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서 피곤해 하는 너를 위해 사골이라도 끓이려고 장을 잔뜩 보고 쌀쌀한 날씨에 파르르 떨며 오는데 시간을 보니 유치원 버스 도착 시간이 조금 지나있자 놀라 급하게 집 앞으로 가는, 유치원 버스나 아이는 조금도 보이지 않아 집에 들어갔나? 싶어 집으로 뛰어들어가는데 차가운 냉기만이 남아있자 심장이 쿵 내려앉는 기분에 봉지를 툭 떨구고 급하게 지갑과 핸드폰을 챙기고 나와 아이 이름을 부르며 찾아다니지만 해가 떨어지고 달이 떠오를 때까지도 찾지를 못 해 뜀걸음을 멈춰 허리를 숙인 채 헥헥거리며 숨을 고르고 다시 허리를 쭉 펴 너에게 전화를 거는) ...제발, 제발 받아. 왜 안 받아, 여보. (전화를 안 받는 너에 불안해 아이를 돌보다가 얼굴이나 몸에 긁힐까 봐 조금이라도 길면 깎아버려 아무래도 없는 손톱을 잘근잘근 씹으며 발을 동동 굴리는데 달칵, 하는 소리와 함께 네 목소리가 들리자 서러운 감정이 북받쳐 울먹이며) 여보, 여보...
아이 안 돌보고 뭐했냐고 화내도 좋고, 달래도 좋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