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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루민] 로맨틱 라디오 05 | 인스티즈

 

 

 

 

 

 

 

 

 

 

 

 

 

 

 

 

 

 

 

 

 

 

 

 

 

 

 

 

 

 

 

 

 

 

 

 

 

 

 

 

 

 

 

 

 

 

 

 

 

 

 

 

 

 

 

 

 

 

 

 

 

 

 

 

 

 

 루한의 매니저인 준면은 가끔 예전을 생각하곤 한다.

 

 

 

 

 

 

 

 

 

 

 

 

 

 

 

 

정확히 그 옛날의 루한은, 밝았다. 밝고 성격도 좋았고, 무엇보다 자신감이 넘쳤다. 루한을 처음 보았던 날, 준면은 총 세 번 놀랐었다. 첫째로 너무 예뻤다. 사슴을 연상케 하는 큰 눈이 올곧게 준면을 바라볼 때, 준면은 크게 숨을 삼켰다. 둘째로 루한의 첫 마디에 놀랐다. 그렇게 저를 바라보던 루한은 입술을 비틀며 물었다. <어리네?> 세 번째로, 루한은 외모와 정 반대인 성격을 지녔다는 것에 놀랐다. 거짓말을 못하고, 머리를 거치지 않고 제 생각을 거침없이 말했다. 준면은 그래서 더. 루한이 마음에 들었다.

 

 

 

 

 

 

-잘 해보자. 루한아.

-네. 근데요.

-응?

-형 나이가 어떻게 돼요?

 

 

 

 

 

 

 

 

크지 않았던 소속사라 루한의 이름을 알리는 건 쉽지 않았다. 많으면 하루에 8번의 오디션을 보고 8번의 지역을 오갔다. 밝았던 아이는 하루가 다르게 시들어갔다. 언제부터였을까, 대화가 단절되고 서로의 핸드폰만 보던 게.

 

 

 

 

 

 

말수가 적어진다. 이 더러운 바닥에 발을 디딘 아이는, 더 이상 어린 소년이 아니었다. 20살에겐 가혹한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열심히 비위 맞추고 굴러다니고. 혹여 눈에 가시가 될까, 매번 저는 나중이라는 게 익숙해지는 게. 언제부터였을까.

 

 

 

 

 

 

 

 

 

 

 

 

 

 

 

 

 

루한이 큰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탔던 날, 하루 종일 잠적을 한 적이 있었다. 그 당시 소속사 사장님은 노발대발 당장 찾아오라며 난리를 쳤다. 적은 직원들끼리 루한을 찾아다녔지만 루한을 대신해 하루 종일 꺼져있는 전화기만 답했다. 그날 스케줄은 모두 파토 났고, 나 역시 엄청난 욕을 먹었었다.

 

 

 

루한이가 돌아온 다음날, 오자마자 사장실에 불려가 호되게 혼났다. 큰 눈을 꿈뻑이며 어디 갔다 왔냐는 추궁에도 묵묵부답이었다. 그렇다고 물러날 사장님이 아니었기에 두 시간 가량 둘의 기싸움이 벌어졌는데, 무거운 입을 연 루한의 첫 마디는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온전히 저에게 집중할 수 있는 게 필요했어요.

 

 

 

 

 

 

 

 

 

 

 

 

 

 

 

 

 

그 말을 뱉은 루한이의 표정이 어땠더라?

 

 

 

아마도 작게 웃고 있었던 거 같다.

 

 

 

 

 

 

 

 

 

 

 

 

 

 

 

 

 

[루한 X 시우민] 로맨틱 라디오 05

W. 소년

 

 

 

 

 

 

 

 

 

 

 

 

 

 

 

 

누구에겐 별거 아닐 수도 있지만, 또 어떤 사람들은 병이라 한다.

 

 

 

 

 

 

 

 

 

 

 

병, 병. 사전적 의미로는 일부분에 이상이 생겨 정상적 활동이 이루어지지 않아 괴로움을 느끼는 것. 하지만 난 그런 것은 아니다. 상담을 받았다. 정신적인 이상이 아니라, 정말 지쳐서. 신인상을 받고 모든 일을 뒤로 미루고 상담을 받았었다. 괴로워요. 그냥 다 때려칠까봐요. 원래 이런 건가. 요즘은 하루가 지나는 게 싫어요. 그 다음날이면 다시 똑같은 하루가 와서요. 축구도 재미없어요. 그냥. 변화를 줄 순 없을까요.

 

 

 

 

 

 

 

 

 

 

 

 

-뭐가 괴로운 거죠?

 

 

 

그건… 뭐라고 설명 해야 할까. 나는 상담사 선생님의 그 한 문장에 한 시간을 가만히 앉아 있었다. 화나나고 지치고 괴롭고 머리가 아프고. 그건 왜 그랬던 걸까. 그렇게 한참을 생각만 했다. 정확히 난 뭐가 괴로운 걸까. 거세지는 빗줄기가 투둑, 땅에 강렬히 전사한다.

 

 

 

 

 

 

 

 

 

 

 

 

 

 

 

 

 

아마도. 아마도 난.

 

 

 

 

 

 

 

 

 

 

 

 

 

 

 

 

이 세상에 나 혼자 고립되는 것이, 싫었던 건 아닐까.

 

 

 

 

 

 

 

 

 

 

 

 

 

 

 

 

아무것도 모르던, 소년과 성인의 경계의 서있던, 그 아이는.

 

 

 

혼자 남겨지는 게 무서웠던 건 아닐까.

 

 

 

 

 

 

 

 

 

 

 

 

 

 

 

 

그렇게 조금 일찍 어른이 된 아이가 빛을 잃어간다.

 

 

 

 

 

 

 

 

 

 

 

 

 

 

 

 

 

*

 

 

 

 

 

 

 

 

 

 

 

 

 

 

 

모니터를 바라보던 민석이 손끝을 물었다. 이로 짓누르고 손톱을 깨물고. 옆에서 뭐하냐는 경수의 물음에 민석은 무의식중에 물고 있던 손을 뺐다. 손을 내려놓자마자 다다닥, 건반 두드리는 모션을 취하자마자 경수의 미간에 주름이 섰다. 정신사납고, 신경 쓰이고. 왜 저러는지 알지만 딱히 해줄 말도 없다. 요즘의 김민석은, 부쩍 피곤해 보인다. 누군가처럼.

 

 

 

 

 

 

 

 

 

 

《루한과 이은하, 핑크빛 기류?》

 

 

 

모니터 상단에 떠있는 큼지막한 뉴스 헤드라인이 거슬렸다.

 

 

 

 

 

 

 

 

민석은 어제를 곱씹었다. 분명 루한은 12시에 모든 촬영을 끝내고 12시 30분에 집에 도착해 45분에 씻을 준비를 마치고 10분간 통화를 했다. 그런 뒤 루한은 저에게 잔다 말하고 통화를 끝냈다. 이상한 건 없었다. 뭐가 문제였을까. 루한이 거짓말을 한 걸까?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만든 루한의 내용은 이러했다. 새벽 세시, 루한과 같이 촬영 중인 ―백현이 보았던― 여배우와 술집에서 나오는 모습 포착. 둘은 촬영장에서도 유독 친하며 사적으로도 자주 만나는 사이. 소속사의 입장은 아직 확인 불가능. 그러니깐, 루한은 지금 스캔들이 터졌다.

 

 

 

 

 

터지는 건 연예인이니 그렇다 쳐도 어제 나한테는 그렇게 말해놓고 잔다고, 피곤하다 했으면서. 왜 나에게 거짓말을 치는 걸까. 루한은 나에게 진실을 말해준적이 있긴 할까.

 

 

 

 

 

 

 

 

 

 

 

“김민석.”

“…어?”

“다리 떨지 마. 부산스러워.”

“미안.”

 

 

 

길게 숨을 뱉은 경수가 지끈거리는 머리를 짚었다. 한심하고. 불쌍하고. 결국 경수는 머릿속을 맴돌던 말을 뱉는다.

 

 

 

 

 

 

 

 

 

 

“지금 기분이 어때.”

“잘 모르겠어.”

“넌 루한한테 그런 취급 받을 애가 아니야.”

 

 

 

아니야. 경수야. 루한이 나에게 얼마나 잘해주는데. 막상 말을 하자니 입이 풀을 붙여놓은 것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경수의 말이 맞다.

 

 

 

 

 

 

 

 

 

 

 

 

 

 

 

 

“김민석이 루한한테 오천 배 아까워.”

 

 

 

 

 

 

 

 

 

 

 

 

 

 

 

 

결국 참아왔던 눈물이 지랄 맞게도 눈을 비집고 나온다. 난 뭐가 이렇게 서러운 걸까.

 

 

 

 

 

 

 

 

 

 

 

 

 

 

 

 

루한아, 난 지금 너 때문에 너무 힘든데,

 

 

 

 

 

넌 지금 무엇 때문에 힘들어?

 

 

 

 

 

 

 

 

 

 

 

 

*

 

 

 

 

 

 

 

 

 

 

 

 

 

머리가 비정상적으로 큰 탈을 쓴 사람이 돌아다닌다. 구장 내부는 이미 사람들로 꽉 들어차있고 저마다 자신이 응원하는 구단의 모자를 쓰거나 유니폼을 입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백현 역시 저가 응원하는 구단의 상징인 모자를 뒤집어 쓴 채였다. 맥주를 사온 백현이 민석에게 한 캔을 건넸다. 억지로 입 꼬리를 당겨 웃었지만 끝이 어색하다. 백현은 딱히 뭐라 하진 않았다. 매개체를 통해 루한의 열애설은 쉽게 접할 수 있었다.

 

 

 

 

민석은 축구보단 야구였다. 발보단 팔을 쓰는 게 좋고, 공을 쫓는 것보단 공을 치는 쪽이 더 좋았다. 축구는 루한때문에 좋아하게 됐지 그렇게 관심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루한은 축구 좋아하지. 어쩜 야구장에 와서도 루한과 모든 것을 연관 시키냐. 병신 같은 놈.

 

 

 

 

 

 

 

 

 

 

 

“이번에 이기면 4연승이래.”

“너 그 경기 다 보러왔지?”

“응.”

 

 

 

 

 

 

 

 

 

백현은 태연하게 말을 이어간다. <네가 야구 보러 다니는 삶의 재미를 몰라서 그래.> 홈그라운드를 마지막으로 전검한다. 곧 시작하려나보다. 전광판에는 휘양 찬란한 숫자들이 번쩍인다. 야구, 참 좋아했었다. 많이도. 혹은 루한 만큼이나. 야구부를 들어갈까 생각해볼 만큼.

 

 

 

 

만약 그때 들어갔더라면 백현을 알게 되고, 루한을 알게 되었겠지.

 

 

 

 

 

 

 

지금의 루한이 아니라. 그 밝았던, 그때의 루한을. 내가 가장 좋아하던 그 때의 그 루한을.

 

 

 

 

 

 

 

 

 

 

 

 

 

 

 

 

 

조금만 더 빨리 만났더라면 루한의 반응은 어땠을까.

 

 

 

 

 

 

 

 

 

 

 

 

 

 

 

 

“김민석. 너 전화와.”

“알어.”

“받지 그러냐?”

“자신 없어.”

“왜.”

 

 

 

 

 

 

루한이거든. 전화가 오는 건 진즉 알았다. 루한이라고 뜨는 핸드폰을 무시하는 것도. 백현이 눈치챘나보다.

 

 

 

 

 

 

 

 

 

“안 받으면 끄던가. 아님 내가 받는다.”

“…네가 왜.”

 

 

 

1루로 타자가 들어온다. 사람들의 환호성에 타자가 배트를 붕붕 흔든다. 저 야구 방망이 하나로 수많은 관중들이 휘둘린다. 그 제스처 하나에 사람들의 심장이 들끓는다.

 

 

 

 

 

 

 

 

 

 

 

 

 

 

 

 

“백현아.”

“엉. 가봐.”

“미안해.”

“미안 할 거 까지야.”

 

 

 

 

 

 

 

 

 

 

 

 

 

 

백현은 훠이훠이, 손짓한다. 가봐. 원래 혼자 잘 봤어. 민석은 고갯짓 했다. 고마웠다. 난 왜 이렇게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만 받을까. 또 코가 시큰거려 온다. 경수 앞에서처럼 질질 짤까 황급히 몸을 틀었다. 난 갈 것이다. 루한에게로. 그리고 말 할 것이다. 사람들의 아쉬운 함성이 들려온다. 파울이었다.

 

 

 

 

 

 

 

 

 

 

 

 

 

 

 

 

“김민석.”

 

 

 

 

 

 

 

 

 

 

 

 

 

 

 

 

 

누군가의 낮은 목소리가 들렸고, 누군가가 몸을 돌려 세웠다. 쳐진 눈이지만 결코 만만해보이지 않은 인상을 가진 백현이, 읽을 수 없는 표정을 하고 서 있다. 화가 난 것 같기도, 슬픈 것 같기도 한 그런 얼굴로. 아님 내가 답답한 건가. 그런가보다. 딱 그 얼굴이네.

 

 

 

 

 

 

 

 

“얼굴 터지겠네.”

 

 

 

 

 

 

 

 

저가 쓴 모자를 벗어 민석에게 씌어준다. 참아. 참아. 김민석. 여기서 또 울면 진짜 남자도 아니다. 백현은 아랫입술을 꾹 무는 민석을 보며 작게 웃었다. 어이없다는 웃음이기도 하다. 그렇게 하면 눈물이 안 나오냐.

 

 

 

 

 

 

 

더 김민석을 붙잡고 있다간 정말 울음이 터질 것 같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나중에 야구 좋아하는 애랑 보러와야겠다. 두어 번 민석의 어깨를 다독인 백현이 그대로 양 어깨를 쥐곤 돌려세웠다.

 

 

 

 

 

 

 

 

 

 

 

 

 

 

 

이제 진짜 가봐.

 

 

 

 

 

 

 

 

 

 

 

 

 

 

 

 

사람들을 비켜가며 멀어지는 민석의 뒷모습을 보았다. 그대로 점이 될 때까지 보던 백현은 제 자리로 돌아갔다. 맥주가 쓰다. 어느새 타석에 선 타자는 그 유명하다던 4번 타자였다. 그래봤자, 홈런은 무리였다. 무리. 4번 타자의 실수로 4연승이 끝이 나려나.

 

 

 

 

 

 

 

 

 

 

 

 

 

 

 

 

*

 

 

 

 

 

 

 

 

 

 

 

 

 

 

갑갑하게 죄인 타이를 느슨하게 푸르며 차안에 있는 약을 삼켰다. 약에 맛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무 맛도 안 나는 약을 오독오독 씹으며 생각한다. 아침부터 좆같은 상황의 반복이었다. 욕은 욕대로 먹었고, 휴대폰은 뜨거워질 때까지 연락이 끊이질 않았고, 집에는 소속사 사장님부터 준면이 형까지 갑자기 들이닥쳤다. 정말 욕 나오는 하루였다. 민석에게 연락 할 새도 없었다. 화가 났다.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방해하는 것도 정도가 있지.

 

 

 

 

 

 

 

어제 민석과 연락을 하며 씻었던 것 까지는 진짜였다. 그 뒤로 그 여자에게 연락이 왔다. 그리고 나갔다. 지갑만 챙겨들고. 그대로 잠이 들기엔 아쉬웠고, 잠들면 하루가 그냥 지나갈 테니깐. 혼자 남겨지는 기분이 싫었다. 언제부터였을까. 술과 여자로 빈자리를 채운 게.

 

 

 

 

 

 

 

 

 

 

 

이곳에 발을 담근 뒤로 친구들과 연락은 뜸해졌다. 간간히 연락하는 ―백현을 포함한― 몇 명을 제외하곤. 언제는 그냥 그랬던 친구에게 전화가 왔었다. 등록금이 부족하다며. 루한은 가차 없이 끊었다. 내가 보모도 아니고. 이런 애 까지 돌봐줄 여유는 없었다. 성격은 자연스럽게 가식적으로 바뀌었다. 더러워졌다는 게 맞을 거다. 별 짓을 다했다. 살아남기 위해서. 기라하면 기었고 빨라하면 빨았고 빌라하면 빌었다. 그딴 짓을 하면서 수치심을 챙기기는, 가혹한 현실이었다.

 

 

 

 

 

 

 

 

 

 

 

 

 

 

 

 

꽤 오랫동안 내리지 않던 눈이 다시 내리기 시작한다. 머리위로 새하얀 눈이 내린다. 노을 진 저녁하늘에 흐릿하게 보이는 밤하늘의 별처럼.

 

 

 

 

 

 

 

 

 

 

 

 

 

 

 

 

민석의 집에 찾아가 전화를 했다. 잠깐 만나자고. 만나서 무슨 말을 할지 생각 해두진 않았다. 뭐라고 변명해야할까. 어떻게 말해야할까. 머리가 젖는 게 싫어 차안에 들어갈까, 생각하던 차였다. 골목 어기에서 검은 옷을 입은 남자를 보기 전 까지. 내가 저 얼굴을 어디서 봤더라? 곰곰이 생각했다. 루한이 머리를 조이는 동안 남자는 어느새 루한의 앞까지 와있었다. 그대로 들어갈 줄 알았던 남자는 루한의 앞에 서서 눈 쌓인 머리를 털었다. 나한테 무슨 할 말 있나. 루한은 담배를 태우기 위해 라이터를 빼들었다. 그리고 끝이 뭉툭한 남자다운 손이 시야에 들어왔다.

 

 

 

 

 

뭐하는 새끼지. 얼떨결에 루한은 경수에게 한 개비를 넘겼다. 심지가 반으로 타들어갈 때까지 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루한은 그저 김민석이 빨리 오길 바랄뿐. 그 정적 속에 먼저 입을 연 것은 검은 옷을 입은 남자였다.

 

 

 

 

 

 

 

 

 

 

 

 

 

“하루가 지겹죠.”

“…네?”

 

 

 

 

 

높낮이가 없고 목소리는 매우 낮았다. 루한은 머리위에 쌓인 눈을 신경질적으로 털었다.

 

 

 

 

 

 

 

 

 

 

 

 

 

 

 

“내가 그거 잘 알거든요.”

“…….”

“그 기분 되게 좆같던데.”

 

 

 

 

 

 

 

 

 

 

 

 

루한은 답을 않고 담배를 한대 더 빼물었다. 검은 맨투맨 하나만 입은 경수는 바지 주머니에 손을 물었다. 추워 보이지만 딱히 춥지도 않았다. 경수는 추위를 잘 타지 않는다.

 

 

 

 

 

 

“김민석이랑 있어봤잖아요. 그래도 하루가 똑같죠?”

“…….”

“혼자 있을 거면 계속 혼자 있던가. 김민석 끌어들이지 말고.”

“그딴 말,”

“김민석한테 한번이라도 진심으로 대해준적 있으면 그대로 계속 지내던가. 내가 오지랖 피우는 사람은 아닌데, 이건 좀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아서.”

 

 

 

 

 

 

말을 하던 중 경수는 잠깐 멈칫했다. 떠오르는 얼굴들이 있었기에. 생각만 해도 절로 웃음이 나오는 사람들. 이런 제가 우습기도 하다.

 

 

 

 

 

 

예전, 경수도 기계처럼 살았던 적이 있었다. 세부사항을 줄줄이 늘어놓고 싶진 않지만 그런 와중에 저의 머릿속에 이제는 깊숙이 파고들어온 찬열과 민석이, 표현은 안하지만 경수는 그 둘을 많이 좋아한다. 이런 낮 부끄러운 표현을 아낌없이 남발해줄 수 있을 정도로.

 

 

 

 

 

 

 

 

 

 

 

 

 

 

 

 

좋아한다.

 

 

 

 

 

 

 

 

 

 

 

 

 

 

 

 

그리고 루한은 아주 많이 닮았다. 예전의 저와 같이.

 

 

 

 

 

 

 

 

“닮았어요. 나랑.”

“잘 모르겠는데.”

“한끝 차이지. 하루를 누구와 보내느냐.”

 

 

 

 

매일 똑같은 하루 보다는, 매번 바뀌는 하루도, 꽤 재미있거든. 그냥. 말해주고 싶었다고.

 

 

 

 

 

 

 

 

 

 

루한은 싫은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시발. 방심하다 한방 먹었다.

 

 

 

 

 

 

 

 

 

 

 

 

경수는 눈썹하나 움직이지 않고 미련 없이 돌아섰다. 김민석이랑 영화 보려 했는데. 저 사람이 여기 있으니깐 나머지 일은 김민석이 할 것이다. 선택은 제 몫이 아니니. 박찬열한테 가 볼까나. 걔 공부 시켜야하는데. 학점이 전쟁을 마친 것처럼 곳곳이 지뢰수준이다.

 

 

 

 

 

 

 

이렇게 매일을 소중한 사람들의 걱정으로 가득한 하루가, 얼마나 좋은지. 루한은 알기나 할까.

 

 

 

 

 

 

 

 

 

 

 

 

 

 

 

 

아직도 맹렬히 짝사랑 중이신 김민석에 대한 마지막 배려였다. 더 이상 한쪽만 비참해질 순 없지. 개새끼야.

 

 

 

 

 

 

 

 

 

 

 

 

 

 

*

 

 

 

 

 

 

 

 

 

 

 

 

 

 

도경수가 떠난 지 정확히 30분 뒤, 가쁜 숨을 뱉은 민석이 루한의 앞에 섰다. 민석은 열애설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아침부터 종종 이 생각뿐이었다. 여자와 만나던, 남자와 만나던, 반응은 똑같으려나. 여자처럼 질질 짜지는 않겠지. 그럼 장말 토 나오게 짜증나는 상황일 것이다. 제발 울지만 마라.

 

 

 

 

 

“민석아. 뛰어왔어?”

“응. 너 기다리잖아.”

 

 

 

 

 

입동굴을 드러내며 웃는다. 민석은 정말 괜찮은 것인가. 변명부터 생각하던 루한의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겨울은 언제 끝나려나.

 

 

 

 

 

 

 

 

 

 

 

“나 그 여자랑 사귀는 거 아니야. 어제는…”

“알어. 나 그런 거 안 믿어.”

“불렀는데, 안 나갈 순 없었고.”

“…그랬구나.”

 

 

 

 

 

지금 이 순간, 김민석은 어떤 생각을 할까.

 

 

 

 

 

 

 

 

 

 

 

 

 

 

 

 

“괜찮아. 루한아.”

 

 

 

 

 

 

 

 

 

 

 

루한의 눈이 커졌다. 두 사람의 몸이 가까워지고, 민석이 팔을 루한의 허리에 감았다. 차가운 루한의 겉옷이 민석의 뺨에 닿는다. 오래 기다렸구나. 웃음이 나왔다. 날 이렇게 기다려줬구나. 절로 올라가는 입 꼬리가 미웠다. 난 루한이 좋다.

 

 

 

 

 

 

 

 

 

 

 

 

“민석. 미안해.”

“괜찮아.”

 

 

 

 

가슴에 닿은 체온이 따뜻해서, 그 기분이 좋아서 김민석의 등을 쓸어주었다. 손에 온기가 묻어난다.

 

 

 

 

 

 

 

 

 

 

 

“루한.”

“응.”

“나 이제 정리 할 수 있을 것 같아.”

“……?”

 

 

 

 

 

 

 

 

 

민석은 루한의 가슴에 묻어있던 고개를 들었다. 아. 루한은 그제야 직감했다. 민석의 표정은,

 

 

 

 

 

 

 

 

 

 

 

 

 

 

 

 

지금의 김민석은.

 

 

 

 

 

 

 

 

 

 

 

 

 

 

 

 

 

누구보다도 개운한 표정을 짓고 있는. 지긋지긋한 열병이 다 나은 김민석은.

 

 

 

 

 

 

 

 

 

 

 

 

 

 

 

 

 

이제 나에게 가시 같은 말을 뱉으려나.

 

 

 

 

 

 

 

 

 

 

 

 

 

 

 

 

“루한. 널 많이 좋아했어. 정말로.”

 

 

 

 

아니야. 왜 종결형이야. 민석아.

 

 

 

 

 

 

 

 

 

 

 

 

 

 

 

“이제 그만 하려고.”

 

 

 

뭘 그만 한다는 거야. 민석아. 너까지 가면, 난.

 

 

 

 

 

 

 

 

 

 

 

 

 

 

 

 

 

“루한. 너랑 나는 어떤 사이야?”

 

 

 

민석의 말에 나는 잠시 고민한다. 너와 나의 관계를 정리할 수 있는 말은.

 

 

 

 

 

 

 

 

 

 

 

 

 

 

 

 

“난 많이 생각해봤어. 우리 사이가 어떤 사이인가. 나는 너를 많이 좋아하는데, 지내보니깐 넌 아닌 거 같더라. 루한아, 난… 내가 그렇게 까지 하면서 그래도 너를 만나고 싶었어.”

“…….”

“내가, 너의 하루 대신이라도. 여자만큼은 못해도. 그만큼 너를 좋아했으니깐.”

 

 

 

 

 

막상 나는, 왜 좋아한다는 김민석의 말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할까.

 

 

 

 

 

 

 

 

 

 

 

 

 

 

 

 

“루한아. 진짜 너를 위한 사람을 만나. 그게 내가 아니라 아쉽지만.”

“민석.”

“그리고… 더러운 취급 안 해줘서 고마워.”

 

 

 

 

 

 

 

춥겠다. 이제 그만 가봐. 잠깐 들어갔다 갈래? 말을 마친 김민석은 시큰 거리는 코를 잡는다. 금방 울 것 같은 표정에 김민석을 내려 보았다. 마디마다 붉은 손가락이, 불그스름 살이 오른 두 뺨이 올곧게 저를 본다. 이상했다. 무언가가. 지금 이 기분을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김민석은 지금, 그제야 안보였던 것들이 보인다. 나와 만날 때, 밥 먹을 때, 바래다줄 때, 통화를 할 때. 김민석이 어떤 표정을 지었을지.

 

 

 

 

 

 

더 이상 고민 할 필요는 없었다. 김민석이 이렇게 까지 하는데, 난 그를 위해 내가 해줄 수 있는 최대한의 것을 해줘야 한다.

 

 

 

 

 

 

 

 

 

 

 

 

 

 

 

 

김민석을 보내야한다.

 

 

 

 

 

 

 

 

 

 

 

 

 

 

 

 

“고마워. 좋아해줘서. 이건 진심이야.”

 

 

 

처음으로 김민석 앞에서 진심을 말해본다.

 

 

 

 

 

 

 

 

 

 

 

“응. 알아.”

“들어가 봐. 춥다.”

“잘 가. 루한아.”

 

 

 

 

 

 

 

 

 

 

김민석이 집으로 들어갈 때까지 바라본다. 어깻죽지가 눈 때문에 젖어 들어간다. 또 다시 혼자 남겨진다. 익숙하다. 난. 하지만 김민석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그의 곁에는 혼자가 아닌, 김민석을 진심으로 위해주는 사람들이 있다. 난? 생각을 마친다. 쓸 때 없이 감상에 젖어 들어간다. 집이나 가야지. 검은 남자의 모습이 떠오른다. 김민석을 지켜보았던 그 남자. 나를 위해 이런 말을 해줄, 사람이 있긴 할까.

 

 

 

 

 

 

 

 

 

 

 

 

 

 

 

 

 

이 말만은 진심이다. 김민석이 행복하길.

 

 

 

 

 

 

 

 

 

 

 

 

 

 

 

 

집으로 가는 길에 익숙한 전화번호를 누른다. 상대방은 조금 긴 연결 음이 이어진 후에야 전화를 받았다. ‘변백현’ 유일하게 내 곁에 남은 한사람. 지금은 사람이 필요하다. 날 위해줄 사람이.

 

 

 

 

 

 

 

 

 

 

 

 

 

[왜.]

“야구 끝났어?”

[엉.]

“잠깐 만나.”

[안 돼. 오늘 과 모임 있다. 왜?]

 

 

 

 

 

 

 

 

 

 

 

오늘은 지랄 맞게도 되는 일이 없구나. 결국 난 포기한다. 오랜만에, 아주 오랜만에. 예전을 생각할 것이다. 그 옛날. 김민석이 나를 좋아했던. 그 옛날의 나를.

 

 

 

 

 

 

 

 

 

 

 

 

 

 

 

 

 

오늘은,

 

 

 

 

 

 

 

 

 

감상에 젖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10화안에는 완결날 예정.. 원래 호흡이 긴 장편은 쓰지 못하무니댜.. 오늘 오파들 첫콘했네여 기여웡

저는 내일두 가구 막콘두 가구 짱짱 많이 보구와야징..

항상 코멘트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당 ^.^ 어떻게 감사해야할지....ㅜ.ㅜ 다음편에는 분량 마늘예정..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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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아..어..으..ㅠㅠ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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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오늘도가고 내일도가고 막콘도 가신다니ㅠㅠㅠㅠ짱짱부러워요ㅠㅠㅠㅠ오늘 브금이링 같이 들으면서 보는 데 왈칵 뭔가가 움찔거리는데...ㅠㅠㅠㅠㅠ뭐라고 해야하나 과거의 루한을 이렇게 다시 보고 현재의 루한을 보고 경수가 보는 루한을 이렇게 보니까 욱신욱신거리네요 그렇게 어른이 되어서 그런 거군요...ㅠㅠㅠㅠㅠㅠ곁에 좋은 사람들이 있어도 잘 보지 못하고 항상 어딘가가 그렇게 망가진 것 처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루한아ㅏ..ㅜㅜㅜ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직 신에게는!!!! 5편이 남아있ㅂ니다ㅏ!!!!! 으아ㅏ..ㅠㅜㅠ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ㅠㅠ사랑합니다ㅠㅠㅠㅠㅠ오늘도글읽고가여...ㅠㅜㅜ♥♥♥♥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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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ㅠㅠㅠ 정말 잘보구 갑니다... 루한이 경수가 해준말을 잘 새겨들었기를 바라면서 정말 대박,, 일편부터 보고 왔어요! 다음편이 기다려집니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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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작가님......ㅠㅠㅠㅠㅠ오늘도 잘 읽고가요...ㅠㅠ으앙 쥬금.....ㅠㅠ 경수랑 루한이랑 대화하는 부분이 왜 이렇게 좋은걸까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루한이는 아직 덜 자란 어른인가봐요.... 민석이랑 루한이가 다시 잘 되겠지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다음편이 기디다려져요!!!!!!!!! 10회미만이라니.....그렇다니.....!!!! 작가님 제가 정말 좋앟여....좋아해요ㅠㅠㅠㅠㅠㅠㅠㅠ 잘 읽고갑니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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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진짜 좋아요ㅠ.ㅠ..근데 이번편 되게 마음이 아프네요 루한아 민석아..☆★ 언제쯤이면 행쇼할까요 새드도 좋지만ㅋㅋㅋ항상 느끼는건데 비지엠이랑 글 분위기랑 너무 잘 어울려요. 항상 좋은 글 감사해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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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크흑...제아픈 가스미를 언제치료해주실꺼에요 ㅠㅠㅠㅠㅠㅠ루한아 루한이의 슬픈 가스미는 또언제 치료가될까요 사랑해요작가님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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