘 해줄 수 있는데요."
"잡아주는 거 말고."
"말고?"
"죽여줄 순 있는데."
예상하지 못한 답변에 흠칫- 몸을 떨었다. 그에 남자는 푸핫- 웃으며 '장난이야, 장난.' 이라며 너털웃음을 짓는다. 무슨 장난을 저렇게 진지하게 하는지, 심장이 내려앉을 뻔 했다. 그렇게 잠시 보이지 않는 그의 눈에 홀린 듯 마주보다 문득, 부모님의 묘로 향하던 자신이 떠올라 아차- 하며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하려 꺼냈지만 시간이 아닌 다른 것이 눈에 들어와 얼굴엔 물음표를 가득 띄웠다. '통화가능 지역을 이탈하였습니다.' 핸드폰 액정에 띄워진 문구에 아까까지 차에서 내리기 전엔 잘 터지던 신호였는데 왜 지금 여기선 신호가 터지지 않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고작 몇 분 거리인데 확실히 여기는 사람의 손길이 닿은지 꽤 오래 지나보여 다른 도시들관 동 떨어진 나라 같았다. 묘한 이질감에 다시 홀린 듯 보이지 않는 그의 눈을 마주하며 잠시 닫았던 입을 열었다.
"그런데 아저씨는 여기 살아요?"
"아저씨?"
"네, 아저씨요."
"나 아저씨 아닌데."
"저보다 많으면 아저씨죠, 뭐."
"내가 너보다 많은걸 어떻게 확신하는데."
"제가 지금 18살인데 어렸을 때 봤던 그쪽은 학생처럼 보였어요, 그럼 지금은 아저씨겠죠."
"그때 학생이였던건 맞는데, 아저씬 아니야."
"지금은 몇살인데요?"
"..28살."
"아저씨 맞네."
방향을 잃은 대화에 말려들다 잠시 말이 없어진 그에 정신을 차린 후, 남자에게 '아씨, 말 돌리지말고 여기 사냐니까요?' 라고 묻자 남자에게 다시 한 번 바람 빠진 웃음 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들려오는 목소리. '그렇다고 봐야지?'. 산다는건지 만다는 건지 애매한 그의 대답에 인상을 잔뜩 찌푸리곤 '그게 뭐에요.' 라며 눈을 흘겼다. 그나저나 어찌보면 앞의 남자는 처음 보는 사이인 것이 분명한데 어쩐지 점차 느낌이 편해지는 것 같았다. 왜 이런 느낌이 드는 거지. 나온 목적을 점차 잊어가고 그와의 대화에 시간을 보내버리고 있었다.
"내가 사는 집, 볼래?"
"네?"
"궁금해 하고 있잖아. 보여줄게, 가자."
그의 말에 수상쩍은 눈빛을 보내자 그는 그 눈빛을 알아 차린 듯 푸핫- 웃으며 다시 말을 걸어온다.
"이상한 생각하고 있지."
"ㅇ,아뇨."
"내가 설마 널 죽이기라도 하겠어."
편해지려 하기 무섭게 어딘가 섬뜩한 그의 대답에 눈을 동그랗게 뜨며 한 발짝 그에게서 뒷걸음질을 쳤다. 의식적으로 한 행동이 아닌 본능적으로 한 행동이였다. 머리에서 사이렌이 울리며 나에게 말을 건다. '그에게서 멀어져, 그는 위험해.'
"와, 농담도 못하겠네. 안 잡아먹어, 그리고 집에 나만 사는 것도 아니니까 안심해."
"..그럼 또 누가 사는데요?"
"나와 같은 존재들."
그 말을 내뱉던 그가 잠시 쓸쓸해 보였다면 내 착각일까.
생각하기도 잠시, 머릿속에서의 외침관 다르게 몸은 이미 그의 곁으로 가고 있었다. '안돼, 안돼.' 머릿속에서 외친다. 그리고 그 머릿속 외침 사이 조그마한 소리가 박혀 들어온다. '돼, 그의 곁으로 가.'. 생각들을 정리하기도 전에 나의 몸은 그의 앞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는 나에게 손을 내민다.
망설이던 나는 그의 손을 잡았다.
맞잡은 두 손은 마치 서로의 족쇄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는 한 손으로 갑갑해 보이던 가면을 벗곤 묘하게 생긴 눈으로 나의 눈을 마주하며 말을 했다.
"난 너가 진실을 마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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