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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기미씹딱뽕 전체글ll조회 1601

메모장에 생각날때마다 끄적인것들중에 몇개만 뽑아왔어영

무슨 조각글이 81kb 넘는것도 잇길래 그건 그냥 내버려둠;;

카페에다 쓴거까지 합하면 서른게 넘을듯ㅋㅋㅋㅋㅋㅋㅋㅋ나 미쳣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볼사람이 몇이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한번 끄적여 봅니다. 뽑아온건 그래도 그중에서

아직 쓸 용의가 남아있는것들 몇개요. 그리고 가장 최근에 쓰고잇는건 마지막거.

반도의 흔한 초능력잨ㅋㅋㅋㅋㅋㅋㅋㅋ이거 누가 제목좀 추천해줘요 여기 연재하고싶은데 제목이 음ㅋ슴ㅋ

초능력자는 연재물, 마이월드는 단편으로 가장 최근작들. 나머지도 뭐....

쨌든 제목보고 꼴리는 대로 골라읽으셔도 되고~ 심심하시면 보잘것 없는 글 쭈욱 한번씩 훑어주셔도 감사하고

ㅋㅋㅋㅋㅋㅋㅋ클릭 해주신것만으로 감사합니다! 아니 황송합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strange family

 망할놈의 집구석. 중얼거려봤자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저 습관처럼 머리를 헝클였다. 그랬더니 또 '어른이 말씀하시는데 그게 무슨 못된버릇이냐!'하며 재떨이가 날아온다. 두꺼운 유리로 된 재떨이는 무겁기도 꽤 무겁지만, 또 그만큼 아버지가 아껴 깨져서는 안돼는 것이라. 40대 후반의 늙은이가 던지는 무거운 재떨이 하나 피하지 못할만큼 한심한 운동신경을 가진것은 아니었지만서도 일순 그런 생각이 스쳐 바보처럼 우두커니 서버렸다. 내가 여기서 피하면, 저 재떨이는 틀림없이 벽에 부딪혀 산산조각 날테니까. 그것은 아마도, 마지막 희망이었을지도 모른다. ‘가족’이라는 비형식적이고 부질없는 매개체에 대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가져본 기대와 희망.
 조금의 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 어마어마한 소리를 내며 머리에 정통으로 부딪힌 재떨이가 툭. 손바닥 안으로 굴러떨어진다. 곧이어 하나 둘 씩 떨어지던 새하얀 핏방울들이 어느순간 줄기가 되어 쏟아져내리기 시작했다. 투명한 재떨이 바깥부분을 맞고 금새 바닥을 적시기 시작한 핏줄기들은 어쩐지, 고작 재떨이 하나에 맞은것이라고는 볼 수 없을정도로 조금. 위험스러워 보이기까지 할 정도였다. 그리고 깨달았다. 그러고보니, 싸웠었지. 지나가다가 어떤놈이랑 씨비가 붙어서. 바로 방금전이지만 이제는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놈에게 각목으로 맞았다. 그러니까, 방금 전 재떨이가 정통으로 부딪혔던. 그부분을.


 “…….”


 깨달은 순간이었다. 세상이 빙글, 한바퀴를 돌았다. 넘어질 뻔 한것을 간신히 소파 등받이를 붙잡고 버티어섰지만 앞을 올려다 볼 용기는 솟아나지 않았다. 이것은 내가 당신들에게 걸었던, 처음이자 마지막인 희망. 혹은 도박. 관자놀이를 타고 흘러내리던 피가 이윽고 조금씩 멎어가기 시작할 즈음, 쇼파 아래쪽에 재떨이를 내려놓고 핏자국을 훔쳐냈다. 그리고 동시였다. 이상스러울정도로 정적에 휩싸였던 거실이, 날카로운 외침으로 가득차버린것은.


 “세상에…! 쇼파가 온통 피투성이잖아!”


 비죽이 웃음이 솟아올랐다. 그것은 평소 부모에게 자주 보이던 호기어린 비웃음도, 혹은 방 한구석에 틀어박혀 홀로 지어내던 자조어린 미소도 아니었다. 그저. 우스웠으니까. 이쯤되면 차라리 어릴적 그날처럼 울음짓는게 어색하지 않을까. 이놈의 집구석은, 도대체, 죽어도 변하질 않으니까…고개를 치켜들어 그 쇼파가 피투성이가 되어버릴만큼 극심한 ‘아들’의 상처보다 일반인이라면 상상조차 하지 못할 고가의 쇼파가 피에 젖어버린것을 걱정하는 어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이제는, 지겨움을 넘어서 홀가분할 지경이다.
 움찔. 놀라는 부모를 뒤로하고 방으로 걸어올라갔다. 장농 밑에 쟁여놓았던 작은 여행가방을 꺼내 옷부터 집어넣었다. 교복, 티셔츠 몇장, 바지랑 속옷. 지갑. 그리고 책가방. 일주일동안 집에서 먹고자는것보다 밖에서 먹고자는것이 많았던만큼 의외로 챙길것은 얼마 없었다. 지금까지 끊임없이 망설였던 것이 거짓말이라 해도 믿겨질 정도로 결단의 순간은 오히려 주저없었다. 반도 채 채우지 못한 작은 여행가방을 들고 일어서자 문 앞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새카만 눈동자를 마주할 수 있었다.


 “…….”


 초등학교 4학년인데. 어떨까. 지금이 어떤상황인지, 제대로 인지하고 있을까. 부모를 쏙 빼닮은 오만함에 빛나던 눈이 옅은 불안감을 품고있고, 뜻도 제대로 모른채로 뱉어내던 빈정거림으로 마를날 없던 입술이 굳게 다물어져 있었다.……알고, 있겠지. 아마도 내가 나가면. 이제 다시는 볼 수 없으리라는 것도. 가방을 든 채 아이가 서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툭, 나와 같은 갈색머리 위에 손을 올리자 움찔. 하고 굳어지는 몸이 느껴져, 이번에 베어든것은 씁쓸한 미소뿐이었다.


 “…형이라고, 한번만 불러봐.”


 한참만에 내뱉은 목소리는 형편없이 거칠어져 있었다.…우습다고 생각한다. 지금 내가 눈앞에서 사라지면 다시는 보지 못할것을 뻔히 알고있으면서도 '형'이라는 그 한마디를 망설이는 작은 꼬마아이보다, 나에게 '형'이라 부르지 않을 그 아이를 알고있는 내 자신이. 훨씬 더.


 「──혀엉.」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었다. 그런때도 있었는데, 분명히. 너무나도 행복해 미칠 것 같던. 이 집안에서도. 아니, 이 집안에서가 아니면 숨이 쉬어지지 않던. 그런 순간도 있었는데. 항상 일에 바쁜 아버지도, 칭얼거리기만하고 무엇하나 제대로 하는것이 없던 둘째아들보다는 노는것을 조금 더 좋아했을만큼 철없던, 하지만 다정했던 어머니도 아닌 나를. '형'이라는 그한단어를 먼저 내뱉었던 그 순간이. 진짜 아들이라도 키우듯 어렸을때부터 동생을 돌봐온것은 자신이었다. 나이가 들어가며 공부에서 뒤쳐지고, 제대로 할 줄 아는것 하나 없는 나를 무시하는 부모님들 사이에서 물들었다고는 할지언정 '오만함'이라는 단어의 뜻조차 모르는 어린아이가 어렸을때부터 누구보다 먼저 불러왔던 나를 보지 않고 사는것이 힘들것이라는 것 쯤은, 알고있다. 아이의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뜻모를 독설이 진심이 아니라는 것 조차. 하지만 인간은 참 바보같은 것이라, 그것을 뻔히 알면서도 상처받는순간이 분명하게 존재한다. 처음에는 이해하려했다. 어린아이니까, 어린아이의 말이니까…이해하고싶었다. 끝까지, 사랑하고싶었다.
 ……헛된희망임을 알면서도, 믿어보고 싶었다. 끝까지 입을 다물고 망설이기만 하는 아이를 보며 웃었다. 피식. 분명히 지나칠 정도로 자조적인 미소였을 것이라고, 스스로도 생각했다. 그리고 조용히 아이를 지나쳤다. 등 뒤로 끈덕지게 달라붙은 아이의 시선을 모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뒤를 돌아볼 생각도, 더이상 집안에 머물러있을 생각도 들지 않았다.…이미, 사랑하지 않았다. 어느순간부터 변해가기 시작한 아버지도, 원래의 다정함을 잃어버린 어머니도. 그리고 나를 보며 웃지 않는 아이도. 남은것은 지독할 정도로 불쾌한 미련 뿐이었다. 그것이 일주일에 한두번이나마 나를 집으로 돌아오게 만들었다. 아이가 방금 나에게 '형'이라고 말했다면. 마지못해서라도, 그리 말해주었다면. 그 미련만으로도. 나는 집안에 내가 있을 곳을 억지로 만들어놓고 둥지를 틀 수 있었을텐데. 그 한마디면, 그 한마디가 있었더라면──


 “…….”


 ……나는 끝까지 이 허울뿐인 가정속에서, 아이의 곁에 머무를 수 있었을텐데.

 


신입사원

 

 나는 어려서부터 모든면에서 남달랐다.…고, 나의 어머니는 말하기를 좋아했다. 하지만 나는 그저 나의 부모님이 이상할 뿐 나는 그저 조금 무덤덤한 편일 뿐이라고, 그 외에는 남들과 하등 다를 바 없이 평범한 사람들 중 하나일 뿐이라고.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왔고 그것은 지금에서도 변함이 없었다. 그렇게 약 27년 정도를 살아왔으며, 그저 ‘개인의 특성’에 해당하는 나의 무심함은 어느정도 삶에 이득이 되었기 때문에 고칠 생각또한 조금도 없었다.
 약간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보자면, 그러니까 이런 상황일 때─


 “아오, 얘 또 전화 안받아!!”
 “또요?”


 앞에서 열불을 내고잇는 것은 입사 3년차 김태후 사원. 그 옆에서 답답한 듯 맞장구 치는것은 입사 2년차 이시연 사원.
 그리고 나는-


 “~팀장님! 제발 얘 좀 어떻게 해보세요!”


 입사 5년차, 이세하 팀장. 그리고 전화를 안받는다던 문제의 '그분'은 올해 입사한 김태연 사원. 나름 이름만 대면 알아주는 굴지의 대기업이고, 그럼에도 어마어마한 경쟁률을 뚫고 입사에 성공했을 정도라면 적어도 능력이 아주 후달리지는 않는다는 뜻일테니 업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정도로 일을 못하는것만 아니라면 상관은 없지만, 팀 사람들 말을 들어보면 ─이시연 사원의 표현을 빌려─ 애가 개념이 없어도 어지간히 없는게 아닌 모양이었다. 아무리 일을 잘한다고 해봤자 이제 막 대학교를 졸업한 사회 초년생에 생 초짜일 뿐인지라 2년 혹은 3년차 선배들보다 더 잘 할 수는 없는 일이니 선배들에게 조금 꾸중을 듣는 정도야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를텐데도 그것을 굉장히 못마땅해 하며 자신이 실수한 점을 전혀 고치려고 생각치 않는단다. 거기에 뭘 모른다 해 좀 가르치려 하면 배울 의지가 전혀 없어보이는것도 모자라 눈치코치도 없이 행동하는건 일상 다반사에 회사가 땡치고 나면 아무도 모르게 혼자 퇴근하더니 회사 전화는 무조건 다 씹는다고. 척 듣기에도 심하다 싶기는 했지만 앞에서 말했듯 나는 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정도로 능력이 후달리는게 아니라면 별 상관도 없을 뿐더러 모든일에 적당히 무덤덤했기 때문에 왠만한 일에는 감정변화가 거의 없었다.……이런점이 이롭다는 말이었다. 자신의 정신건강에, 매우.


 “…뭐가?”
 “ ‘뭐가’정도로 끝낼일이 아니라니까요! 팀장님이 매일 그렇게 그냥저냥 넘어가시니까 얘가 팀장님을 아주 우습게 보는 거에요! 제발 혼좀 내주세요! 우리말은 귓등으로도 안들어요!”
 “알았어. 정 아니다 싶으면 따끔하게 야단쳐줄게.”
 “지금도 충분히 아니다 싶거든요!”
 “…….”


 ……비록, 주변 사람들의 정신건강에는 그닥 이롭지 못한 것 같았지만.

 

 

 


         신입사원

 

 

단편

 

 

 


 점심먹자. 맥도날드로 와. 문자 한통을 받고서야 점심시간임을 깨달았고, 그냥 굶을까. 하다가 발신인의 성격으로 미루어 보아 벌써 맥도날드에 도착해 멋대로 자신의 몫까지 주문을 끝내놓았을게 분명해 어쩔 수 없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텅 비어있는 의자들을 눈에 띄는대로 가지런히 정리하고 옆건물 1, 2층을 통째로 차지한 맥도날드로 걸어들어가자 역시나. 방학시즌이라 온통 학생들만 우글거리는 이곳에 떡하니 명품양복을 입은 남자가 앉아있었다. 물론 자신의 음식까지 테이블 맞은편에 올려놓은채로.…이질적인 복장도 복장이었지만, 그 외모또한 가히 평범한 수준은 아니어서. 알게모르게 힐끔거리는 여고생들을 아는지 모르는지, 어울리지도 않는 콜라를 쪽쪽 빨아마시던 이훈이 세하를 발견하고 가볍게 손을 들어올린다.


 “오랜만.”
 “…무슨. 겨우 일주일만인데.”
 “그 일주일도 출장때문에 못본 것 뿐이지, 원래는 점심시간마다 만났었잖아.”
 “…….”
 “좀 더 자주볼 수 있을 것 같아서 우리회사에 취직시켜준건데, 이건 어재 학생때가 더 나았던 거 같다?”


 가게안의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나름대로 엄청난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지껄이는 남자의 이름은 최이훈. 스물일곱. 동갑인데 누구는 팀장 ─물론 스물일곱에 팀장자리도 굉장한 일이기는 했다. 그 증거로 세하의 팀원들 중 세하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은 단 둘 뿐이다.─ 이고 누구는 사장이고, 처지가 이렇게까지 다를수도 있는건가 싶긴 하지만 애초에 자신이 이자리에 있는것도 다 이훈 덕분임을 잘 알고 있으니까.
 한 십년 전 쯤이었나. 전학 가게 된 학교에서였다. 이훈을 처음 만난것은. 물론 그때부터 이훈은 나름대로 학교에서 유명인사 ─연예인 포스 풀풀 풍기는 외모의 대기업 회장님 아들이자 최악 혹은 최강의 성격파탄자로.─ 였지만 이제 막 전학을 왔을 뿐더러 바로 친구를 사귈 수 있을만큼 사교성이 뛰어나지도 않았던 세하가 그런 사실을 알고있을리 만무했고, 홀로 학생식당에 앉아 밥을 먹고있는 이훈에게 겁도없이 ‘같이먹자’ ─친구는 없어도 상관 없었지만, 혼자먹는 밥만큼 맛없는건 없다는 것이 세하의 지론이었다.─ 며 말을 건낸게 이 끈질기다면 끈질긴 인연의 발단과정이었다. 그 뒤로 어영부영 약 오년정도 관계가 지속되었을 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바로 회사일에 투입되기 시작한 이훈이 스물두살에 정식으로 사장자리에 취임했을 즈음에는 이미 세하는 세하대로 공부를 하느라 바쁘고, 이훈은 또 이훈대로 바빠 서로 통화조차 할 수 없는 일상에 익숙해져있었다. 그러다 어찌어찌 간만에 한번 만나 술을 마셨고, 세하가 ‘공부는 싫어, 돈벌고 싶어.’하고 투정 비슷한걸 부린 것 같았다.
 문제는 또 이훈이었다. 세하의 말에 반색을 하며 ‘그래? 마침 잘됐다! 안그래도 자주 못만나 니가 학교를 그만두든 내가 회사를 그만두든 담판을 지으려고 했었는데. 내가 취직시켜줄게. 너 학교 관두고 우리회사 들어와라!’ 하고 말하더니 ─술에 취해 분별력이 있을리 없는 세하가 거절할 리 만무했다.─ 정말로 당장 다음날 있지도 않은 자리를 만들어 취직을 시켜준 것이다.


 “어쩔 수 없잖아? 낙하산 소리는 듣고싶지 않은데.”
 “낙하산 맞으면서?”
 “낙하산도 낙하산 나름대로의 자존심이라는게 있는거야. 거기다, 취직만 도와줬다 뿐이지 니가 승진을 시켜줬냐 연봉을 인상시켜줬냐. 여기까지 올라온건 다 내 능력이야.”


 하긴, 맞는말이기는 하네. 하며 고개를 끄덕거린다. 그렇지? 덩달아 고개를 주억거리며 세하는 햄버거의 포장을 뜯기 시작했다.…햄버거를 썩 좋아하는것은 아니었지만, 둘이 만나 점심을 먹는다 하면 항상 회사 옆건물 맥도날드다. 안그래도 젊은나이에 대학졸업장도 없는게 대기업에 입사해 팀장자리하나 꿰찼다고 주변에서 말이 많은데 회사 근처 식당에서 사장과 점심을 먹다가 괴상한 소문 퍼트리기는 싫고, 그렇다고 멀리 나가자니 귀찮기도 할 뿐더러 점심시간도 촉박하고. 그래서 결론적으로 선택한것이 이곳이었다. 어릴때부터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대기업 사원들의 자부심이라는것이 도대체 뭔지, 그 사람들은 햄버거는 커녕 커피 한잔도 허투루 마시는 것을 본 일이 없었다. 명품에 비싼곳에 네임벨류에. 뭐, 그런 사람들 덕분에 절대 들킬 일 없는 점심장소를 찾아낸 것은 오히려 고마운 일이었지만. 생각하며 우물우물 햄버거를 씹고있자, 먹다만 햄버거 ─그러고 보면 이훈도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자라 대기업에서 일하는건 똑같은데 학생때부터 느낀 것이었지만 사람이 참 쌈박했다.─ 를 손에 든 이훈이 그런 세하를 뚫어져라 바라본다.


 “…야. 세하야.”
 “……?”
 “너 있잖아, 나랑 사귈래?”


 풉, 하고.

 


fiction

 새파랗게 달아오른 가을하늘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웠다.


 「오빠, 오빠! 이제 좀 괜찮아?」


 물었던 목소리가 아직도 이렇게 선명한데.
한줌의 재로 변해버린 그 모습이 안타깝기 그지없어 눈물조차 흐르지 않았다.


 ……울지 말걸.

 

 …이렇게 아픈 순간이 올 줄 알았으면…그렇게 행복한 순간에. 눈물따위 흘리지 않는건데.


 후회해도 늦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때는 그냥 그 생각 뿐이었다.


 마냥 히죽히죽 웃으며 함께 어울리던 그 시절의 여동생이 아니라는 벅차오름과,
이제 저 아이는 완전히 내 품을 떠나가 버린다는 그 서운함에 흘리던 눈물로 젖어가던 순백의 드레스가 저리 새빨간 피로 물들어 버릴줄.
그 누구는 알고있었을까.


 알고 있었다면, 왜 막아주지 못했을까.
오빠, 오빠. 예쁘게 웃으면 올라가는 입꼬리와 함께 휘어지던 그 예쁜 눈을. 왜 지켜주지 못했을까.
나는 이토록이나 슬픈데, 왜 눈물은 흐르지 않는걸까.
그때 굳이, 내가 좋아하는 음료수를 사오겠다고 직접 나선 세현이를…나는 왜 말리지 못했을까.

 

 「이런날에 움직이는거 아니야. 공주님은 가만히 앉아있어요.」

 

 말리려던 손길에는, 왜 그 망설임이 가득해서.
이제는 정말로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지금을 놓치면, 저 아이가 직접 건내주는 음료수따위. 나는 마실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평소처럼 그렇게 신주단지 모시듯 앉혀놓는건데.
태어나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여동생이 사다주는 음료수를 맛보고 싶다고 생각해 버린것은 도대체 얼마나 큰 죄악이나 되어서.
신은 그리도 무자비하게 너를 나에게서 빼앗아 가야만 했던것일까.


 ……이토록이나, 가을 하늘이 아름다웠던 날에.

 

 

 

 

 

 “…그때였어요. 그 사람이 내게 다가온것은.” 


 나른함에 도취된 눈동자는 아름다웠다. 추억에 젖은 듯 몽롱한 얼굴의 남자또한, 그에 못지 않을만큼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었다.
분명히 209호에 입원한 환자는 남자라고 들었는데. 꽃병에 물을 갈고있을때 막 잠에서 깨어난 남자의 얼굴을 보고 병실을 잘못찾았나 싶었다.
잠에 취해 잔뜩 쉬어버린 채 울리는 허스키한 목소리를 듣기 전까지는.

 그토록이나 아름다운 남자는, 아니. 그토록이나 아름다운 사람은 본 일이 없었기에.
간호사는 당황해 얼른 병실을 빠져나가려 했다. 그래, 예의 그 나즈막한 목소리가 자신을 붙잡지 않았다면.


 「저기요.」
 「네, 네?!」
 「…내 얘기 한번만, 들어봐주지 않을래요?」


 곱게 휘어지는 눈꼬리가 너무 예쁘고 순수해 보여서. 일순 넋을 잃은 간호사는 저도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처음에 매료당한것은 그 아름다운 눈동자에였다. 둘째로 바라보게 된것은 눈동자와 같은 새카만 색으로 물든 결좋은 머릿결.
새하얀 피부, 오똑한 콧날……바라보면 바라볼수록 흠잡을 것 하나 없는 반듯한 외모에 빠져들어 시간가는 줄 몰랐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일이 밀려 서두르고 있었던 것 같은데, 그것을 깨달았음에도 자신을 자리에서 일어서지 못하게 한것은
얼굴만큼이나 매혹적인 목소리를 가진 남자가 나긋하게 늘어놓는 이야기였다.

 

 

 아버지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나의 전부라고 생각했던 그분들이.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이 예상치 못한때에 일어났다.

 그런것이었다.

 죽음이란.

 그 덧없는 이별에 슬퍼할 틈도 없었다. 사망보험금과 약간이나마 남겨둔 유산으로 버틸 수 있는 날은 얼마 없었으니까.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아르바이트에 매진했다. 나 혼자라면. 그래, 나 하나 뿐이라면. 그저 죽어도 그만 살아도 그만이었다.
부모를 잃은 현실에 슬퍼할 틈도 없이 그 잔혹한 곳으로 나를 다시 끌어들인 것은 오직 하나.
웃고있는 ‘여동생’의 얼굴이었다.

 ──눈물짓게해선, 안돼.
슬프게 해서는 안돼. 언제까지나, 항상. 내가 지켜야만 해. 내가, 영원히-

 그것이 내 삶의 이유였으며, 목표였다.
덕분에 서른을 겨우 세 해 밖에 남기지 않은 스물일곱이 되어서도 제대로된 연애 한번을 못해봤지만 그저 좋았다.
예쁘고 바르게 자라준 여동생을, 세현이를 보는것만으로도 행복했다.
동생을 위해서라면 내 인생따위는 필요 없다고, 평생 결혼, 아니 연애한번 못하고 죽는다 해도 나는 상관 없다고.
그렇게 생각하며, 십년이 넘는 세월을 살아왔는데.


 「아이 참, 오빠가 그렇게 우니까 나도 괜히 눈물나올 것 같잖아.」
 「……미안, 미안해 세현아…근데 오빠가…….」


 알 수 없는 감정이었다.
예쁘고 바르게 자라온 동생이 멋지고 훌륭한 남자에게 시집을 간다는데.
분명히 축하해야 하는 일인데.
새하얀 웨딩드레스를 보는순간 왈칵 차오른 눈물을 참아낼 수 없었다. 기쁨에 흐르는것이 분명했다.
알고있었다. 하지만, 그 기쁨의 눈물사이 묻어나는 서운함과 허전함을 더욱 잘 알고 있었기에.
나는 미안했다. 이렇게 기쁜 날에 눈물을 보이는 것도, 그 눈물사이 다른 감정을 섞어내는것도. 마냥 미안해서.
그저 미안하다고밖에는 말할 수 없었다.


 「…으휴, 맨날 뭐가 그렇게 미안해 오빠는!」
 「…….」
 「내가 오빠 좋아하는 음료수 사다줄테니까 잠깐 기다려. 대신 이젠 울면 안된다?」


 평소같았으면 가볍게 잡으면서 말렸을텐데. 정 안된다하면 그냥 자신이 다녀오겠다 말했을텐데.
그날따라 왜 그리 마음이 약해졌어서.

 


집착의 진실

 학교 아이들이 ‘최이훈’이라는 이름을 듣는다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단어는 아마 ‘집착’이리라.
 …아주 조금의 과장조차 섞이지 않고, 그것은 진실이었다. 그정도로, 최이훈의 패거리에 대한 집착은 어마어마했다. 같이 다니는 패거리들이라고 해봤자, 소위 말하는 ‘일진’무리들 중에서도 겨우 세명 뿐이었지만. 문제는 바로 이 세명인데, 애인은 커명 서로 ─최이훈, 송성현, 김여희 셋과 최이훈.─ 외에 다른 친구조차 못 사귀게 하고, 심지어는 여동생이나 오빠같이 가족들에게 베푸는 애정에조차 질투할만큼 그 집착은 어마어마했다. 그리고 그 세명 중에서도 단연코 논란거리가 되는것은 ‘집착덩어리’최조운의 타겟 ─혹은 먹잇감─ 중 유일하게 여자인 김여희 하나뿐 ─정환과 성현은 이훈이 전학온 중학교 3학년 초반부터 그래왔고, 여희는 고등학교에 들어 아무 이유없이 그렇게 된 것이고, 위에서도 밝혔듯 유일한 여자이니까.─ 이었다.


 “아무튼 그래서-”


 불복종은 곧 죽음이고, 빌어먹게도 문제의 집착덩어리 최이훈은 그 괴상할 정도로 유별난 ─더러운─ 성격만 제외한다면 거의 모든 부분 ─외모, 집안, 싸움, 머리 등등─ 에서 완벽한 녀석이었으니 벗어날 방법이 있을리가 만무했다. 세간에서야 유래없이 여자인 김여희에게 집착하는 최이훈을 두고 첫눈에 반했으니 뭐니 떠들어대건 말건, 이 상황이 이런식으로 불유쾌하게 돌아가다 보니 반이 다르고 같고에 전혀 관계없이 이들은 항상 함께했다. 사실 올해 네명중 한명만 다른반이 된 반배정표가 나왔을 때 교무실로 쳐들어 가겠다는 이훈을 말리기 위해 이들이 겨우 강구한 최선책일 뿐이지만.
 조례가 끝난 후, 어김없이 이훈의 반에 찾아온 문제의 다른반 남자1. 송성현은 2학년 전체를 들드게 만든 전학생의 외모에 대해 열띤 예찬을 늘어놓고 있었다. 물론 다른이들에게 눈을 돌리는 것 만큼 ─이훈의 '눈을 돌린다'는 기준은 불명확하지만 매우 깐깐함에 틀림없었다.─ 서로의 수명을 재촉하는 일 또한 존재하지 않았기에 이훈이 아직 등교하지 않은 사이 재빨리 이야기를 풀어나고 있는것이었지만.


 “눈은 존나 사슴같이 땡글땡글하고 새카만데 피부는 존나 하얗고- 막 아무튼 그래서 그새끼 완전 이뻤다니까? 생긴것도 기집애마냥 곱상하게 생긴게 또 말한번 걸어주면 싱글벙글 쪼개는 것도 더럽게 잘해서 계집애고 사내새끼고 지금 난리났어. 아 맞아, 그리고 또…”
 “몇반이냐.”


 헉, 하고. 정말로 숨을 들이키는 소리가 들렸다. 한곳도 아니고, 교실의 여러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다른 평범한 아이나, 혹은 조금 눈에 띌 뿐인 일진패거리였다면 간만에 온 전학생의 굉장한 소문에 실물이 궁금해 얼굴이나 한번 보러갈까- 하는 의미로 해석하고 별로 신경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최이훈이다. ‘몇반이냐’는 질문을 싸늘하게 던진 인물이. 다른 누구도 아니고 최이훈인 것으로도 모자라 이 상황자체도 끔찍할 정도로 ─최이훈이 집착하는 대상 중 하나인 송성현이 ‘아리따운’전학생에 대한 예찬을 아낌없이 늘어놓고 있던, 그런 상황은.─ 좋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그 전학생은 최고의 경우 전학 온 다음날 다시 전학가게 되거나…혹은 최악의 경우, 다시는 이 땅을 밟을 수 없게 되거나. 둘중에 하나, 혹은 둘 사이 중간쯤 어딘가에 애매하게 걸쳐있는 어떤 사건에 직면하게 될것이 분명했다.


 “저, 저기- 이훈아, 이건…”
 “가지말자.”


 윗입술과 아랫입술 사이에 본드라도 발라진 냥 꾹 붙이고 얌전하게 앉아 성현의 이야기를 듣기만 하던 여희가 입을 열었다. 사실 김여희가 늘상 논란거리가 되고있는 이유는 단순히 그녀가 정환과 성현 사이에 낀 유일한 여자이기때문만이 아니라, 그녀를 대하는 이훈의 태도에도 분명히 존재했다. 집착하고 또 집착한다지만, 본인은 제멋대로에 집착하는 대상을 전혀 아껴준적이 없었다. 이를테면 중학교 3학년 여름방학 무렵, 송성현이 애인이랍시고 끼고돌던 여자아이 하나가 있었다. 그리고 그 아이는, 송성현과 사귀게 된 지 정확하게 2주 하고도 이틀만에 범인모를 성폭행과 모진 구타를 당하고 병원신세를 질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성현또한 마찬가지였다. 여자아이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는 않을만큼 잔뜩 린치를 당하고 그해 여름은 꼬박 병원에서 지내게 되었다. 그렇게 여자라고 봐주는 법 없고, 아낀다고 덜하는 법 없는 최이훈의 행동은 집착이면 집착이었지, 결고 사랑이라고는 볼 수 없었다. 정환과 성현을 아낀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사람에 대한 애정이라기 보다는 물건에 대한 집착이라는 설명이 더 적합했기에 그토록 비정상적인 집착을 보여도 남자들끼리 묘한 소문한번 나지 않고 지내올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여희는 달랐다. 성현이나 정환이었다면 몰라도 아마 몇대쯤은 족히 걷어차이고도 남았으리만큼 건방진 발언을 하고도 그저 그렇게 넘어갔고, 최이훈이 다른 애인을 사귀는 것 만큼이나 싫어한다고 알려져있는 ‘최이훈 외에 다른 인물은 감싸는 발언 혹은 행위’를 하고도 그 흔한 욕지거리 한번 없이 무사태평하게 지냈다. 또, 이훈은 여희가 하는 말이라면 그 이유를 막론하고 죄다 들어주려 하니 그런 소문이 안나는 쪽이 차라리 이상하다면 이상한 것이리라. 그래서 전교생들은 물론이거니와, 정환과 성현, 그리고 여희또한 그리 생각하고, 믿고있었다. 최이훈은 김여희를 특별하게 생각한다고. 최이훈은, 김여희를 좋아하는 것이라고.
 그래서 성현과 정환은 조금 안심할 수 있었다. 무슨 심경의 변화인지는 모르겠지만 김여희가 가지말자 했으니 그 이유야 어찌됐건 최이훈은 가지 않겠지. 그럼 그 이름모를 전학생은 조금 더 오래 수명을 연장할 수 있을 테고…


 “싫어.”


 ……테고? 방금 뭔가 잘못들은건가? 성현과 정환, 여희는 물론이고 은근히 이들의 대화에 집중하고있던 반 아이들까지 놀라 일순 이훈을 바라보았다. 고등학교에 입학한지 일년 반. 그리고 동시에 최이훈과 김여희가 만나게 된 지 일년 반. 대놓고 특별한 사람 취급받는 여희를 알고있던, 혹은 부러워 하고있던 대다수의 아이들에게 있어서 ‘최이훈이 김여희의 말을 든는 것’이 ‘듣지 않는 것’보다 당연스럽게 여겨질 정도로 이훈은 여희를 특별하게 대우했다. 그런데 그런 최이훈이, 일년 반만에. 처음으로 김여희의 말을 듣지 않았다. 그 충격에 굳어있을 틈도 없이 이훈은 빠른 걸음으로 교실을 나섰고, 성현과 정환, 그리고 여희도 조금 멍해진 채 그 뒤를 따라나섰다.


 “…….”
 “…….”
 “…아, 맞다……”


 이훈은 벌써 저만치 앞서나가 버렸고, 묘한 분위기의 침묵만 감도는 세사람 사이를 성현의 목소리가 갈라놓았다. 이훈이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은것에 대해 어지간히 충격을 받았는지 그사이 퀭해진 얼굴을 한 여희가 조금 날카로운 눈으로 성현을 바라보았다. 크고 눈꼬리가 위로 치켜뜨여진 눈에 아이라인까지 더해지니 그 눈초리가 여간 매서운 것이 아니라, 답지않게 침까지 꿀꺽 삼킨 성현은 아래를 내려다보며 우물우물 말을 이었다. 아까 말 하려다 못한건데…그 전학생……


 “……김여희 너랑, 좀 닮은 것 같아…….”

 

 

 

 

  W. 제르미홍

 

 


[훈홍]

 

 

단편

 

 

 


 전학생이 온 반을 따로 물어 찾아볼 필요조차 없었다. 그 반 앞에만 사람이 몰려 우글거리니, 그저 저반이 전학생이 온 반이구나 하고 이훈은 들어갔을 뿐이다. 하지만 그저 ‘들어온’것 뿐인 이훈에 비해 그 여파는 지나칠 정도로 대단했다. 본능적으로 최이훈이 전학생을 찾아왔음을 직감하고 재빨리 자리를 피하는 아이들이 있는 한편, 그 와중에도 이훈의 무서움에 대해 전학생에게 여러가지 충고를 해주는 아이들이 있었다. 저 애는 일진이고 학교 짱인데 주먹에 한방 맞으면 이빨이 서너개가 나간다더라, 성격도 더럽고 진짜 무서운 앤데 건드리면 안된다, 특히 쟤가 집착하는 애들이 세명 있는데 걔내들 건드리면 진짜 좆되는거다, 그중에 한명이 우리반에…여러가지 말들이 한번에 들려오건 말건 문제의 전학생, 세하는 자리에 앉아 홍해의 기적이라도 재현하듯 쩌억갈라진 아이들 너머로 보이는 이훈을 말끄라미 바라볼 뿐이었다.


 “…….”


 감놓아라 배놓아라 이것저것 충고를 아끼지 않던 아이들도 이훈이 점점 세하에게 다가오기 시작함에 따라 전부 흩어져 버렸다. 남녀공학에서 공개고백 하는것도 아니고 두사람을 감싸고 족히 1m 씩은 벌어진 이 거리가 우스웠지만 어쨌거나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뛰어라도 온것인지, 아니면 다른 특별한 이유가 있는것인지 이훈의 숨결은 조금 거칠어져 있었다. 마주한 눈동자가 여전히 광기로 번들번들 빛난다고, 그리 생각했다. 어떤 반응일까, 세하는 심히 궁금했다. 그 반응에 따라…차후 너에대한 처분이 결정되겠지. 턱을 곧게 괴고 비스듬이 고개를 기울였다. 그 와중에도 여전히 눈동자만은 이훈을 향해 고정한 상태였다. 그리고, 이훈은 보았다. 예상했던, 그럼에도 의심할 수 밖에 없었던 인물이 자신의 바로 눈앞에서 알게모르게, 입가에 미묘한 미소를 띄우는 것을.


 “…오랜만이다.”


 목소리가 약간 갈라졌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드르륵. 뒤늦게 이훈을 따라온 성현과 정환, 여희가 뒷문을 열고 들어온다. 그리고 동시였다. 이훈이 전에없이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당연하게도 비어있던 세하의 옆자리에 털썩 주저앉은것은.


 “어디 연락좀 하고 살면 귀신이 잡아가냐? 진짜 어디가서 콱 뒈져버린 줄 알고 좋아했는데.”
 “퍽이나. 나 없다고 엉엉 울지는 않으셨고?”


 그 누구도 감히 예상할 수 없던 상황에 교실에는 다시한번 정적이 감돌았다. 최이훈이 저런식으로 웃는것은 물론, 남에게 저리 허물없이 대하는 것 또한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일이었기때문에. 반 아이들은 물론이거니와, 뒷문쪽에 서서 이훈을 바라보던 성현과 정환,여희도 덩달아 놀라 굳어지고 말았다. 그런 아이들을 알게모르게 흘끔거리며 세하는 여전히 웃고있었다. 아이들이야 놀라건 말건, 이훈또한 세하를 보며 웃고있었다. 그렇게 평범한 '친구'처럼, 두사람은 쉬는시간 내내 서로 낄낄거리며 장난치기에 바빴다.

 


반도의 흔한 초능력자(가제)

EP 1. A와 B와 스토커 [01]


 소녀 A는 요즘 컨디션이 매우 안좋았다. 왜냐하면, 일주일쯤 전부터 자꾸 누군가 지켜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이틀 전부터는 제 방 침대에 누워서도 누군가 쳐다보는 것만 같아 잠도 제대로 못자고 있다.
마음만 같아서야 학교고 뭐고 전부 때려치고 싶지만 그래도 가야한다.
왜냐하면, 그녀의 소꿉친구 소년 B가 매일매일 집 앞까지 데리러 오기 때문이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혼자있을때는 물론이고, 소년 B와 있을때도 여지없이 날아드는 불편한 시선에 안절부절하면서 고민했다.
이 사실을 소년 B 에게 솔직히 털어놓아야 할까? 아니면 지금까지처럼 혼자 끌어안고 끙끙 앓아야 할까?
결론은 금방 내려졌다. 스트레스 때문에라도, 더이상 혼자 끌어안고 끙끙대는 멍청한 짓은 못할 것 같았다.
그래. 죽이되든 밥이되든 일단 말이나 한번 꺼내보자. 하고 결심하며 소녀 A가 막 입을 벌리는 순간이었다.


 “……!”


 퍽. 둔탁한 소리가 남과 동시에 콧잔등이 아려오기 시작한다. 뭐야, 방금 전까지만 해도 앞에 아무도 없었는데.
어디서 갑자기 튀어나와서 사람을 놀라게 하는거야! 속으로 투덜거리며 소녀 A 는 안그래도 동그란 눈을 더 크게 뜨며 사납게 위를 노려보았다.


 “미안합니다.”


 ……잘생겼다. 뭐지, 이 남자는? 사람이 맞나? 하고 순간 생각하게 될 정도로, 눈 앞의 사내는 훌륭한 외관을 가지고 있었다.
소녀 A의 옆에 있는 소년 B도 상당히 잘생긴 얼굴 ─실제로 학교에서 인기가 꽤 있는 모양이었다.─ 인 편에 속했지만,
소녀 A와 소년 B는 어렸을때부터 같이 자라다 시피 해서 새삼스럽게 깨달을 것도 없을 뿐더러, 눈 앞에 서있는 남자는 뭔가…
소년 B보다 훨씬…조각같다고 해야할까. 턱선도, 콧날도, 동양인의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 시원시원한 이목구비까지……그러니까,
그래. 인간같지 않은 느낌이 든다.…소위 조각미남이라 불리우는 다른 연예인도 실제로 앞에서 보면 이런 느낌일까, 하고 생각하면서도
어쩐지 소름이 돋아난 팔을 문지르고 있는 사이 고개를 작게 꾸벅거린 남자는 금새 다시 사라져 버렸다.


 “……?”
 “…뭐야…아. 야, 벌써 일곱시 반이야. 늦겠다.”


 자신의 손을 잡고 달리기 시작하는 소년B를 따라 얼결에 달리게 된 소녀A는 다시한번 뒤를 돌아보았다. 방금 전에 부딪힌 것 같은데
남자는 금새 저 멀리로 사라지고 없었다. 뒤를 돌아보느라 걸음이 늦어진 사이 소년B가 다시한번 소녀 A를 재촉했다.
어느새 남자의 일을 잊고 달리기 시작한 소녀A의 눈 앞에는 정신없이 달리는 소년B의 뒷모습이 자리하고 있었다.
키가 커서인지 꽤 듬직해 보이는 뒷모습을 멀거니 바라보며, 소녀A는 잠깐동안 생각했다.……근데,


 ‘…내가 방금…무슨말을 하려고 했었더라?’

 

 

 


 잠을 못잔 탓인지 머리가 지끈지끈하다. 태어나서 이렇게 잠을 못자본것은 처음 ─시험기간에도 하루에 여섯시간씩은 꼬박꼬박 잠을 청했다.─  인지라 소녀 A는 지금 이 상황이 당황스러웠다. 눈앞도 뿌연게 이상할 정도로 흐릿하고, 잠깐이라도 엎드려 쪽잠이라도 자고싶은데 묘하게 느껴지는 지속된 시선과 눈동자에 얇은 막이라도 쳐진듯한 할수없는 이물감에 눈을 감기조차 불편했다. 계속해서 눈응ㄹ 비비며 학교가 끝나면 안과라도 가봐야겠다, 생각하고 있는데 문이 열리며 담임선생님이 들어왔다. 곧바로 교탁에 서 뭐라고 몇마디 던지는 것 같더니 닫혀있는 앞문을 향해  ‘들어오라’며 크게 소리를 지른다. 지속된 불면의 후유증인지 아니면 별다른 이유라도 있는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렌즈가 잘 닦이지 않은 카메라로 세상을 비추는 듯 꿈같이만 느껴지는 시야를 틀어 천천히 열리는 앞문을 바라보았다.


 “…….”


 뿌옇던 시야가, 단번에 맑아지는 것 같았다. 몽롱하던 정신도 며칠만에 겨우 제자리를 찾은 느낌이다. 그 갑작스러운 변화에 미처 놀라워 할 틈도 없이 소녀A는 천천히 걸어들어오는 전학생을 뚫어져라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잘생겼네. 제일 먼저 든 생각이었다. 오늘은, 잘생긴 사람을 많이 만나네. 눈이 호강하는 날인가. 두번째로 든 생각이다. 그러고보니, 아침에 부딪힌 남자도 진짜 잘생겼었지. 조금 다른생각을 하며, A는 눈동자를 굴려 칠판 앞에 선 전학생에게 다시한번 시선을 던졌다.……확실히 둘다 잘생기긴 했지만, 느낌이 달라도 너무 달랐다.…뭐라고 해야할가. 아침에 봤던 남자가 남성적인 얼굴형에 전형적인 미남배우같은 느낌이라면 전학생은…아이돌? 아침에 봤던 남자보다 훨씬 온유한 느낌이 들고, 분위기나 표정도 부드럽고…얼굴형도 전체적인 이목구비도 날렵한게 얼핏 보면 미소년 스타일……
 이런저런 잡생각에 빠져있는 사이 문제의 그 전학생은

 



My World

 창문을 열어보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바닥으로 떨어지는 빗줄기가 심상찮은 것을 보니 핑시 그 소리도 엄청날 거이 분명하다. 혹여 튀어들어오기라도 한 빗방울이 책상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릴것이 염려스러워 창문을 닫아 단단히 걸어잠그고 컴퓨터 화면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작곡프로그램을 돌렸다. 아직까지 내가 만든 곡이 실제로 앨범에 수록된 적은 없었고, 아마 앞으로도 없을 것 같았지만 나는 언제나 습관적으로 곡을 만들어내고는 했다. 쓰고있던 헤드폰에 가만히 손을 가져다대면 당연하다는 듯 느껴지는 진동이 좋았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만들어낸 진동이.……예전에는, 나도 이런거. 느낄 줄 몰랐는데.


 “…….”


 지금 느껴지는 이 진동은 굉장히 마음에 들지만, 어쩔때는 차라리 이 진동을 모르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뭐, 그래봤자. 이미 진동을 느끼게 되어버린 이상 다시는 그때로 되돌아가지 못하겠지만. 상념에 빠져있는 사이 어느새 등 뒤로 다가온 손길이 어깨를 두드린다. 고개를 돌려바라보니 서있는것은 이훈이었다.
 드물게도 밝은 얼굴로 이훈은 입을 열었다.


 “좋은 소식이 있어.”


 …잘 들리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웃었다. 그가 나에게 가져다 준 ‘좋은소식’치고 나를 기쁘게 하지 않은것은 없었으니까. 웃는 나를 마주보며 그도 따라 웃었다. 인터넷을 켜고 말없이 자판을 두드려 검색창에 무언가를 입력해 접속한것은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음원 다운로드 사이트였다. 의아한 나를 아는지 모르는지, 퍽이나 자랑스러운 얼굴로 한구석을 가리킨다. 뭔가 싶어 그가 가리킨 곳을 바라보니 음원 다운로드 순위였다. 이게 뭐 어쨌다고, 하며 입을 열려는 찰나.


 “……!”


 …뭔가 약간, 꿈을 꾸는듯한 기분이라. 입을 벌린 채 멍하니 몇분정도 굳어 있었던 것 같다. 1위.…1위? 10위도 아니고, 100위도 아니고, 1위? 상황을 똑바로 바라보고 나서도 말이 나오질 않아 한동안 뻐끔거리고, 또 꿈인지 생시인지 확인해 보느라 몇분을 잡아먹고. 결국 내가 그를 바라보며 멍하니 입을 벌린것은 그가 나에게 이 사이트를 보여주고도 한참의 시간이 더 지난 뒤였다.


 “……어째서?”


 단 한마디 속에 내포된 수많은 의문들을, 그는 아마 알아차렸으리라. 최근 3개월 내엔 앨범을 낸 기억도 없고, 1위라는 기염을 토한 곡은 나온지 벌써 1년도 넘은 앨범에, 심지어는 타이틀곡 조차도 아니다.…아니, 그보다. 아는사람이 드물정도로 보잘 것 없는 인디밴드의 노래가 갑자기 왜? 한꺼번에 덥친 여러가지 의문으로 복잡해진 내 얼굴을 아마도 상상했을 그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조차도 이 결과가 믿기지 않는 모양인지, 오랜만에 보는 것 같은 들뜬 얼굴로 시선은 여전히 모니터를 향한 채였다.


 “…몇달 전쯤에, 우리 노래에 OST제안 들어왔던거 기억나?”
 “…….”


 가물가물한 기억속에, 어렴풋 그런소릴 들었던것도 같다.


 “별 생각없이 OK했었는데, 그 드라마가 대박이 터졌나봐.”
 “…….”
 “…시청률 40%넘었대.”


 놀랍고 황당하고, 이 뜻밖의 행운이 고마워 굳어있는데, 그런 나를 확인하고자 함이었는지 고개를 내쪽으로 돌리던 그의 얼굴이 갑작스럽게 굳어졌다. 그의 시선이 머무른 곳을 생각하며, 나는 그의 표정이 급작스럽게 굳어진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당황한 나의 귀에 걸치듯 씌워진 헤드폰을 벗겨가는 손길이, 답지않게 차가운 느낌이었다.


 “…그냥, 항상 네가 작곡할 때 쓰고 있던게 생각나서, 부러워서, 그래서 그냥……”
 “…….”
 “……정말로, 한번 써보고 싶었을 뿐이야.”


 옅게 한숨을 내쉬는 듯 입술이 짧게 벌어지고, 괜찮다는 말을 대신하는 것처럼 긴 손가락이 머리카락을 헤집었다. 그리고는 시선을 다시 모니터로 옮겨버리는 그를 따라 나도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문득, 한쪽어깨에 올려진 손이 흔들리는 것 같아서. 눈동자만 굴러 흘끔, 그를 곁눈질하자 짜맞추기라도 한 것처럼, 마침 그의 보기좋은 입술이 몇번 달싹거렸다.


 「……이런걸 쓰고있으니까, 그렇게 부르는 소리도 못듣는 거잖아….」


 …다시 앞을 바라보았다. 아닌걸 알면서. 일부러 음원사이트 1위에 랭크된 곡 제목만을 뚫어져라 바라보고있었다. 그의 손에 들려진 헤드폰에서는, 여전히 내가 작곡중이던 곡이 작게 진동한다. 눈을 감았다. 눈을 떴다. 그래도 모든것은 그대로였다. 여전히 우리의 노래는 음원사이트 1순위에 랭크되어있고, 여전히 그의 손은 나에게서 빼앗은 헤드폰을 붙들고 있고, 그 속에서 여전히 나의 음악은 진동한다. 다시 눈을 감았다.


 ……어쩐지 슬픈 느낌에, 눈물이 흐를것만 같았다.

 

 

My World

 

 

단편?

 

 


 음악방송 섭외가 들어왔다. 앨범자켓에도, 프로필에도, 인터넷 상에도 작은 사진한조각 떠돌아다니지 않을정도로 보잘것없는 인기드라마 OST가수에 대한 문의가 끊어지질 않는다고. 그 개수가 가히 업무에 영향을 미칠 정도이니 해당 방송국의 음악방송에 한번만 출연을 해서 인지도도 높이고, 우리쪽은 시청률과 문의전화를 더이상 받지 않을 수 있게 해달라면서. 기뻐하는 멤버들을 앞에두고 차마 ‘나는싫다’는 소리가 나오질 않아서, 그저 쓰게 웃으며 방안으로 들어와 버렸다.


 “…….”


 …어떡하지. 어떡하면 좋을까. 가만히 서서 바닥만 내려다 보다가, 어깨를 두드리는 손길에 뒤를 돌았다.


 “왜그래? 무슨 일 있어?”


 나를 위해 천천히 발음한느 그가 고마웠다. 눈물이 핑 돌았다. 가만히 서서 눈물을 줄줄 쏟아내는 나를 보며, 그는 적잖이도 당황한 눈치였다. 눈물을 그쳐야함은 아는데, 쉽사리 아는만큼 행동할 수 없는 자신이 밉다. 내 어깨를 붙들고 무슨말을 하고있는 것 같기는 한데, 눈물로 앞이 잘 보이지 않아 그것마저 확실치 않았다. 망설이다 결국 커다란 손바닥으로 양 볼을 감싸고, 엄지손가락으로 눈물을 닦아주는 손길이 다정해서, 오히려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왜그래? 응?…세하야…….”


 이훈의 목소리는 사뭇 안타까움에 젖어들어있었다.……아마도, 세하에게는 전해지지 않았겠지만.
 생전 이런적이 없었는데, 눈물만 흘리는 세하를 보며 이훈은 당황스럽기보다는 안타깝고 답답한 마음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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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어오어오 이런금손!!!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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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헐 글잘쓴닼ㅋㅋㅋㅋㅋㅋㅋㅋ근데 내가 왜 웃냐면 필명 때문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방금 써니보고 오는데 웃겨서 클릭했음
필명이랑 다르게 글은 겁나게 잘씀;bb 너작가 짱!

13년 전
대표 사진
독자3
헐금손좋다...
13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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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어있길바라] 세잎클로버 속으로 풍덩 빠져버리자2
06.10 14:25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네가 이 계절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해1
06.09 13:15 l 작가재민
[어차피퇴사] 모든 것을 손에 쥐고 있지 말 걸1
06.03 15:25 l 한도윤
[어차피퇴사] 회사에 오래 버티는 사람의 특징1
05.31 16:39 l 한도윤
[어차피퇴사] 퇴사할 걸 알면서도 다닐 수 있는 회사2
05.30 16:21 l 한도윤
[어차피퇴사] 어차피 퇴사할 건데, 입사했습니다
05.29 17:54 l 한도윤
[어차피퇴사] 혼자 다 해보겠다는 착각2
05.28 12:19 l 한도윤
[어차피퇴사] 하고 싶은 마음만으로 충분해요
05.27 11:09 l 한도윤
[어차피퇴사] 출근하면서 울고 싶었어 2
05.25 23:32 l 한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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